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를 상대로 기분좋은 2연승을 올린 한국 야구 대표팀이 16일 숙적 일본과 격돌한다. 일본을 꺾으면 3연승으로 준결승 진출 가능성이 밝겠지만 ´WBC 챔피언´ 일본의 전력은 강하다.

한국이 일본 격파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은 선발 투수로 기용 될 ´ 기교파´ 와다 쓰요시(27, 소프트뱅크 호크스). 2003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 예선 당시 한국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4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투수로서 특이한 투구폼에서 뿜어 나오는 슬라이더와 변화구를 앞세워 한국을 2-0으로 요리한 경력이 있다. 당시 한국은 와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채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와다는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해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구속이 140km 초중반을 웃도나 기교파 투수로서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변화구의 낙차가 큰 장점이 있다. 공을 최대한 숨긴 상태에서 던지는 와다만의 특이한 투구폼은 상대 타자들이 공의 구질을 읽기 어려울 정도.

일본이 좌완 투수 와다를 한국전에 선발로 기용하는 이유는 대표팀의 앞 타선이 왼손타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전에서 1~4번을 맡았던 이종욱과 이용규, 이진영, 이승엽이 모두 왼손타자이며 특히 이승엽은 와다와의 일본 프로야구 전적에서 21타수 3안타(타율 0.143) 삼진 7개 홈런 1개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로 유명한 ´늙은 여우´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이 한국의 단점을 모를리 없다. 와다는 타자를 ´약올리는´ 변화구 피칭에 강해 5년 전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전적이 있으며 이번 올림픽에서 유독 변화구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 타자를 꽁꽁 묶을 수 있다는 것이 호시노 감독의 계산이다.

그러나 와다에게도 약점은 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8승 4패 평균 자책점 3.78로 특급 선수 치고는 평범한 기록을 거두고 있다. 2006년과 2007년에 평균 자책점을 각각 2.98, 2.82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왼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제구력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와다는 전형적으로 홈런에 약하다. 신인이었던 2003년 홈런 26개를 허용한 뒤 23개, 17개, 18개, 15개로 줄이고 올 시즌엔 10개를 내줬지만 본래 홈런에 약했던 선수임을 파악할 수 있다. 구속이 빠르지 않아 제구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홈런을 얻어 맞았는데 이번 한국전이 자국 리그보다 부담이 가중되는 국제경기라는 점에서 예전보다 떨어진 제구력이 한국 타자들에게 통할지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와다는 오른손 타자에 약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오른손과 왼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2할7푼8리(320타수 89안타 6홈런)와 2할4푼6리(114타수 28안타 4홈런)를 기록해 오른손 타자와의 승부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한국은 와다를 공략하기 위한 해법으로 오른손 타자들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소속팀 SK와 두산에서 상위 타선을 맡는 '발 빠른' 정근우와 고영민이 일본전에서 앞쪽에 배치 될 가능성이 있으며 김동주, 이대호, 이택근 같은 오른손 거포들의 장타가 빛을 발하면 와다와 일본 대표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한다. 와다가 홈런과 오른손 타자에 약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맹활약이 절실한 이유다.

일본전 승리는 두 경기 연속 타격 부진에 시달린 '오른손 중심 타자' 김동주와 이대호의 부활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일본과의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부진했던 두 거포가 대표팀의 중심 타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와다의 변화구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선구안이 좋기로 유명했던 두 거포가 독특한 투구폼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와다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국의 3연승을 이끌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타선 부진이 심각하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5일 캐나다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 3안타에 그쳤다. 3회초 정근우의 솔로 홈런과 류현진의 9이닝 완봉 호투로 간신히 1-0으로 승리했지만 답답한 타선 때문에 빈공에 허덕였다.

지난 13일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9안타 8득점을 기록했던 한국은 다음날 중국전서 무명의 리천하오에게 6회 2사까지 3안타 무득점의 수모를 겪었다. 캐나다전에서도 타선 부진이 이어지면서 16일 일본전을 앞두고 공격력에 비상이 걸렸다.

야구 대표팀의 타선 부진 속에서 많은 화살을 받는 태극 전사는 야구 대표팀 4번 타자 이승엽(32, 요미우리). 그는 세 경기에서 9타수 1안타(미국전 1타점 2루타)에 그쳤으며 14일 중국전에서 두 타석 모두 뜬공으로 물러났고 15일 캐나다전에서는 두 번의 내야 땅볼과 삼진을 기록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 다른 중심타선´ 김동주와 이대호도 캐나다전에서 무안타에 그쳐 대표팀의 타선 부진을 부채질한 상황.

이승엽은 올해 요미우리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져 100여일 동안 2군에 내려가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엄지손가락 부상 영향도 있었지만 최상의 스윙 폼을 잃은 것이 부진 요인으로 지적된 것. 그는 연습생처럼 하루 500차례 스윙을 거듭하는 배팅 훈련 끝에 지난달 1군에 복귀했지만 단 한번의 홈런(7월 28일 히로시마 카프전 투런 홈런)을 제외하고는 타석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심어주지 못했다.

문제는 그 여파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 이승엽은 자신의 고질적인 단점인 변화구와 몸쪽 코스에 약한 모습을 보였으며 나쁜 공에 손이 많이 나가며 경기를 끌려 다녔다. 전체적인 타격폼도 홈런을 의식한 듯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이며 상대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잘 나가던´ 예전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5일 캐나다전을 SBS 김정준 해설위원과 함께 해설을 맡았던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의 위압감이 많이 사라졌다. 배팅할 때 의욕이 너무 없다. 이승엽 뿐만 아니라 몇몇 타자들이 허리가 일찍 돌아가는 느낌이다"며 이승엽의 부진을 자신감 저하로 지적했다.

물론 이승엽은 16일 일본전에서 4번 타자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5년째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선수로서 다른 동료 선수들보다 일본 투수들의 구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 그가 한국의 ´국민 타자´이자 요미우리의 70대 4번 타자 출신이란 점에서 이번 일본전은 반드시 맹활약이 전제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상대는 이승엽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오노 유카타 일본 야구 대표팀 투수 코치는 지난달 28일 일본 일간지 스포츠닛폰을 통해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리면 한국은 사기가 오른다. 일본 투수들이 이승엽을 상대로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승엽이 한국 대표팀에 영향을 주는 거포라고 치켜 세우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승엽은 일본전에서 상대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 타선의 중심´ 이승엽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 집중 견제에 들어갈 수 밖에 없으며 유인구를 위주로 승부를 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집중 견제는 1997년 삼성 시절 홈런왕에 오르면서 시작돼 일본에서 계속됐던 것이라 경험 풍부한 베테랑 이승엽에게 문제되지 않는다. 철저한 선구안으로 좋은 공이 날아오면 한 방을 날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이승엽은 일본전에 강한 선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과 3-4위전에서 일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두번씩이나 홈런으로 울리며 한국의 3위 달성을 이끌었고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본전에서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더구나 미국전에서는 특급 좌완 돈트렐 윌리스의 초구를 홈런으로 받아치는 등 5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여러 국제 경기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다했다.

야구 대표팀의 두 경기 연속 타선 부진에 지친 팬들은 대표팀의 화끈한 승리와 함께 이승엽의 부활포를 바라고 있다. 일본전 같은 주요 국제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면 한국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의 승리를 이끄는 이승엽의 맹타가 절실한 이유다.

이승엽에게 있어 이번 일본전은 한국은 물론 일본 야구팬들의 흥미를 끄는 경기. 한국 타선의 중심인 이승엽이 또 다시 일본을 울리는 홈런을 앞세워 한일 야구팬들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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