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8연승을 거두고 23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쿠바와의 결승전 금메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역량과 지도력이 주목받고 있다.
화두는 김경문 감독의 ´믿음 야구´다. 첫 경기인 13일 미국전부터 19일 쿠바전까지 ´봉중근-송승준-류현진-김광현´으로 짜인 선발 로테이션을 바꾸지 않았으며 1할대 타율로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4번 타자로 배치 시켰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부진했던 이대호와 20세 약관인 김현수를 선발 타자로 기용하고 한때 대표팀에서 탈락했던 윤석민을 합류시켜 마운드에 자주 올리는 등 자신의 뚝심을 소신껏 밀고 나갔다. 결국 그것이 한국의 8연승을 지휘한 원동력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소속팀 두산에서의 스타일을 대표팀에서 그대로 풀어갔으며 그 근간엔 자신의 뚝심 야구가 깔려 있다. 가능성 높은 선수들을 끝까지 믿고 꾸준히 기용하더니 이종욱과 고영민, 김현수를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키웠고 임태훈과 민병헌도 그의 작품이었다. 선수들에 대한 김 감독의 무한신뢰가 두산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 결과는 8연승과 더불어 선수 개개인의 활약까지 빛나는 연쇄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타율 1할대로 고전하던 이승엽은 준결승 일본전에서 역전 투런포를 작렬하며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고 이대호와 김현수는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윤석민은 한국 투수중 가장 많은 5경기에 등판해 2승1세이브 평균 자책점 2.35로 활약하며 한국의 8연승을 이끈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믿음 야구 속에서 마무리 투수였던 한기주(21, KIA)만이 아직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지 못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본선 미국전(13일) 일본전(16일) 대만전(18일)에서 연이어 난타를 당해 구원투수의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이유로 팬들의 비판 대상으로 전락했다. 야구 대표팀이 거침없는 연승 행진으로 결승전에 오른것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것.
한기주는 선동렬-김진우에 이어 KIA(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 포함)를 빛낸 마무리 투수이자 대들보다. 그는 KIA에서 150km를 넘는 파워 피칭으로 상대 타자들을 하나 둘 씩 제압했지만 단조로운 코너워크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외국인 타자들에게 구질이 쉽게 읽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본선 미국과 일본전에서는 마무리로 나왔으며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4실점해 방어율이 무한대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타율 1할대로 부진했던 이승엽이 일본전에서 천금의 투런포를 쏘아올린 것처럼 한기주의 부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선발 류현진을 비롯 투수진의 총출동 가능성이 커 지난 19일 쿠바전에 등판하지 않았던 한기주가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한기주의 쿠바전 등판은 김경문 감독의 배려 속에 짜여진 시나리오가 될 전망. 김경문 감독은 18일 대만전이 끝난 뒤 "한기주가 지금 상태로 돌아가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다음 네덜란드전에서는 장원삼과 한기주만 기용한다"며 그의 자존심을 살려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비록 그는 네덜란드전에 등판하지 않았지만 5일 동안 몸을 쉬었기 때문에 쿠바전서 불펜 투수로 활약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김경문 감독이 한기주에게 기회를 줄 타이밍은 쿠바전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21세에 불과한 한기주가 향후 한국야구를 이끌어 갈 재목이기 때문에 국제 경기에서의 자신감을 키우려면 쿠바전에서의 명예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미 한기주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뜻깊은 피와 살이 될 교훈을 체득했기 때문에 쿠바전에 등판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할 것이다.
어느 모 방송국의 야구 캐스터는 최근 한기주의 부진한 활약에 '드라마 감독 김경문, 주연 한기주'라는 표현을 쓰며 야구팬들의 관심 대상에 올랐다. 이승엽은 '이 작가'로 거듭나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공헌했지만 3번 연속 비운의 시련을 맞은 '주연 한기주'는 달콤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지 못했다.
그 결말을 쿠바전에서 맺고 한국이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야구 드라마'로 끝난다. 한기주가 김경문 감독의 무한신뢰에 보답하여 쿠바전에서 부활투를 뿌리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해피엔딩 시나리오'의 그 시작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