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항과 1-1로 비긴 FC서울 (C) 효리사랑]
독수리와 황새의 '조류 더비'로 관심을 모았던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 최용수 감독 대행과 황선홍 감독의 맞대결은 1-1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두 팀은 11일 저녁 7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K리그 13라운드에서, 전반 8분 서울의 데얀이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분 포항 황진성이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접전이 계속 되었으나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올 시즌 K리그 2번째 최다 관중인 4만 4,358명이 운집했던 빅 매치 열기를 자랑하며 승부조작에 따른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했습니다.
서울은 포항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김용대가 골키퍼, 아디-박용호-여효진-이규로가 수비수, 제파로프-고명진-하대성-고요한이 미드필더, 데얀-몰리나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아디가 왼쪽 풀백으로 이동한 것이 눈에 띄었던 경기 였습니다. 포항은 4-3-3을 활용했습니다. 신화용이 골키퍼, 박희철-김광석-김형일-신광훈이 수비수, 황진성-신형민-김재성이 미드필더, 고무열-모따-노병준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박희철이 승부조작 연루 끝에 팀에서 방출되었던 김정겸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두 팀 모두 무승부가 아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은 포항전 승리 실패로 11위에서 12위(4승4무5패)로 추락했고, 2위 포항은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면서 선두 전북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특히 홈팀 서울에게는 아쉬움이 제법 큽니다. 4만 4,358명이라는 수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승전보를 전해주지 못했던, 지난해까지 포항전 홈 경기 6연승을 달렸던 요인도 있었습니다. 최용수 감독 대행 부임 이후 시즌 초반 위기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났지만 최근 K리그 3경기에서는 1무2패를 기록했습니다. 갈길 바쁜 서울에게는 반갑지 않은 최근의 행보입니다.
서울은 지난달 29일 성남 원정에서 데얀의 경고 누적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0-2로 패했습니다. 그동안 팀 전력에서 데얀 의존도가 컸음을 상징했던 경기였죠. 이번 포항전에서는 데얀-몰리나 투톱이 가동됐습니다. 그런 데얀은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으며 서울의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데얀의 공격력을 뒷받침할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 서울의 약점으로 드러났습니다. 몰리나가 최전방에서 데얀과의 공간이 겹쳤고, 전반 중반에는 두 선수 사이에서 원투패스 호흡이 맞지 않으며 공격이 무위로 끝났던 장면을 노출했습니다. 상대 수비진을 뚫는 콤비 플레이가 소극적이었고, 특히 몰리나는 최전방에서 볼을 따내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번에도 데얀과의 공존에 실패했습니다.
데얀이 여러차례의 골 기회를 놓친 것은 사실입니다.(슈팅 6개, 유효 슈팅 4개) 선제골을 터뜨렸음에도 그 이후의 골 결정력이 따르지 못했죠. 역의 관점에서는 '서울이 데얀 공격력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몰리나가 부진하면서 데얀에게 슈팅 기회를 몰아주는 양상이 지속됐습니다. 서울 슈팅 14개 중에 6개, 유효 슈팅 8개 중에 4개가 데얀의 몫 이었습니다. 아디-제파로프-고요한-몰리나-방승환도 슈팅을 날렸지만, 포항 박스쪽을 비집으면서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선수는 아디-데얀 밖에 없었습니다. 아디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왼쪽 풀백으로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면서 문전 쇄도하는 재치는 관중들의 함성을 자아내는데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선수들에게 공격의 과감함이 떨어졌죠.
[동영상] 전반 5분 데얀 골 장면
[동영상] 후반 1분 황진성 골 장면
서울은 후반전이 되면서 데얀-제파로프 투톱을 가동하고 몰리나를 측면 미드필더로 내렸습니다. 제파로프가 쉐도우로서 침투 패스를 내주는 플레이에 강점을 나타냈지만 전반전보다 몸이 무거웠습니다. 그런 제파로프의 포항전 컨디션은 좋지 못했습니다. 주중 A매치 중국전을 소화했던 피로 여파가 포항전에서 영향을 끼쳤죠. 전반전에 왼쪽 윙어로서 공격이 소극적이었고(가시마전에 비해서), 그런 몸 상태로 후반전에 포지션이 변경되면서 체력 소모가 커졌습니다. 후반 21분 방승환이 투입된 이후에는 다시 왼쪽 윙어로 내려갔죠. 후반 37분에 교체되었지만 벤치로 들어가는 시점은 더 빨랐어야 마땅했습니다. 제파로프는 일찍 교체했어야 할 카드였는데 서울의 벤치 작전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후반전에서 포항에게 페이스에서 밀리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후반 1분 황진성에게 기습적인 동점골을 내줬던 여파가 없지 않지만, 그 이후부터 포항 공격에 말려들고 말았습니다. 포백과 하대성-고명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포항의 중장거리 패스 및 전방 쇄도에 뚫리는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포항은 전반전에 지공이 통하지 않으면서 서울에게 밀렸지만, 후반전에는 지체없이 전방쪽으로 패스를 띄운 것을 스리톱이 터치하여 문전으로 달려드는 전술 변화가 적중했습니다. 그래서 하대성-고명진은 어쩔 수 없이 수비 가담이 많아졌고 투톱 및 좌우 윙어들이 포항 진영에서 공격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이 따랐습니다. 아디 또한 후반전에는 수비에 주력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서울의 공격진은 하대성의 전방 패스 공급 및 아디 오버래핑, 고명진의 넓은 움직임을 꾸준히 지원받지 못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데얀 의존도, 제파로프 체력 저하, 몰리나-고요한 부진까지 겹쳐서 말입니다. 그래도 데얀이 적극적인 골 기회를 따내면서 서울의 공격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페이스가 점점 둔화됐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진에서 포항의 달라진 공격 전술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서울에 전문 홀딩맨(부산으로 떠난 김한윤)이 없었던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대성-고명진 조합으로 잘 버텼지만 그동안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죠.
하지만 아디를 왼쪽 풀백으로 변경했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포항의 아사모아를 봉쇄하기 위한 맞춤형 전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비록 아사모아는 선발에서 제외되었지만(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되어 맹활약했던), 포항의 4-3-3은 측면 공격에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서울 입장에서는 '발 빠른' 아디를 왼쪽 풀백으로 활용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포항이 중앙 공격수가 약하기 때문에(포항은 그 약점을 메우고자 모따가 중앙 공격수로 변신했습니다.) 박용호-여효진을 활용할 수 있었죠. 수비시에는 아디가 사실상 센터백 역할을 하면서 포항 공격을 직접 끊는 활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김용대가 여러차례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죠. 포항전에서는 아디-김용대가 잘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서울은 포항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포항이 K리그 2위팀인 것을 감안해도 서울은 디펜딩 챔피언이며, 지금까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포항전 6연승을 달렸습니다. 역시 공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데얀-몰리나 공존이 이렇다할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몰리나는 후반전에 윙어로 전환했지만 성남 시절 포스를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계륵같은 존재가 된 몰리나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 서울이 K리그 3경기 연속 무승을 극복하려면 데얀의 건재함이 계속되는 분위기 속에서, 데얀 공격력에 버금가거나 동등한 수준의 공격 무기를 키워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정조국의 '분유캄프 모드' 말입니다. 이제는 분발해야 합니다.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응원석 중앙에 <우리는 너를 믿는다! 일어나라! 신영록!>이라는 걸게를 걸었습니다. 얼마전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신영록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정말 좋은 모습입니다.
서울이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을 소개하는 모습
서울과 포항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선수 입장 이후에는 승부조작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선서가 있었습니다. 승부조작 같은 더 이상의 불미스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일반석 2층에서 봤던 붉은 노을입니다. 주말에 축구장에서 붉은 노을을 보니까 마음이 새롭네요.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멋진 풍경을 보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전반 30분 응원석 풍경입니다. 응원석 1층은 완전히 꽉찼고, 2층에도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후반전에는 2층까지 빈 자리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이날 4만 4,358명의 관중이 입장했습니다.
일반석 2층은 전반 30분에 완전히 꽉찼네요. 응원석 측면 구석에는 빈 자리가 있었지만, 일반석 측면 구석쪽에는 사람들이 모두 앉았네요.
하프타임때는 서울 출신이었던 박주영-정조국을 환영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관중들이 열렬히 환호하더군요. 두 선수는 서울 유니폼 입고 등장했습니다. 캐논슛 이벤트에서는 박주영 팀과 정조국 팀으로 나뉘어서 대결이 진행됐습니다. 선수 1명에 축구팬 2명이 한 팀으로 편성되어 페널티킥 속도가 빠른 팀을 가리는 승부였죠. 박주영이 114km, 정조국이 122km를 기록했음에도 박주영팀이 승리했습니다. 박주영 이전에 공을 찼던 분들의 속도가 빨랐죠.
서울의 후반전 문제점. 포항은 제가 파란색 원으로 표시했던 공간을 중장거리 패스를 이용해서 서울 수비진을 공략했고, 서울은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압박 대처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대성-고명진의 수비 가담이 점점 많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공격 옵션들의 연계 플레이 부담이 많아졌죠. 포항의 경우에는 모따가 중앙 공격수로서 후방에서 날아드는 볼을 잘 따냈습니다.
서울의 후반전 응원석 풍경. 꽉찼습니다.
조커로 투입했던 포항의 아사모아. 현장에서는 처음 봤는데 발재간, 볼 키핑, 순발력에 피지컬까지 위력을 더하니까 공격이 매섭더군요. TV에서 봤던 그대로 실력이 출중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일부 선수들이 쓰러졌습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하여 열심히 뛰었지만 끝내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죠.
동료 선수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는 선수가 있었다면,
다리에 쥐가 나면서 일어날 수 없었던 선수도 있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쥐가 났는지, 아니면 쥐를 참고 경기 끝까지 뛰었는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수호신에게 인사했던 서울 선수들. 25일 인천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은 전광판을 통해 25일 저녁 8시 인천전을 홍보했습니다. 최용수 감독 대행과 허정무 감독의 맞대결이네요.
경기장을 떠나니까 이날 관중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알 것 같습니다. 관중 4만 4,358명이 발표되고 나서 인터넷 포털 기사 댓글에 약간의 '관중 논란'이 있었던 것을 잘 압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관중 뻥튀기, 공짜 관중, 마포 구민 50% 할인을 운운하며 서울의 관중 대기록을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유료 관중만 집계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비하하기에 바빴던 몇몇 사람들이 아쉽습니다. 승부조작 시련 속에서도, 몇몇 언론이 K리그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순간에도, K리그를 사랑하는 축구팬들의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K리그 열기는 죽지 않았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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