[사진=AC밀란의 F4. 왼쪽 상단부터 즐라탄-호나우지뉴-파투-호비뉴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현대 축구에서 '판타스틱4(Fantastic 4, 이하 F4)'를 보유했던 팀들의 성적은 여론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2007/08시즌의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앙리-에토-메시-호나우지뉴), 2008/09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루니-호날두-베르바토프-테베스), 그리고 올 시즌 전반기의 AC밀란(즐라탄-파투-호비뉴-호나우지뉴) 입니다. 대형 공격수 4명을 보유하면서 여론에 의해 화려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바르사는 무관 및 프리메라리가 3위,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AC밀란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물론 맨유는 준우승을 달성했지만 그 이전 시즌 우승팀 이었습니다. AC밀란은 올 시즌 세리에A 1위를 달렸지만 최근 4시즌 연속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챔스 DNA'의 위용을 잃었습니다. 더욱이 16강 상대팀은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EPL 5위' 토트넘 이었습니다. 리그 1위에 위안을 삼기에는, 세리에A가 독일 분데스리가에 의해 유럽 3대 리그에서 밀렸습니다.
바르사-맨유-AC밀란 F4의 또 다른 문제는 선수 구성원들이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바르사는 호나우지뉴가 과체중 논란 및 경기력 저하, 불성실한 훈련 태도 등으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앙리가 왼쪽 윙 포워드로 능숙하게 적응하지 못했으며 부상까지 겹쳤습니다.(2008/09시즌에 좋아졌던) 맨유는 호날두가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 시즌 중반 슬럼프에 빠졌고 테베스가 프리미어리그 5골에 그쳤습니다. 전 시즌보다 팀 득점이 떨어진 것도 흠이죠.(2007/08시즌 80골, 2008/09시즌 68골) AC밀란은 호나우지뉴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올해 1월 브라질로 떠났고, 즐라탄-파투-호비뉴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세 팀의 F4는 4명의 선수가 모두 주전으로 가동되지 못했습니다. 바르사는 호나우지뉴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앙리-에토-메시로 짜인 스리톱이 완성되었고, 맨유는 테베스가 베르바토프 영입 이후에 벤치 자원이 되면서 팀 내 입지가 좁혀졌습니다. AC밀란은 호나우지뉴가 이렇다할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죠. 결국, F4 혹은 판타스틱4는 팀에 영광을 안겨주거나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을 안겨주는 조합이 아닙니다.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에 도움을 주는 키워드였을 뿐입니다. 아무리 스타가 많아도 훗날 전설적인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불세출 조합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죠. 특히 AC밀란이 올 시즌에 각인시키고 말았죠.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은 즐라탄-파투-호비뉴끼리의 호흡이 안맞은 것이 패인 이었습니다. 올 시즌 내내 손발을 맞추면서 공격진을 형성했지만 여전히 일심동체가 되지 못했죠. 그래서 토트넘과의 16강 2차전에서는 팀이 경기를 주도하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차례 연계 플레이가 끊기면서 상대 수비벽을 넘지 못하는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즐라탄은 박스 바깥을 주 영역으로 활동하면서 파투-호비뉴와 동선이 겹쳤고, 스스로의 힘으로 상대 수비의 압박을 뚫지 못하면서 파투의 공격력이 반감되는 역효과를 맞이했습니다. 1차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으며 AC밀란이 16강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즐라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징크스를 깨지 못했죠. 다년간 정규리그에서 많은 우승을 달성했던 '우승 청부사' 였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차이점은 즐라탄의 성향과 밀접합니다. 195cm의 큰 키를 자랑하면서 볼을 다루는 솜씨가 좋기 때문에 박스 바깥에서 공격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침투패스를 띄우는 장점까지 겸비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같은 단기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의 주요 압박 대상이 되면서 공격력이 반감되고 맙니다. 자신의 장점을 내뿜을 공간이 좁혀지면서 위축된 경기를 펼치죠. 즐라탄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박스 안을 비벼주면서 골을 터뜨릴 해결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파투-호비뉴는 킬러의 면모를 발휘하지 못했죠.
[사진=지난 6일 수원전 후반전 직전에 대화를 나누는 몰리나-데얀. 두 선수는 호흡이 맞지 않는 문제점을 나타냈으며 서울은 수원전에서 0-2로 패했습니다. (C) 효리사랑]
그리고 올 시즌 F4를 앞세워 K리그 2연패-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FC서울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서울과 AC밀란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홈 유니폼이 빨간색과 검정색의 세로 줄무늬 형태이며, 둘째는 재임 기간이 1년 미만인 40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황보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 셋째는 F4를 보유했습니다. AC밀란이 2010/11시즌 전반기까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공격수 4명을 보유했다면, 서울은 K리그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 4명이 팀의 중심입니다. 데얀-몰리나-제파로프-아디가 바로 그들이죠.
하지만 서울의 F4 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합니다. 올 시즌 두 경기(알 아인-수원)를 치렀음을 감안해도, 특히 라이벌 수원전에서의 무기력한 0-2 패배는 F4의 위력이 없었습니다. 서울에게 수원전 패배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K리그 개막전이었기 때문에 홈팬들의 충격이 컸습니다. 그나마 아디가 센터백으로서 여러차례 결정적 실점 위기를 직접 끊는 살신성인의 수비력을 과시했지만, 문제는 데얀-몰리나-제파로프 입니다. 서로의 호흡이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연계 플레이가 소극적 이었습니다. 패스를 주고 받는 선수 사이에서 양질의 볼 배급을 주고 받으려면 누군가 빈 공간을 두드리면서 창의성을 키워야 하는데(맨시티 실바처럼) 서울은 그 작업이 안됩니다.
물론 서울의 F4는 바르사-맨유-AC밀란과 다른면이 있습니다. 유럽 명문 세 팀이 공격 옵션끼리의 F4가 형성되었다면 서울은 아디가 후방 옵션(센터백-왼쪽 풀백-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데얀-몰리나-제파로프가 서로 공존할 수 있죠. 하지만 수원전에서는 몰리나-제파로프의 포지션 위치가 잘못됐습니다. 몰리나는 성남의 왼쪽 윙어로서 K리그를 주름잡았지만 서울 이적 이후 수원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 됐습니다. 제파로프는 중앙-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윙어로서의 빠른 드리블 돌파 및 개인기 보다는 볼 배급에 주안점을 두는 체질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어울리는 선수죠. 하지만 두 선수는 수원전에서 동반 부진에 빠집니다. 그 결과, 데얀이 최전방에서 고립되었고 서울의 공격 자체가 끊어지는 역효과에 직면했습니다. 황보관 감독의 작전 실패입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데얀의 현재 폼은 원톱에 최적화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즐라탄과 비슷한 문제점을 닮고 있습니다. 2009년까지는 타겟맨으로서 걸출한 골 결정력을 자랑했지만 큰 경기에 약한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쉐도우로 전환하면서 팀 플레이에 적극 참여하며 서울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변화무쌍한 파괴력(19골 10도움)을 과시했죠. 정조국(현 오세르)이 타겟맨으로서 박스쪽을 적극 공략하면서, 데얀이 상대 수비 압박 부담을 이겨냈죠. 하지만 지금은 정조국이 없으며 서울의 포메이션 4-2-3-1로 바뀌었습니다. 데얀이 예전처럼 골에 집중하기에는 지난 시즌의 이타적인 기질을 축소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2선 미드필더(이승렬-몰리나-제파로프) 끼리의 호흡이 안맞습니다. 4-2-3-1 특성상 원톱이 고립되기 쉬우며, 데얀의 수원전 부진은 당연한 수순 이었습니다.
서울이 수원전에서 실추된 F4의 자존심을 세우려면 두 가지의 해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승렬의 공격 패턴이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개인기 및 드리블 돌파로 전방 공간을 힘껏 두드렸지만, 이제는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켜내면서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해야 합니다. 되도록 투톱 공격수로서 말입니다.(첼시에서 드록바를 뒷받침하는 아넬카가 그 예) 그래야 데얀이 골에 집중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2선과 공존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시간 입니다. 몰리나는 성남의 전술에 익숙하며 데얀-제파로프는 서울의 달라진 스쿼드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호흡이 어설프게 쉬운 약점에 있지만, 손발이 완전히 맞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몰리나-제파로프가 2선에서 함께 공존하면 누군가는 궂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시간이 능사는 아닙니다. AC밀란의 즐라탄-파투-호비뉴는 여전히 호흡이 안맞습니다. 하지만 서울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F4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며 선수 구성원이 서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F4가 일 년 농사를 좌우하는 것은 서울이 잘 알고 있겠지만요. 바르사-맨유-AC밀란의 실패 사례를 서울이 참고해야 하며, 어쩌면 유럽 명문 세 클럽의 전례는 서울이 올 시즌 값진 영광을 누릴 수 있는 본보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F4의 성공적 공존을 지휘해야 하는 황보관 감독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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