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에게 0-3 패배의 충격을 안겨줬던 카가와 신지-혼다 케이스케 (C) 일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jfa.or.jp)]

한국 축구에게 '삿포로 참사'라는 뼈아픈 충격을 안겨줬던 자케로니 재팬의 중심에는 카가와 신지(22, 도르트문트) 혼다 케이스케(25, CSKA 모스크바)가 있었습니다. 카가와는 2골, 혼다는 1골을 넣으며 일본의 3-0 승리를 이끌었죠.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일본 축구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는 선수들입니다. 미우라 가즈요시, 나카타 히데토시, 나카무라 슌스케의 뒤를 잇는 일본 축구의 두 버팀목으로 성장했죠. 혼다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전후해서 나카무라와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했고 카가와는 자케로니 재팬 출범 이후 일본 대표팀 입지가 급상승했던 인물입니다.

카가와-혼다는 그동안 일본인 선수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저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일본 축구에 대해서 안좋은 눈빛을 보내는 한국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죠. 한국 축구팬들 마음 속에서는 '한국 축구>일본 축구'의 흐름이 계속 되기를, 박지성이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영웅이 일본에서 등장하지 않기를 원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카가와-혼다를 먼저 깎아내리고 선수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축구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혼다는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 무서운 일본 선수들입니다.

카가와-혼다, 두 유럽파가 성장하고 있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에이스 입니다. 괴체, 그로스크로이츠, 바리오스 같은 수준급 공격 옵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같은 포메이션을 쓰는 일본에서는 혼다에게 밀려 왼쪽 윙어로 출전하고 있지만 도르트문트에서는 본래 포지션에서 활약중이죠. 소속팀 입지가 확고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2010/11시즌 26경기 10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득점력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지난 6일 함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는 자신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는 아쉬움 속에서도 상대 수비 빈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도르트문트의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런 카가와도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같은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죠. 도르트문트에 진출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즉시 빅 클럽으로 떠날 일은 없을 겁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은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죠.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기에는 '갈락티코' 멤버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4-4-2를 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카가와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이 없습니다. 영건을 선호하는 아스널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요.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에서 맹활약을 펼쳤기에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겁니다.

특히 올 시즌은 자신의 명성을 유럽 무대에서 화려하게 떨칠 절호의 기회 입니다.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본선에 진출했죠. 사힌의 레알 마드리드 공백을 귄도간으로 대체했고, 귄도간은 함부르크전에서 정확한 패싱력과 너른 시야로 경기를 조율하며 카가와와 함께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함부르크전 경기력을 놓고 보면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칠 잠재력이 충만합니다. 사힌 이탈 공백이 예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선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카가와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분데스리가에서 여전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 유럽 빅 클럽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죠. 어디까지나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도르트문트에서 훌륭한 지도자와 좋은 선수들과 한 팀에서 뛰고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챔피언스리그 맹활약에 힘입어 탄탄하게 성장하면 개인 파괴력이 지금보다 부쩍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는 일본과 A매치를 치르면서 유럽 경험이 풍부해진 카가와와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죠. "한국 수비가 약하다"는 카가와의 발언은 일리 있는 자신감 이었습니다.

사실, 혼다는 저평가가 불가피 했던 인물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하겠다", "수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돌출적인 발언과 화려한 입국 패션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적설의 아이콘'으로 유명하죠.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항상 유럽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최근에는 주춤했지만 남아공 월드컵 종료 이후에는 10개 넘는 유럽 클럽들의 이적설에 직면했죠. 자신의 실력에 비해 빅 클럽 이적설이 잦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CSKA 모스크바에 잔류하면서 빅 클럽 이적설은 거품이었던 것이 입증됐죠. 국내에서 안티팬들이 많았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최근 일본전에서 혼다에게 쩔쩔메는 수비력을 일관했습니다. 2010년 5월 일본 원정에서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김정우가 혼다 봉쇄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2-0 승리를 공헌했지만 그 이후 일본전 3경기가 문제였습니다. 2010년 10월 일본전에서는 조용형이 경기 전체적 흐름에서는 혼다를 잘 막았습니다. 하지만 후반 막판 혼다의 마크를 놓치자마자 실점 위기 상황을 연출했던 아쉬움이 있었죠. 2011년 1월, 8월 일본전에서는 누구도 혼다의 공격력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혼다의 소속팀은 여전히 CSKA 모스크바 였지만 특히 한국전에 강한 인상을 남겼죠.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의 우승을 이끈 공로에 힘입어 대회 MVP(최우수 선수)에 선정 됐습니다. 개인 커리어 만큼은 확실하게 성장했습니다.

혼다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살려줄 최적의 포지션이 없습니다.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경기 완급 조절과 지구력이 부족해서 팀의 몇몇 연계 플레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자신을 거칠게 따라붙는 홀딩맨이 있거나 끈질긴 협력 수비를 받으면 힘을 못쓰는 타입이죠. 하지만 상대팀 선수와의 1:1 상황에서는 눈에 불을 킨것 처럼 빠른 순간 스피드로 공간을 침투합니다. 공간이 열리기만 하면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으며 원투패스를 노리거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팀의 골 기회를 연출합니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위치선정이 특출난 미드필더 입니다. 한국 같은 수비가 불안한 팀은 혼다에게 무너지기 쉽죠. 김정우에게 봉쇄당했을 때는 한국의 전임 감독 체제가 완성된 시기였지만요.

그런 혼다는 거칠기로 손꼽히는 러시아 리그 감각에 익숙합니다. 듬직한 체구를 자랑하는 러시아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볼을 지켜내는 노하우가 있죠. 언제 러시아 리그를 떠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1년 8개월 동안 CSKA 모스크바에서 뛰면서 상대의 거친 수비에 면역되었을지 모릅니다. 아시안컵때는 전반전에 활동 범위를 좁히면서 오버 페이스를 줄이다가 후반전에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던 경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유럽 경험이 계속 쌓이면 지금의 클래스를 넘어서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나이는 25세 입니다. 앞으로 몇년 동안 한국 축구와 상대할 주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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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가와 신지-혼다 케이스케 (C) 일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jfa.or.jp)]

일본 축구 대표팀은 지난 17일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전에서 5-0 대승을 거두고 아시안컵 B조 1위로 8강에 진출했습니다. 오카자키 신지가 해트트릭, 마에다 료이치가 2골을 넣으며 사우디를 격침했죠. 물론 사우디전에서 5골을 퍼부은 것은 상대의 자중지란에 따른 수비 약화가 컸습니다. 일본의 3번째, 4번째 골 장면은 사우디 선수들이 수비를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입장에서 5-0 승리가 의미있는 이유는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팀의 주축 선수인 카가와 신지(22, 도르트문트) 혼다 케이스케(25, CSKA 모스크바)의 공존을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죠. 카가와는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최우수 선수(MVP)의 영예를 안았고 혼다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입니다. 두 선수 모두 유럽 빅 클럽의 꾸준한 영입 대상(언론 분위기에 의하면)으로 주목받고 있죠. 문제는 두 선수가 융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일본의 문제점입니다.

포지션 문제에서 비롯된 카가와-혼다 공존 실패

축구는 11명이 하나로 똘똘 뭉쳐 골과 승리를 위해 싸우는 스포츠입니다. 개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동료 선수의 역량을 받쳐주는 호흡 또한 중요합니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볼턴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04 부터 남아공 월드컵까지 제라드-램퍼드 공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 패턴이 싱거웠고 메이져 대회 우승 실패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볼턴은 이청용이 있음에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의 파괴력이 향상됐습니다. 그 결과 데이비스는 지난해 생애 첫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되었고 엘만더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잉글랜드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잉글랜드 중원을 담당하는 제라드-램퍼드가 서로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팀의 전체적 경기력이 저하되었고, 일본도 공격을 이끄는 카가와-혼다의 시너지가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중앙에서의 역할에 익숙하기 때문에 동선이 겹치거나, 서로의 호흡에 의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고 있죠. 제라드-램퍼드에 비하면 포지션 정리가 구분된 차이점은 존재합니다. 4-2-3-1 체제에서 카가와가 왼쪽 윙어, 혼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사진=아시안컵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카가와 신지 (C)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fifa.com)]

문제는 카가와가 왼쪽 윙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아시안컵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측면에서 공격을 짊어지기에는 파괴력이 부족하죠.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겨냥하는 침투패스, 현란한 드리블 돌파,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며 빠른 볼 터치에 의한 볼 배급을 펼치는 기동력 넘치는 플레이가 왼쪽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오른쪽 윙어를 맡았던 마쓰이의 정교한 볼 배급(부상으로 중도 귀국) 오카자키의 넘칠 줄 모르는 기동력과 대조되는 활약상입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내지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팀 공격을 지휘했지만 일본 대표팀에서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포지션 혼란에 빠졌습니다.

사실, 일본의 왼쪽 윙어는 오카자키가 적합합니다. 지난해 10월 8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상대 오른쪽 풀백 부르디소의 뒷 공간을 힘껏 두드렸고, 모리모토-혼다 같은 공격 옵션들과 짜임새 넘치는 연계 플레이를 펼치면서 일본의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일본의 결승골 주인공도 오카자기였죠. 상대 골키퍼가 펀칭했던 볼을 리바운드 슈팅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카자키는 4일 뒤 한국전에서 부상으로 결장했습니다. 그래서 카가와가 왼쪽 윙어로 전환했으나 최효진의 밀착 수비에 봉쇄 당하면서 후반 중반에 교체 됐습니다.

그런데 자케로니 감독은 여전히 카가와를 왼쪽 윙어로 두고 있습니다. 4-2-3-1 포메이션의 정착을 위해 카가와를 측면에 배치했죠. 아시안컵 이전 훈련에서는 카가와-혼다를 좌우 윙 포워드로 활용하는 3-4-3을 연마했지만 실전에서는 4-2-3-1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3백보다는 4백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 자케로니 감독의 판단이었죠. 결국 카가와는 자신의 몸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5-0으로 승리했던 사우디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혼다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결장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는 카시와기 였습니다. 카가와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빠지면서 상대 수비를 유린하거나 가운데 쪽으로 킬러 패스를 띄우는 장면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약상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혼다도 공격형 미드필더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최적의 포지션이 없습니다. 그동안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여러가지 포메이션을 소화하면서 포지션 변동이 잦았죠. 왼쪽-가운데-중앙 공격 옵션을 모두 맡았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일본 J리그 나고야 시절에는 3백의 왼쪽 윙백으로 뛰었던 이력도 있죠. 현 소속팀 CSKA 모스크바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중입니다. '러시아 신성' 자고예프의 공격력을 보조하는 중이죠. 어느 한 포지션에서 꾸준히 두각을 떨쳐야 실전 감각이 쌓이면서 내공이 늘어날 수 있는데 혼다는 뚜렷한 성장 속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혼다'는 동료 선수 움직임을 이용하여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겨냥하는 패싱력이 취약합니다. 기본적인 패싱력을 갖췄지만 상대 수비에 막히면 오픈 패스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투박합니다. 공격을 쉴새없이 전개할 수 있는 경기 집중력까지 부족하죠.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톱으로 뛸 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오히려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납니다. 본선 2차전 시리아와의 후반전이 그 예 였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윙어 혼다'는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는 움직임이 약합니다. 드리블 돌파에 강하지만 개인기로 상대 수비와 경합하는 적극성이 부족합니다. 빈 공간을 침투하는 플레이를 선호하죠. 그래서 경기력의 편차가 큽니다. 유럽 빅 클럽 이적이 성사되지 않는 원인과 맥락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왼쪽 윙어에 적합하지 않은 카가와, 최적의 포지션이 없는 혼다의 공존 실패는 예견된 결과나 다름 없었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골고루 결합하여 상대 박스쪽에서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주고 받는 패턴이 취악하죠. 카가와를 중앙에서 활용하기에는 혼다를 버릴 수 없고, 오른쪽 윙어에는 마쓰이-오카자키 같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마쓰이가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두 선수의 공존 문제가 풀릴 여지가 나타났습니다.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일본 입장에서는 카가와를 공격형 미드필더, 혼다를 오른쪽 윙어로 전환하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관건은, 중앙이 측면보다 압박의 두께가 큽니다.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공했던 이유는 출중한 공격 옵션들이 두루 포진하면서 압박에 자유로웠지만, 일본 대표팀에서는 원톱 마에다가 상대 수비와의 파워 싸움에서 밀리면서 최전방에 고립됐습니다.(사우디전 논외) 오히려 모리모토(부상으로 부참)가 나았죠. 자케로니 감독은 그 문제를 염려하여 카가와를 왼쪽 윙어에 배치했는지 모릅니다. 카가와-혼다 공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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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9, 2010 - Durban, SOUTH AFRICA - epa02210932 Japan's Keisuke Honda before the FIFA World Cup 2010 group E preliminary round match between Netherlands and Japan at the Durban stadium, Durban, South Africa, 19 June 2010.

[사진=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원톱을 맡아 2골을 넣은 혼다 케이스케. 하지만 혼다의 원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입니다. 일본의 원톱 자원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 대표팀을 짊어질 '자케로니 재팬'의 출발은 기대 이상 이었습니다. 출범 첫 경기였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0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고, 12일 한국전에서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으나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한데다 한국전 3연패를 허락하지 않는 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내년 1월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를 조짐입니다. 2000-2004년에 아시아를 제패했던 만큼,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 합니다.

그런 일본 축구의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남아공 월드컵때 보다 경기력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이 향상되었고 그 속에서 과거 일본 축구에 깊게 투영되지 않았던 승리욕을 길렀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까지 패스-점유율 위주의 축구 패턴을 고수했으나 이제는 압박 축구에 눈을 뜨면서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응집력이 강화됐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는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침투를 적극 구사하고 전진패스의 빈도를 늘리면서,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 및 판단력이 영민하게 변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하세베-엔도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있습니다. 두 선수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상대를 찰거머리처럼 압박하면서 포백이 수비 부담을 덜 느끼게 됐습니다. 일본이 툴리우-나카자와 센터백 콤비 없이도 아르헨티나-한국전에서 무실점의 성과를 낸 원인은 하세베-엔도의 수비력이 강하다는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두 선수가 중원을 든든히 버티면서 공격 옵션들이 후방을 의식하지 않고 전방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두 선수는 많은 볼 터치를 통해 쉴새없이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타이밍-세기 모두 흠잡을 것 없으며 때에 따라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공격 연결까지 펼칩니다. 어쩌면 두 선수의 중원 조합은 아시아 최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 가지의 고질적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바로 공격수입니다. 90년대의 미우라-나카야마 세대 이후 대표팀에서 꾸준히 골을 넣거나 위협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던 공격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 조 쇼지-야나기사와-다카하라-스즈키-쿠보 같은 공격수들이 등장했지만 20대 중반 또는 후반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범주에 포함 될 수 있는 오쿠보 요시토는 오카다 체제에서의 성공적인 왼쪽 윙어 전환을 통해 만회한 인상이 짙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공격수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일본의 아르헨티나전과 한국전 행보는 완벽에 가까운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공격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원톱이었던 모리모토 다카유키, 한국전 원톱이었던 마에다 료이치는 상대 수비수들에 의해 정적인 활동 패턴이 읽히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모리모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힘으로 공격 전개를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펼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에다는 한국전에서 철저하게 부진하며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흐름은 몇 개월전의 오카다 체제에서도 비롯됐습니다. 일본의 원톱이었던 오카자기 신지는 지난해 A매치에서만 15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골은 약팀을 상대로 거둔 결과물입니다. 상대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면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약점을 남겼고, 이 같은 패턴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두드러지면서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으로 귀결됐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오카자키를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오른쪽 윙어 혼다를 원톱으로 올리는 포지션 변화를 감행했습니다. 혼다는 덴마크전 무회전 프리킥을 포함해서 2골을 넣으며 일본의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오카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오카자키의 당시 대표팀 부진은 어쩔 수 없었던 결과였습니다. 오카자키는 혼다처럼 전형적인 원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투철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는 타입에 속합니다. 2선과 측면에서의 활동이 많은 선수이며 그 과정에서 다득점을 양산했습니다. 반면 최전방은 후방의 패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움직임이 고정되기 쉬웠습니다. 오카자키에게는 그 역할이 몸에 안맞았던 것이죠.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엄청난 기동력을 발휘한 끝에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그동안 오카자기카 중앙 공격수로 뛰었던 것은 일본 공격수 자원이 취약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일본이 지난 두 번의 A매치에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이유는 2선 미드필더들이 원톱의 단점을 커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오카자키-카가와-혼다가 상대 배후 공간을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부지런히 활동 폭을 넓히며 일본이 경기 흐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오카자키가 결승골까지 성공시키면서 그 빛을 더했습니다. 한국전에서는 오카자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고, 카가와-마쓰이 같은 좌우 윙어들이 침묵을 지켰지만 혼다가 후반 중반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후반 초반까지는 부진했지만 그 이후 조용형의 뒷공간을 노리는 돌파를 적극 시도하며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하지만 마에다의 부진 때문에 결국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경기 흐름은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모리모토-마에다를 능가할 수 있는 원톱은 일본 축구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믿음을 주거나 아니면 오카자키-혼다-카가와 중에 한 명이 원톱을 대신 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센터백 툴리우를 원톱으로 세우기에는 무모한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투톱 전환 가능성은 더욱 비현실적 입니다. 투톱으로 변신하면 일본 미드필더진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고, 공간에 대한 부담이 심해지면서 공수 밸런스 및 조직력이 깨지는 역효과가 벌어집니다. 결국, 일본은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진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원톱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충분한 팀입니다. 하지만 원톱 문제는 우승 행보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의지하기에는 전술적인 유연성, 개인 공격력이 절대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잘 이겨냈지만 아시안컵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축구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자케로니 감독 입장에서도 언젠가 이 부분을 심도있게 고민할지 모릅니다. 과연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 행보가 무난할지, 아니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의해 원톱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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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혜성으로 떠오른 카가와 신지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 입장에서는 오는 12일 A매치 한국 원정을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한국 축구와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비롯, 올해 두번씩이나 한국에게 패했기 때문에 자존심 회복을 위해 승리를 벼를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벤치에서 직접 선수들을 독려하고 지휘하는 A매치 첫 경기라는 점(지난달 A매치 2경기는 비자 문제로 관중석에서 관람),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선수단의 사기 향상을 위해 한국전 승리에 매달릴 것이며 두 팀의 격돌이 치열할 전망입니다.

특히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치는 공격형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21, 도르트문트)는 한국이 일본전에서 경계대상 1호로 삼아야 할 선수입니다. 카가와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도르문트로 이적했으며 지금까지 분데스리가 7경기 4골 1도움, 유로파리그 4경기 2골을 기록했습니다. 21세의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선발 출전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골까지 넣으며 팀의 새로운 주축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카가와의 존재감은 한국에게 부담스럽습니다. 이번 일본전 경계대상 1호로 지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카가와 신지, 혼다보다 더 강한 상대일지 모른다

카가와는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대부분의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숙하지 못했던 이름입니다. 지난해까지 J리그의 2부리그격인 J2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활약했고, 오카다 다케시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해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일본내에서 촉망받는 유망주 였습니다. 지난 2008년 19세의 나이에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일본 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지난해 J2리그 44경기에서 27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라 세레소의 J리그 승격을 이끌었고, 올해 전반기 11경기 7골을 기록하여 분데스리가 팀들의 영입 관심을 받은끝에 도르트문트에 입단했습니다.

사실, 카가와가 분데스리가에서 급부상 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172cm의 작은 신장 및 일본 선수가 고질적으로 피지컬이 약하기 때문에 힘과 제공권을 중요시하는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할지 미지수 였습니다. J리그와 분데스리가의 경기력 레벨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현지 적응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빠른 적응력을 통해 팀 전력에 녹아들면서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했고, 지난달 19일 살케04와의 라이벌전 2골 및 독일 축구지 <키커>로 부터 평점 1점(독일식 최고점)을 부여받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 내에서의 영향력을 높였습니다.

카가와가 독일 무대에서 거침없이 성장했던 결정적 키워드는 '과감함' 입니다. 기교-패스-완급조절에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일본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다르게 상대 수비를 거침없이 몰아붙이며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어다닙니다. 그 상황에서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볼 터치를 늘리고, 오픈 패스와 킬 패스를 적절히 섞는 2차 공격을 전개하거나 직접 슈팅을 시도하는 적극성을 발휘합니다. 특히 드리블 돌파가 일품입니다. 돌파 과정에서 공을 끌거나 좁은 공간에서 머뭇거리는 습관을 노출하지 않은데다 상대 수비를 정면으로 무너뜨리기 위해 밀어붙이는 돌파를 시도하며 팀의 공격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그의 과감한 축구 재능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놓는 결정타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카가와의 특징 및 성장 배경은 한국의 이청용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동양권 출신으로서 유럽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아 단숨에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고, 체격 조건의 불리함을 이겨내고 거구를 농락할 수 있는 빼어난 공격력을 자랑합니다. 이청용은 몇달 전 언론을 통해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라며 축구공을 다루는 개인기술 및 전반적인 축구 지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의 관점에서 보면, 카가와도 그런 재능에 출중한 인물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청용이 빅 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카가와와 비견하는 것을 무리로 생각하지만, 카가와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음을 잊어선 안됩니다.

카가와는 원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도르트문트에서는 4-4-2의 쉐도우로 뛰고 있습니다. 타겟맨 루카스 바리오스를 보조하면서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조율하면서 골 생산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죠. 일본 대표팀에서는 자케로니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는 3-4-3이 아닌' 4-3-3을 구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중앙 공격수로 출전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지금까지 측면에서 이렇다할 검증을 받지 못했고, 일본이 고질적으로 중앙 공격수가 취약하기 때문에 카가와가 그 포지션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를 오가는 '일본 에이스' 혼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중앙 공격수로 올라왔던 것과 같은 예 입니다.

어쩌면 카가와는 혼다보다 더 강한 상대일지 모릅니다. 명성만을 놓고 보면 월드컵 스포트라이트가 있는 혼다가 우세할 수 밖에 없지만, 경기를 지속적으로 풀어가는 개인 능력이 약한데다 킥력 이외에는 본인의 강점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특징이 부족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종료 후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받았으나(언론 보도 상으로는) 끝내 잔류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움직임에 일가견이 있는 미드필더이자 팀 공격의 지속성을 키울 수 있는 역량이 출중하며 그 능력을 도르트문트에서 키웠습니다. 앞으로 분데스리가 및 유럽 대항전 경험까지 더해지면 혼다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A매치 한일전으로 화제를 돌리면, 한국은 지난 5월 25일 일본전에서 혼다를 철저하게 봉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도 그를 막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혼다의 특징은 한국 선수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분데스리가에서 단단히 기세가 오른 상태에서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밟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 감각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독일 무대에서의 긍정적인 흐름은 한국에게 만만치 않은 존재입니다. 특히 한국 수비수들은 국제 무대에서 돌파력이 강한 상대 공격 옵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카가와 견제를 게을리해선 안됩니다.

또한 한일전은 카가와가 분데스리가에서 발휘하는 파괴력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관전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한일전은 양팀이 서로 물고 늘리는 치열한 접전을 주고 받는 전형적인 라이벌전 특징이 있습니다. 카가와가 한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이겨내며 분데스리가에서의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낼지, 아니면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실망스런 경기를 펼칠지 오는 12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선수 중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선수는 카가와라고 할 수 있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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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s head soccer coach Okada watches during their Kirin Cup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against South Korea in Saitama

[사진=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에게 있어 24일 한국전은 남아공 월드컵 4강 진출의 분수령 이었습니다. 한국이 8년 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데다 전통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것, 박지성이라는 아시아 최고의 축구 선수가 속한 것, 그리고 한국전을 통해 출정식을 치르기 때문에 한일전에 대한 중요성이 컸습니다. 만약 한국을 이겼다면 월드컵 4강 진출의 자신감을 성취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이 2-0으로 승리했고 경기 내용에서도 단연 우세 였습니다. 일본 축구가 자랑하는 볼 점유율에서도 전반 14분에는 77-23(%)로 크게 앞섰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55-45(%)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에게 경기 흐름에서 압도 당하는 장면이 늘어나면서 추격의 발판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죠. 점유율을 늘린 것도 자기 진영에서 횡패스를 돌리는 경우가 많았을 뿐, 한국 진영에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얻으려는 의지가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일본의 점유율 확보 '의지' 만큼은 세계 4강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 입장에서 패배가 처참한 이유는 한국전에서 부상자를 제외한 최정예 스쿼드를 가동했기 때문입니다. 축구팬들에게 회자되는 일본 축구 전설의 1군은 허구였을 뿐이죠. 전통적으로 공격진이 취약한데다 투톱 시스템으로 별 다른 재미를 못봤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4-2-3-1로 변형했습니다. 일본 축구가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의 출중한 개인 역량을 강화하고 공격수들의 약점을 커버하여 한국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의중 이었습니다. 여기에 오른쪽 윙어 경쟁 구도를 그렸던 '일본 축구의 신구 에이스' 나카무라 슌스케와 혼다 케이스케를 모두 선발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4-2-3-1 전환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고 말았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혼다가 김정우에게 봉쇄 당하자 원톱 오카자키 신지와의 폭을 좁히지 못해 일본이 박스 안으로 접근하여 골 기회를 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쿠보-나카무라는 이영표-차두리 같은 한국의 좌우 풀백들에게 발이 묶이면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고 오카자키에 이어 후반 중반에 투입된 모리모토 다카유키까지 최전방에서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엔도-하세베도 박지성과 김정우가 주축이 된 한국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으니, 일본이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의 개인 역량이 한국 선수들에게 압도 당하면서 거듭된 졸전을 펼쳤습니다.

이번 한일전은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경기였습니다. 한국이 공수 양면에 걸쳐 일본보다 우세한 실력 및 조직력을 뽐냈습니다. 더욱이,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월드컵 4강 진출을 꿈꾸는 일본의 목표가 비현실적임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세르비아 2군과의 홈 경기에서는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0-3 완패를 당했습니다. 한국도 8년 전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는 답답한 경기를 거듭했지만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는 전력 업그레이드를 거듭한 끝에 4강 달성의 발판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 축구에서는 한국의 8년 전 냄새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Japans players react after losing to South Korea during the Kirin Cup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in Saitama

[사진=한국전 0-2 패배로 고개를 떨군 일본 대표팀 선수들 (C) 티스토리 PicApp]

일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뒤떨어집니다. 특히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퀄리티가 심각합니다. 오카자키-타마다-오쿠보-모리모토-야노는 이전 세대인 미우라-나카야마보다 골 결정력 불안 및 낮은 득점력의 단점을 안고 있으며 특히 오쿠보는 공격진에서 경쟁력을 잃어 윙어로 내려갔습니다. 혼다-나카무라는 나카타-오노 같은 일본 축구의 황금기(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 만큼의 무게감을 실어주지 못했고 특히 나카무라는 기량 노쇠화로 인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혼다-하세베-모리모토 같은 유럽파들의 능력이 대표팀에서 최대화되지 못하는 단점은 유럽파를 비롯한 해외파와 국내파의 공존이 유기적인 한국과 정반대 행보입니다.

문제는 일본이 자랑하는 점유율 축구 및 미드필더를 강점으로 삼는 세밀한 패스가 월드컵 본선에서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을 공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점은 아시아 축구에서는 톱 클래스였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세계적인 강호들과 상대하기 때문에 다른 행보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강력한 압박에 밀려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도 한국 처럼 강력한 압박을 주무기로 삼기 때문입니다. 일본 미드필더들은 적극성이 부족해, 상대 압박을 이겨낼 활동량과 체력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오쿠보는 일본 선수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근성이 있으며 몸싸움과 신경전을 마다않는 선수입니다.(물론 기타자와의 근성에 비해 부족합니다.) 하지만 한국전에서는 차두리의 강한 압박 및 몸싸움에 밀려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차두리에게 고전했다는 것은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 같은 체격 조건과 탄력, 몸싸움, 압박이 뛰어난 옵션들에게 봉쇄당할 여지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축구는 체격 조건으로 말하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키 작은 선수가 거구를 무너뜨리려면 빠른 타이밍에 의한 개인기 및 돌파력이 필요합니다. 오쿠보는 한국을 비롯한 강한 상대 앞에서 머뭇 거리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살아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엔도-하세베로 짜인 더블 볼란치도 강하지 않습니다. 두 선수는 각각 앵커맨, 박스 투 박스여서 공격 성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에서는 공격 전개 및 테크닉이 뛰어난 베슬레이 스네이데르(네덜란드) 마르틴 요르겐센(덴마크) 아실 에마나, 장 마쿤(카메룬)을 봉쇄해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전에서 박지성의 공격 전개를 막지 못했는데 월드컵 본선에서 이들을 철저히 묶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발군의 수비 감각과 왕성한 지구력을 지닌 홀딩맨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일본 대표팀에는 그런 유형의 선수가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둔 일본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나카자와의 노쇠화 입니다. 전성기 시절보다 발이 느려지면서 문전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상대팀 공격수들을 놓치는 장면이 지난해부터 늘어났습니다. 한국이 골키퍼 이운재의 노쇠화로 고민하고 있다면 일본은 나카자와를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문제는 나카자와가 월드컵 본선에서 로빈 판 페르시(네덜란드) 니클라스 벤트너(아스날) 사뮈엘 에토(카메룬) 같은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과 매치업을 해야 합니다. 아르연 로번, 디르크 카윗(이상 네덜란드) 데니스 롬메달(아약스) 아실 에마나(카메룬) 같은 빠른 발을 주무기로 삼는 2선 미드필더들의 문전 침투까지 봉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문제점으로 오카다 감독의 지도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수들의 부족한 개인 역량이 대표팀 행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지만, 오카다 감독의 지도력 부재는 성적 부진의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특히 점유율 축구를 고집하면서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이전 대표팀 시절보다 늘어났고,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선수들이 폭을 좁혀 콤펙트한 경기 운영을 펼쳐야 하는데 경기 상황에 따른 적극성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오카다 감독은 최근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겠다고 공언했으나 한국전에서 또 다시 점유율을 고집한 끝에 완패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은 커녕 3전 3패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 및 피지컬이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보다 부족하며 오카다 감독의 전술 부재까지 겹쳤습니다. 여기에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전에서 패하면서 팀 사기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본선 첫 경기인 카메룬전에서 선전하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카메룬에게 패하면 네덜란드-덴마크에게 내리 무너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오카다 감독은 4강에 진출하겠다고, 혼다는 우승을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그것은 전설의 1군이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지금의 일본 대표팀은 훗날 아시아 축구를 망신시킨 1군으로 회자 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공교롭게도 오카다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 3전 3패 끝에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지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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