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정호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조광래호의 11월 A매치 2경기 화두는 기성용 공백 이었습니다. 기성용이 건강 문제로 대표팀 합류가 힘들어지면서 센터백 홍정호가 대체자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 일본전에서 후반전에 교체투입하여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하면서 한국의 균형잡힌 공격이 가능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활약이라면 조광래 감독에 의해 언젠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할 여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UAE-레바논전이 끝난 상황을 돌이켜보면, 홍정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은 실패작으로 끝났습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선수가 조광래호의 전술적 에이스를 도맡았던 기성용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UAE전에서는 수비력에서 많은 공헌을 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허리에서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조광래호의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홍정호는 두 경기에서 잦은 패스미스를 범하며 팀 공격이 끊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레바논과의 후반전에서는 왼쪽 풀백으로 내려갈 정도로 중원에서 믿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홍정호 경기력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 맞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센터백으로 뛸때도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부정확한 패스를 날리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볼 배급이 중요하지만 홍정호는 그 역할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홀딩맨으로 활동하기에는 구자철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폼이 전체적으로 안좋았습니다. 대표팀이 그동안 기성용 경쟁자를 염두하지 못했던 것이 홍정호의 부진으로 이어졌고, 더 넓게는 레바논전 패인 중에 하나 였습니다.
여론에서는 조광래 감독의 포지션 파괴를 비판합니다. 그런데 홍정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은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조광래호가 기성용 대표팀 제외를 결정한 날은 11월 9일 이었습니다. 당시 대표팀은 UAE 두바이에서 훈련을 했었죠. 현지에서 추가 대표팀 선수를 발탁하기에는 UAE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던 촉박함이 있었습니다. 두바이에 합류한 선수 중에서 기성용 대체자를 뽑아야 했고 홍정호가 낙점됐습니다. 윤빛가람을 기성용 대체자로 활용하기에는 수비력이 약하며, 상대팀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기에는 수비쪽으로 내려오는 스피드가 처집니다. 이용래는 박스 투 박스로서 움직임에 강한 선수였죠. 애초부터 기성용 대체자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성용은 조광래호 출범 이후 줄곧 A매치에 참가했습니다. 11월 A매치 명단에 포함된 수순이 자연스러웠죠.(끝내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하지만 기성용은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특히 셀틱이 유로파리그에 참가하면서 기성용이 혹독한 일정을 소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표팀의 문제점은 기성용의 과부하를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기성용이 대표팀 2경기에서 총 180분을 소화할 몸인지 생각했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기성용 공백을 메울 적임자는 현 대표팀 선수 중에서 없었습니다. 그나마 홍정호의 아시안컵 일본전 맹활약 경험이 위안이었죠. 마지못해 홍정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습니다.
아무리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할지라도 기성용처럼 공격과 수비에서 균형을 맞춰줄 수비형 미드필더는 흔치 않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기성용이 대표팀 중원에서 쌓았던 내공을 누군가 완벽하게 채우기에는 역부족 입니다. 그렇다고 기성용의 무리한 출전을 바라기에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잘못된 일이죠. 홍정호의 레바논전 부진이 아쉬웠지만, 전문 수비수에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완벽함을 요구하기에는 어색함이 있습니다. 라면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 요리를 기대할 수는 없죠.
조광래 감독의 포지션 전환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 배치를 바꾸는 임기응변의 전술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스페인 대표팀은 다비드 비야가 왼쪽 윙어로 뛰었고(4강&결승전에서 원톱 복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습니다. 두 선수는 이전에도 측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광래호에서는 홍정호의 사례처럼 특정 선수에게 낯선 포지션 전환이 계속 되었죠. 조영철-김재성-이재성 오른쪽 풀백 전환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박주영-지동원-손흥민-구자철의 포지션 전환이 끊임없이 계속되었죠. 레바논전에서는 이근호-이용래가 포지션을 옮겼습니다. 조광래호는 포지션 전환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팀은 클럽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2012년에는 대표팀이 기성용 대체자를 염두해야 합니다. 기성용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세대로서 엄청난 경기 일정에 직면했습니다. 2012년 6월 아시아 최종예선 3경기, 런던 올림픽 준비 기간 사이의 간격이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기성용이 앞으로 셀틱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할 것으로(올 시즌 하반기 셀틱에 잔류할 경우) 예상되는 상황에서 2012년 6월 3경기를 모두 뛸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 듭니다. 홍정호도 기성용과 더불어 런던 올림픽에서 중요한 선수로서, 조광래호가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발탁해야 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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