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정무 감독 (C) 티스토리 PicApp]
-부제 : 여론의 허정무 감독 경질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허정무호의 중국전 패배는 참으로 치욕스런 패배였습니다. 중국을 상대로 32년 동안 27연속 무패(16승11무)를 기록했으나 0-3의 완패를 당하면서 공한증을 연장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전반 4분 위 하이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주더니 27분 가오린에게 추가골을 허용당했고 후반 15분 덩 주오샹에게 유린당하며 3골이나 헌납했던 아픔은 한국 축구 입장에서 쓰라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론은 "허정무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을 상대로 경기 내용에서 졸전한 것을 비롯 0-3이라는 참혹한 스코어로 패하자 "이대로는 월드컵 16강이 힘들다"며 감독 교체를 원한 것이죠. 허정무 감독이 오랫동안 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던 지도자였던 만큼, 그것이 누적이 되어 중국전 이후에 경질론이 수면위에 떠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 경질론은 '당연한 현상'
일부 여론에서는 허정무 감독 경질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저 중국전에서 패했을 뿐인데 호돌갑을 떨 필요 없다", "중국전보다는 월드컵 본선이 더 중요하다"며 허정무 감독을 지지하는 늬앙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히딩크호도 한일월드컵 본선 이전까지의 A매치에서 두 번이나 0-5로 패했고 2002년 1월에는 골드컵에서 졸전을 범하며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고 경질론이 탄력을 얻었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호의 전례를 비춰보면, 허정무 감독에게 신뢰가 더 필요하다는 여론의 반응도 틀리지는 않은 말입니다.
하지만 히딩크호의 졸전과 허정무호의 졸전은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히딩크호는 프랑스, 체코 같은(당시 체코의 FIFA 랭킹은 최상위권 이었습니다.) 유럽 축구 강국들에게 0-5로 패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실력 향상을 키우고 내구성을 강화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골드컵 졸전도 강도 높은 체력 프로그램을 병행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면 허정무호는 지난달 잠비아에게 2-4, 며칠전 중국에게 0-3으로 패한데다 경기 내용까지 상대팀에 밀렸습니다. 잠비아와 중국의 전력이 수준높지 않음을 상기하면, 허정무호의 졸전은 히딩크호와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허정무호는 지난달 남아공과 스페인에서 A매치 3경기와 프로팀과의 2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키웠고 고지대에 적응하며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목포에서 동계 합숙훈련을 하며 조직력 향상에 주력한 뒤 동아시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선수들을 장기간 합숙시키고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전력 향상에 주력했으나 중국전에서 졸전끝에 0-3으로 패한 것은 프로답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를 치르고 훈련을 거듭하면서 전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야 했으나 중국전 0-3 패배가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비 조직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비는 개인 기량 이전에 조직의 힘을 근간으로 합니다. 하지만 출범한지 2년 1개월이 된 허정무호의 수비 조직력은 향상 될 기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센터백이 문제입니다. 조용형-강민수, 조용형-이정수, 그리고 중국전에서는 조용형-곽태휘 조합을 썼으나 세 조합 모두 불안한 수비 집중력을 일관하며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물론 한국 축구가 걸출한 중앙 수비수를 발굴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센터백을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허정무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여론에서는 중국전을 통해 "이대로는 월드컵 16강이 힘들다"며 허정무 감독의 경질을 주장했습니다. 전력이 점차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허정무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죠. 만약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팀 장악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스콜라리 체제에서 갑작스런 성적 부진으로 좌초했던 첼시를 구해낸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유형의 자도자 말입니다.(혹은 히딩크 감독)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 교체가 잦은 것 처럼, 감독이라는 자리는 성적에 목을 멜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경질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허정무 감독의 경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은데다 23인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 A매치 두 경기(일본, 코트디부아르전)만 치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일본전이 동아시아대회임을 상기하면, 코트디부아르전은 23인 최종 엔트리를 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 및 기회가 빠듯합니다.
한국과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는 나이지리아는 감독 교체를 단행하여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행보는 한국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이지리아가 새로운 감독을 영입했으나 전력 강화에 실패하면 감독 교체가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시간 낭비 입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서 감독 교체를 하는 것은 '모험'이자 '무모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월드컵에서의 선전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마냥 쉽지 않습니다.
허정무 감독 경질을 주장하는 분들은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를 원할 것입니다.(히딩크 감독도 그 중에 한 명) 하지만 외국인 지도자들 중에서 한국 축구 및 선수들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인지하는 사람은 '단연컨데' 한 명도 없습니다. 더욱이 대표팀의 외국인 감독으로서 성공한 사람은 히딩크 감독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논란이 있는 베어벡 감독은 논외) 히딩크 감독도 한국이라는 팀을 완성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까지 4개월이 남은 한국에게는 외국인 감독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 사실상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허정무 감독을 통해 그동안 나타났던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을 베스트 일레븐 가동 및 23인 최종 엔트리를 가릴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하고 그 이후에는 해외파와 K리거들의 조직력을 키우며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야 합니다.
더욱이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을 목표로 2년 1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맡았던 만큼, 월드컵 본선에서는 허정무 감독에게 몫을 제공해야 합니다.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지금의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는 행보 또한 앞날의 한국 축구에 있어 매끄럽지 못합니다. 2000년대 잦은 대표팀 감독 교체로 혼란을 겪었던 한국 대표팀에 있어,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일본전에 달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허정무 감독 경질은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면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감독 교체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월드컵 본선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최악인 것은 한국 축구계가 허정무 감독의 경질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오는 14일에 열릴 일본전이 중요합니다. 허정무호가 일본전에서 어떤 경기 내용을 펼치고, 좋고 나쁜 결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허정무 감독의 운명이 가려질 것입니다. 일본전에서 선수들이 분발하여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허정무 감독은 면죄부를 얻지만, 중국전에 이어 일본전에서도 졸전을 비롯 경기에서 패하면 허정무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이 악화 될 것이 분명합니다. 훗날, 남아공 월드컵 졸전 원인으로 허정무 감독 경질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허정무호의 일본전 선전이 필요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