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광래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조광래 감독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따갑습니다. 지난 7일 쿠웨이트 원정에서 1-1로 비겼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한국이 열세였습니다. 40도 넘는 기온을 감안해도 태극 전사들의 경기력이 저조한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전 0-3 참패 분위기까지 맞물리면서 조광래 감독이 국민적인 질타를 받고 있죠.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전쟁에서 패하면 그 책임은 수장에게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은 최상의 경기력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겁니다.
최근에는 일부 여론에서 '조광래 감독 경질', '외국인 감독 영입'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효리사랑은 며칠전 외국인 감독 영입을 반대하는 칼럼을 작성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외국인 감독을 대표팀 수장에 앉히면 이것은 조광래 감독 퇴진을 의미합니다. 반론을 제기하면, 조광래 감독이 경질될 타이밍이 좋지 않습니다. 10월과 11월에 A매치가 2경기씩 있기 때문이죠. 만약 조광래 감독이 물러나면 누군가가 팀을 운영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안에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성적까지 책임질 지도자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외국인 감독은 영입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 선수를 파악할 시간까지 고려해야죠.
또 하나는 조광래 감독의 경질은 한국 축구의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합니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감독이 2007년 1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표현 됐습니다. 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의 감독 재임 주기가 짧았죠. 4명의 외국인 지도자는 히딩크-허정무 감독 처럼 유쾌한 결말을 맺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포백을 완성시켰던 베어벡 감독을 제외한 3명은 한국에서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만약 조광래 감독이 팀을 떠나면 새로운 감독이 팀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광래 감독의 '기술 축구' 실험이 실패하고 또 다른 실험을 하게 됩니다. 조광래 체제에 적응했던 선수들이 힘들지 모릅니다.
결국에는 조광래 감독이 변신해야 합니다. 일본-쿠웨이트전에서 졸전을 펼쳤던 행보가 거듭되면 정말 힘듭니다. 지난 8일 귀국 인터뷰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던 의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경기력 난조에 빠지고 또 빠지면 한국 대표팀의 8회 연속 본선 진출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패했고 쿠웨이트에게 끌려다니는 경기력은 단순한 부진에서 불거진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팀 감독 경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터지지 않으면서, 한국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선전을 착실히 준비하려면 정답은 단 하나 뿐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의 조광래호 행보는 2008년 9월 북한전(1-1 무승부)에서 답답한 경기력을 일관했던 허정무호와 비슷합니다. 당시 허정무호는 팀에 뚜렷한 색깔 없이 여러 선수를 기용하는 실험을 거듭했지만 경기력이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였던 북한전마저 실망스런 경기를 펼쳤습니다. 허정무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았죠. 체감적으로는 지금과 비슷할겁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박지성을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하고 이청용-기성용 같은 재능 넘치는 젊은 선수들을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K리그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던 정성훈을 주전 공격수로 활용하고, 대표팀 1년 자격정지 징계가 풀렸던 이운재를 다시 복귀 시켰습니다. 포메이션도 4-3-3에서 4-4-2로 변화하면서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 체제가 완성됐습니다. 공수 균형을 키우고, 박지성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 기성용-이청용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이득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보이지 않았던 김정우의 홀딩 실력까지 일취월장했죠. 그 결과는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로 이어졌습니다.
허정무호의 성공 요인과 비교하면 조광래호의 문제점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박지성 같은 리더십이 출중한 선수가 없으며, 아시안컵에서는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부 포지션 빼고 베스트 일레븐이 고정되면서 주전 경쟁이 약화되었죠. 유럽파에 의존하는 느낌까지 짙습니다.
K리그에서 맹활약 펼치는 김정우가 볼프스부르크의 벤치를 지키는 구자철보다 못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윤빛가람의 선발 출전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레바논-쿠웨이트는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기 때문에 윤빛가람 수비력 부족을 걱정할 필요 없었습니다. 지난 일본전을 앞두고는 손흥민까지 발탁했죠.(그러나 손흥민 몸살로 차출 불발) 손흥민의 프리시즌 맹활약이 대표팀 합류 원인 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리시즌은 공식 경기가 아닙니다. 2년 넘게 과부하에 시달렸던 이청용은 6월 A매치 2경기에서 휴식을 주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밸런스 문제입니다. 쿠웨이트전의 경우, 윙어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하지 못하면서 풀백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용래-기성용은 밑쪽으로 라인을 잡습니다. 구자철과의 연계가 깨진것도 이 때문이죠. 그 사이에 측면 뒷 공간이 벌어지면서 쿠웨이트에게 역습을 허용 당했습니다. 주장 박주영이 공격수인 것은 둘째치고, 수비수와 미드필더진에서 중간 리더 역할을 했던 선수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박주영-지동원 동선까지 겹칩니다. 조광래호가 출범한지 1년 넘었지만 흔히 말하는 조직력이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이용래 경기력 저하도 이제는 생각해 볼 때가 됐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8일 귀국 인터뷰에서 풀백 중에 한 명을 수비형 선수로 세운다고 밝혔습니다. 큰 틀에서는 변신 의지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팀의 체질을 조금씩 바꾸겠다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쿠웨이트 원정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팀 변화의 폭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해결할 방안을 짜내는 것은 시간적으로 부족했을 겁니다. 지금의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앞날에 찾아올지 모를 또 다른 부정적 변수와 싸워야할지 모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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