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영표 (C)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한국 축구는 2010년에 훌륭한 업적들을 이루었지만 연말 분위기는 어수선합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던 박지성 대표팀 은퇴 여부가 그것입니다. 박지성이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축구계 및 여론의 반응이 뜨거워졌죠.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뛰어야 한다", "박지성의 선택을 존중하자"는 목소리로 나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박지성의 아시안컵 참가 여부 논란까지 파생됐죠. 최근에는 박지성 은퇴 논란의 해결책으로 선별적 차출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아들의 무릎이 5년 밖에 남지 않았고 대표팀 활동까지 병행하면 2~3년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이에 박지성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을 대표팀에서 꾸준히 차출할 명분이 약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 축구가 박지성을 아끼기 위해서는 그의 은퇴를 허락해야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남는 것은 박지성을 대표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이상 많지 않을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는 또 하나의 기둥과 작별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A매치 120경기 출전' 이영표의 성실함을 잊지 말아야
그 주인공은 이영표(33, 알 힐랄) 입니다. 올해 33세이지만 앞으로 며칠 뒤면 34세가 되어 30대 중반에 접어듭니다. 한국 축구 최고의 콤비였던 'H-H라인(황선홍-홍명보)'이 각각 34세, 33세에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올해 34세의 안정환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이영표의 은퇴 시기가 얼마 안남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영표는 박지성처럼 대표팀 은퇴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에 브라질 월드컵을 관중석에서 볼 계획이라고 답했던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영표의 체력이 대표팀에서 언제까지 허락될지는 모르겠습니다. 38세가 되는 브라질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안컵은 현실적으로 마지막 메이져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영표에게는 한국 선수 최다 A매치 기록 달성이라는 동기부여가 작용합니다. 지금까지 A매치 120경기를 소화했으며, 홍명보(135경기) 이운재(131경기) 유상철(122경기) 차범근(121경기)에 이어 5위를 기록중입니다. 앞으로 16경기를 뛰면 한국 축구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만약 이영표가 그 기록에 도달하지 못해도 유럽 및 중동, 그리고 한국을 넘나들며 수많은 A매치에 출전한 것은 매우 대단한 일입니다. 장거리 비행 및 시차적응, 그에 따른 피로를 감수하며 대표팀에서 120경기를 채운 것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영표는 박지성과의 A매치 데뷔 시기가 서로 비슷합니다. 이영표가 1999년 6월 12일 멕시코전 이었다면 박지성(A매치 통산 94경기 출전)은 2000년 4월 5일 라오스전 이었습니다. 똑같은 연도에 데뷔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선수가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를 함께 짊어지면서 한국 축구가 꿈과 희망을 얻으며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영표의 수많은 대표팀 출전은 여론에서 쉽게 주목을 끌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포지션이 수비수(풀백)이기 때문에 공격수에 비해 사람들의 주목을 덜 받는 환경적 특성이 있죠. 최근에는 박지성 대표팀 은퇴 논란으로 가려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박지성과 더불어 근래 한국 축구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PSV 에인트호벤 및 토트넘에서의 맹활약,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원정 월드컵(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핵심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그런 이영표가 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것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역사와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성실함이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역할이든 충실히 이행했고, 한국이 소강 상태에 빠지거나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에서 항상 경기의 임펙트를 끌어 올리는데 주력했고,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마음으로 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사수하며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 힘이 있었기에 A매치 120경기에 출전했고 그 기록을 연장시킬 수 있는 체력이 있습니다. 젊어지는 대표팀의 변화 속에서는 자신의 노련미가 부각되면서 여전히 대표팀에서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이영표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사우디의 알 힐랄에서 활약하면서 중동 축구의 특징을 잘 알고 있죠.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및 아시안게임에서 중동에게 발목을 잡혀 무너졌던 행보를 떠올리면 이영표의 경험이 대표팀에 충분히 전수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에서 3백과 4백을 병행할 예정 입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던 이영표의 존재감이 대표팀 수비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안양LG(현 FC서울)에서 조광래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수비력을 길렀던(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3백의 왼쪽 수비수로 뛰었을 정도로) 이영표의 존재감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귀결되는 효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영표를 대체할 마땅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이영표와 대표팀에서 경쟁했던 김동진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오른쪽 발목 부상에 시달리면서 조광래호에 꾸준히 중용받지 못했습니다. 시즌 후반에 복귀했지만 울산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기회가 한정적이었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을 보였던 윤석영-홍철은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윤석영은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조광래 감독의 합격점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경남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최근 수원으로 이적) 이용래가 이영표의 백업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왼쪽 풀백에 성공적으로 적응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박지성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하면 그의 공백은 이청용이 충분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한국 축구가 전통적으로 걸출한 윙어들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박지성 공백은 언젠가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영표의 존재감을 대신할 적임자는 아직 마땅치 않습니다.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과 맞물리면 대표팀에서 이영표의 힘이 필요합니다. 아시안컵 이후에는 포스트 이영표 키우기에 나서야겠지만, 이영표가 대표팀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고민은 아시안컵 이후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A매치 통산 120경기를 뛰면서 대표팀에 헌신했던 이영표의 성실함은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영표의 화이팅을 외치고 싶은 이유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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