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베슬러이 스네이더르.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 입니다. 맨유-첼시-맨시티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2010/11시즌이 거의 종료되면서 새로운 빅4 체제가 등장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첼시-아스널이 4위 이내 성적을 유지하면서 빅4 잔류를 굳혔고, 'New 빅4'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3위 또는 4위로 시즌을 마칠 예정입니다. 토트넘은 한 시즌만에 빅4에서 탈락했고 리버풀은 두 시즌 연속 중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맨유-첼시-아스널-맨시티 체제의 빅4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목표로 하게 됐습니다.

빅4는 챔피언스리그를 위한 전력 보강을 목적으로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전으로 활용할 새로운 옵션을 영입할 예정입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스스로 3명의 선수 영입을 예고했고, 첼시는 불과 반 시즌전까지 스쿼드 노령화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체질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스널은 6시즌 연속 무관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며, 맨시티는 FFP(파이낸셜 페어 플레이룰)이 변수지만 선수 영입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빅4가 플레이메이커를 동시에 영입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맨유-첼시-아스널-맨시티, 플레이메이커 절실하다

맨유는 다음 시즌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감 및 활약이 팀 성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스콜스는 재계약 여부를 떠나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렸으며, 그나마 긱스가 시즌 후반에 스콜스 공백을 대신했으나 내년이면 39세 입니다. 스콜스의 후계자로 꼽혔던 안데르손을 기대하기에는 팀의 무게 중심이 우왕좌왕 거릴 수 있습니다. 안데르손 특유의 기복이 심한 폼 처럼 말입니다. 캐릭-플래처-깁슨은 플레이메이커 성향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 플레이메이커 효과가 없다면 긱스-스콜스의 과부하 조짐이 없지 않으며, 맨유 성적의 불안 요소가 될지 모릅니다.

그런 특성 때문인지,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모드리치(토트넘) 찰리 아담(블랙풀) 같은 다른 팀의 플레이메이커들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스네이더르-모드리치가 인터 밀란-토트넘의 주력 선수라는 점에서 맨유가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아담은 '18위' 블랙풀이 강등 될 경우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으로 이적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맨유가 막대한 재정난을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스네이더르-모드리치 영입이 어려울 경우 아담으로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첼시도 스네이더르-모드리치 영입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맨유가 관심을 나타낸 왼쪽 날개 베일(토트넘)도 첼시의 영입 대상중에 한 명이죠.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맨유와 첼시의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맨유가 스콜스 후계자를 염두하고 있다면 첼시는 램퍼드 후계자가 필요하죠. 램퍼드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면서 비롯된 미드필더진에서의 창의적인 공격 전개 부족, 그리고 램퍼드가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과부하에 시달렸던 것이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 가능성을 필요하게 됩니다.

첼시는 토레스 부활이 다음 시즌의 최대 과제입니다. 더 이상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드록바에게 의지할 수 없습니다. 토레스를 다음 시즌 초반부터 벤치로 내리는 것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5000만 파운드(약 879억원)를 투자했던 결정이 실수였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입니다. 토레스가 성공하려면 그의 골 생산을 도와줬던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램퍼드는 공간을 넓히면서 연계 플레이를 주도하는 성향으로서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가 적합했죠. 토레스와의 공존이 잘 안됐던 이유입니다. 토레스가 성공하려면 그 뒷쪽에 어울리는 플레이메이커, 리버풀의 제라드 같은 유형이 필수입니다. 그 선수는 램퍼드 후계자로 부각 될 수도 있죠.

아스널은 파브레가스-나스리-로시츠키-램지-윌셔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플레이메이커는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스리는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자기 역량이 최대화되는 체질이며, 로시츠키는 잦은 부상 여파로 90분을 뛸 체력이 아닙니다. 램지는 지난 1일 맨유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지만 장기간 부상 공백 여파가 불안 요소이며, 윌셔는 공격형 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더 많이 기용되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FC 바르셀로나로 떠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아스널 잔류를 선언했지만 올해 여름은 어떨지 모릅니다. 만약 파브레가스가 떠나면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파브레가스 대체자로 크게 부각된 인물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이 그동안 빅 샤이닝 보다는 잠재력이 강한 옵션 영입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대형 미드필더 이적설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시즌 중에 아스널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사힌은 도르트문트를 떠나 다음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예정입니다. 하지만 나스리-로시츠키-램지-윌셔가 파브레가스 대체자로 활약하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각각의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파브레가스 대체자 보강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맨시티는 야야 투레라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습니다. 하지만 투레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가 아닌 박스 투 박스 또는 앵커맨에 가까운 성향입니다. 배리-데 용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와 함께 중원에서 공존하면서 맨시티의 색깔이 수비쪽으로 부각됐습니다. 제코가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자신의 공격력을 도와줄 마땅한 플레이메이커 부재가 없지 않았습니다. 실바는 엄연히 측면 자원이죠. 그런 맨시티가 다음 시즌 전술을 변화하려면 실바와 더불어 팀 공격을 풀어갈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합니다. 파브레가스(아스널) 이니에스타(FC 바르셀로나)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영입설이 이를 반증하죠.

현실적으로 파브레가스-이니에스타-스네이더르 중에 한 명이라도 데려올지는 의문입니다. 대형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에는 FFP가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파브레가스는 그동안 FC 바르셀로나 이적을 꿈꾸었으며 이니에스타는 FC 바르셀로나가 다른 팀으로 보낼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스네이더르는 맨유-첼시가 눈독들이는 선수 중에 한 명입니다. 하지만 전술 변화를 위해서는 플레이메이커 영입은 꼭 필요합니다. 배리-야야 투레-데 용이 중원을 짊어지면서, 야야 투레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체제가 다음 시즌에도 유지되면 전술의 경직성이 커집니다. 맨시티는 중요한 경기에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 선택이 플레이메이커 영입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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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지훈 (C) 티스토리 뉴스뱅크 F (By. 뉴시스)]

수원은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미드필더 세르베르 제파로프(29, FC서울) 영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제파로프는 자국 클럽 분요도코르가 원소속으로서 지난해 서울과의 임대가 만료됐죠. 아시안컵에서 우즈베키스탄의 4강 진출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서울-수원의 영입 공세를 받았습니다. 결국 분요도코르를 떠나 서울로 완전 이적했으며 수원은 영입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만약 제파로프가 수원으로 이적했다면 서울-수원의 슈퍼매치 대립 관계가 확장되었을지 모릅니다. 서울 입장에서는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안겨줬던 제파로프가 라이벌 팀에서 뛰는 것을 원치 않았겠죠. 현실로 돌아오면, 이미 제파로프는 서울과의 의리를 택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수원 이적을 원했을 가능성은 거의 적었을지 모르죠. 결과적으로 수원의 러브콜에 그쳤을 뿐입니다. 그런 수원이 제파로프를 영입했다면 지금보다 더 무서운 공격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백지훈, 수원의 플레이매이커 부재를 해결하라

서두에서 제파로프를 언급한 이유는 수원의 플레이메이커 문제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미드필더진이 경직되었고 공격 밸런스가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4일 경남전 1-2 패배 및 그동안 여러차례의 경기에서 제기되었던 단점입니다. K리그 4위(4승1무2패)를 기록중이지만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했던 행보를 상기하면, 지금의 경기력 및 성적은 여론의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올 시즌 K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이 수원과 서울 이었습니다.(서울은 14위 부진)

윤성효 감독은 지난해 여름 수원 사령탑을 맡으면서 패스 중심의 축구를 강조했습니다. 전임 감독이 추구했던 '롱볼 축구'와 다른 색깔의 아기자기한 맛을 가미했죠. 지난해 7~8월에는 미드필더진에서 창의적인 볼 배급이 줄기차게 진행되면서 기존의 색깔을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그 시기에는 '아름다운 축구'를 펼쳤습니다. 문제는 그 색깔을 올 시즌에 뚜렷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면서 공격이 끊기거나 느려지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롱볼을 시도했지만 그것을 받아줄 선수(특히 마르셀)의 움직임이 떨어졌고, 측면 옵션들의 크로스가 유난히 부정확합니다.

이러한 공격력 저하는 윤성효 감독이 풀기 힘든 문제입니다. 지난해는 백지훈, 김두현, 마르시오 같은 중원에서 창의적인 볼 배급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지훈이 장기간 부상자 명단에 있으며, 김두현-마르시오가 떠났습니다. 현 수원의 중원을 책임지는 오장은-이용래는 서로의 역할 중복으로(박스 투 박스) 협력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의외는, 수원의 플레이메이커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였던 이상호의 폼이 아쉽습니다. 전 소속팀 울산 시절에 비해 공격을 조율하거나,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 면모가 부족한 인상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좋지만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엇박자를 나타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얼마전 "선수가 없다"고 발언한 것은 나름의 일리가 있습니다.(다른 팀에 비해 네임벨류가 부러운 선수층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지만) 몇몇 선수들의 부상 및 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을 이유로 선수가 부족한 약점을 거론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플레이메이커 부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상을 이유로 선수가 없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은, 백지훈 공백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공교롭게도 윤성효 체제의 패스 축구가 순항했던 지난해 7~8월에는 백지훈이 수원의 에이스 였습니다.

물론 백지훈 복귀가 수원의 공격력 문제를 해결할 능사는 아닙니다. 지난 2년 동안 부상 및 부진으로 시름하며 성장이 정체되었던 리스크가 있죠. 그래서 기복이 심한 약점에 직면했습니다. 윤성효 체제에서도 백지훈의 활약이 좋으면 수원의 공격 축구 및 승리 과정의 탄력을 얻었지만, 백지훈이 부진한 날에는 수원의 공격 전체가 의기소침 했습니다.(당시에는 '조커' 이현진의 맹활약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수원 행보를 놓고 보면, 윤성효 감독의 전술은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존재해야 빛을 발휘하는 공식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백지훈의 스타일은 오장은-이용래-이상호와 철저히 다릅니다. 세 선수들 처럼 부지런히 공간을 누비는 장점이 있지만, 간결한 패스로 수원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리거나 다양한 형태의 볼 배급으로 여러차례의 공격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공격을 이끌어가는 기질입니다. 수원의 현 스쿼드가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빠진 현실에서는 백지훈이 팀 공격의 활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장기간 부상에 시달린 것이 흠이지만, 최근에 개인 훈련을 시작하면서 복귀를 앞두고 있죠. 수원은 올해 초 제파로프 영입에 실패했지만 백지훈 복귀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백지훈이 수원의 희망으로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톱 문제 입니다. 수원은 이동국-유병수-루시오 같은 파괴력 넘치는 원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인리히는 K리그 적응 문제가 있으며, 마르셀은 수원의 우승을 이끌었던 2004년 포스가 아닙니다. 그나마 하태균은 각성했지만 더 노력해야 합니다. 투톱 전환을 염두할 수 있지만 '마땅한 짝' 까지 찾지 못했죠. 다른 관점에서는, 원톱이 미드필더진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어려움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용래-오장은이 중원 공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톱의 공격 부담이 커졌죠. 그 사이에 백지훈이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면 지금까지의 수원 전술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합니다.

또한 백지훈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부상 및 부진에 시달리며 팀 전력에 꾸준한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날의 화려했던 가치를 회복하려면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말해야 합니다. 복귀만이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선수 본인이 분발하고 투쟁하며 팀 공격을 일깨워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백지훈을 비롯해서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윤성효 감독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수원의 시즌 초반 행보는 여론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백지훈 복귀 이후부터는 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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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원의 플레이메이커 부재를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이상호 (C) 티스토리 뉴스뱅크 F (By. 뉴시스)]

수원 블루윙즈의 지난 20일 포항전 0-2 패배는 체력 저하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거의 일정한 스쿼드로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체력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었죠. 지난 2일 호주 시드니FC 원정 같은 경우에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감수했습니다. 4일 뒤에는 국내에서 라이벌 서울전을 치렀고 그 이후 여러 경기들을 소화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포항전에서 던져준 또 하나의 과제는 공격수 및 미드필더끼리의 문제점이 서로 얽혔습니다. 최성국-염기훈으로 짜인 윙 포워드가 주로 박스 바깥에서 활동하면서 하태균-게인리히 같은 최전방 공격 옵션이 그대로 고립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게인리히는 활동 폭이 좁은 고질적 문제 때문에 다른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아야 연계 플레이가 가능한 특징이 나타났죠. 중원의 오장은-이용래 조합의 경우에는 공격을 창의적으로 풀어가는 기질이 부족했습니다. 평소에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강점으로 삼았지만 포항전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체력 저하에 발목 잡혀 상대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수원에게 아쉬운 것은 플레이메이커가 없습니다. 김호 체제에서 바데아-고종수-가비, 차범근 체제에서 김대의(2004년을 말함)-이관우처럼 경기 흐름을 이끌어가는 인물이 윤성효 체제에 절실합니다. '수원 포메이션' 3-4-3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지만, 그렇다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플레이메이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박지성, 야야 투레, 하미레스 같은 팀 플레이어들이 그 예)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 윙 포워드, 공격수가 다재다능한 공격력을 기반으로 팀을 지휘하며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 축구입니다. 그런데 수원은 아직까지 팀 공격을 리드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성국-염기훈 측면 콤비의 파괴력은 아직 기대만큼은 아닙니다. 두 선수가 지속적으로 골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도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성국은 패스 타이밍이 느립니다. 경기를 지휘하려면 볼 배급의 신속함과 정확성이 중요하지만 최성국에게는 그런 면모가 부족하며 공격이 완만하게 진행됩니다. 염기훈은 좁은 공간에서의 볼 컨트롤이 불안합니다. 빠른 순발력 및 감각적인 기교를 겸비했지만 상대의 압박을 받으면 좀 처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패스 정확도가 굴곡을 나타낼 수 밖에 없죠. 올 시즌에는 오른쪽 윙어로 전환했지만 왼쪽에 있을때 비해 경기를 읽는 판단력이 한 박자 늦은 감이 있습니다.

중원을 담당하는 오장은-이용래 조합은 서로의 공격을 맞춰주면서 시너지를 키우는 노하우가 부족합니다. 아직 발을 맞춘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고, 3-4-3에서 중앙 미드필더에게 적극적인 압박이 요구되는 구조적 특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움직임-체력-패싱력-슈팅(중앙 미드필더 치고는 득점력이 있음) 같은 장점들이 서로 닮아있죠. 하지만 두 선수의 역할은 서로 중복 되었습니다. 어느 한 선수가 앞쪽에서 공격을 풀어가면 다른 한 선수가 수비쪽에서 커버링을 통한 보완을 할 필요가 있지만, 두 선수는 중원에서 활동 반경이 겹치면서 파트너의 장점을 살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이용래의 체력입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이동거리를 기록하며 그라운드를 쉴새없이 질주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수원의 동계훈련 및 대표팀의 2월 A매치 터키 원정에 임했죠. 문제는 시즌이 시작되면서 K리그-챔피언스리그-대표팀 일정을 동시에 소화해야 합니다.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잠재적 체력 저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수원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이용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대체 자원이 필요합니다. 오장은-이용래 조합만으로는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시즌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런 수원에게 한 가지 반가운 것은 이상호가 곧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입니다. 이상호는 투톱 공격수, 윙어, 중앙 미드필더 및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 자원 입니다. 주로 중앙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며 과거 울산의 플레이메이커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왼발 발등 부상으로 신음했던 이후에는 패스 타이밍이 느려졌던 단점이 있었지만, 지난해 여름 윤성효 체제에서는 원터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팀의 연계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꾸준한 경기 출전 및 부상이 없다면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상호 복귀는 최성국-염기훈-오장은-이용래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경쟁자로 부각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 2일 시드니FC 원정에서 최성국의 투톱 공격수 파트너로 출전했던 것 처럼(당시 수원은 4-4-2), 올 시즌 수원의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 될 역량이 있습니다. 부상 회복 및 실전 감각 유지가 변수로 작용하지만 기본적인 공격 센스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좀 더 자신감을 낼 필요가 있죠. 그런 흐름이라면 울산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메이커의 포스를 수원에서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울산 시절에는 김정남 전 감독에게 경기 운영에서 칭찬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수원의 플레이메이커 부재를 메울 또 하나의 카드는 백지훈입니다. 그동안 부상이 잦았고, 언제 팀 전력에 복귀할지 알 수 없고,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넓은 활동 폭을 기반으로 여러 형태의 패스를 적절히 구사하며 경기를 이끄는 그의 스타일은 수원의 파괴력을 살찌울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윤성효 감독이 부임한 초창기에는 플레이메이커로서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하위권에 빠진 팀 성적을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기존 선수들의 분발 또한 필요하지만, 이상호-백지훈의 가세라면 수원의 공격 축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주목됩니다. 지금은 3-4-3을 활용중이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포메이션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조직력의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없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 상황에서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등장하지 못했지만 선수 개인의 레벨은 K리그 최정상급 입니다. K리그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수원이라면 그 답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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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SLEY V MANCHESTER CITY

[사진=만약 호비뉴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맨시티 잔류 의지를 나타냈다면 맨유전에 출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비뉴는 없었고 맨시티는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시달리며 맨유전에서 패하고 칼링컵에서 탈락했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지난달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하여 프리미어리그 빅4 진입과 컵 대회 우승의 탄력을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 20일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칼링컵 4강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화려한 비상의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만약 맨시티가 4강 2차전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결승에서 우승컵을 따냈다면 본격적인 '맨시티 시대'가 도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맨유와의 4강 2차전에서는 그동안의 오름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이 맨유와의 중원 싸움에서 밀리더니 후반전에 3골을 허용했고 인저리 타임에는 웨인 루니에게 골을 내주면서 합계 스코어 3-4로 4강에서 탈락했습니다. 맨유의 공격 기세를 끊기 위한 비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수비 조직력도 불안했습니다. 크레이그 벨라미와 숀 라이트-필립스도 이날 경기에서 만큼은 맨시티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맨시티의 맨유전 패배는 만치니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만치니 감독은 전 소속팀인 인터 밀란의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04/05시즌 4강 진출 이외에는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2008년 여름 인터 밀란에서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음에도' 경질 된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토너먼트 단기전에서 다음 라운드 진출을 결징지을 임펙트, 즉 승부사 기질이 떨어졌던 것이 인터 밀란 시절의 단점 이었습니다. 그 여파가 맨유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만치니 감독의 4강 2차전 전술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완전히 읽혔습니다. 1차전과 같은 선발 라인업을 편성하여 사발레타-배리-데 용을 중원에 세우고 벨라미와 라이트-필립스가 좌우 윙어를 맡아 카를로스 테베즈가 마무리를 짓는 전술이었으나 문제는 미드필더 였습니다. 배리-데 용은 지난 16일 에버튼전에서 상대의 전방 압박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 약점을 퍼거슨 감독이 간파했죠.

그래서 맨유는 4강 1차전에서 맨시티 미드필더진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고 2차전에서도 공격보다 압박 위주의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맨시티 미드필더진에서 3톱으로 향하는 공격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캐릭-플래처가 좌우 공간을 벌려 풀백과 협력수비에 임하고 스콜스가 중앙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았습니다. 1차전에서 벨라미의 왼쪽 드리블 돌파를 봉쇄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측면 압박에 주력했던 것이죠. 결국, 맨시티는 벨라미와 라이트-필립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후반 31분 테베즈 골 상황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맨시티 미드필더진의 문제점은 어느 누구도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가 없었습니다. 사발레타-배리-데 용은 페너트레이션을 유도하거나 직접 골문으로 침투하여 골을 넣는 과감한 공격 동작을 취하는 선수들이 아닙니다. 사발레타는 풀백 자원이고 배리는 박스 투 박스, 데 용은 홀딩맨입니다. 그래서 맨시티의 페너트레이션이 측면쪽에 쏠릴 수 밖에 없었고 벨라미와 라이트-필립스가 맨유의 협력 수비에 봉쇄당하면서 공격 의지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단점이 후반전에도 재차 반복되더니 수비 밸런스가 붕괴되어 3실점을 허용 당했습니다.

문제는 맨유에게 밀린 흐름을 바꾸기 위한 만치니 감독의 전술이 적절치 못했습니다. 후반 19분 하비에르 가리도를 빼고 스티븐 아일랜드를 교체 투입시켜 사발레타를 왼쪽 풀백으로 내렸는데, 아일랜드를 공격 연결고리로 삼았던 만치니 감독의 판단이 틀렸습니다. 아일랜드는 올 시즌 초반부터 배리-데 용과 역할이 중복되면서 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부상까지 거듭하며 경기력이 완전치 않았습니다. 아일랜드보다 '최근 출전 기회가 많아진' 마르틴 페트로프를 중앙쪽에 기용하여 페너트레이션을 유도했다면 맨유의 미드필더 중앙을 간파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만약 맨시티에 파브레가스-램퍼드-제라드 같은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를 보유했다면 맨유의 중앙을 파고들어 활발한 골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맨유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측면쪽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그 특징을 노려 중앙을 통한 공격을 노리고 테베즈와 연계 플레이를 했다면 맨유전에서 이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가 측면 압박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중앙이 약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맨시티의 스쿼드에서는 파브레가스 같은 플레이메이커가 없었고 미드필더 중앙에서 공격진 한 가운데로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이 좀처럼 위력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플레이메이커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만치니 감독이 인터 밀란 시절에 플레이메이커를 통한 공격 전술로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입니다. 만치니 감독은 4-3-1-2 포메이션을 선호했으며 데얀 스탄코비치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해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개척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4-3-1-2를 쓰기에는 모험에 가까웠고(첼시도 최근에는 4-3-3으로 전환한 상황) 맨시티 스쿼드에서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의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호비뉴의 결장이 아쉽습니다. 만치니 감독의 전술 능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호비뉴이기 때문이죠.

호비뉴는 감각적인 움직임과 빠른 공격 전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싱력과 과감한 문전 침투에 이은 정확한 슈팅으로 다득점을 할 수 있는 공격 자원입니다. 그동안 맨시티에서는 왼쪽 측면에서 맡은 모습을 드러냈지만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에 산토스 이적 선언을 하기 직전까지는 중앙에서의 감각적인 공격 전개로 동료 선수의 골을 엮어내는 장면이 있었을 만큼, 만치니 체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비뉴는 지난달 말에 만치니 감독으로부터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 받았고 벤치 신세로 전락하면서 맨시티에서의 입지가 약화 되었습니다. 그래서 산토스 이적을 원했고 맨유전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호비뉴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맨시티 잔류 의사를 표시했다면, 맨유전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조커로 출전해 제 몫을 다했을 것이며 경기 결과는 어떻게 끝났을지 모를 일입니다. 결국 맨시티는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시달리며 맨유전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호비뉴의 존재감이 아쉬웠고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아킬레스건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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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두현 (C) 웨스트 브롬위치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1월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며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5호' 김두현(27, 웨스트 브롬위치)의 행보가 바람잘 날이 없습니다.

김두현은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에서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전수하고 싶었지만 부상 및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슬럼프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제2의 박지성'으로 거듭나기를 바랬던 팬들은 부활을 바라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지만 이미 주전 경쟁에서 밀린데다 웨스트 브롬이 프리미어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어 적어도 올 시즌 후반까지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김두현이 슬럼프에 빠진 원인은 포지션 전환 실패와 부상 후유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김두현은 웨스트 브롬에서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를 오갔음에도 어느 한 곳에서 최적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졸탄 게라(풀럼)에 밀려 백업 멤버로 활약했고 올 시즌에는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하면서 주로 왼쪽 측면을 맡았고 몇몇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때의 공격력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최근 3경기 연속 벤치를 지키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올 시즌 김두현의 출발은 상쾌했습니다. 지난해 8월 16일 아스날과의 리그 개막전부터 30일 볼튼전까지 리그 3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 했죠. 하지만 9월 13일 웨스트햄전과 21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발에 묶에는 활약으로 부진하더니 27일 미들즈브러전에서 전반 4분 무릎 인대 부상으로 교체 되면서 6주 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라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복귀했던 것입니다. 김두현은 복귀 이후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더니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리그 최하위권으로 처진 팀의 성적은 4-3-3에서 4-4-1-1로 바뀌었고 크리스 브런트가 주전 왼쪽 윙어를 맡고 로베르트 코렌과 보르하 발레로가 중원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부진과 맞물려' 주전 경쟁에서 밀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두현은 백업으로 출전하고 있는 왼쪽 윙어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뽐내지 못했습니다. 측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상대 수비벽을 과감히 뚫는 대담성이 전제되어야 하나 중앙에서 날카로운 패스와 감각적인 개인기, 재치있는 슈팅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던 자신의 경기력이 측면과는 옷이 맞지 않았습니다.



[사진=지난해 8월 30일 볼튼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두현. <더 선>이 이날 경기의 메인 사진으로 김두현의 경기 장면을 실었을 정도 였습니다. 하지만 김두현의 물오른 활약은 이때까지 였습니다. (C) The Sun]

사실 김두현은 측면과 어울리지 않는 선수입니다. 2005년 6월까지 몸담았던 수원에서는 김진우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때에 따라 3-4-1-2 포메이션의 좌우 윙백,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측면에 포진하더니 기동력 부족으로 팀 공격에 이렇다할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볼 터치가 줄어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특히 2005년에는 '김진우-김남일' 더블 볼란치 조합에 밀려 윙백으로 활약했지만 당시 무명이었던 조원희와 전재운과의 경쟁에서 밀린 끝에 성남으로 이적했습니다.

그런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의 측면에서 부진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올 시즌 초반 3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음에도 웨스트햄전과 아스톤 빌라전에서 부진한 것은 '윙어 김두현'의 한계를 나타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쉴세없는 공수전환과 일사불란한 움직임, 빠른 템포의 공격력이 요구되는 프리미어리그의 측면에서 '줄곧 중앙에서만 잘하던' 김두현이 꾸준히 맹활약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기에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상대팀 공격 옵션에게 가하는 압박이 심한데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간격이 짧아 상대팀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은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수비까지 거칠기에 프랑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같은 공수 능력을 두루 겸비하고 피지컬까지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살아남았던 겁니다.

하지만 몸싸움과 피지컬에 약점이 있는 김두현이 K리그 시절처럼 기교로 승부하기에는 중앙에서 자신의 장점을 쏟아내기 어렵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상대 수비벽을 뚫기 어려운데다 팀 공격력에 아무런 공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주저없이 자신을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측면으로 두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리그 최하위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브레이 감독의 전술을 꼬집으며 '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오히려 김두현은 최근 3경기 연속 결장으로 팀에서의 입지가 완전히 추락한 상황입니다. 이는 측면에서도, 중앙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진=김두현과 똑같은 플레이메이커였으나 아스날의 윙어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는 사미르 나스리 (C) Arsenal.com]

한 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김두현과 유사한 성향을 지닌 다른 플레이메이커들의 활약상일 것입니다. 사미르 나스리(아스날)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니코 크란차르(포츠머스) 산리 툰차이(미들즈브러)는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플레이메이킹 역할에 치중했지만 현 소속팀에서는 측면 옵션 또는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들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토트넘이 올 시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친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모드리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4-2-3-1이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리 래드냅 감독은 모드리치를 왼쪽 윙어로 놓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포기하는 4-4-2를 쓰게 된 것이죠 나스리가 아스날에서 좌우 윙어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형적인 측면 옵션 못지 않은 빠른 발과 전방으로 치고드는 과감성이 있었기에 상대 수비수를 하나 둘 씩 요리할 수 있었던 것이며 크란차르는 '김두현을 보듯' 측면에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툰차이 같은 경우에는 데뷔 시즌인 2007/08시즌 초반 오른쪽 측면에서 부진한 활약을 펼치다 투톱 공격수로서 만개한 경기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제라드는 4-2-3-1을 쓰는 리버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라드가 리버풀의 플레이메이커로 뛰는 이유는 4-4-2 시절부터 팀의 공격이 자신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데다 피지컬과 몸싸움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의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더욱이 리버풀은 최근 제라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버리고 3명의 중앙 미드필더 형태를 두는 4-3-3을 쓰고 있습니다.

다른 리그라면 여러명의 플레이메이커들이 두각을 나타낼지 모르겠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구조와 환경에 속해있습니다. 김두현의 패싱력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꽃을 피울 수 없는 이유가, 웨스트 브롬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에 기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는 선수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김두현이 지닌 출중한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단점들을 장점으로 키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7세의 선수가 몸싸움과 피지컬을 보완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늦었습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것은 몇달 째 리그 최하위에 그친 웨스트 브롬의 강등이 유력하다는 것입니다. 웨스트 브롬이 다음 시즌부터 참여하게 될 지 모를 챔피언십리그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더 거친 곳이기 때문에, 김두현이 팀에 오랫동안 남고 싶다면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해야 합니다. 어쩌면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자신의 역할을 버리고 과감히 측면 옵션으로 전환해야 할지 모릅니다. 측면에서는 중앙에 비해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는 곳인 만큼, 어쩌면 김두현의 돌파구는 측면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측면에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이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웨스트 브롬이 남은 10경기에서 강등 탈출을 위해 '김두현 카드'를 과감히 꺼내 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를 일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많지 않은 상태이고 향후 김두현이 어느 포지션에서 활약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김두현으로서도 팀의 강등이 그리 반갑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김두현의 앞날은 모브레이 감독의 판단에 좌우 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3경기 연속 결장으로 벤치를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경기에 뛰고 싶은 기다림이 단련이 되어 시즌 막판 맹활약으로 팀의 강등 위기를 모면했으면 하는 것이 그를 응원하던 국내 축구팬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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