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성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fifa.com)]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일본전 패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불안 요소중에 하나는 박지성 공백 입니다. 박지성이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태극 전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를 잃게 됐죠. 일부 여론에서는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희망하는 주장을 했습니다. 일본전 패배 충격에 따른 '감상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박지성 대표팀 은퇴를 존중했고, 선수 본인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뛰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여론에서는 이동국-이천수 복귀를 운운했습니다. K리그와 J리그에서 맹활약중인 두 선수가 대표팀에 필요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30대 초반의 선수들이지만 프로무대에서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는 자체가 대표팀 복귀의 기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지금 당장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지 않더라도 박지성과 더불어 앞으로 언제든지 대표팀 복귀 여부로 주목받을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3년 남은 상황에서 30대 선수의 발탁은 젊은 선수보다 냉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박지성-이동국 대표팀 복귀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 BUT 이천수는?

박지성-이동국-이천수에게는 하나의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이 가능한 30대 선수들입니다. 박지성 리더십은 익히 알려졌고, 이천수도 팀을 이끌어갈 리더 기질이 있습니다. 이동국은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성향과 거리감이 있지만(다른 선수가 주장을 맡았는지 몰라도) 지금까지 전북 공격의 중심 노릇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또한 세 명 모두 경험이 많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진을 20대 선수로 꽉채운 조광래호의 단점을 메울 수 있죠. 20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단적으로 경험이 부족함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박지성처럼 국제 무대 경험이 풍부한 20대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는 이청용까지 잃었죠.

현 대표팀의 문제점은 선수들을 이끌어줄 리더가 없습니다.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어주거나 또는 개인 실력으로 팀 전술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다른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하는 적임자가 아쉽습니다. 주장 박주영에게는 아쉬운 소리지만 최근 유럽내 이적이 지지부진하면서 실전 경험이 떨어졌습니다. 그 여파가 일본전으로 이어지면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 당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일본이 골을 넣은 이후부터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박주영이 부진하면서 미드필더들의 골 부담이 많아졌고, 한국 수비까지 불안하면서 공수 밸런스가 깨지는 문제점이 초래됐습니다. 좌우 윙어를 맡았던 이근호-구자철은 자기 역할에 바빴고, 김정우-이용래는 엔도-하세베와 경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성용은 활동 범위가 늘어나는 부담을 안게 됐죠.

물론 일본전은 실력에 의한 패배 였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공을 잘 다루었고 수비까지 튼튼했습니다. 불과 1년 전 한국에게 두 번이나 패했던 일본이 아닙니다. 당시의 일본 경기력은 다운 그레이드가 뚜렷했죠. 특히 5월 한국전에서는 에이스 나카무라의 부진이 일본의 걸림돌 이었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카무라를 벤치로 내렸고 수비축구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린끝에 16강 진출을 달성했습니다. 그 이후 자케로니 재팬에서는 공격축구로 돌아가면서 엔도-하세베가 전술의 중심을 잡아주고 혼다-카가와 에이스 체제가 형성됐습니다. 특히 혼다-카가와는 이번 한국전이 결정타였죠. 그런데 한국은 기성용이 4-1-4-1의 키 플레이어로 성장했지만 박지성의 뒤를 이을 에이스가 마땅치 않습니다. 박주영-이청용 부침이 아쉽죠.

그러나 조광래호가 팀의 새로운 구심점을 찾기에는 박지성-이동국 복귀가 능사는 아닙니다. 두 선수가 대표팀 복귀를 희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이동국은 대표팀 복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죠. 특히 박지성은 다시 돌아오기에는 대표팀이 그의 희생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맨유가 애슐리 영을 영입한 이유중에 하나는 박지성 무릎을 염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동국은 적어도 올해 만큼은 전북에서 많은 공헌을 해야 할 선수입니다. 혹사의 아이콘으로 불리웠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중인 상황에서 대표팀까지는 무리입니다. 30대 선수에게 무리한 일정은 버겁습니다.

지금은 박지성-이동국 복귀를 논할 시점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박지성-이동국을 대표팀에서 보고 싶다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가까워졌거나, 한국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부진에 빠진 시점이어야 합니다. 두 선수가 지금의 태극 전사처럼 대표팀-소속팀을 병행햐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30대 선수가 20대 선수보다 회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무리한 일정을 자제해야 합니다. 차두리-이정수 같은 30대 유럽파-중동파 수비수들은 대표팀-소속팀을 함께 뛰고 있지만 박지성-이동국은 이미 혹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들입니다. 축구 인생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정도로 말입니다.

한국의 일본전 패배 충격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전이 전부는 아닙니다. 일본 말고도 상대해야 할 팀들이 많습니다. 조광래호가 일본전 패배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며 내실을 키우면 언젠가 일본을 복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대표팀 주전이 앞으로 계속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거나 리더가 등장할 수도 있죠. 아니면 박주영이 새로운 팀을 찾으면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회복하며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할지 모를 일입니다. 일부 여론에서 박지성-이동국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그것이 대표팀 전력 강화의 지름길은 아닙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건, 박지성은 대표팀을 은퇴한 선수입니다.

반면 이천수는 대표팀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이동국과 대조적이죠. 그동안 실추되었던 명예를 대표팀에서 되찾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축구 선수 인생 후반기를 아름답게 꽃피우고 싶은 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뛰고 있습니다. 한국과 잉글랜드를 오가는 박지성에 비하면 컨디션 부담이 덜합니다. 아드보카트호-베어벡호 시절의 에이스로 주름잡았던 과거의 경험까지 플러스입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이 강조하는 도덕성에서 자유로웠다면 지금쯤 이천수는 대표팀에서 뛰었을지 모릅니다. 결국, 이천수도 박지성-이동국처럼 현실적으로 대표팀에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이천수가 발탁되면 조광래 감독의 원칙이 흔들리는 문제점이 있죠.

하지만 이천수는 박지성-이동국에 비하면 약간의 기대감이 있습니다. 전남이 이천수 임의탈퇴를 풀어준다는 가정에서 말입니다. 이것은 전남이 이천수를 용서했다는 뜻입니다. 대표팀 발탁의 기본 조건으로 대두된(조광래 감독이 강조하는) 도덕성을 이천수에게 문제삼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전남이 이천수를 쉽게 풀어주지는 않을겁니다. 이천수 임의탈퇴 해제는 선수 개인의 대표팀 복귀 이전에는 K리그 흥행을 위한 대승적 판단에 무게감이 실려야 합니다. 그러나 전남이 이천수 임의탈퇴를 해제하면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합니다. 이천수와 상대팀 선수로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천수는 대표팀은 물론 K리그 복귀까지 희망하고 있죠. 하나의 펙트로 포스팅 끝을 맺자면, 조광래 감독은 지금까지 이천수 복귀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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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천수 (C) 오미야 아르디쟈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8일 새벽 카타르-우즈베키스탄의 아시안컵 개막전이 끝난 뒤, 어느 모 케이블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한국 대표팀의 2007년 아시안컵 하이라이트를 봤습니다. 3위 입상 속에서도 무색무취했던 경기력을 일관했기 때문에 좋은 추억으로 회자되는 대회는 아닙니다. 골키퍼 이운재가 '팔렘방의 영웅'으로 회자되었지만 그는 몇개월 뒤 음주파문에 휩싸이며 국내 축구계를 벌컥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핌 베어벡 감독은 그 대회를 끝으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서 사임합니다. 그래서 4년 전 대회 하이라이트를 바라보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의 눈에는 단 한 명의 선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전으로 뛰었던 이천수(30, 오미야) 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뛰면서 에너지가 방전되었기 때문인지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이 기대만큼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베어벡호의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아시안컵에서의 파괴력은 다소 강렬하지 못했죠. 공교롭게도 그 대회는 이천수가 한국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더 마지막 시기였습니다. 2008년 9월 10일 A매치 북한전에 출전했지만 그때는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죠.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대표팀에 볼 수 없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물론 이천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1년 아시안컵에서 태극 마크를 새기며 한국 대표팀에서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전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알 니스로와의 임금 체불 문제로 몇 개월 동안 실전 감각을 잃으며 '허심(心)'을 잡지 못했고, 아시안컵 이전에는 일본 J리그 오미야에 입단하며 부활을 알렸지만 '조심(心)'을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자신의 J리그 데뷔전을 지켜봤던 조광래 감독에게 날카로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나마 열심히 뛰었다는 조 감독의 말을 위안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천수가 오미야에서 부진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후반기 14경기에서 2골에 그쳤지만 소속팀에서 팀 내 최고 연봉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7월 오미야의 연습생으로 시작했던 사실을 미루어보면, 적어도 경기 내용에서는 합격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미야가 이천수 영입 이전까지 강등 위기에 시달렸으나 12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을 미루어보면, 이천수의 클래스가 팀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국내에서는 J리그 경기들을 마음껏 즐길 환경이 아니지만(과거 축구 전문채널 시절에 비해 중계권이 없기 때문에) 이천수의 팀 내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천수는 지난해 12월 홍명보 자선경기를 앞두고 언론을 향해 대표팀 복귀를 열망했습니다. 아시안컵 예비 엔트리 합류 47인 합류에 실패했음에도 붉은색 유니폼을 다시 착용하는 것을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조광래 감독은 유병수-손흥민-지동원-김신욱 같은 젊은 공격수들을 아시안컵에 중용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세대교체에 탄력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K리그 사령탑 시절에도 영건 육성에 주력했기 때문에 이천수의 대표팀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 상태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2014년이면 이천수의 나이는 33세 입니다. 전반적인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젊었을적 폼을 재현할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이천수의 재능을 놓고 보면 대표팀에서 필요한 인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23인이 모두 정해지면서 "이천수가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는 명제는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이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축구는 감독의 호불호가 뚜렷한 스포츠로서 지도자가 선호하는 선수들이 중용되기 쉽습니다. 세대교체 의지가 뚜렷한 조광래호 행보를 놓고 보면 이천수는 그 컨셉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축구장 안과 밖에서 여러 구설수를 일으켰던 과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유죠.

분명한 것은, 이천수는 대표팀 복귀의 꿈을 접지 않았습니다. 베어벡호 시절까지 한국 대표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태극 전사로서 남다른 애착심을 가졌기 때문에 조광래호의 일원이 되는 날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오미야 연습생 입단을 감수하며 재기를 열망했던 것도 붉은색 유니폼을 입겠다는 의지와 밀접하죠. 불과 4년 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목표로 뛰었던 선수였음을 상기하면 자존심이 강한 자신의 마음이 현실로 돌아온 셈입니다.

무엇보다 오미야에서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받쳐주지 않으면 대표팀 발탁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입니다. 오미야가 엄연히 J리그의 약팀 레벨임을 상기하면 이천수의 역량이 팀 전력에 충분히 녹아들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주영의 장점을 팀 전력에 활용하지 못하는 AS 모나코처럼 말입니다.(특히 음보카니와의 공존 실패 및 측면 미드필더 전환) 이천수가 그 어려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건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일본 J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팀 복귀의 희망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대표팀의 향후 행보 또한 이천수 발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박지성의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가 확정되고, 그 이후 한국 대표팀이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 '이천수를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는 외부의 목소리가 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이천수가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평범하거나 부진하면 그 소리가 묻힐 공산이 큽니다. 박지성 은퇴 이후 한국 대표팀이 흔들리는 시나리오 또한 반갑지 않습니다.

또한 조광래 감독은 영건에 흥미를 느끼는 지도자입니다. 아시안컵 이후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천수 발탁을 얼마만큼 염두하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대표팀 발탁 기회는 서로 동등해야 하는 원론적 관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축구 선수의 본분인 실력 또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죠. 결국, 이천수의 올 시즌 J리그 활약상이 중요하게 됐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관전했던 J리그 데뷔전에서는 실전 감각 부족 및 현지 스타일 적응과 싸웠던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완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천수의 대표팀 복귀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은 바로 '오미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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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천수 (C) 오미야 아르디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풍운아' 이천수(29, 오미야)가 일본 J리그 데뷔와 동시에 대표팀 발탁 여부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관전했던 지난 15일 주빌로 이와타전에서 풀타임 데뷔전을 치르며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력, 간결한 볼 배급, 동료 선수를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주목을 끌면서 대표팀 발탁 분위기가 무르 익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천수에게 기술보다는 팀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며 대표팀에 뽑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태극마크를 달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이천수는 오는 9월 7일 A매치 이란전에 발탁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사우디 아라비아 알 니스르와의 임금 체불 문제로 몇 달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이며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이와타전 단 한 경기만으로 대표팀 발탁 여부를 결정짓기에는 부족함이 있는데다, 조광래호가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가면서 지동원-이승렬 같은 젊은 공격 자원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천수의 대표팀 발탁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란전을 비롯 오는 10월에 열릴 일본전은 엄연히 평가전이지만 아시안컵은 '아시아 No.1'을 가리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한국은 월드컵을 통해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지만 1960년 이후 반 세기 동안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아시아 축구의 진정한 1인자임을 입증하려면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남아공 월드컵 스쿼드에 버금가는 최정예 전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문제는 아시안컵에서 박지성-이청용-박주영-기성용-차두리 같은 유럽파 주력 선수 차출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박주영-기성용 같은 경우에는 병역 혜택을 위해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속팀에서 아시안컵 차출에 난색을 표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박지성-이청용-차두리는 소속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반드시 팀 전력에 필요하기 때문에 대표팀 차출을 주저할 수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같은 경우에는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복귀하면 컨디션 저하에 시달리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5명이 모두 아시안컵에 출전해도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시즌 중에 대표팀에 차출되기 때문에 컨디션 저하를 무릅쓰고 아시안컵에 임하게 됩니다. 지난해 2월 이란 원정 같은 경우, 당시 유럽파였던 박지성-이영표는 평소답지 않게 무거운 몸 놀림을 일관하며 힘겹게 경기를 치렀습니다. 더욱이 내년 1월이면 박지성-이청용 같은 프리미어리거들은 박싱데이라는 빠듯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체력이 소모된 상태에서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합니다. 내년 1월이라면 유럽파들이 경기 감각에서 K리거-J리거보다 앞서겠지만 컨디션이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에 남아공 월드컵때의 포스를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유럽파들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경험이 부족합니다. 아시안컵은 단기 토너먼트전으로써 많은 경기 출전에서 비롯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노련하게 풀어야 합니다. 아무리 출중한 실력과 패기를 지녔더라도 돌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면 한국이 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은 K리그-J리그 시즌 일정을 비롯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에 따른 체력 부담 및 휴식 부족을 안고 아시안컵에 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천수라면 다릅니다. 내년 1월이라면 J리그 하반기 경기 출전에 따른 실전 감각 향상으로 예전의 날카로웠던 공격력을 되찾을 수 있는 시기이며, 알 나스르와의 임금 체불 문제로 몇 달 동안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에 그동안 많이 쉬었습니다. 2008년 9월 북한전 이후 2년 동안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던 만큼 '대표팀에서 이천수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동기부여가 작용합니다. 다른 대표팀 선수들도 아시안컵 우승을 원하겠지만, 이천수가 그동안의 과오를 실력으로 이겨내고 명예회복 할 수 있는 결정타로써 아시안컵이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천수는 조광래 감독의 기술 축구에 가장 잘 부합된 윙 포워드입니다. 체력-기술-날카로움-스피드-지능을 비롯 자신의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재치까지 겸비하며 조광래호의 전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자질이 여전합니다. 특히 기술력에서는 한때 K리그에서 1인자였고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의 불미스러웠던 언행때문에 조광래 감독과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질 수 있지만, 편견과 실력은 분명 다릅니다. 대표팀 발탁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실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천수는 내년이면 30세이기 때문에 20대 초반과 중반에 보여줬던 왕성한 기동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34세의 이영표는 남아공 월드컵 및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20대 선수를 능가하는 기동력과 강철같은 체력을 과시한데다, 활동 폭을 넓히면서 공수 양면에 걸쳐 궂은 역할을 다하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이영표와 이천수는 엄연히 다른 포지션이지만 30대 선수라고 해서 부지런히 뛰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이천수 나이대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여러가지 능력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천수는 20대 시절보다 경기 운영이 노련해진 상태에서 아시안컵에 출전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돌파력이나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 패스 같은 전반적인 공격 능력이 향상되면서 동료 공격 옵션들에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슈팅까지 뒷받침되면 박지성-박주영에 대한 득점 의존도를 줄이면서 대표팀 공격에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J리그 하반기를 꾸준하고 착실하게 보낸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천수는 박지성-이청용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경쟁 자원입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파괴력을 놓고 보면 두 선수와 대등할 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습니다. 두 선수는 한국 대표팀 부동의 윙 포워드이기 때문에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아시안컵에 출전하면 한국의 우승 행보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천수 같은 옵션이 두각을 떨쳐야 박지성-이청용이 긴장합니다. 아시안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는 박지성-이청용만으로 측면을 버티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천수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대표팀에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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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 나스르 시절의 이천수 (C) 알 나스르 공식 홈페이지]

'풍운아' 이천수(29)가 지난달 임금체불 문제로 사우디 알 나스르를 떠나 국내에 귀국했지만 여전히 소속팀을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일본-중국 리그는 선수 등록이 마감되었기 때문에 세 리그에서 뛸 수 없으며 현재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리그를 알아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두 리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해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의 진로가 오리무중입니다.

우선, 이천수의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승선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허정무 감독은 소속팀의 활약을 중요시여기는 성향인데, 이천수는 지난 3년 동안 울산-페예노르트-수원-전남-알 나스르를 오가며 끝없이 방황했고 페예노르트 진출 이후에는 어느 한 팀에서도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알 나스르를 떠난 이후에는 경기를 쉬고 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이며 그동안 대표팀에서 검증될 기회 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2008년 9월 북한전 이후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태극 전사들과의 호흡 문제까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면 또 다시 여론에서 대표팀 발탁 여부로 주목을 끌 것이 분명합니다. 허정무호에서 북한전 이외에는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재능이 출중한 선수인데다 3년 전까지 대표팀의 에이스로 뛰었던 점, 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꽂게 하는 현란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에서 '이천수 발탁론'이 제기 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의 소속팀 활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표팀 합류는 그저 요원에 그칠 것입니다. 또한 소속팀의 활약도를 떠나, 어쩌면 이천수를 대표팀에서 못볼 수 있습니다.

대표팀으로 시선을 돌리면,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는 6개월 뒤에는 2011년 아시안컵 체제에 돌입합니다. 아시안컵은 내년 1월 7일 부터 29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리는데, 남아공 월드컵 스쿼드 대부분이 카타르 땅을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가 공인한 대륙 대항전이기 때문에 유럽파들이 가세할 것이며 박지성이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합니다. 그래서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이 막중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출전할 것이며 백업 선수층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따라 멤버 변동이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 종료 후 대표팀 사령탑을 그만둔다는 점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더라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바람을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꾸밀 것입니다. 남아공 월드컵과 아시안컵의 시간적 간격이 6개월에 불과한 만큼, 한국은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브라질 월드컵 체제로 돌입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세대교체 차원에서 신예 발굴 작업이 필수입니다.

만약 대표팀의 세대교체 의지가 확고하면 이천수의 대표팀 발탁 명분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과 아시안컵이 끝나면 박지성-이영표-이운재-김남일 같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전사들과 작별할 가능성이 높으며(박지성은 은퇴 선언) 그 주역 중에 한 명이었던 이천수의 존재감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이천수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33세이기 때문에 축구선수로서 전반적인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이릅니다. 그래서 기량과 잠재성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중용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천수가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여론에서 안정환과 더불어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높은 올드보이로 주목 받았던 이유는, 그의 클래스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빛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34세로서 전성기가 지난 안정환이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받았던 것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필요한 선수(슈퍼 서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월드컵 이후에 열릴 아시안컵은 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이 아시아 제패를 비롯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해 이천수의 발탁 가능성이 다소 모호해집니다. 이천수가 이전부터 허정무호에서 뛰었다면 대표팀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연장하겠지만, 허정무호에서 단 1경기(북한전)만 출전했을 만큼 대표팀과의 인연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시안컵 이후에는 평가전의 연속인 만큼, 이천수 발탁보다 젊은 세대들을 실험하는데 초점을 모을 것입니다.

한 가지 변수는 소속팀입니다. 만약 이천수가 오는 하반기부터 한국-중국-일본 팀에서 뛸 기회가 주어져 예전의 폭발적인 포스를 되찾으면 대표팀 발탁 명분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K리그 팀이라면 대표팀 발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 된데다 전남측이 자신의 K리그 복귀를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K리그 복귀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외국 리그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대표팀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천수가 가진 재능이라면 여전히 대표팀에서 통할 것이며 그것을 지난해 상반기 K리그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 재능이 허정무호에서 볼 수 없는 것은 대표팀이 아닌 이천수가 범했던 그동안의 과오가 더 문제였습니다. 수원에서 코칭스태프 불화 및 후배 선수를 폭행하지 않았다면, 전남에서 사우디 진출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며 박항서 감독과의 신뢰를 계속 유지했다면 지금쯤 기자들에게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밝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남아공 월드컵 이후의 대표팀 행보를 바라보면 이천수의 발탁 명분이 좀처럼 뚜렷하게 실리지 않습니다. 이천수의 재기를 염원하던 팬들에게 아쉬울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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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우디 알 나스르에서 활약했을 당시의 이천수 (C) 알 나스르 공식 홈페이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했던 박지성과 이천수. 황선홍과 홍명보의 'H-H 라인'에 이어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스타로 떠올랐던 이들의 8년 뒤 행보는 그야말로 극과 극 입니다. 한 선수는 세계적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또 한 선수는 져니맨인데다 얼마전 임금 체불 문제로 소속팀을 떠났습니다. 전자는 한국 대표팀 주장이지만 후자는 대표팀 명단 발탁 때 마다 고배를 마셨습니다.

박지성의 무한 발전은 참으로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이천수의 몰락이 씁쓸합니다. 10년 전 청소년 대표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며 '밀레니엄 스타'로 떠올랐던 이천수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수 본인의 재능만을 놓고 보면 유럽에서 충분히 통했을 것이며 지금쯤 허정무호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을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울산-페예노르트-수원-전남-알 나스르에서 활약했던 행보만을 놓고 봐도 축구 선수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알 나스르에 이어 또 다른 팀을 찾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천수는 지난해 7월 전남과 갈등을 빚은끝에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프로축구 팀인 알 나스르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알 나스르에서 8개월 동안 사이닝보너스를 지급받지 못한 것을 비롯 총 8억원의 임금을 체불당한 끝에 얼마전 귀국했습니다. 이천수는 그동안 구단 수뇌부에게 돈을 달라는 요구를 수없이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사우디 프로축구연맹과 사우디 축구협회까지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여권을 얻어 국내에 귀국했지만, 알 나스르가 아직 잔여 경기를 더 치러야 하기 때문에 무단 이탈로 몰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이천수와 알 나스르의 계약 종료는 올해 6월 말)

사우디를 떠난 이천수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초 K리그에서 임의탈퇴로 공시되었고 그 권한을 쥐고 있는 전남이 임의탈퇴 해제에 강경한 반대를 취하면서 국내의 어떤 팀과 계액을 맺고 뛸 수 없습니다. 중국 슈퍼리그는 이미 선수 등록 기한이 지났고 일본 J리그는 선수 등록이 3월말에 마감되지만 이미 많은 팀들이 외국인 선수 쿼터를 채웠습니다. 하지만 수원-전남-알 나스르와의 이별이 매끄럽지 못한것을 비롯 그라운드에서 말썽을 피우며 물의를 빚었던 이천수를 J리그 클럽들이 받아줄지는 의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것입니다.

이천수의 사우디 진출은 어떠한 명분과 실리가 없었습니다. 사우디 진출 그 자체가 선수의 커리어 향상 및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고액 연봉을 얻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8억원의 막대한 임금 체불 이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소속팀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소속팀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실전 감각을 익히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데 이천수에게 그런 기회가 빠른 시일내에 열릴지 의구심이 듭니다.

결국, 이천수가 전남과 대립하면서 사우디에 진출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이천수 본인이 스스로 자초했던 결과입니다. "페예노르트가 연봉 9억원보다 많은 돈을 원하는 구단이 있으면 이적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페예노르트의 양해를 얻어 자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사우디 진출을 위한 전남과의 논의 및 절차를 무시하며 에이전트와 함께 언론 플레이까지 일삼았던 이천수의 행동은 축구팬들의 지탄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 되었고 K리그 구단 단장들까지 이천수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이천수 행보가 실망스러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박항서 전남 감독에 대한 도의를 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천수는 전남 시절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것을 비롯 모 방송국 토크쇼(백지연이 진행하는 프로)에서는 박항서 감독에게 영상편지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2008년 연말 수원에서 임의탈퇴 공시를 받아 자칫 2009시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수도 있었던 이천수를 벼랑끝에서 구원했던 사람이 박항서 감독 이었기 때문이죠. 만약 박항서 감독이 없었다면 이천수의 축구 인생은 걷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이천수가 지난해 3월 주먹감자 파문으로 6경기 출전 정지 및 페어 플레이 기수 징계를 받았을 때, 박항서 감독은 선수 관리 부실로 전남 구단에 벌금 100만원을 지불 했습니다. 그럼에도 박항서 감독은 이천수의 재기를 믿었고, 제자는 스승의 기대속에 징계를 마치고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허정무호 발탁 여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천수는 박항서 감독에게 배신을 안기고 무리수를 감행하며 사우디로 떠났습니다.

이천수 입장에서 사우디 진출은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죠. 유럽 진출을 앞두던 2007년 8월 어느 모 중견 기업인에게 돈을 빌려줬으나 그 기업인이 이자마저 갚지 않아 운동을 제대로 병행할 수 없었고 시즌 도중 국내에 귀국해 돈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그 돈이 자신의 전 재산이었기 때문이죠. 국내 여론은 이천수의 돌연 귀국 이유를 향수병으로 진단했지만 추측에 불과했습니다. 돈이 없었던 이천수는 스트레스로 마음 고생에 시달린 끝에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우디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8억원 임금 체불을 당하고 국내에 돌아오면서 상황이 더 어렵게 됐습니다.

물론 이천수가 전남에서 뛰기에는 여건이 좋지 못했습니다. 전남과 연봉 2억 5천만원 계약을 지난해 6월 중순에 사인했고 그 이전까지 무일푼 생활을 했기 때문이죠. 이천수가 전남을 떠날 당시 "전남과 계약하지 말아야 했다"고 후회했던 것 처럼, 전남은 이천수에게 고액 연봉을 안겨 줄 수 있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가 사우디 진출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고 전남에 잔류했다면 더 이상의 난처한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고액 연봉에 익숙했던 이천수에게는 전남의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돈이 아닌 미래였습니다.

만약 이천수가 2009시즌 전남에 계속 잔류했다면 시즌 종료 후 두둑한 연봉을 안겨주는 팀으로 떠났을지 모릅니다. 자신을 받아준 박항서 감독과 함께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면 올 시즌에도 전남에서 뛰었겠죠. K리그는 이천수 효과에 힘입어 흥행 성공의 돌파구를 마련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천수는 지금쯤 허정무호에서 박주영(또는 이동국)의 투톱 파트너로 뛰었거나 아니면 이청용의 경쟁자로 활약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남아공 월드컵 각오를 듣기 위해 언론사들에게 수없이 인터뷰 요청을 받겠죠. 사우디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2010년 3월을 보내는 이천수의 발걸음이 가벼웠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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