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수원의 성공적 부활을 이끈 윤성효 감독 (C) 효리사랑]
수원 블루윙즈는 최근 K리그에서 성적 향상의 신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11전 2승1무8패로 부진했지만, 그 이후 윤성효 감독을 영입하면서 8전 6승2무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윤성효 감독은 수원 사령탑을 맡은 이후 13전 10승2무1패(FA컵, 포스코컵 포함)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두면서 수원의 부활을 성공적으로 주도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윤성효 감독의 전술이 최근에 바뀌었습니다. 부임 초기에는 숭실대 사령탑 시절에 줄기차게 구사했던 4-1-4-1을 선보였지만 근래에는 4-4-2로 전환하면서 홀딩맨을 두지 않게 됐습니다. '미드필더에서는 반드시 홀딩맨이 필요하다'는 대부분 축구팬들의 생각에서 벗어난 전술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압박과 견제를 중요시하는 K리그에서는 다소 모험적인 전술이지만, 실상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도입하겠다는 '선진적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홀딩맨 없는' 수원의 의도는 공격축구 강화
우선, 4-4-2에서는 수비형-공격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원을 형성하는 두 명의 미드필더를 '중앙 미드필더'로 지칭하며 공격과 수비 역할을 모두 겸비합니다. 둘 다 일자 선상에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 이유가 없죠. 다만, 선수 성향에 따라 누구는 홀딩맨으로 분류하고 또 다른 누구는 공격적이기 때문에 앵커맨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홀딩맨-앵커맨의 조합 공식이 현대 축구에서 필수인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홀딩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유형을 구분짓기 위해 홀딩맨 또는 앵커맨으로 나누는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적어도 4-4-2에서의 중앙 미드필더는 두 가지의 역할을 모두 겸비하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4-4-2는 지역을 분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들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 폭이 동반되어야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칠 수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같은 경우, 김정우-기성용은 4-4-2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김남일-조원희는 각각 활동 폭 및 공격력 부족 때문에 주전에서 제외되거나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 됐습니다.
홀딩맨 없는 전술은 4-4-2에서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팀의 포메이션은 3-4-2-1이지만 중원에 윤빛가람-기성용 같은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을 기용하며 홀딩맨을 제외했습니다. 경기 속도를 향상시키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간파하기 위해 패스 및 기술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중원에 배치한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상향으로 삼는 스페인 대표팀 같은 경우에는 4-2-3-1을 구사하지만 알론소-부스케츠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전형적인 홀딩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패스 공급의 시발점을 담당하며 경기를 조율하고 점유율을 키우는 공격의 밑거름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홀딩맨 없는 전술이 현대 축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미드필더 전체가 수비 가담을 늘리면서 압박에 치중하기 때문입니다. 대인 방어가 아닌 협력 수비를 통해 상대의 공격 흐름을 저지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김남일이 홀딩맨으로서 악착같은 수비력을 발휘하며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최근의 축구 흐름에서는 활동 폭 부담 및 체력 저하에 따른 역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다분합니다.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공략하는 현대 축구의 공격 전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홀딩맨 중심의 수비가 위험하게 됐습니다. 협력 수비가 굳건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대인방어가 훌륭하다고 해서 중앙 미드필더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공격 흐름을 빠르게 예측하고, 공을 인터셉트하거나 스크린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적절한 위치를 찾으며, 경기 흐름을 컨트롤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운영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선호받게 됐습니다. 대표격인 김정우는 전형적인 홀딩맨 이전에 미드필더로서 다양한 장점을 지녔기 때문에 중원을 지배하는 힘이 강했고 궂은 역할까지 척척 도맡았습니다. 또한 협력 수비까지 강화되면서 미드필더 뿐만 아니라 쉐도우까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까지 줄었습니다. 홀딩맨을 두지 않는 단점을 미드필더 전체가 커버하는 흐름으로 만회하게 됐죠.
이 글의 주인공인 수원에 대해서 화제를 돌리면, 윤성효 감독이 홀딩맨을 포기한 선택은 결코 '위험한 전술'이 아닙니다. 윤성효 감독은 부임 초기 선수들에게 "나는 스페인식 축구를 선호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기술 축구를 중요시하는 지도자입니다. 그래서 패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기 템포를 빠르게 유지하면서 상대 수비의 압박을 벗겨내기 위해 중원에 홀딩맨을 두지 않게 됐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전에서는 김두현-마르시오, 지난 1일 성남전에서는 김두현-이상호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공격 중심적인 경기를 펼쳤죠. 홀딩맨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원희는 서울전 선발에서 제외되었고 성남전에서는 오른쪽 풀백을 맡았습니다. 또한 강민수는 수원이 4-4-2를 계속 구사한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홀딩맨으로 전환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성효 감독이 골잡이 호세모따를 벤치로 내리고 신영록-다카하라 투톱을 선발로 기용한 배경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공격수의 골로 한 번에 이어지려면 상대 수비를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격수가 골을 넣기 위해 박스 안에서 후방 패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미드필더들의 패스 공급 및 전방 침투의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상대 수비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거나 체력 소모를 가중시킬 수 있는 공격수를 선호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수원은 미드필더-공격수-풀백이 상대 진영에서 2대1 패스, 대각선 패스, 전진패스를 골고루 섞으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했고 그 결과는 서울전 4골로 이어졌습니다.(다만, 성남전은 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사정 때문에 패스 축구가 매끄럽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원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흔들림 없었던 이유는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수비 가담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윙어 뿐만 아니라 쉐도우까지 2선 및 골문 쪽으로 내려오면서 압박을 펼치며 상대에게 빈 틈을 허용하지 않도록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철저히 지역을 분담하고 공간을 장악했습니다. 물론 서울전에서는 2골을 내줬지만 페널티킥 및 세트피스에 의한 실점이었을 뿐이며 성남전에서는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습니다. 스페인 축구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4-2-3-1에서 3의 역할을 했던 비야(페드로)-사비-이니에스타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상대팀에게 공격의 돌파구를 내주지 않으려 했고, 빠른 공수 전환에 의해 점유율을 늘리며 줄기차게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래서 수원의 '홀딩맨 없는 4-4-2'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벤치마킹하며 K리그 경기력의 퀄리티를 높이는 의미있는 전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수원의 현 전술 흐름이 상대팀에게 완전히 읽혀 고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현대 축구가 패스 중심으로 유행중이라는 점에서 수원의 전술은 점차 K리그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윤성효 감독이 위기의 수원을 부활시킨 결정적 키워드가 바로 '전술' 이었다는 점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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