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광래 한국 대표팀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저는 경기 전에 한일전 예상 스코어를 1:1 무승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국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저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일부 주축 선수들이 결장했거나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지만,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의 클래스가 남아있는데다 유럽파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팀 전력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팀(한국) 이미 완성된 팀(일본)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이번 일본전이 아시안컵 복수전이었기 때문에 상대팀 선수들보다 분발할 것으로 생각했고 무승부를 예상했었죠.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1974년 9월 28일 A매치 일본 원정 1-4 패배 이후 37년 만에 일본에게 3골 차 패배를 당했습니다. 카가와 신지에게 2골, 혼다 케이스케에게 1골을 내주면서 0-3으로 패했습니다. 그것도 후반 초반에 0-3으로 밀렸죠. 경기 내용에서도 일본이 강조하는 점유율, 패스, 기술 축구에 농락 당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 축구의 특징을 오랫동안 익히 알았고 J리그 전현직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번 경기는 상대팀의 특징을 알았음에도 졌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일본 선수들의 세밀한 패스워크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거듭했죠.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겁니다.

한국의 일본전 0-3 패배는 '삿포로 참사'로써 한국 축구 최악의 패배 중에 하나로 남게 될 겁니다. 그 이전에도 최악의 패배는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오만쇼크'로 회자되는 2003년 오만전, 베트남전 패배가 있었고 이듬해에는 몰디브 원정에서 0-0 무승부로 비기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2월 A매치 중국전에서는 0-3으로 패하면서 공한증이 깨졌습니다. 박지성과 이청용 같은 유럽파들이 빠졌음을 감안해도 경기 내용에서 상대팀에게 압도당했고 3골이나 내줬습니다. 중국전 패배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오만-베트남-몰디브-중국은 한국보다 몇 수 아래의 팀들로써, 한국이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축구에서 이변은 늘 존재합니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의 오랜 라이벌입니다. 문화, 산업, 역사, 정치 분야에 이르기까지 일본과의 대립을 피할 수 없었죠. 특히 한국 축구는 1950년대 일본과 A매치를 치르면서 역대 전적 및 2000년대 이후 전적에서 상대팀을 앞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국이 일본보다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했죠. 한국에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프리미엄이 있었고 차범근-박지성이라는 세계적인 축구 영웅을 배출 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이루지 못했던 결과물이죠. 일본이 최근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 우승을 거머쥐었고 유럽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한국 축구는 여전히 '아시아 최강국'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전 0-3 패배로 전세가 완전히 바뀌었죠.

이미 경기는 끝났지만, 일본이 한국보다 축구를 잘한다는 명제는 자존심이 상해서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이루었던 성과물을 생각해서 말입니다. 객관적으로 '아시안컵 챔피언' 일본이 아시아 No.1인 것이 사실이지만 과연 우리들 마음 속에서 라이벌의 저력을 아시아 No.1으로 치켜 세워야 할지 주저하게 됩니다. 적어도 일본에게는 지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들의 감정입니다.

그런데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일본전 0-3 패배는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닌, 실력으로 패했던 결과입니다. 만약 실력으로 패하지 않았다면 0-3 패배는 둘째치고 경기 내용은 대등했을 겁니다. 한국의 공격은 일본이 자랑하는 엔도-하세베 더블 볼란치 조합을 뚫지 못했고, 한국의 수비는 일본의 집요한 공간 침투에 흔들리면서 경기 내내 불안했죠. 그나마 차두리가 분전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습니다. 그러나 차두리의 클래스는 일본전 참패 속에서 빛 바래고 말았습니다.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흔히 한국 축구하면 정신력을 강조하지만, 현대 축구는 정신력이 아닌 팀으로 뭉치는 조직력과 기술 축구를 강조합니다. 일본 축구가 그 흐름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실력을 키웠죠.

많은 사람들은 박지성-이영표-이청용 공백을 아쉬워합니다. 지동원-손흥민도 빠졌지만 박지성-이영표-이청용 만큼은 전임 감독 시절부터 팀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선수들 이었습니다. 세 선수가 빠지면서 한국의 전력이 약해졌죠. 하지만 박지성-이영표는 이제 잊어야 합니다. 두 선수는 더 이상 대표팀에 존재하지 않을 선수들입니다. 특히 박지성 대표팀 복귀를 기대하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무릎 부상이 신경쓰입니다. 제가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박지성 대표팀 은퇴는 시의 적절했습니다. 이청용도 한동안 대표팀에서 볼 수 없습니다. 정강이 골절로 9개월 진단을 받았으며, 원래의 기량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반면 일본은 다릅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및 아시안컵 우승의 뼈대를 형성했던 엔도-하세베 조합은 여전히 굳건하며, 혼다는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카가와가 급성장하면서 일본 대표팀이 두 명의 에이스를 보유하게 됐죠. 일본 축구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원톱으로는 J리그 득점 1위 이충성이 새롭게 가세했고, 나카자와-툴리우 센터백 조합을 곤노-요시다가 성공적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유럽파들이 점점 늘어난데다 그들의 퀄리티가 향상되면서 힘과 체력을 앞세운 상대팀 선수들(대표적으로 한국)과 싸우는 면역력을 길렀습니다. 특히 하세베는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전투적인 성향으로 변모했습니다. 자케로니 재팬의 성공은 감독 역량 이전에 '일본 축구의 저력'에서 만들어졌죠.

삿포로 참사는 조광래호가 자케로니 재팬에게 0-3으로 패했던 단순한 결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지도자로써 선 굵은 축구를 지향했던 한국 축구의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90년대부터 패스 축구에 눈을 뜨면서 뛰어난 기교를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이 대거 배출됐죠. 패스를 정확히 연결하는 것에서 벗어나,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고 경기 집중력을 높이면서 상대 수비 빈 공간을 노리는 볼 배급에 강한 선수들이 일본 축구에서 배출되고 있습니다.(일본의 한국전 승리 요인) 한국에서도 우수한 테크니션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그 주기가 더 빨랐고 인프라까지 강합니다. 이번 일본전 매우 뼈아프지만 한국 축구의 내실이 튼튼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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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 0-3 완패, 매우 충격적이다

효리사랑-축구 2011/08/10 21:28 Posted by 효리 사랑

[사진=한국에게 0-3 패배의 충격을 안겨줬던 카가와 신지-혼다 케이스케 (C) 일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jfa.or.jp)]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A매치 일본 원정에서 충격패를 당했습니다. 평가전임을 감안해도 '영원한 맞수' 일본에게 3실점 패배를 당했던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경기 결과 및 내용에서도 패했던 졸전 이었습니다.

한국은 10일 저녁 7시 30분 일본 삿포로돔에서 진행된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패했습니다. 전반 33분 카가와 신지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7분과 9분에는 혼다 케이스케와 카가와에게 골을 내주고 말았죠. 경기 전 한국 수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카가와는 2골을 넣었습니다. 한국은 경기 내내 상대팀에게 끌려다니는 허술함을 극복하지 못했고 김영권-박주호 부상까지 직면하는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일본의 초반 공세가 강했던 경기 초반

한국은 일본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이정수-이재성-차두리가 수비수,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이근호-이용래-김정우-구자철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홈팀 일본은 4-2-3-1을 활용했습니다. 가와시마가 골키퍼, 고마노-곤노-요시다-우치다가 수비수,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 카가와-혼다-오카자키가 2선 미드필더, 이충성이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당초 3-4-3을 구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월 A매치 2경기에서 0-0 무승부에 빠지면서 4-2-3-1로 회귀했습니다.

특히 경기 시작 1분 만에 왼쪽 수비에서 빈 공간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일본이 오른쪽 측면에서 원투패스를 시도할때 김영권이 인사이드로 이동하면서 동료 선수와 위치가 겹친끝에 오카자키의 돌파를 허용했죠. 그래서 일본은 측면에서 빈 공간이 생기자 지체없이 슈팅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일본 축구가 짧고 조밀한 패스워크와 드리블 돌파를 섞으며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성향임을 감안하면 풀백의 수비 뒷 공간 불안이 아쉽습니다. 1분 뒤 혼다가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오카자키에게 스루패스를 날릴 때 아무도 마크하지 않았던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일본이 전반 5분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서는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한국이 밀리는 분위기 였습니다.

카가와에게 선제골 허용, 공격과 수비 모두 아쉬웠던 전반전

한국은 전반 5분 이후부터 차두리 오버래핑으로 공격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차두리는 전반 6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근호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띄웠고, 1분 뒤 구자철과 2:1 패스를 시도하며 하프라인을 통과한 뒤 박스 오른쪽에서 직접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분위가 전환에 나섰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일본 선수들과 경합을 펼칠 때 오른쪽 풀백을 맡는 차두리가 공격에 힘을 실어주면서 한국이 차츰 점유율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카가와가 공격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비에 소홀하더니 차두리의 오버래핑을 끊지 못했죠. 활동 범위가 넓은 나가토모 결장 또한 차두리 공격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박주영의 태클도 반가웠습니다. 전반 13분 일본이 후방에서 볼을 돌릴 때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와 포어 체킹을 시도한 뒤, 요시다가 하프라인을 통과하며 전진패스를 시도할 때 박주영이 태클로 볼을 빼앗아 한국의 공격 주도권을 얻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그동안 선수들에게 포어 체킹을 강조하며 상대팀의 공격 템포를 늦추는 것을 주문했던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박주영은 원톱을 맡으면서도 수비까지 척척 해냈죠. 전반 18분에는 백힐패스로 이근호에게 측면 침투 기회를 벌려주는 날카로운 패싱력과 너른 시야를 보여줬죠. 2분 뒤에는 박스 오른쪽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리며 일본 수비수들을 괴롭혔습니다.

한국은 전반 24분 김영권을 빼고 박원재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김영권이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박원재를 실전에 투입 시켰습니다. 특히 일본이 혼다를 활용한 오른쪽 측면 공격을 늘리면서 이근호의 수비 부담이 컸던 전술적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박원재 같은 전문 풀백이 필요했죠. 그럼에도 이근호는 수비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박원재가 엔도의 강력한 슈팅에 얼굴을 맞고 잠시 경기장 바깥으로 나가면서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릴 수 밖에 없었고, 일본이 혼다와 오카자키의 위치를 바꾸면서 우치다가 오른쪽 측면에 깊게 자리를 잡으면서 이근호가 수비력을 요구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왼쪽 공격이 주춤해지면서 이근호와 호흡이 잘 맞는 박주영의 활동이 뜸해지는 단점이 나타났습니다.(전반 35분 Out 박원재-In 박주호)

그런 한국은 전반 33분 카가와에게 실점했습니다. 이근호가 왼쪽 측면에서 엔도에게 볼을 빼앗겼고, 일본이 짧은 패스워크로 박스 안까지 볼을 공급하며 카가와가 오른발 선제골을 넣었죠. 이근호가 볼을 빼앗긴 상황보다는 그 이후의 수비수들 대처가 아쉬웠습니다. 엔도가 혼다에게 대각선 패스를 밀어줄때 박스 안쪽에서 일본 선수를 압박하는 협력 수비체제가 형성되지 못했죠. 이정수가 혼다를 마크하다가 카가와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일본이 경기 내내 빠른 타이밍의 짧은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하면서 공격의 템포를 높였다면 한국 수비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안됐습니다. 카가와가 경기 전에 지적했던 한국의 수비 불안이 나타났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미드필더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전에는 엔도-하세베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이근호가 측면에서 볼 키핑이 불안한데다 전반 중반부터 수비 부담이 많아지면서 공격이 주춤해졌고, 오른쪽에서는 구자철이 윙어로서 능숙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용래-기성용-김정우가 중앙에서 오밀조밀한 패스를 연결하면서 경기 흐름을 바꿔줘야 하는데 엔도-하세베 뒷 공간을 노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용래-기성용, 기성용-김정우 사이의 공간이 일본의 빠른 패스워크에 뚫리면서 한국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 나타났죠. 그럼에도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 속도가 일본의 패스 속도에 늦었고, 전반 막판에 김정우를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후반 초반 2실점 허용, 무기력한 경기 내용 아쉽다

한국은 후반 6분 이근호-이용래를 빼고 김보경-김신욱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러나 교체 투입을 하자마자 혼다에게 추가골을 내줬습니다. 박주영이 오른쪽 측면에서 고마노에게 돌파를 허용한 것이 일본의 크로스로 이어졌고 한국 선수가 우물쭈물하게 수비에 대처하다가 혼다에게 골을 내줬습니다. 후반 9분에는 카가와에게 또 실점 했습니다. 기요타케가 오른쪽 공간에서 박스쪽으로 횡패스를 연결한 것을 카가와가 문전 침투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순식간에 0-3으로 밀렸고 후반 12분 박주영을 질책성 교체하면서 윤빛가람을 조커로 활용했습니다.

3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4-2-3-1로 전환했습니다. 김정우-기성용이 더블 볼란치, 김보경-윤빛가람-구자철이 2선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김신욱이 원톱으로 나섰죠. 때에 따라 김정우가 앞쪽 공간을 올라와 전방패스를 밀어줬고 김보경이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했고, 차두리의 오버래핑을 늘리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자철이 측면에서 돌파가 아닌 패스를 띄우는 경기 운영에 중심을 두면서, 구자철의 패스를 받아낼 마땅한 선수가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중앙에서는 윤빛가람-김신욱이 폭을 좁혔음에도 일본의 중앙 수비를 뚫기에는 패스의 날카로움과 활발함이 부족했습니다. 일본이 엔도-하세베와 4백 사이의 공간을 좁히면서 한국의 중앙 공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후반 22분까지 슈팅 10-19(유효 슈팅 3-8, 개)로 밀렸습니다. 일본과의 점유율에서 4:6으로(공격 점유율에서는 체감적으로 3:7) 밀렸고, 패스 횟수 및 슈팅 등에 이르기까지 공격에서 상대팀에게 월등한 열세를 나타냈죠. 0-3 이후에는 만회골을 넣겠다는 시도를 했지만 두드러진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일본에게 슈팅 기회를 여러차례 허용하면서 또 다시 수비 불안이 나타났습니다. 후반 25분 우치다 왼발 슈팅은 골 포스트를 강타했지만 운이 나빴다면 0-4로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우리 선수들이 견고하면서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지 못하면서 매우 어려운 경기를 펼쳤죠. 수비 조직력에서도 일본에게 완패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후반 중반에 엔도-하세베를 교체하는 여유를 부리며 승리를 자신했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본에게 후반 초반까지 3골을 내줬다는 점입니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일본을 월등히 앞섰고, 지난 13년 동안 A매치 일본 원정에서 패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아시아 최정상을 지켰지만 이번 일본전을 계기로 맞수의 눈부신 성장을 꺾지 못했죠. 일본은 공격을 자유자재로 시도하며 한국을 몰아 붙이는 경기를 하는데 조광래호는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거듭했습니다. 박지성-이청용-이영표 공백이 크지만 그것을 이겨내겠다는 전술적 보완이 아쉬웠고,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수비 불안이 일본에게 집요하게 당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패스 축구를 추구하지만 일본의 공격 전개는 한국의 레벨을 넘어선 것 그 이상의 클래스 였습니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한국의 골 결정력 불안 입니다. 0-3 이후 일본의 느슨해진 수비를 틈타 일본 골망을 두드렸지만, 김신욱이 무리한 슈팅을 날리거나 구자철이 상대 골문 가까이에서 날렸던 슈팅이 너무 높게 뜨고 말았습니다. 골운이 따랐다면 경기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달라지는 상황이 연출되었을지 모를 일이죠. 후반 초반에 0-3으로 밀렸던 순간부터 한국에게 패색이 짙었고, 1974년 9월 28일 A매치 일본 원정 1-4 패배 이후 37년 만에 일본에게 3실점 이상의 패배를 당했습니다. 우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패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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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s일본, 관전 포인트 5가지는?

효리사랑-축구 2011/08/10 07:48 Posted by 효리 사랑

[사진=기성용vs엔도, 아시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는? (C)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한국 축구는 그동안 수많은 국제 경기를 치르면서 일본과 가장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싸우며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축구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일본은 문화, 역사, 정치, 경제 등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나라였죠. 최근에는 독도 영유권 및 동해-일본해 표기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번 한일전을 바라보는 두 나라 국민들의 시선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오는 10일 7시 30분 삿포로돔에서 펼쳐질 한일전은 역대 75번째 A매치 입니다.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40승22무12패로 앞섰으며 최근 A매치 일본전 6연속 무패(2승4무)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1998년 3월 1일 요코하마에서 일본에게 1-2로 패한 이후 13년 동안 일본 원정에서 패하지 않았습니다.(5경기 3승2무) 하지만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0-3으로 패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공식 경기상 무승부) 7개월 만에 펼쳐지는 일본전에서 승리하면 기쁨이 배로 커질 것입니다.

1. 한국이 이겨야 하는 이유, 아시안컵 복수전

일본전은 평가전입니다. 평가전은 자국 축구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일본전은 '아시안컵 복수전' 성격이 강합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에서 일본에게 승부차기 끝에 0-3으로 패했죠. 경기 종료 후 우리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며 아쉬워했던 모습, 손흥민의 눈물은 여전히 축구팬들의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의 패배가 더욱 분한 것은 일본이 아시아를 제패 했습니다. 최근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죠. 과거에는 '한국 축구>일본 축구'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지만 이제는 '한국이 일본에 도전한다'는 늬앙스의 일부 주장이 제기 될 정도입니다. 일본의 성장이 눈부십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만약 한국이 일본전에서 패하면 국내 여론에서 '한국 축구<일본 축구'라는 명제가 설득력을 얻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아시안컵 성적 위주의 관점에서는 일본이 아시아 No.1 입니다. 또한 일본의 유럽파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죠.(하지만 한국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세) 하지만 한국 축구팬 마음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축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아시아 최강의 축구 실력을 발휘했던 자존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가전은 결과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본전은 경기 내용 및 결과를 포함한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태극 전사들은 아시안컵 패배를 생각해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되살려야 합니다. 일본전은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2. 한국, 일본의 3-4-3을 뚫어라

한일전의 변수는 일본의 포메이션 입니다.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 당시 4-2-3-1을 활용했지만 그 이후에는 3-4-3으로 전환했습니다. 자케로니 감독이 선호하는 포메이션으로 유명하죠. '4백의 대세, 3백 퇴보'가 굳어진 현대 축구의 흐름속에서 일본이 3백을 쓰는 것은 자케로니 감독의 뜻이 강합니다. 과거에 비해 측면 옵션들의 기량이 부쩍 좋아진 일본이라면 3-4-3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3백은 4백에 비해 윙백과 수비수 사이의 수비 뒷 공간을 내주기 쉽습니다. 나가토모가 부상으로 빠진 왼쪽, 우치다의 수비 가담이 늦는 오른쪽이 일본 3-4-3 약점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측면을 흔들며 일본을 공략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측면 공격도 불안 요소입니다. 박지성 대표팀 은퇴와 이청용 부상,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었던 지동원-손흥민 차출이 불발 됐습니다. 그래서 이근호-구자철이 우치다-구리하라(또는 이에나가)와 측면에서 맞대결하지만 두 선수가 측면에서 최상의 공격을 펼칠지 의문입니다. 이근호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왼쪽 윙어로 뛸 때의 폼이 가장 좋았지만 최근 A매치에서는 패스 과정에서 동료 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는 불안함이 있었고, 구자철은 측면 경험이 적으며 지난 2월 터키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았으나 부진했습니다. 그나마 이근호는 J리그 3년차로서 일본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것이며, 구자철의 능숙한 퍼스트 터치는 일본의 수비 속도를 한 박자 빼앗는 임펙트가 될 것입니다. 향후 대표팀 경쟁에서 유리한 이점을 얻으려면 일본전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3. 조광래호가 위기에 빠졌을 때, 박현범을 기대해보자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미드필더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는 각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이 2010년 2월, 5월 일본 원정에서 승리할 때는 중원 전쟁에서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지만 2010년 10월, 2011년 1월에는 일본에게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서 무승부에 만족했습니다. 또한 일본 축구는 전통적으로 미드필더들의 퀄리티가 풍부합니다. 특히 엔도-하세베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남아공 월드컵 16강-아시안컵 우승을 통해서 현존하는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했죠. 한국이 이번 일본전에서 승리하려면 엔도-하세베를 공략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일본전에서는 엔도-하세베의 클래스를 이겨내지 못했죠.

만약 한국이 일본과의 경기 도중에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아시안컵 4강 일본전에서 후반전에 홍정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여 경기 흐름을 한국의 우세로 바꾸었듯이 말입니다. 이번 일본전에서는 박현범이 조커로 나서면서 홍정호 역할을 할지 모릅니다. 최근 수원의 4-1-4-1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중원에서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고, 악착같이 수비에 임하는 열성을 다했습니다. 대표팀 기성용과 콘셉트가 일치하죠. 만약 한국이 엔도-하세베의 벽을 넘지 못하면 기성용-박현범이 더블 볼란치를 맡는 4-2-3-1 전환 가능성이 예상됩니다. 조광래호가 위기에 빠졌을때 박현범을 기대해봅니다.

4. 일본, 카가와-혼다 공존 성공할까?

일본은 카가와-혼다를 동시에 선발로 기용할 것입니다. 일본 공격에 빠져서는 안 될 아이콘이죠. 오카자키가 오른쪽 윙 포워드를 볼 수 있지만 본래 중앙 공격수라는 점을 미루어보면, 일본의 좌우 날개는 카가와-혼다가 맡을 겁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공존은 아시안컵 당시 풀리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이번 한국전에서는 양쪽 측면을 책임지지만 공격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연계 플레이를 노리거나 침투를 노릴 겁니다. 하지만 그 패턴은 카가와-혼다가 서로 일치하죠. 아시안컵때도 서로의 역할이 중복되면서 일본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았던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혼다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중앙에서의 공격을 늘렸지만 왼쪽 윙어였던 카가와의 공격력이 반감되었죠.

그런데 3-4-3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엔도-하세베는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리면서 공수 밸런스를 조절하며 이용래-김정우와 맞부딪치기 때문에 카가와-혼다가 때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후방에서 연결되는 빌드업을 한국 진영 중앙 공간에서 누가 받아낼지 의문입니다. 두 선수는 본래 중앙에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혼다는 최적의 포지션이 없음) 역할이 겹칠게 분명합니다. 이충성 또는 오카자키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지만 박스안에서 경합하기 버거워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 카가와-혼다 공존은 골치아픈 일이죠. 또한 혼다-카가와는 터프한 선수들의 마크에 고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국이 그 약점을 노려야 합니다.

5. 최고의 매치업, 기성용vs엔도, 아시아 최고의 중앙MF는?

기성용은 2009년 AFC(아시아 축구연맹) 올해의 청소년 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20세의 어린 나이에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며 아시아 축구의 미래를 빛낼 존재로 평가받았죠. 그리고 AFC 올해의 선수는 엔도에게 돌아갔습니다. AFC가 인정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가 되었죠. 그런 엔도는 일본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2011년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일본 허리의 핵심으로서 가공할 패싱력과 너른 시야, 날카로운 킥력, 끈끈한 수비력으로 다재다능한 역할을 소화하며 아시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일본 대표팀이 기고만장한 행보를 걷고있는 그 중심에는 엔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기성용이 있습니다. 엔도가 절정의 클래스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훗날 그의 아우라를 뒤덮을 선수가 기성용입니다. 최근 리버풀-토트넘 이적설로 주목받으면서 이적료 800만 파운드(약 142억원)까지 몸값이 치솟은 것 처럼 셀틱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죠. 일취월장한 공격력은 셀틱에서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수비력이 부쩍 좋아지면서 유럽을 호령할 중앙 미드필더로 성장중입니다. 반면 엔도는 유럽 진출 경력이 없는 31세 미드필더죠. 지금까지는 엔도가 아시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손꼽혔지만 이제는 기성용 성장에 도전받는 입장입니다. 그 정점이 이번 한일전입니다. 기성용이 엔도가 버티는 일본의 허리를 제압하는 시나리오는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vs일본, 예상 선발 명단-

한국(4-1-4-1) : 정성룡/김영권-이정수-곽태휘(이재성)-차두리/기성용(박현범)/이근호(김보경)-이용래(윤빛가람)-김정우-구자철(남태희)/박주영(김신욱)

일본(3-4-3) : 가와시마/요시다-콘노-이노하(고마노)/구리하라(이에나가)-엔도-하세배-우치다/카가와(혼다)-이충성(오카자키)-혼다(오카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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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목표로 하는 박지성 vs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혼다 케이스케. 하지만 혼다는 박지성에게 실력 뿐만 아니라 스타로서의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번 한일전에서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것을 깨닫지 않으면 박지성처럼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일본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박지성, 5월 23일 대표팀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의 목표는 월드컵 16강이다. 현실적인 목표다. 일본이 어떤 목표를 설정했는지 관심 없다" (박지성, 5월 24일 산케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어쩌면 일본 축구 입장에서는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냉소한 반응이 불쾌했을지 모릅니다. 일본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4년 전 "한국 야구는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고 발언했던 독설과 비슷한 늬앙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 입장에서는 박지성의 발언이 이치로처럼 거만하게 들렸을지 모릅니다.

얼핏보면 박지성이 이치로처럼 상대팀을 얕보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연한 발언 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거만한 자세를 나타낸 일본 축구를 비판한 것입니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 목표를 4강 진출로 설정했고 대표팀의 에이스인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는 우승을 하겠다며 의기양양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일본이 경제 대국이라서 목표를 크게 가졌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일본 대표팀의 실력치고는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했습니다. 반에서 시험 성적 30등에 턱걸이로 드는 학생이 4등 안에 들겠다며 큰소리 치는 것과 똑같습니다.

특히 오카다 감독의 월드컵 4강 욕심은 한국을 의식한 것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고 그 이후에도 4강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일본 축구가 한국을 넘어 진정한 아시아의 최강으로 군림하려면 월드컵 4강 달성이라는 결과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일본의 열등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오카다 감독의 월드컵 4강 발언은 혼다의 월드컵 우승 발언에 비하면 '애교 수준' 이었습니다. 혼다는 지난 16일 일본 입국 기자 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 목표는 우승이다"며 스승의 4강 발언에 한 술 더뜨고 말았습니다. 또한 혼다의 화려한 입국 패션은 일본 열도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월드컵 우승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에 이르기까지, 스타의식이 넘쳐나는 선수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혼다의 스타의식이 감독의 전술을 뿌리치는 거만함으로 표출 됐습니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10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것이라고 말했는데, 혼다가 16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수비를 하고 싶지 않다"고 발언했습니다. 혼다의 관점에서는 감독의 전술은 그저 감독 생각일 뿐, 자신은 공격만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오카다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발언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본 대표팀이 '오카다vs혼다'라는 사제지간의 대립 구도로 분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혼다의 못말리는 스타의식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South Koreas Park celebrates with teammate Yeom after scoring a goal against Japan during their Kirin Cup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in Saitama

[사진=일본전에서 전반 5분만에 선제골을 뽑은 뒤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박지성. 옆에서 환호하던 염기훈의 표정과 대조적입니다. (C) 티스토리 PicApp]

하지만 혼다의 스타의식은 그라운드에서의 실력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고 모스크바의 주전 확보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에 걸맞는 클래스를 라이벌 한국전에서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 공격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김정우에게 철저히 봉쇄당하면서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 진영을 과감히 돌파하는 모습도 부족했습니다. 원톱 오카자키 신지와의 연계 플레이도 소극적이었고 불안한 볼 키핑력 때문에 공을 빼앗기는 장면이 여럿 속출했습니다.

한국전에서 유일하게 인상깊은 장면을 펼친것은 후반 16분 빠른 타이밍에 의한 터닝슛을 날린 것입니다. 경기 내내 김정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에게 막혔지만 이 장면에서는 타이밍을 빠르게 엮으며 결정적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슈팅이 날카롭지 못해 공이 높게 뜨고 말았습니다. 강력한 슈팅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인지 의심 되었습니다. 결국, 혼다는 0-1로 뒤진 후반 26분에 부진에 따른 질책성 교체를 당했습니다. 교체 상황에서 한 가지 행동을 지적하자면, 그라운드에서 벤치로 이동하는 걸음이 느렸습니다. 팀을 생각했다면 단 1초라도 빨리 들어와 일본의 추격 시간을 벌어줘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에이스의 체면을 내세워서는 안됩니다.

반면 박지성은 일본전에서 자신이 왜 아시아 최고의 선수이고, 맨유에서 다섯 시즌 동안 활약했던 선수인지를 전반 5분 만에 단 한 번의 장면으로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6만 일본 관중들의 함성과 야유를 침묵에 빠드리는, 오카다 감독과 혼다의 거만함을 무너뜨리는 오른발 중거리슛 한 방으로 일본의 골망을 기습적으로 흔들었습니다. 또한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태클을 마다 않으며 일본의 공세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빠른 템포에 의한 공격을 주도하며 경기 페이스를 한국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의 골 세리머니가 인상적 이었습니다. 골을 넣은 뒤 일본 서포터즈 울트라 닛폰쪽으로 다가가 슬쩍 쳐다보는 세리머니를 한 것이죠. 그것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리미니를 한 것입니다.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자신을 야유했던 울트라 닛폰에 무언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축구 경기에서는 주로 약한 팀에게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 시즌 아스날-AC밀란-리버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크게 펄쩍이며 환호했던 것과 정반대였죠. 일본전에서 골을 넣어도 감흥이 없는 표정을 지은 것은, 박지성이 일본 전력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우리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의 골 세리머니는 "월드컵 4강에 오르고 싶다", "월드컵 목표는 우승이다"며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오카다 감독과 혼다의 거만함이 잘못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한국의 속담을 떠올리게 하듯, 축구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뛰고 실력으로 말하는 것임을 박지성이 그들에게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최근 박지성의 라이벌로 떠올랐던 혼다는 스타의식에 젖어있을 뿐, 진정한 스타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에이스의 진가를 보여줬던 박지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과 혼다는 미드필더입니다.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뛰어나야 하며 아무리 공격력이 우수한 선수라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철저한 압박이 현대 축구에서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료 선수의 경기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박지성은 특유의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맨유에서 다섯 시즌 동안 주축 선수로 뛰었지만, 혼다는 팀 보다 개인을 중요시 여기며 축구의 기본을 망각한데다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자만했습니다. 어쩌면 두 선수의 대조적인 마인드가 한국과 일본의 경기 내용 및 결과를 결정지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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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s Park gives a thumbs up during the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against Ecuador at the Seoul World Cup Stadium


[사진=일본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 (C) 티스토리 PicApp]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라이벌 일본을 제압하고 최근 A매치에서 4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 이어 일본전을 이기면서 오스트리아 고지대 전지훈련에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게 됐습니다.

한국은 24일 저녁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5분 박지성이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기습 중거리슛을 날리며 선제골을 날렸고 후반 45분에는 박주영이 페널티킥 골을 넣었습니다. 일본에 한 수 앞선 경기 내용을 선보인 끝에 기분좋게 승리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하는 팀 답지 않게 무기력한 경기를 거듭하며 자국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전반전, 박지성의 기습 선제골이 일본의 허를 찔렀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이영표-이정수-곽태휘-차두리를 포백,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을 미드필더, 염기훈-이근호를 투톱 공격수로 배치했습니다. 일본은 한국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는데 나라자키가 골키퍼, 아베-곤노-나카자와-나카토모가 포백,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 오쿠보-혼다-나카무라가 2선 미드필더, 오카자키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즐겨 구사했던 4-4-2를 버렸는데, 투톱 공격수의 개인 역량 부족을 커버하고 미드필더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4-2-3-1을 도입하며 중원을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초반은 일본이 흐름을 잡았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강화하며 한국 진영에서 공격 기회를 엿봤습니다. 하지만 경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한 것은 한국 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전반 5분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제치고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김정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일본의 공격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박지성이 공을 이어받아 전방으로 과감히 침투했고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 끝에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1-0으로 앞선 한국은 수비에 무게를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 14분 볼 점유율에서 일본에게 23-77(%)로 열세를 나타냈지만 이것은 한국이 의도하던 경기였습니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1골 차이의 리드를 지키며 탄탄한 수비 밸런스를 구축하며 일본 공격의 흐름을 끊고 역습을 노리겠다는 것이 한국의 작전 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일본 진영에서 여러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얻었는데, 일본이 공격적인 움직임이 보이기 보다는 자기 진영으로 들어와 한국의 공격을 유도하며 깊은 태클에 의한 파울을 남발했습니다. 일본도 역습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입니다.

전반 중반에는 양팀이 견고한 압박 작전을 펼쳐 중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상대팀의 공을 빼앗기 위해 두 명 이상이 견제 작전을 펼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 것이죠. 다만, 역습 상황에서는  한국이 전방으로 향하는 종패스, 일본이 횡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 28분 점유율에서는 일본이 58-42(%)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미드필더 장악이 대등했기 때문에 일본이 유리한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카자키가 한국 수비진에 봉쇄당했고 혼다도 김정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일본의 공격 마무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염기훈-이근호 투톱이 최전방에서 공간을 넓게 벌리고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일본진영을 공략했습니다. 특히 이근호는 왼쪽 진영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을 따내면서, 일본 수비수와의 볼 경합에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1년 간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염기훈이 오른쪽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이청용이 많은 볼 터치 속에서도 침투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전반 36분 곤노에게 태클을 시도하면서 상대 발 안쪽을 가격해 경고를 받은 장면은 월드컵 본선에서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전반 막판에는 한국이 공격 흐름을 잡았습니다. 일본의 공격이 한국의 물셀틈 없는 압박에 밀려 경기 집중력이 떨어졌고, 한국이 4-2-3-1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전술을 바꾸었습니다. 이근호가 왼쪽 윙어로 내려가고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것이죠. 그래서 박지성은 중앙에서 여러차례 공격을 전개하며 엔도-하세베로 짜인 일본 더블 볼란치의 뒷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박지성 봉쇄에 실패했던 나카토모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살아난 것도 박지성이 중앙으로 옮긴 순간 부터 였습니다.

후반전, 박주영 페널티킥 골...한국 2-0 승리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염기훈-이근호를 빼고 박주영-김남일을 교체 투입해 4-2-3-1로 전환했습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AS 모나코의 4-2-3-1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역량을 대표팀에서 발휘하게 되었으며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양박'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특히 김남일은 후반 2분 하세베의 드리블 돌파를 차단하자마자 역습을 가하며 일본 공격의 허를 찔렀습니다. 또한 중원에서의 빠른 볼 전개를 통해 미드필더진에서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 되면서 한국 공격의 짜임새가 전반전보다 좋아졌습니다.

다만, 후반 초반에는 두 가지의 공격 장면이 아쉬웠습니다. 첫번째로 박지성을 중앙에 포진하면서 기성용이 왼쪽 윙어를 맡았는데, 박지성 위주의 패스 전개를 하면서 기성용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박지성의 활용도를 최대화하려는 작전은 좋았지만 기성용의 활용도가 미미했습니다. 두번째로 박주영이 후반 8분 공중볼을 따낼 때 미드필더 어느 누구도 그 공을 받아내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주영과의 폭이 넓다보니 공중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죠. AS 모나코 같은 경우에는 네네와 알론소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폭을 좁히는데, 한국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후반전 공격은 전반전보다 더 안좋았습니다. 오쿠보-나카무라-오카자키-혼다 같은 공격 옵션 전원이 한국 수비수들의 압박을 뚫지 못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엔도-하세베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김정우-김남일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공격은 한국 진영 바깥에서 번번이 끊어졌고, 후방에서 짧은 패스보다 롱볼을 올리며 패스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후반 16분 혼다의 터닝슛이 높게 향했는데 슈팅의 날카로움이 부족했습니다. 일본은 후반 17분 나카무라를 빼고 모리모토를 교체 투입해 원톱으로 놓으면서 오카자키를 왼쪽 윙어로 내리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국의 수비를 넘기에 역부족 이었습니다.

한국은 후반 초반에 이어 중반에도 패스 템포를 늦추면서 시간을 버는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김정우-김남일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공격 가담을 자제한 것은 홈팀인 일본의 공세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지 였습니다. 후반 25분 이후에는 김정우-김남일-오범석이 일본진영 쪽으로 올라오면서 추가골 기회를 넘봤습니다. 후반전 경기 흐름이 한국이 의도하던 방향으로 흘렀던 것입니다. 반면 일본은 후반 17분 나카무라에 이어 26분 혼다까지 교체하면서 일본 축구의 신구 에이스들을 모두 벤치로 불러 들였습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에이스를 뺀 것은 부진에 따른 질책성 교체 였습니다.

이에 한국은 후반 30분 박지성-기성용을 빼고 이승렬-김보경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을 빼고 영건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해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키우려 했습니다. 이승렬이 후반 32분 박스 오른쪽 안에서 공을 몰고 가는 상황에서 공을 놓치는 바람에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한국이 공을 가로채면서 김남일의 로빙슛 장면이 이어진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활발하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한국이 추가골 기회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허정무호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후반 막판이 되면서 일본에게 경기 흐름을 빼앗기는 듯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부진하면서 2선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늘어나고 김정우-김남일이 전방쪽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알아챈 일본 선수들이 전방쪽으로 올라오면서 공격 기회를 노리는 장면이 많아진 것은 한국의 공수 밸런스가 약해진 것입니다. 다행히, 일본 선수들이 후반 35분 이후 움직임이 무뎌지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이 상대팀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경기 내용이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보다 최상은 아니었지만, 일본이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승리 과정이 쉬워졌습니다. 후반 45분에는 박주영이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한국이 2-0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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