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에게 0-3 패배의 충격을 안겨줬던 카가와 신지-혼다 케이스케 (C) 일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jfa.or.jp)]

한국 축구에게 '삿포로 참사'라는 뼈아픈 충격을 안겨줬던 자케로니 재팬의 중심에는 카가와 신지(22, 도르트문트) 혼다 케이스케(25, CSKA 모스크바)가 있었습니다. 카가와는 2골, 혼다는 1골을 넣으며 일본의 3-0 승리를 이끌었죠.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일본 축구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는 선수들입니다. 미우라 가즈요시, 나카타 히데토시, 나카무라 슌스케의 뒤를 잇는 일본 축구의 두 버팀목으로 성장했죠. 혼다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해서 나카무라와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했고 카가와는 자케로니 재팬 출범 이후 일본 대표팀 입지가 급상승했던 인물입니다.

카가와-혼다는 그동안 일본인 선수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저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일본 축구에 대해서 안좋은 눈빛을 보내는 한국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죠. 한국 축구팬들 마음 속에서는 '한국 축구>일본 축구'의 흐름이 계속 되기를, 박지성이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영웅이 일본에서 등장하지 않기를 원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카가와-혼다를 먼저 깎아내리고 선수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축구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혼다는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 무서운 일본 선수들입니다.

카가와-혼다, 두 유럽파가 성장하고 있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에이스 입니다. 괴체, 그로스크로이츠, 바리오스 같은 수준급 공격 옵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같은 포메이션을 쓰는 일본에서는 혼다에게 밀려 왼쪽 윙어로 출전하고 있지만 도르트문트에서는 본래 포지션에서 활약중이죠. 소속팀 입지가 확고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2010/11시즌 26경기 10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득점력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지난 6일 함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는 자신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는 아쉬움 속에서도 상대 수비 빈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도르트문트의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런 카가와도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같은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죠. 도르트문트에 진출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즉시 빅 클럽으로 떠날 일은 없을 겁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은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죠.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기에는 '갈락티코' 멤버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4-4-2를 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카가와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이 없습니다. 영건을 선호하는 아스널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요.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에서 맹활약을 펼쳤기에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겁니다.

특히 올 시즌은 자신의 명성을 유럽 무대에서 화려하게 떨칠 절호의 기회 입니다.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본선에 진출했죠. 사힌의 레알 마드리드 공백을 귄도간으로 대체했고, 귄도간은 함부르크전에서 정확한 패싱력과 너른 시야로 경기를 조율하며 카가와와 함께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함부르크전 경기력을 놓고 보면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칠 잠재력이 충만합니다. 사힌 이탈 공백이 예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선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카가와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분데스리가에서 여전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 유럽 빅 클럽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죠. 어디까지나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도르트문트에서 훌륭한 지도자와 좋은 선수들과 한 팀에서 뛰고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챔피언스리그 맹활약에 힘입어 탄탄하게 성장하면 개인 파괴력이 지금보다 부쩍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는 일본과 A매치를 치르면서 유럽 경험이 풍부해진 카가와와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죠. "한국 수비가 약하다"는 카가와의 발언은 일리 있는 자신감 이었습니다.

사실, 혼다는 저평가가 불가피 했던 인물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 "수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돌출적인 발언과 화려한 입국 패션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적설의 아이콘'으로 유명하죠.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항상 유럽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최근에는 주춤했지만 남아공 월드컵 종료 이후에는 10개 넘는 유럽 클럽들의 이적설에 직면했죠. 자신의 실력에 비해 빅 클럽 이적설이 잦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CSKA 모스크바에 잔류하면서 빅 클럽 이적설은 거품이었던 것이 입증됐죠. 국내에서 안티팬들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최근 일본전에서 혼다에게 쩔쩔메는 수비력을 일관했습니다. 2010년 5월 일본 원정에서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김정우가 혼다 봉쇄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2-0 승리를 공헌했지만 그 이후 일본전 3경기가 문제였습니다. 2010년 10월 일본전에서는 조용형이 경기 전체적 흐름에서는 혼다를 잘 막았습니다. 하지만 후반 막판 혼다의 마크를 놓치자마자 실점 위기 상황을 연출했던 아쉬움이 있었죠. 2011년 1월, 8월 일본전에서는 누구도 혼다의 공격력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혼다의 소속팀은 여전히 CSKA 모스크바 였지만 특히 한국전에 강한 인상을 남겼죠.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의 우승을 이끈 공로에 힘입어 대회 MVP(최우수 선수)에 선정 됐습니다. 개인 커리어 만큼은 확실하게 성장했습니다.

혼다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살려줄 최적의 포지션이 없습니다.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경기 완급 조절과 지구력이 부족해서 팀의 몇몇 연계 플레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자신을 거칠게 따라붙는 홀딩맨이 있거나 끈질긴 협력 수비를 받으면 힘을 못쓰는 타입이죠. 하지만 상대팀 선수와의 1:1 상황에서는 눈에 불을 킨것 처럼 빠른 순간 스피드로 공간을 침투합니다. 공간이 열리기만 하면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으며 원투패스를 노리거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팀의 골 기회를 연출합니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위치선정이 특출난 미드필더 입니다. 한국 같은 수비가 불안한 팀은 혼다에게 무너지기 쉽죠. 김정우에게 봉쇄당했을 때는 한국의 전임 감독 체제가 완성된 시기였지만요.

그런 혼다는 거칠기로 손꼽히는 러시아 리그 감각에 익숙합니다. 듬직한 체구를 자랑하는 러시아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볼을 지켜내는 노하우가 있죠. 언제 러시아 리그를 떠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1년 8개월 동안 CSKA 모스크바에서 뛰면서 상대의 거친 수비에 면역되었을지 모릅니다. 아시안컵때는 전반전에 활동 범위를 좁히면서 오버 페이스를 줄이다가 후반전에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던 경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유럽 경험이 계속 쌓이면 지금의 클래스를 넘어서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나이는 25세 입니다. 앞으로 몇년 동안 한국 축구와 상대할 주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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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9, 2010 - Durban, SOUTH AFRICA - epa02210932 Japan's Keisuke Honda before the FIFA World Cup 2010 group E preliminary round match between Netherlands and Japan at the Durban stadium, Durban, South Africa, 19 June 2010.

[사진=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원톱을 맡아 2골을 넣은 혼다 케이스케. 하지만 혼다의 원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입니다. 일본의 원톱 자원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 대표팀을 짊어질 '자케로니 재팬'의 출발은 기대 이상 이었습니다. 출범 첫 경기였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0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고, 12일 한국전에서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으나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한데다 한국전 3연패를 허락하지 않는 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내년 1월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를 조짐입니다. 2000-2004년에 아시아를 제패했던 만큼,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 합니다.

그런 일본 축구의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남아공 월드컵때 보다 경기력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이 향상되었고 그 속에서 과거 일본 축구에 깊게 투영되지 않았던 승리욕을 길렀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까지 패스-점유율 위주의 축구 패턴을 고수했으나 이제는 압박 축구에 눈을 뜨면서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응집력이 강화됐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는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침투를 적극 구사하고 전진패스의 빈도를 늘리면서,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 및 판단력이 영민하게 변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하세베-엔도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있습니다. 두 선수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상대를 찰거머리처럼 압박하면서 포백이 수비 부담을 덜 느끼게 됐습니다. 일본이 툴리우-나카자와 센터백 콤비 없이도 아르헨티나-한국전에서 무실점의 성과를 낸 원인은 하세베-엔도의 수비력이 강하다는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두 선수가 중원을 든든히 버티면서 공격 옵션들이 후방을 의식하지 않고 전방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두 선수는 많은 볼 터치를 통해 쉴새없이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타이밍-세기 모두 흠잡을 것 없으며 때에 따라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공격 연결까지 펼칩니다. 어쩌면 두 선수의 중원 조합은 아시아 최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 가지의 고질적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바로 공격수입니다. 90년대의 미우라-나카야마 세대 이후 대표팀에서 꾸준히 골을 넣거나 위협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던 공격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 조 쇼지-야나기사와-다카하라-스즈키-쿠보 같은 공격수들이 등장했지만 20대 중반 또는 후반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범주에 포함 될 수 있는 오쿠보 요시토는 오카다 체제에서의 성공적인 왼쪽 윙어 전환을 통해 만회한 인상이 짙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공격수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일본의 아르헨티나전과 한국전 행보는 완벽에 가까운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공격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원톱이었던 모리모토 다카유키, 한국전 원톱이었던 마에다 료이치는 상대 수비수들에 의해 정적인 활동 패턴이 읽히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모리모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힘으로 공격 전개를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펼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에다는 한국전에서 철저하게 부진하며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흐름은 몇 개월전의 오카다 체제에서도 비롯됐습니다. 일본의 원톱이었던 오카자기 신지는 지난해 A매치에서만 15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골은 약팀을 상대로 거둔 결과물입니다. 상대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면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약점을 남겼고, 이 같은 패턴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두드러지면서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으로 귀결됐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오카자키를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오른쪽 윙어 혼다를 원톱으로 올리는 포지션 변화를 감행했습니다. 혼다는 덴마크전 무회전 프리킥을 포함해서 2골을 넣으며 일본의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오카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오카자키의 당시 대표팀 부진은 어쩔 수 없었던 결과였습니다. 오카자키는 혼다처럼 전형적인 원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투철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는 타입에 속합니다. 2선과 측면에서의 활동이 많은 선수이며 그 과정에서 다득점을 양산했습니다. 반면 최전방은 후방의 패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움직임이 고정되기 쉬웠습니다. 오카자키에게는 그 역할이 몸에 안맞았던 것이죠.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엄청난 기동력을 발휘한 끝에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그동안 오카자기카 중앙 공격수로 뛰었던 것은 일본 공격수 자원이 취약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일본이 지난 두 번의 A매치에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이유는 2선 미드필더들이 원톱의 단점을 커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오카자키-카가와-혼다가 상대 배후 공간을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부지런히 활동 폭을 넓히며 일본이 경기 흐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오카자키가 결승골까지 성공시키면서 그 빛을 더했습니다. 한국전에서는 오카자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고, 카가와-마쓰이 같은 좌우 윙어들이 침묵을 지켰지만 혼다가 후반 중반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후반 초반까지는 부진했지만 그 이후 조용형의 뒷공간을 노리는 돌파를 적극 시도하며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하지만 마에다의 부진 때문에 결국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경기 흐름은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모리모토-마에다를 능가할 수 있는 원톱은 일본 축구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믿음을 주거나 아니면 오카자키-혼다-카가와 중에 한 명이 원톱을 대신 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센터백 툴리우를 원톱으로 세우기에는 무모한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투톱 전환 가능성은 더욱 비현실적 입니다. 투톱으로 변신하면 일본 미드필더진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고, 공간에 대한 부담이 심해지면서 공수 밸런스 및 조직력이 깨지는 역효과가 벌어집니다. 결국, 일본은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진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원톱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충분한 팀입니다. 하지만 원톱 문제는 우승 행보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의지하기에는 전술적인 유연성, 개인 공격력이 절대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잘 이겨냈지만 아시안컵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축구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자케로니 감독 입장에서도 언젠가 이 부분을 심도있게 고민할지 모릅니다. 과연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 행보가 무난할지, 아니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의해 원톱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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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s Keisuke Honda reacts during the 2010 World Cup Group E soccer match against Cameroon at Free State stadium in Bloemfontein June 14, 2010. REUTERS/Siphiwe Sibeko (SOUTH AFRICA - Tags: SPORT SOCCER WORLD CUP)

[사진=혼다 케이스케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월드컵 스타' 입니다. 본선 1차전 카메룬전에서 마쓰이 다이스케의 크로스를 받아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본선 3차전 덴마크전에서는 왼발 무회전 프리킥으로 상대 골망을 흔드는 강렬한 장면을 선사했죠. 2골을 넣으며 일본의 고질적 문제였던 킬러 부재를 해결하며 자국 축구팬들의 영웅 같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혼다는 유럽 빅 클럽들의 이적설 주요 대상자로 떠오르면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맨유,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비롯해서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발렌시아, 도르트문트, 마르세유, AC밀란 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10개가 넘는 빅 클럽 및 그에 준하는 클럽들의 이적설에 직면했죠. 비록 그 이적설들이 부풀려진 것은 분명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맹활약을 통해 얼마만큼 여론의 관심과 시선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이적설이 한창 나돌때까지만 하더라도 혼다의 차기 행선지는 빅 클럽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럽 축구 여름 이적시장이 종료되면서 혼다의 거취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모스크바 소속으로 뛰고 있으며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소속팀에 잔류해야 합니다. 물론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 중에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거나 부풀려진 것이기 때문에 혼다의 빅 클럽 이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축구 최정상급 스타보다 이적설이 광범위하게 퍼졌음에도 모스크바에 잔류한 것은 '혼다의 현 주소'를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유럽 빅 클럽들이 혼다를 원하지 않았거나 또는 우선적으로 영입할 대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혼다가 남아공 월드컵이 낳은 '거품 스타'라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혼다는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그림같은 2골, 그리고 그 중에 한 골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과 견줄 가치가 있는 슈팅으로서 세계 축구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많은 빅 클럽들의 이적설이 전해졌지만 현실은 소속팀 잔류입니다. 해당 언론의 기사 중에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혼다와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문일입니다. 언론들이 이적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유명 선수의 이적설을 띄우듯, 혼다는 그들의 주요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혼다의 이적설 중에는 일본 언론에서 처음 보도된 내용이 몇몇 있습니다.

우리는 혼다를 통해서 빅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예리한 시각을 세우고, 영입 결정에 냉정한 잣대를 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빅 클럽이라고 해서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2골 장면 및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세비야전에서의 가공할 프리킥 능력만을 우선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과연 클럽에 필요한 선수일까?'라는 기준에서 시작하면서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인지 면밀하게 검토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영입하는 것을 '아마추어 같은 발상'이라고 여길지 모릅니다.

물론 혼다는 일본 축구의 아이콘이기 때문에 빅 클럽 입장에서 짭짤한 마케팅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야 하는 빅 클럽 입장에서는 확실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아시아 선수의 영입을 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위 '선수 마케팅'이 꾸준하게 성공하지 못합니다. 혼다 같은 경우에는 네덜란드-러시아리그에서 활약한 경험 및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빅 클럽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혼다의 AC밀란 이적설 같은 경우에는 마케팅을 염두한 영입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빅 클럽들은 팀에 적지 않은 마케팅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혼다를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빅 클럽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인지 의문만 늘여놓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언론에서는 혼다의 이적설을 띄우는데 주력했지만 빅 클럽의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그 이유는 빅 클럽들이 혼다의 실제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론과 다른 분위기를 나타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혼다는 다른 일본인 선수에 비해 다부진 체격(182cm, 74kg)을 지닌데다, 피지컬이 좋으며, 강인한 승부근성을 앞세워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펼칩니다. 날렵한 드리블과 유연한 볼 컨트롤를 앞세워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테크니션형 미드필더로서 일본 공격의 에이스로 거듭났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톱이었던 오카자키 신지가 부진한데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공격수가 취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다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소속팀 모스크바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것 처럼, 빅 클럽은 '공격수 혼다'가 아닌 '미드필더 혼다'를 눈여겨 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입니다. 빅 클럽 입장에서는 서로의 특징이 차별화 된 선수를 원하지만, 혼다는 킥력을 제외하면 나머지의 능력이 빅 클럽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부족합니다.(나카무라 슌스케 또한 마찬가지였고 대부분의 일본 선수들이 그런 예 입니다.) 아무리 일본 선수 중에서 피지컬이 좋아도 거구를 상대로 몸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는지, 경기 내내 열심히 뛰어다니며 궂은 역할까지 도맡을지 의문입니다. 혼다는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두 가지 역할을 겸비해야 하지만, 수비가담을 꺼리는데다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팀의 공격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모스크바에서 종종 있었습니다. 일본 대표팀에서와 달리 모스크바에서는 경기를 조율하며 팀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재치가 부족하며 경기를 주도하는 무게감이 실리지 않습니다.

혼다의 패싱력과 기술력은 유럽 무대에서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빅 클럽에는 그런 재능이 특출난 인재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리 일본 축구가 아시아에서 패싱력과 기술력이 으뜸이지만(최근에는 한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모양새지만) 빅 클럽 선수들도 그런 능력을 기본적으로 겸비했습니다. 혼다의 장점인 킥력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빅 클럽에도 수준급의 킥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빅 클럽 입장에서 원하는 선수는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적인 플레이가 팀 전력에 녹아들면서 경기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성향입니다. 박지성이 오프 더 볼에서의 움직임 및 공간 창출, 왕성한 활동량을 최대 장점으로 삼으며 기존의 맨유 선수들과 차별화된 컨셉으로 6시즌 동안 커리어를 이어간 것이 그 예죠.

그래서 혼다의 빅 클럽 이적 실패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혼다를 통해서 빅 클럽 이적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빅 클럽이 선수 영입에 섣부른 자세를 취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혼다는 내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빅 클럽 또는 다른 유럽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후 엄청난 이적설에 직면했음에도 끝내 외면받은 행보를 놓고 보면 빅 클럽에서 절실하게 영입을 원했던 선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혼다가 빅 클럽의 선택을 받으려면 모스크바에 올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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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s Keisuke Honda sings the national anthem before the 2010 World Cup Group E soccer match against Denmark at Royal Bafokeng stadium in Rustenburg June 24, 2010.   REUTERS/Toru Hanai (SOUTH AFRICA - Tags: SPORT SOCCER WORLD CUP)

[사진=혼다 케이스케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의 차기 행선지가 AC밀란 또는 아스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세비아전 및 남아공 월드컵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면서 빅 클럽들의 영입 공세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모스크바에서 포지션 변경 문제로 불협화음을 빚고 있어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우선, 혼다는 지금까지의 이적설이 다소 부풀려진 것은 사실입니다. 맨유,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비롯해서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도르트문트, 마르세유에 사우디 진출설까지 거론되면서 세계 톱 클래스 선수 보다 더욱 광범위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단발성으로 끝난 이적설은 사실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거론되었던 이적설은 신빙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장 크게 언급되는 팀이 바로 AC밀란 입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 <골닷컴 '영문판'>은 23일(이하 현지시간) "AC밀란이 모스크바의 혼다 영입을 위해 1090만 파운드(약 200억원)을 제시했다. 모스크바가 1250만 파운드(약 230억원)을 요구했다"며 혼다의 AC밀란 이적설을 거론했습니다. 이어 AC밀란 관계자의 발언을 덧붙여 "혼다가 파투와 호나우지뉴와 함께 뛰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보도했습니다. AC밀란은 지난 7월 초 혼다 영입을 위해 840만 파운드(약 154억원)를 제시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에 이적료를 더 올렸습니다.

AC밀란이 혼다를 원하는 이유는 마케팅 차원에 의한 영입 가능성이 큽니다. AC밀란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AC밀란의 구단주를 맡고 있음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여름 카카를 레알 마드리드에 보내고 말았습니다. 2008년 호나우지뉴 영입 과정에서는 '마케팅 차원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추측까지 제기 되었을 정도로 재정이 건실하지 못합니다. 물론 마케팅에 의한 영입은 팀의 우승을 보장하지 않지만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AC밀란이 혼다를 영입하면 일본 자본을 얻으며 재정을 키우고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합니다. 일본 업체와의 스폰서 계약 및 방송 중계권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까지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유명 스타가 유럽에 진출하면 관광 코스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페루자-AS로마 등에서 뛰었던 나카타 히데토시, 페예노르트에서 활약했던 오노 신지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다는 일본 내에서 상품성이 크며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인지도를 키웠기 때문에 AC밀란의 마케팅 사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 영입의 단점은 선수가 철저히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선수가 벤치를 계속 지키면 자신의 가치와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으며 구단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AC밀란이 혼다를 영입하려는 것은 전력적인 기대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팀 내 스쿼드가 아직까지 노령화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고 미드필더는 여전히 '30대 노장' 피를로-암브로시니가 중심입니다. 호나우지뉴-보리엘로-파투로 짜인 3톱은 지난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백업 공격수 훈텔라르는 이적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물론 혼다는 AC밀란의 베스트11에 포함되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톱을 소화했지만 견고한 수비력이 특징인 세리에A에서 최전방을 짊어지기에는 파워 및 공간 활용이 부족합니다. 윙 포워드로서 호나우지뉴-파투의 백업 멤버로서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피를로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혼다는 피를로처럼 공격을 이끄는 유형이 아닌 전방을 치고드는 성향이고, AC밀란이 몇 년 동안 피를로의 공격 조율 및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통해 전력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에 혼다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에는 버거운 느낌이 있습니다.

혼다는 AC밀란의 오른쪽 미드필더인 플라미니의 경쟁자로 부각 될 수 있습니다.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 및 간결한 패싱력을 통해 자신의 이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라미니는 왼쪽 미드필더 암브로시니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할을 소화합니다. 알레그리 신임 감독은 4-3-1-2의 공격 축구를 선호하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암브로시니-플라미니가 적극적으로 밑선에 내려와야 합니다. 혼다는 모스크바 및 일본 대표팀에서 수비 가담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일으켰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AC밀란에서 적극적인 수비를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또한 혼다는 AC밀란과 함께 아스날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을 현지에서 직접 관전하면서 혼다를 '천재'라고 치켜 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스날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고 지난 23일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지 <이타스포트프레스>는 "아스날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떠나는 것에 대비해 혼다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파브레가스를 잔류시키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혼다의 아스날 이적설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에두아르두가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로 떠난 것이 혼다의 행보에 변수로 작용합니다. 에두아르두는 2008년 2월 버밍엄 시티전에서 치명적인 발목 부상으로 1년 동안 쉬었던 후유증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잉글랜드를 떠났습니다. 벵거 감독은 볼턴에서 임대 복귀한 왼쪽 윙 포워드 윌셔를 키우기로 결심했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윌셔가 프리시즌에서 벵거 감독을 흡족시키지 못하면 또 다른 윙 포워드 자원이 들어올 수 있으며 혼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혼다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가능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팀의 공격 과정을 따라오지 못해 연계 플레이가 취약하며 지구력이 의심됩니다. 일본 선수 중에서는 그나마 피지컬이 좋은 선수로 꼽히지만 거친 수비수들을 상대로 맨 마킹에 의한 견제 및 공간 압박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른 공격 템포 및 활발한 공격 전환, 공수 양면에 걸친 투쟁심과 배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혼다의 적응 성공을 속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을 흡족시켰다는 점은 의미 심장합니다. 과연 혼다의 차기 행선지가 어떤 팀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과연 혼다의 차기 행선지가 어떤 팀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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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4, 2010 - Rustenburg, South Africa - epa02220645 Japan 's Yasuhito Endo (R) and Keisuke Honda celebrate Endo's goal during the FIFA World Cup 2010 group E preliminary round match between Denmark and Japan at the Royal Bafokeng stadium in Rustenburg, South Africa, 24 June 2010.


[사진=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는 혼다 케이스케-엔도 야스히토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그 주역이었던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 엔도 야스히토(30, 감바 오사카)가 유럽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혼다는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 AC밀란, 세비야 같은 유럽 빅 클럽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엔도 또한 리버풀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영입설로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두 선수 외에 모리모토 다카유키도 아스날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모리모토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카타니아)에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는 바람에 아스날 이적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반면 혼다와 엔도는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이적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유럽 빅 클럽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만약 두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이루어지면, 일본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실패 잔혹사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혼다-엔도, EPL 빠른 템포 및 거친 몸싸움 적응 관건

일본 축구는 지금까지 네 명의 프리미어리거를 배출 했습니다. 2001년 아스날에 진출한 이나모토 준이치를 시작으로(2002년 이후 풀럼, 웨스트 브롬위치 이적) 토다 가즈유키가 토트넘, 니시자와 아키노리가 볼턴, 그리고 2005년 하반기에 나카타 히데토시가 일본인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해 실패의 멍에를 지고 잉글랜드를 떠났습니다.(일본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쓰는 당시 챔피언십리그에 속했던 포츠머스에서 뛰었고 2003/04시즌 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과 함께 덴마크리그로 떠났습니다.)

이러한 일본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실패 원인은 고질적인 피지컬 부족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 다부진 체격 조건과 거친 몸싸움을 펼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보니 이들과 경쟁을 펼칠 만큼 신체적 조건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거친 타입의 선수들과 대등하게 맞서려면 두둑한 배짱이 필요한데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들은 그런 면모가 부족했습니다. 일본 축구의 영웅이었던 나카타의 프리미어리그 실패는 세리에A에서 걷잡을 수 없었던 슬럼프 여파가 주 원인 이었지만 결국에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일본 선수 영입을 꺼리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혼다와 엔도는 투철한 승부근성을 자랑하는 선수들 입니다.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한 발 더 뛰면서, 저돌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면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거나 수비수와 경합을 펼칩니다. 실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는 정신력이 다른 누구보다 뒤쳐지지 않다는 것을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더욱이 혼다는 나카무라 슌스케보다 피지컬이 좋으며 엔도는 피지컬 부족의 약점을 악착같은 몸싸움과 동료 선수와의 철저한 협력 수비로 이겨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이전 세대와 다른 행보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혼다와 엔도가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잉글랜드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프리미어리그는 아시아 선수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박지성-이영표가 2005/06시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한국인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러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청용이 볼턴의 에이스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박주영-조용형-김형일이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축구도 누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면 또 다른 일본 선수들이 잉글랜드 무대를 밟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혼다-엔도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바랄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혼다와 엔도가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은 구단의 마케팅 차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잉글랜드 클럽들이 재정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양인 선수 영입을 통한 마케팅 수익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 중에서 철저한 마케팅 선수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선수는 없었습니다.(설기현은 2006년 레딩 시절을 말함) 엔도를 노리는 리버풀은 올 시즌 부터 스폰서로 참여한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 차터스>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동양인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사진=혼다 케이스케-엔도 야스히토 (C)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관건은 혼다와 엔도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여부 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공수 전환이 빠르고 쉴새없이 반복되는데다, 빠른 템포의 공격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돌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넓기 때문에 활동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유리하며 미드필더진에서는 왕성한 활동량을 강점으로 삼는 선수들이 적응하기가 쉽습니다. 혼다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톱으로 뛰었지만 본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를 소화하는 미드필더이며, 엔도는 박스 투 박스 성향의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두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면 빠른 템포 및 빠른 압박을 요구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혼다는 경기 내내 활기찬 움직임을 통해 공격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CSKA 모스크바에서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팀의 공격 과정에 따라오지 못하는 장면이 종종 노출 됐습니다. 개인 드리블 돌파와 오픈패스 위주를 강점으로 삼고 있지만 그 패턴이 단조롭다보니 상대 수비수들에게 읽히기 쉬우며 월드컵 16강 파라과이전 부진이 그 예 입니다. 한마디로 경기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이 부족합니다. 월드컵 직전에 오카다 다케시 감독과 수비가담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적이 있을 정도로 팀 플레이가 아직 덜 여물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템포는 팀 플레이가 근간이기 때문에 혼다가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공격수로서의 혼다도 프리미어리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톱을 맡은 것은 일본 대표팀 공격수들이 월드컵 직전까지 침체를 거듭했기 때문이며 혼다가 급조된 상태에서 최전방을 누볐습니다. 하지만 공격수는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받기 쉬운 포지션입니다. 혼다는 프리킥으로 골을 넣는 능력이 출중하지만 상대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교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반면에 엔도는 혼다와 다릅니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는 선수로서 빠른 공수 전환 및 공수 양면에 걸친 기량이 골고루 갖춰진 선수이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 정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주로 중앙에서 뛰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왼쪽 윙어로 전환할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빠른 템포와 거친 압박에 직면할 것입니다. 줄곧 일본 J리그에서 뛰면서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통한 느린 템포에 몸이 베었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측면으로 전환하면 상대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문제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닙니다.

더욱이 엔도는 올해 나이가 30세 입니다. 축구 선수의 전성기는 대략 27~28세이며 그 이후에는 전반적인 운동능력이 저하되면서 기량이 내림세에 접어들기 쉽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중앙 미드필더는 엄청난 활동량과 탄탄한 압박을 강점으로 삼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하는데, 엔도는 내림세로 접어들 시기입니다. 그동안 체력 관리에 충실했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노장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나이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도전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따릅니다. 리버풀의 러브콜이 빅 클럽의 이적 제안을 받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무리한 도전은 본인의 커리어에 이롭지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 혼다와 엔도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면 이나모토-토다-니시자와-나카타에 이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엔도는 30세의 나이가 유럽 진출의 부담거리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혼다는 프리미어리그보다는 기술로 승부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적합한 타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두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이적이라는 도전장을 내밀지, 아니면 다른 리그로 진출하거나 현 소속팀에 잔류할지 올해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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