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조세 무리뉴(45) 인테르 밀란 감독과 안드리 셉첸코(32, AC밀란)가 오는 31일 개막하는 2008/09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적으로 만났다.
두 사람의 소속팀인 인테르 밀란과 AC밀란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로서 ´밀라노 더비´의 두 앙숙으로 유명하다. 그 정점에 ´동지에서 적이 된´ 무리뉴 감독과 셉첸코가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
무리뉴vs셉첸코, 왜 사이가 안좋을까
무리뉴 감독과 셉첸코는 한때 첼시의 일원으로 몸담았지만 줄곧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다.
2006년 여름 첼시로 이적한 셉첸코는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무리뉴 감독과 마찰을 빚었다. 이에 무리뉴 감독은 셉첸코를 둘러싼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끝없는 대립에 빠진 끝에 지난해 9월 경질됐다. 2006년 여름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잘나가던 두 사람의 만남이 결국 서로에게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만 것.
갈등의 그 시작은 셉첸코가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였던 3000만 파운드로 첼시에 이적한 것이었다. 선수 영입에 권한이 없던 무리뉴 감독은 거금으로 셉첸코를 영입한 첼시 수뇌부에 언짢은 심기를 나타내면서 그를 데려온 아브라모비치와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셉첸코와 아브라모비치가 평소 절친했던 것이 그의 첼시 이적과 함께 ´무리뉴vs셉첸코´. ´무리뉴vs아브라모비치´의 대립으로 확대된 것.
그 무렵 프리미어리그 3연패에 도전하던 첼시는 2006/07시즌 리그 2위로 주저 앉았다. 시즌 중반까지 디디에 드록바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셉첸코는 부진 끝에 무리뉴 감독과의 관계가 골이 깊어져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드록바를 중심으로 짜인 첼시 공격진에서 셉첸코의 역할이 어중간했던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에 아브라모비치는 2006/07시즌 도중 무리뉴 감독의 오른팔인 스티브 클라크 코치를 해임하고 셉첸코 부활을 전담할 코치 영입 시도하다 무리뉴 감독의 거센 저항을 받아 자신의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자 그는 "포르투갈 감독 스타일의 독단적인 축구에 반대한다"며 포르투갈 출신의 무리뉴 감독 전술에 직격탄을 날리며 자신과 친한 셉첸코가 첼시 공격의 중심이 되길 바랬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아브라모비치에 의해 경질되기 전까지 드록바를 축으로 하는 공격을 고수하며 셉첸코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지난해 9월 7일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는 "셉첸코를 방출할 수 있다"며 아브라모비치와의 갈등이 더 커졌고 보름 뒤에 경질 수순을 밟게 됐다. 셉첸코는 첼시의 해결사가 되고 싶은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무리뉴vs아브라모비치´의 갈등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무리뉴vs셉첸코, ´2라운드 돌입!´
무리뉴 감독와 셉첸코의 대립 관계는 잉글랜드 첼시에서 이탈리아의 ´밀라노 더비´로 이어졌다. 올해 유럽 이적시장에서 무리뉴 감독이 인테르 밀란 사령탑을 맡고 셉첸코가 친정팀 AC밀란으로 돌아가면서 라이벌팀의 적수 관계가 된 것. 최근 무리뉴 감독의 셉첸코 관련 인터뷰가 연이어 보도된 것이 ´2라운드 돌입´의 시작을 열게 됐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25일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셉첸코가 AC밀란으로 이적한 것에 기쁘다. 첼시에서 두 시즌 동안 감독이 3명 바뀌었는데 그는 분명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셉첸코에게 화해의 제스쳐를 보냈다. 그를 향한 간접적인 미안함을 표시하며 첼시에서 있었던 일을 확실히 정리하려 했던 것.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AC밀란은 라이벌 팀이기 때문에 셉첸코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하지 않겠다"며 라이벌 팀의 수장답게 셉첸코가 AC밀란에서 부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 않았다.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셉첸코는 AC밀란에서 왕자처럼 지냈지만 첼시의 철학은 그게 아니었다. 첼시에서는 누구도 왕자가 아니었다"며 왕자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셉첸코의 실패를 물고 늘어졌다.
무리뉴 감독과 셉첸코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은 첼시를 자신의 팀으로 만들려던 아브라모비치의 욕심에서 빚어진 문제였을 뿐 둘 사이의 개인적인 대립은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밀라노 더비´의 테두리 속에서 새로운 대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 사령탑을 맡았을 때 유독 라이벌 팀의 감독과 선수를 향한 독설을 늘여놓았기 때문.
´독설가´로 유명한 무리뉴 감독은 ´EPL 빅4´ 라이벌인 상대팀 감독들과 ´입´을 통한 신경전을 주고 받았고 최근에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유벤투스 감독을 ´늙은이´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같은 포르투갈 국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에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가난한 선수´라고 비난했을 정도. 이 같은 직설적인 독설은 라이벌 AC밀란의 상징적인 존재인 셉첸코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어찌되었든, 무리뉴 감독과 셉첸코는 ´밀라노 더비´를 통해 확실한 적의 관계를 형성했다. 셉첸코가 인테르 밀란의 골문을 조준하려는 골잡이라면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팀을 꺾으려는 셉첸코에게 독설로 공격하는 '서로를 꺾고 넘어야 하는' 관계가 됐다. 잉글랜드에서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긴 두 사람의 대립은 ´밀라노 더비´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촉메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