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거스 히딩크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지난 10일 아침 이었습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소속을 자처하는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원한다"는 멘션을 올리면서 국내 여론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다른 멘션에서는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2014년 월드컵 4강을 달성할 것"고 적었죠. 몇시간 뒤 계정이 삭제되면서 헛소문으로 끝났지만 그 이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팀 복귀를 환영하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것과 관련된 5가지 느낀점을 언급합니다.

1. 여론은 조광래 감독을 신뢰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행 루머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여론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긍정적 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낸 명장이 다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죠. 한국 축구에서 '히딩크 환상'이 여전함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복귀해도 한국 축구의 모든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14년 월드컵이라는 범주를 놓고 보면 '여론 입장에서' 히딩크 감독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는 여론이 조광래 감독을 신뢰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만약 조광래호가 지난 8월 일본 원정에서 참패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순탄하게 팀을 운영했다면 아무리 여론에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자'는 목소리에 개의치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조광래호는 일본 원정에서 0-3으로 패했고, 대표팀 차출 논란 및 전술을 놓고 여론의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자', '외국인 영입을 영입하자'는 여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게 됐습니다.(개인적인 생각과 다름을 밝힙니다.) 그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 한국행과 관련된 루머에 설레는 반응들이 쏟아졌죠. 여론은 지금도 히딩크 감독의 향수를 그리워합니다.

2. 트위터 루머, 100% 믿지 말자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한국행을 제기했던 기자의 트위터 계정은 의심스런 구석이 있었습니다. 트위터가 개설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고, 히딩크 감독 한국행 언급 몇 시간 뒤에는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뭔가 사정 있어서 계정을 지웠겠죠. 잉글랜드 축구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트위터에서 축구에 관한 언급을 하는 것은 흔한 사례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멘션을 남기고 트위터 계정을 없앤 것은 해당 정보에 관한 신빙성이 떨어짐을 뜻합니다. 끝내 헛소문으로 판명되었지만 멘션을 올린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의심됩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소속이 맞는지 말입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식, 선수들의 경기 평점 및 코멘트에 객관적인 언론사로 유명합니다. 박지성이 출전하면 경기 종료 후 국내 언론에서 <스카이스포츠>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언론사죠. 히딩크 감독 관련 멘션을 올린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라면 많은 사람들이 언론사 이름만 듣고 믿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의심되는 것은, 잉글랜드 국적 기자가 히딩크 감독 근황을 마치 잘 아는 것 처럼 표현했습니다. 잉글랜드 언론이 수많은 축구 루머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사실 여부가 의심됐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트위터 루머를 100% 믿지 말아야 함을 느꼈습니다.

3. 과연 히딩크는 한국 대표팀 지휘봉 잡을까?

현 시점에서는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 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내년 8월까지 터키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로 했습니다. 터키가 며칠뒤에 벌어질 유로 2012 플레이오프(크로아티아전)에서 탈락하면 경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러시아 대표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에 이어 터키 대표팀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지도력 문제를 의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세계적인 명장이라 할지라도 두 번 연속 만족스런 결과물이 없으면 다소 찜찜하죠. 터키가 유로 2012 본선에 진출하면 내년 여름까지는 임기를 보장받을지 모릅니다. 터키축구협회가 지난 여름에 히딩크 감독 영입을 추진했던 첼시의 제안을 거절했던 전례를 봐도 말입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도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할지는 의문입니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에서 치렀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원정입니다. 2002년 월드컵때는 잦은 대표팀 차출과 장기 합숙 훈련에 의해 팀을 완성시켰지만, 이제는 10년전 처럼 대표팀을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한국 대표팀이 2002년에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으나 K리그가 희생된 것을 생각해봐야죠. 그때에 비하면 K리그가 대표팀 차출과 관련된 의사 표현이 적극적입니다. 아무리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잘 알고 있지만, 10년전과 지금의 한국 축구 환경이 다릅니다. 히딩크 감독 거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광래 감독의 앞날 행보죠.

4. 조광래 감독, 중동 원정 2연전 모두 이겨야 한다

조광래 감독은 11일 UAE 원정, 15일 레바논 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팀 전술의 키 포인트였던 기성용이 빠진 상태에서 중동 원정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9월 쿠웨이트 원정에서는 무기력한 경기 내용끝에 1-1로 비겼죠. 아무리 중동 2연전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승점 6점을 확보하면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까지는 경질 여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중동 2연전을 잡으면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은 사실상 확정적이죠. 쿠웨이트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지 않는 여유를 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원정 2연전에서 승점 6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광래 감독을 향한 여론의 불신이 계속될지 모릅니다. 중동 원정이 힘든것은 사실이지만 UAE, 레바논은 한국보다 레벨이 낮은 팀들입니다. 사람들은 'UAE, 레바논 원정은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죠. 중동 원정-기성용 결장에 따른 매끄럽지 못한 경기 내용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2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여론 분위기가 싸늘할지 모릅니다. 또 다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자"는 주장이 많아질 겁니다. 조광래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임기를 보장받으려면 눈앞에 다가온 중동 원정 2연전은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5. 사실은 히딩크 감독을 K리그에서 보고 싶었다

현실과 비춰보면 엉뚱한 소리겠지만, 저의 본심은 이렇습니다. K리그에 세계적인 명장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FC서울이 2006년 12월 터키 출신의 명장 세놀 귀네슈 감독을 영입한 것 처럼 말입니다. 귀네슈 감독이 서울에서 3년 동안 이루어낸 성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우승 경력 논외) 전술이 단조로웠던 서울의 색깔을 공격적으로 바꾸며 '아름다운 축구'를 완성시켰고, 이청용-기성용-이승렬 같은 영건을 발굴하면서 허정무호 세대교체가 성공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리고 귀네슈 감독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부족했던 K리그의 약점을 채웠죠.

만약 히딩크 감독이 K리그 지휘봉을 잡으면 '제2의 르네상스'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미디어는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을 맡을 클럽의 경기력과 선수들을 주목할 것이고, K리그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어날 것입니다. 평소 K리그에 관심없거나 무시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때의 K리그는 승강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죠. 히딩크 효과까지 포함되면 K리그는 신명나는 축구 축제가 계속 될 것입니다. 아울러 히딩크 감독과 2002년 월드컵 제자와의 사령탑 대결까지 기대됩니다. 다만, K리그 구단이 히딩크 감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는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영입 가능성은 낮지만 K리그가 세계적인 명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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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8/09시즌 첼시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uk)]

2010/11시즌을 끝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여름 핫이슈 중 하나는 첼시의 신임 감독이 누구냐는 것입니다. 첼시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시켰고 거스 히딩크 터키 대표팀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한 분위기 입니다. 터키 축구협회에 거액의 보상금을 물겠다는 계획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터키 축구 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를 검토할 정도로 히딩크 감독이 떠나는 것을 원치않고 있습니다. 앞날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첼시가 히딩크 감독을 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은 첼시 이적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엄연히 터키 대표팀 감독 신분이기 때문에 진로와 관련된 말이 조심스럽죠. 하지만 터키에서 향후 전망을 확신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첼시 감독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8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첼시의 위기를 구했던 경험이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09년 2월 중순에 첼시의 3개월 임시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4위로 추락했던 첼시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겨울 이적시장이 마감된 이후였기 때문에 자신의 구미에 맞는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던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그럼에도 첼시에서는 각종 대회를 포함한 24경기에서 18승5무1패, 프리미어리그 13전 11승1무1패의 높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FA컵 우승까지 이끌었죠. 스콜라리 체제에서 점점 나락으로 빠졌던 첼시의 무기력했던 행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친 첼시에게 우승의 영광을 가져다 줄 기대치가 존재하는 이유죠.

2. 웃으면서 첼시를 떠났던 경험이 있다

지난 8년 동안 첼시 감독을 맡았던 지도자는 6명(라니에리-무리뉴-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안첼로티) 입니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한 5명의 지도자들은 성적 및 부수적인 요인을 이유로 첼시를 떠났습니다. 모두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경질 되었던 공통점이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3개월 임시직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웃으면서 첼시를 떠났습니다. 마지막 경기였던 2008/09시즌 FA컵 우승을 달성하면서 말입니다. 그 이후에도 첼시 복귀설이 종종 제기되었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친분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로 표현되는 첼시 감독직을 맡는데 부담이 적을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 성적이 좋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3. 첼시 세대교체에 필요한 적임자

히딩크 감독은 2009년 5월 18일 <AFP 통신>을 통해 "첼시는 맨유와 경쟁할 수 있는 풍부한 선수층을 확보하지 못했다. 챔피언이 되려면 선수층이 두꺼워야 한다. 첼시는 앞으로 노장 선수들이 주력인데 맨유처럼 좋은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첼시 주축 선수들의 노령화 및 얇은 스쿼드를 걱정하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후임 사령탑이었던 안첼로티 전 감독이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죠. 선수층이 얇은 것(특히 미드필더)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첼시가 오랫동안 강팀 이미지를 지키려면 세대교체는 필수 입니다. 2년 전 첼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히딩크 감독이 적격입니다.

4. 드록바 부활시켰던 히딩크 감독, 과연 토레스는?

히딩크 감독이 3개월 임시 감독을 맡으면서 일구었던 또 다른 성과는 '드록바 부활' 이었습니다. 드록바는 스콜라리 체제에서 22경기 3골에 그치면서 벤치 멤버로 밀렸지만, 히딩크 체제에서는 20경기 11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 여파는 다음 시즌까지 이어지면서 리그 득점왕 및 첼시의 더블 우승(EPL+FA컵)을 이끄는 토대가 됐습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드록바는 스탬포드 브릿지에 있을지 장담 못합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또 다시 첼시 사령탑으로 부임하면 토레스 부활에 팔을 걷어 붙여야 합니다. 드록바를 원래의 폼으로 되돌렸던 경험이라면 토레스에게 자신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토레스는 2009년의 드록바와 달리 첼시에서 입지를 다진 공격수가 아닙니다.

5. 첼시-히딩크 감독, 유럽 제패가 절실한 공통점

첼시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꿈꾸는 최고의 숙원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2003년 첼시를 인수함과 동시에 잇따른 대형 선수 영입을 성사하며 자신의 팀이 유럽 챔피언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꿈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램퍼드-테리-드록바-체흐-에시엔 같은 황금 세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시절이었던 1988년 이후 20년 넘게 유럽 제패 경험이 없었죠. 그 이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시간이 많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자신의 지도자 레벨을 격상시기키에 충분합니다. 첼시와 의기 투합하면 서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가지며 목표 달성에 힘을 얻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6. FC 바르셀로나를 견제할 수 있다

2011/12시즌 유럽 축구의 화두는 과연 어느 팀이 FC 바르셀로나를 견제하느냐 입니다. 작금의 유럽축구는 '바르셀로나 전성시대'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1992년 개편 이후 지금까지 2연패를 달성했던 팀이 없었습니다. 통계상으로 바르셀로나의 다음 시즌 우승은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누군가 바르셀로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죠. 히딩크 감독은 첼시 사령탑 시절, 당시 유로피언 트레블을 이루었던 바르셀로나와의 2008/09시즌 4강 1~2차전에서 2무를 기록했습니다. 원정 다득점에 밀려 탈락했지만 1차전 원정에서는 바르셀로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수비 위주의 전술이 바르셀로나 공격을 제어하는데 효과적임을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도 유효할지 모릅니다.

7. 히딩크vs박지성, 상상 이상의 대결

한국 축구팬 입장에서는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의 맞대결을 바랄지 모릅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두 사람이 다른 팀 소속으로 격돌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없었죠. 2008/09시즌 FA컵-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을 뻔했지만, 맨유가 FA컵 4강-첼시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하면서 두 팀의 경기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2월 한국-터키 A매치에서는 박지성이 그 이전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히딩크 감독과 적으로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첼시 사령탑을 맡으면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못했던 두 사람의 '상상 이상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우리들이 지켜봤던 맨유와 첼시의 대결 구도가 특별하게 됩니다.

8. 히딩크 감독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크다

히딩크 감독은 유로 2008에서 러시아의 4강 진출을 이끈 이후부터 내림세 였습니다. 러시아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지 못했고, 지난해 초에는 터키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유로 2012 예선 A조 3위(3승1무2패, 조1위 본선 진출, 조2위 플레이오프 진출)를 기록하면서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1위 독일(7승)과 승점 11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일각에서 경질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죠. 터키 축구협회는 자신의 첼시행을 반대하고 있지만(첼시가 거액의 보상금을 논의하고 있음에도) 이대로의 성적 부진이라면 언제 경질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히딩크 감독 입장에서는 유로 2012 탈락 가능성이 있는 터키 대표팀 보다는 첼시에서 동기부여가 큽니다. 첼시는 짧게나마 성공했던 달콤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10여년 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실패했던 행보를 한국 대표팀에서 재기를 도모했던 것 처럼(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첼시가 기회의 팀이 될 수 있죠. 앞날의 거취가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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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LSEA V MANCHESER UNITED

[사진=첼시의 프리미어리그 1위를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C) 티스토리 PicApp]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의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첼시는 지난 29일 번리전 3-0 완승으로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4승을 기록해 토트넘과의 골득실에서 우세를 점하고(첼시 +8, 토트넘 +7) 리그 1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유력한 우승 후보답게 시즌 초반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첼시의 1위 원동력은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환상적인 호흡, 중앙 미드필더들의 분전과 데쿠의 부활 성공, 4경기에서 2골만 허용한 수비라인과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분전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3가지 효과는 첼시의 새 사령탑인 안첼로티 감독이 구사하는 다이아몬드 4-4-2 전술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 능력이 선수들의 분전으로 이어져 첼시의 리그 선두를 이끈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전술은 첼시의 올 시즌 성공 여부를 좌우할 키워드 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미드필더진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포진하는 4-4-2 포메이션을 첼시에 적용중 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지난 2001년 부터 AC밀란 사령탑을 맡아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두 번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첼시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리 지르코프를 제외하면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중요성이 컸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목표는 첼시의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것입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현 인터 밀란) 시절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첼시는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를 주무기로 삼아 2000년대 중반 영광의 재현을 원했습니다. 그 결과는 커뮤니티 실드(맨유전) 우승 및 리그 4전 4승으로 이어져 다이아몬드 정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알렸습니다.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나 '안첼로티 효과'를 앞세워 팀 전력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과 무리뉴 감독 시절 사이에는 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 체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체제 이후에 첼시 지휘봉을 잡은 세 명의 감독은 전술 변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랜트 감독은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그대로 활용했고 스콜라리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구사했으나 결과는 자신의 조기 경질과 함께 실패작으로 끝았습니다. 그나마 히딩크 감독이 드록바-아넬카 공존 성공, 상대팀 전력에 따른 전술 변화로 짭짤한 이득을 얻었지만 부임 초기에 구사했던 4-3-1-2가 공수 밸런스 불균형으로 4-3-3으로 바꾼 것은 옥의 티 였습니다. 4-3-3은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서 주로 쓰던 포메이션 이었기 때문에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자료=첼시의 올 시즌 5경기 기록.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사령탑 시절 수비 축구를 펼친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첼시에서는 수비 축구에 대한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정리 : 효리사랑] 

이에 비해 안첼로티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다이아몬드를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유럽에서 강력한 압박 능력을 자랑하고 공간 싸움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전술로 꼽혔습니다. 스콜라리 감독의 4-1-4-1 포메이션 실패와 똑같은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이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유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안첼로티 감독 전술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여론의 부정적 견해는 그저 우려였을 뿐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다이아몬드가 첼시 선수들의 특성을 끌어올리기 쉬운 전술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4-1-4-1 포메이션에 선수를 끼워 맞춰 램퍼드-발라크-데쿠의 공존에 실패했던 스콜라리 감독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걸출한 윙어들이 부족하고 중앙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첼시의 선수층에서는 4-3-3보다는 '윙어 없는' 다이아몬드가 더 어울렸던 것입니다. 히딩크 체제에서는 아넬카를 오른쪽 윙 포워드로 써야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안첼로티 체제에서는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콤비플레이가 만개의 꽃을 피웠습니다. 그 효과는 리그 성적 1위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리뉴-그랜트-히딩크 감독의 4-3-3에 익숙했던 첼시 선수들은 이제는 다이아몬드라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이전과 다른 스타일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무리뉴 감독 시절의 첼시는 강력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쉽게 지지 않는 팀 컬러를 자랑했습니다. 2004-05시즌 38경기에서 11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 중심의 경기를 펼쳤고 그 짜임새가 매우 견고하고 단단했습니다. 슈팅 숫자와 볼 점유율에서 상대팀에 밀리더라도 스코어에서는 늘 앞섰던 것이 무리뉴 체제의 모습이었습니다. 좌우 윙 포워드를 앞세워 빠른 역습 전개를 펼치는 공격 형태는 그랜트-히딩크 체제에서의 주 공격 전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다이아몬드 정착 성공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습니다.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올 시즌 5경기 슈팅 숫자, 볼 점유율에서 상대팀에 우세를 점했고 그 효과는 90분 동안 경기를 주도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무리뉴-그랜트-히딩크 체제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수비적인 임무가 많았던 좌우 풀백들은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 공격 지향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애슐리 콜-보싱와의 오버래핑이 잦아진 것, 그리고 애슐리 콜이 29일 번리전에서 넣은 골 과정이 그 예죠.

안첼로티 감독의 첼시와 무리뉴 감독의 첼시는 엄연히 스타일이 다른 팀 입니다. 첼시가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한 것은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목적과 더불어 무리뉴 감독 시절의 전술에서 완전히 탈피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 흐름은 시즌 초반부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에 빠르게 적응하여 새로운 전술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제 다이아몬드 전술을 매 경기마다 효과적으로 운용하여 선수들의 적응도를 더 높이면 안첼로티 효과를 앞세운 첼시는 비약적인 행보를 걸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난 첼시의 앞날이 심상치 않은 이유입니다. 유럽 무대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화려하게 빛났던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이 이제는 프리미어리그까지 정복할 조짐입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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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 Chelsea v Everton FA Cup Final

[사진=2008/09시즌 첼시의 FA컵 우승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C) 티스토리 PicApp]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첼시의 오름세가 점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데 이어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내리 이기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지금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첼시는 23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풀럼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8분 디디에 드록바가 풀럼 문전 정면에서 니콜라스 아넬카의 전진패스를 이어받아 선제골을 작렬했고 후반 30분에는 아넬카가 드록바의 패스를 받아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드록바와 아넬카는 사이좋게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승으로 순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히딩크 효과+안첼로티 효과=첼시 오름세

첼시의 올 시즌 전망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전자격에서는 맨유-리버풀-아스날과 달리 주력 선수 이탈이 없는데다 '이탈리아의 전략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했기 때문에 우승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후자격에서는 안첼로티 감독의 4-4-2 다이아몬드 시스템이 프리미어리그에 맞지 않는 전술인데다 피를로-파투-아구에로-리베리 같은 걸출한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콜라리 시즌2'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첼시의 앞날이 어찌될지 판가름하기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결과는 긍정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습니다. 첼시는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16일 헐 시티전에서는 각각 우승과 리그 개막전 첫 승을 거두었음에도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19일 선더랜드전부터 경기력이 개선되는 모양새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더니 이번 풀럼전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쳐 전력이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전술은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느낌이 좋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첼시는 풀럼전에서 슈팅 숫자 16-6(유효 슈팅 4-1) 볼 점유율 61-39%의 우위를 점하며 상대팀을 요리했습니다. 특히 첼시의 두 골을 완성지은 드록바와 아넬카의 유기적인 호흡이 빛났습니다. 전반 38분 첫 골 장면에서는 아넬카의 종패스가 상대 포백을 뚫고 드록바에게 향했던 것이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30분 두번째 골 장면은 드록바의 전진패스가 아넬카의 골로 연결됐습니다. 두 선수는 그랜트-스콜라리 체제에서 서로간의 스타일 중복 때문에 투톱으로서 호흡이 안맞을거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우려를 실력으로 뒤집으며 풀럼전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완성이 안첼로티 체제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바로 히딩크 체제였습니다. 드록바와 아넬카는 히딩크 체제에 이르러 서로간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랜트 체제에서는 드록바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 및 무릎 부상 때문에 결장 빈도가 적지 않았고 스콜라리 체제에서는 드록바가 부상 및 주전 경쟁 탈락으로 아넬카와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임시 사령탑 부임 초기 '드록바-아넬카' 투톱 카드를 꺼내들며 두 선수의 공존이 성공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 결과는 성적 부진 위기에서 벗어나 새롭게 순항할 수 있는 발판의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중원 안정과 측면 공격 강화를 위해 4-3-1-2에서 4-3-3으로 포메이션을 바꿔 아넬카를 오른쪽 윙 포워드, 드록바를 중앙 공격수로 놓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두 선수의 공존은 스리톱에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넬카가 드록바의 골을 돕는 도우미로 변신하면서 측면쪽으로 빠지는 움직임과 발군의 패싱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이 드록바의 공격 역량을 늘려주게 됐습니다.

드록바-아넬카 투톱은 히딩크 체제에서 유기적인 호흡이 단련되었기 때문에 안첼로티 체제에서도 무르익는 콤비 플레이를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첼시의 다이아몬드 전술이 성공하려면 투톱의 공격 마무리와 매끄러운 공격 전개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맹활약이 필수입니다. 만약 두 선수가 히딩크 체제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첼시의 공격 마무리가 어떤 형식으로 짜여졌을지는 예측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스콜라리 체제에서 방출 위기에 놓였던 드록바-말루다의 탁월한 기량을 믿으며 주전으로 전격 기용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스콜라리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해 팀을 떠날 위기에 처했으나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두 선수가 첼시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칠거라 예견했던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 이었습니다. 드록바는 지난 2월 25일 유벤투스전부터 4월 18일 아스날전까지 11경기에서 9골 넣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과 FA컵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말루다는 특유의 빠른 기동력과 화려한 발재간을 되찾으며 첼시 공격의 새로운 활력소로 거듭났습니다.

드록바와 말루다는 안첼로티 체제에 없어선 안될 공격 옵션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드록바는 리그 3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첼시 3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말루다는 다이아몬드 전술에서 램퍼드(데쿠)-에시엔-발라크(미켈)보다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고 활발한 침투 능력을 과시하며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히딩크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두 선수는 첼시를 떠나 다른 팀에서 뛰었을지 모르며, 첼시는 두 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스콜라치 체제에서 좌초하던 첼시를 제대로 완성시켜 임시 사령탑의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거둔 성과는 안첼로티 체제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전술도 이제는 성공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를 밝게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히딩크 효과와 안첼로티 효과가 서로 결합한 올 시즌 첼시의 행보가 탄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남은 관건은 안첼로티 효과의 성패를 좌우하는 다이아몬드 전술이 얼마만큼 완성되느냐 여부입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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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 chelseafc.co.uk]

클라우디오 라디에리, 조세 무리뉴, 아브람 그랜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4명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하나는 첼시의 감독을 맡은 것이고 또 하나는 성적 부진 및 여러가지를 이유로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에 의해 경질되었던 지도자들입니다. 첼시 팬들의 박수를 받지 못하고 쓸쓸히 런던을 떠나야만 했던 존재들이죠. 어찌보면 첼시의 잘못된 악순환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달랐습니다. 첼시 임시 사령탑 재임기간의 마지막 경기인 30일 FA컵 결승 에버튼전에서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죠. 이제 히딩크 감독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맡았던 첼시 임시 사령탑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에 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팀을 떠나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아울러 첼시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면서 런던과 작별하게 됐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첼시팬들과 고별행사를 치렀습니다. 지난 18일 블랙번과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작별 행사를 했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경질로 팀을 쓸쓸히 떠나야만 했던 다른 4명의 전 첼시 감독과 대조되는 작별 장면 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첼시의 우승을 이끌었으니 그야말로 '영웅'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히딩크 감독이 4명의 감독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 입니다. 아직도 많은 첼시팬들은 역대 첼시의 최고 사령탑으로 '히딩크 감독이 아닌' 무리뉴 감독(현 인터 밀란)을 꼽고 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유럽 축구의 '신흥 명문'으로 이끈 존재이기 때문이죠. 또한 라니에리 감독은 첼시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달릴 수 있었던 초석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랜트 감독은 첼시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견인했고, 스콜라리 전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던 지도자입니다. 히딩크 감독과 4명의 명암이 엇갈린 것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경질 유무에 따른 차이였습니다.

그럼에도 히딩크 감독이 첼시팬들의 박수를 받고 팀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스콜라리 체제에서 좌초하던 팀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첼시의 올 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시즌 초반 1위를 달리며 순항했지만 중반부터 선수들의 경기력 및 체력 저하, 선수단 내분까지 겹쳐 4위로 미끄러지면서 지난 2월 스콜라리 전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또한 이적생 데쿠는 프리미어리그 적응 실패로 팀 전력에 어떠한 공헌을 하지 못했고 드록바-발라크-체흐-카르발류-조 콜은 경기력 부진 및 부상으로 이름값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드록바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온갖 구설수를 일으키며 팀의 이미지를 먹칠했죠.

그래서 지난 2월 중순 첼시의 임시 사령탑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에게 주어진 여건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이미 1월 이적시장이 끝나면서 자신이 원하는 다른 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기 때문에 한정된 선수층으로만 싸웠던 것이죠.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은 잦은 감독 교체로 전술 흐름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데다 스티브 클라크 전 수석코치가 웨스트햄으로 이적하면서 체력이 약해졌고, 스콜라리 체제에서 불거진 기강 문제가 팀의 불안 요소로 꼽히게 된 것이죠. 더욱이 2월에는 시즌 후반에 접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첼시가 감독 교체를 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감독이라면 여러가지 난관에 놓인 첼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잉글랜드 BBC는 지난 2월 13일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몇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중 75%가 우승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지난 2월 19일 <유나이티드 리뷰>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오더라도 첼시의 우승은 힘들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첼시가 여러가지 문제에 놓인데다 히딩크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은 시기가 늦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앞날 상황을 비관적으로 봤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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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17일 블랙번전 종료 후 선수단과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있는 히딩크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 chelseafc.co.uk]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첼시 사령탑을 맡은 24번의 경기에서 18승5무1패의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죠. 승률이 75%였으니 4번 경기하면 3번은 이긴 꼴입니다. 그 중 프리미어리그는 11승1무1패를 기록했으니 리그 4위 부진으로 경질된 스콜라리 체제와 대조적인 행보를 걸었습니다. 여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과 FA컵 우승까지 더해지면서, 스콜라리 체제에서의 패착으로 벼랑끝에 있던 첼시의 순항을 이끌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여러 팀 감독을 맡으면서 쌓았던 노하우를 첼시에 그대로 접목했기 때문입니다. 이적시장 기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팀 내 규율을 강화하여 선수단 잡음을 줄이려 했고 '램퍼드-에시엔-발라크' 중심의 안정적인 팀 컬러를 축으로 베스트 일레븐 위주의 선수 기용을 단행 했습니다. 이어 스콜라리 전 감독과 마찰을 빚으며 벤치를 달구던 드록바를 팀 공격의 중심으로 활용하여 대들보의 진가를 믿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많은 팬들은 히딩크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4강 2차전에서 FC 바르셀로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이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후반 47분 첼시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면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히딩크 감독을 질기도록 괴롭혔던 '4강 징크스'는 깨질 수 있었습니다. 일부 팬들은 히딩크 감독이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한 것에 반감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파상적인 공격을 비롯 첼시의 취약한 윙어 자원(아넬카가 측면 공격수를 맡을 정도로 날개가 불안했죠. 히딩크 감독 부임 초기에는 투톱이었습니다.)을 고려하면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겁니다. 또한 수비축구도 어디까지나 축구일 뿐이니까요.

그럼에도 첼시 팬들과 선수들, 그리고 구단 수뇌부들은 히딩크 감독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성적 부진으로 위기에 치닫던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한 것만으로도 감사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히딩크 감독은 그들에게 다음 시즌에도 감독을 맡을 것을 부탁 받았지만 러시아 대표팀을 위해 이를 거절 했습니다. 첼시 임시 사령탑 계약 기간 종료 후 다시 러시아 대표팀에 돌아가야 하는 신분이기 때문이죠. 물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지원속에 첼시 사령탑을 계속 맡을 수는 있었지만 끝내 그가 택한 것은 러시아와의 의리 였습니다.

어쨌든 히딩크 감독은 첼시와 아름다운 인연을 맺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한국 대표팀을 시작으로 해서 PSV 에인트호벤, 호주 대표팀, 러시아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감독을 맡는 팀마다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첼시의 감독을 맡아 '영웅'이 된 히딩크 감독의 성공 신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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