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영표 (C)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한국 축구는 2010년에 훌륭한 업적들을 이루었지만 연말 분위기는 어수선합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던 박지성 대표팀 은퇴 여부가 그것입니다. 박지성이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축구계 및 여론의 반응이 뜨거워졌죠.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뛰어야 한다", "박지성의 선택을 존중하자"는 목소리로 나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박지성의 아시안컵 참가 여부 논란까지 파생됐죠. 최근에는 박지성 은퇴 논란의 해결책으로 선별적 차출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아들의 무릎이 5년 밖에 남지 않았고 대표팀 활동까지 병행하면 2~3년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이에 박지성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을 대표팀에서 꾸준히 차출할 명분이 약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 축구가 박지성을 아끼기 위해서는 그의 은퇴를 허락해야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남는 것은 박지성을 대표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이상 많지 않을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는 또 하나의 기둥과 작별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A매치 120경기 출전' 이영표의 성실함을 잊지 말아야

그 주인공은 이영표(33, 알 힐랄) 입니다. 올해 33세이지만 앞으로 며칠 뒤면 34세가 되어 30대 중반에 접어듭니다. 한국 축구 최고의 콤비였던 'H-H라인(황선홍-홍명보)'이 각각 34세, 33세에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올해 34세의 안정환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이영표의 은퇴 시기가 얼마 안남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영표는 박지성처럼 대표팀 은퇴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에 브라질 월드컵을 관중석에서 볼 계획이라고 답했던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영표의 체력이 대표팀에서 언제까지 허락될지는 모르겠습니다. 38세가 되는 브라질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안컵은 현실적으로 마지막 메이져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영표에게는 한국 선수 최다 A매치 기록 달성이라는 동기부여가 작용합니다. 지금까지 A매치 120경기를 소화했으며, 홍명보(135경기) 이운재(131경기) 유상철(122경기) 차범근(121경기)에 이어 5위를 기록중입니다. 앞으로 16경기를 뛰면 한국 축구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만약 이영표가 그 기록에 도달하지 못해도 유럽 및 중동, 그리고 한국을 넘나들며 수많은 A매치에 출전한 것은 매우 대단한 일입니다. 장거리 비행 및 시차적응, 그에 따른 피로를 감수하며 대표팀에서 120경기를 채운 것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영표는 박지성과의 A매치 데뷔 시기가 서로 비슷합니다. 이영표가 1999년 6월 12일 멕시코전 이었다면 박지성(A매치 통산 94경기 출전)은 2000년 4월 5일 라오스전 이었습니다. 똑같은 연도에 데뷔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선수가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를 함께 짊어지면서 한국 축구가 꿈과 희망을 얻으며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영표의 수많은 대표팀 출전은 여론에서 쉽게 주목을 끌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포지션이 수비수(풀백)이기 때문에 공격수에 비해 사람들의 주목을 덜 받는 환경적 특성이 있죠. 최근에는 박지성 대표팀 은퇴 논란으로 가려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박지성과 더불어 근래 한국 축구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PSV 에인트호벤 및 토트넘에서의 맹활약,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원정 월드컵(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핵심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그런 이영표가 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것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역사와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성실함이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역할이든 충실히 이행했고, 한국이 소강 상태에 빠지거나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에서 항상 경기의 임펙트를 끌어 올리는데 주력했고,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마음으로 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사수하며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 힘이 있었기에 A매치 120경기에 출전했고 그 기록을 연장시킬 수 있는 체력이 있습니다. 젊어지는 대표팀의 변화 속에서는 자신의 노련미가 부각되면서 여전히 대표팀에서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이영표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사우디의 알 힐랄에서 활약하면서 중동 축구의 특징을 잘 알고 있죠.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및 아시안게임에서 중동에게 발목을 잡혀 무너졌던 행보를 떠올리면 이영표의 경험이 대표팀에 충분히 전수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에서 3백과 4백을 병행할 예정 입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던 이영표의 존재감이 대표팀 수비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안양LG(현 FC서울)에서 조광래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수비력을 길렀던(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3백의 왼쪽 수비수로 뛰었을 정도로) 이영표의 존재감은 아시안컵 우승으로 귀결되는 효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영표를 대체할 마땅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이영표와 대표팀에서 경쟁했던 김동진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오른쪽 발목 부상에 시달리면서 조광래호에 꾸준히 중용받지 못했습니다. 시즌 후반에 복귀했지만 울산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기회가 한정적이었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을 보였던 윤석영-홍철은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윤석영은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조광래 감독의 합격점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경남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최근 수원으로 이적) 이용래가 이영표의 백업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왼쪽 풀백에 성공적으로 적응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박지성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하면 그의 공백은 이청용이 충분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한국 축구가 전통적으로 걸출한 윙어들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박지성 공백은 언젠가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영표의 존재감을 대신할 적임자는 아직 마땅치 않습니다.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과 맞물리면 대표팀에서 이영표의 힘이 필요합니다. 아시안컵 이후에는 포스트 이영표 키우기에 나서야겠지만, 이영표가 대표팀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고민은 아시안컵 이후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A매치 통산 120경기를 뛰면서 대표팀에 헌신했던 이영표의 성실함은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영표의 화이팅을 외치고 싶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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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사진=한국vs이란 경기 장면 (C) 티스토리 뉴스뱅크 F(By. 뉴시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중동의 강호' 이란에게 완패하면서 홈팬들에게 실망스런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실점 과정에서 이영표의 실수가 아쉬웠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경기 내내 무기력한 공격력을 거듭하며 이란의 두꺼운 수비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7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35분 이영표가 뒷쪽으로 백패스를 연결한 것이 약하게 흐르는 바람에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고, 그 패스를 받은 마수드 쇼자에이가 정성룡과의 일대일 상황에서 공을 띄우며 한국의 골문을 갈랐습니다. 이번 이란전은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겨냥하기 위해 중동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경기이자 한국의 3-4-3을 가다듬는 성격이 두드러졌습니다. 하지만 답답하고 실망스런 경기를 펼치는 바람에 결국 실리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공격력 불안했던 한국, 수비 실수로 선제골 허용

한국은 이란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김영권-이정수-홍정호를 수비수, 이영표-기성용-윤빛가람-최효진을 미드필더, 박지성-박주영-이청용을 공격수에 배치했습니다.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전에서 3-4-2-1을 활용하면서 박지성-이청용이 박주영을 뒷받침했다면, 이번 이란전에서는 3-4-3과 3-4-1-2를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하면서 박지성에게 공격 조율의 임무를 맡기고 박주영-이청용을 투톱으로 놓는 변형적인 공격 시스템을 쓰겠다는 복안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이란전에서 의도했던 공격 전술이 상대의 압박에 밀려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일단, 한국은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이청용이 전반 1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수비수의 공을 직접 빼앗아 박주영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빠른 드리블 돌파에 의한 오른발 인스텝슛을 날렸지만 이란 골키퍼에 선방에 막혔습니다. 그 이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홍정호의 헤딩슛이 골대 바깥으로 스쳤지만, 상대 수비진이 방심한 틈을 이용해서 전방 압박 및 역습에 대처하는 이청용의 움직임은 재치 넘쳤습니다. 이청용은 전반 3분 오른쪽 측면 뒷 공간쪽으로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상대 반칙을 얻어내면서 한국 선수 중에서 경기 초반부터 최적의 폼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박지성에게 크로스를 너무 길게 올리는 바람에 상대팀에게 공을 빼앗기는 아쉬운 장면을 노출했습니다.

한국은 전반 10분 볼 점유율에서 42-58(%)의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경기 초반 오른쪽 측면을 중심으로 빠른 패스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이란은 백패스와 횡패스 위주로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점유율이 한국보다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격 템포에서는 한국이 더 빨랐습니다. 한국은 하프라인을 넘어서거나 최전방으로 전진하기 위해 빠른 타이밍에 의한 볼 배급을 노렸습죠. 이영표가 공격진으로 넘어와서 박지성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이청용이 하프라인 위주로 내려와서 볼을 터치하는 위치 변화를 통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경기 흐름은 한국의 우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공격은 전반 초반 및 중반에 두 가지의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첫째로 좌우 윙백이 측면 뒷 공간 위주로 자리를 잡으면서 기성용-윤빛가람이 커버하는 영역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란이 4-3-1-2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중앙에 미드필더 4명을 배치하는 바람에 기성용-윤빛가람이 2:4의 수적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중원에서의 압박이 타이트하게 버티지 못하면서 뒷 공간에 의한 돌파를 허용했고, 중앙에서의 패스 게임이 나이지리아전보다 유기적인 맛이 부족했습니다. 윤빛가람과 기성용이 전반 20분 이후 앞선으로 나오면서 상대 패스를 직접 차단하거나 패스를 이어가면서 중원의 불안함을 이겨냈지만 여전히 수적 열세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이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박지성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가며 움직였지만 이란이 중원을 중심으로 두꺼운 압박을 펼치는 바람에 결국 봉쇄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란은 한국 대표팀이 지난 몇 년 동안 박지성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집중 견제를 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에 막혀 2차 패스가 전개되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났고 박주영의 고립이 불가피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전반 25분 이후 기성용-윤빛가람과 폭을 좁히면서 볼 터치를 늘리는 적극적인 공격 참여를 나타냈습니다. 31분에는 박스 정면에서 최효진의 논스톱 패스를 받아 오른발 강슛을 날리지만 볼이 상대 수비수 발에 맞았습니다.

공격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한국은 전반 34분 이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습니다. 한 번의 수비 실수가 여지없이 실점으로 이어졌죠. 이영표가 뒷쪽에서 공을 터치하여 백패스를 연결한 것이 상대 인터셉트에 걸려 쇼자에이에게 골을 허용했습니다. 뒷쪽에서 상대 공격수 위치를 쉽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불필요하게 백패스하기 보다는 공을 소유하며 상대 역습을 막았다면 실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백패스를 하더라도 강하게 연결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이영표의 실수는 한 마디로 '집중력 부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는 오랫동안 공격을 펼치면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점 위기로 직결되는 실수를 범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이영표의 실수가 그 예 입니다. 그 이후 한국은 이란의 적극적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전반전을 0-1로 마쳤습니다. 전반전 볼 점유율은 55-45(%)로 앞섰지만 기성용-윤빛가람이 상대 미드필더의 협력 수비를 이겨내지 못해 중원 장악이 취약했고, 그 여파는 박지성-박주영-이청용으로 짜인 공격 삼각 편대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 빈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냉정히 말해, 전반전 경기 내용에서는 한국이 이란에게 밀렸습니다.

전반전보다 더 답답했던 한국의 공격, 결국 0-1 패배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기성용-윤빛가람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김두현-김정우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을 모두 교체한 것은 기성용-윤빛가람에 대한 질책이 다분했습니다. 기성용-윤빛가람 조합보다는 김두현-김정우 조합의 경험이 많은데다 공수 양면에 걸쳐 부지런히 뛰면서,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투쟁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중원에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후반 1분 김정우가 이란 전방 압박에 밀려 공을 빼앗겨 실점 위기를 허용했던 위기 상황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정성룡이 이란의 슈팅을 선방했지만, 아무리 후반 1분이라도 경기에 몰입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쓴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3-4-3에서 5-4-1로 전환하면서 수비에 안정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최효진-이영표가 3백과 횡방향 라인을 형성하면서 이란의 측면 돌파를 봉쇄하려는 경기력이 두드러 졌습니다. 그래서 이란 측면 옵션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거나 커버 플레이를 펼치면서 추가 실점을 막아내는데 주력했습니다. 한국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비에 몰입했던 이유는 역습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짚을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영표-이청용-차두리는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로 역습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합니다.

문제는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슈팅 기회를 기다리는 경기 운영을 펼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선으로 내려와서 측면 옵션의 역습을 노리는 패스를 날렸다면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했을지 모릅니다. 상대 수비에 봉쇄당했기 때문에 경기력을 키우는데 어려움이 따랐을지 모르지만, 2선으로 내려가 최전방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어 내려서 한국의 역습 기회를 창출이 손쉬웠을지 모릅니다. 후반 10분 이후에는 박주영-이청용 투톱이 형성되는 3-4-1-2로 변형되면서 공격력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란의 적극적인 압박은 여전했고 박지성-박주영은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공격은 전체적으로 이란의 두꺼운 수비 조직력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후반 20분 김정우를 빼고 조영철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단행 했습니다. 김정우가 후반 시작과 함께 경기에 나섰지만 이란 중원의 뒷 공간을 무너뜨리는 패스가 활발하지 못했고, 오히려 상대의 압박에 밀리면서 한국의 공격 전개가 전반전보다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김정우의 교체가 불가피했고, 조영철-박주영-이청용으로 짜인 스리톱 형성 및 박지성이 김두현과 중앙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공격력 새판짜기를 시도했습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이 중원으로 내려가 상대의 집중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적 이점을 얻은 것은 긍정적 입니다. 한국은 후반 25분에 최효진을 교체하고 차두리가 출전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측면 공격 강화를 노렸습니다.

특히 후반 시작 부터 30분까지 슈팅이 한 번에 그쳤고, 그 타이밍이 후반 30분 박주영의 발끝에서 터졌던 것은 한국의 공격력이 과감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하프라인 부근 및 측면에서 열심히 공을 돌리더라도 박스 안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기 때문에 골 넣는 작업이 수월하지 못했습니다. 상대 골문에서 가까운 지점으로 접근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슈팅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한국 선수들은 이란의 적극적인 압박을 감안하더라도 박스 안에서 골을 넣기 위한 콤비 플레이의 효용성이 떨어졌습니다. 후반 32분에는 박주영의 프리킥, 33분에는 석현준 교체 투입, 34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팀 선수들과 혼전 경합하면서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노렸지만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홍정호를 비롯해서 이란 선수들이 하체에 근육 경련이 찾아왔고 양팀 선수 모두 움직임이 무뎌졌습니다. 동점골을 넣어야 하는 한국은 상대 골문을 흔들겠다는 적극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후반 48분에는 김두현이 박스 바깥 중앙에서 오른발 중거리 강슛을 날렸지만 발이 감기지 않는 바람에 볼이 골문 정면으로 향하지 않고 왼쪽으로 향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한국은 공격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한 끝에 이란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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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2, 2010 - South Africa - Football - Nigeria v South Korea FIFA World Cup South Africa 2010 - Group B - Durban Stadium, Durban, South Africa - 22/6/10..South Korea's Young Pyo Lee (R) and Dong Jin Kim celebrate at the end of the match after reaching the second round.

[사진=나이지리아전 종료 후 김동진을 안고 눈물을 흘렸던 이영표 (C) 티스토리 PicApp]

한국 축구가 월드컵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나이지리아전을 빛낸 선수들은 여럿 있었습니다. 기성용의 프리킥 상황에서 절묘한 헤딩슛을 성공시킨 이정수, 아르헨티나전 자책골 및 그동안의 월드컵 불운을 뒤로하고 역전 프리킥 골을 넣은 박주영, 측면에서 종횡무진했던 박지성과 이청용, 중원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김정우, 언제나 변함없이 한국 골문을 책임졌던 정성룡 등에 이르기까지 태극전사들의 맹활약이 실로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 속에서는 나이지리아와 싸웠던 90분 보다는 그 이후의 장면이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영표가 김동진을 안으며 16강 진출의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TV 브라운관에 잡혔기 때문입니다. 4년 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0-2 패배를 비롯 억울한 오심 때문에(여전히 논란거리지만) 16강 진출이 좌절되어 눈물을 흘렸던 이천수의 명암과 대조 되었습니다. 당시 이천수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지만 이영표는 기쁨에 흥이 겨워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독일 월드컵 본선 탈락으로 좌절했던 눈물이 이제는 남아공 월드컵 목표 달성의 기쁨으로 승화된 것이죠.

사실, 이영표가 눈물을 흘릴거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표팀에서 이운재-안정환에 이어 세 번째 고참인 선수이자 한국 나이로 올해 34세를 맞이한 30대 중반 선수로서 후배들을 다독일거라 생각했는데 눈물이 의외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영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기쁨 때문에 그저 웃기만 했던 선수였고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후배 선수들은 감성적인 선배라고 말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절제된 마음이 뚜렷했기 때문에 눈물 같은 감정 표현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영표의 눈물은 저의 마음을 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승리의 눈물을 흘린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때로는 이영표가 부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승엽-김연아-최민호 같은 다른 스포츠 스타들도 승리의 감격에 젖어 눈물을 흘렸지만, 그동안 세계 성인 무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이외에는 뚜렷한 족적이 없었던 한국 축구였기 때문에 '승리의 눈물'이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비록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지만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승리였고 그 눈물을 이영표가 흘리게 됐습니다.

그런 이영표의 눈물은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이 얼마만큼 어려웠던 것인지, 그 목표를 어느 정도 간절히 바래왔는지를 의미합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원정 무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종이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이제는 이영표가 후배들을 다독이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했고 후배들도 적극 동참하면서 16강 고지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16강이 뭐가 대단해서 우는 것이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한국 축구는 오랫동안 월드컵 16강 진출을 간절히 바래왔고 그 과정이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루어낸 선수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이영표는 월드컵 본선 직전 "지금의 대표팀이 역대 최고"라고 자평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최대 성과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이었고 모두가 그때의 멤버가 최고였다고 치켜 세웠지만 이영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성공할거라 장담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고 이영표가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 나섰던 한국의 수비는 전반적으로 불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스전에서 상대의 느린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지만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같은 빠른 공격을 펼치는 타입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이영표는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그리스전에서 자신보다 14cm가 높은 191cm의 하리스테아스 발을 꽁꽁 묶는 끈질긴 수비를 펼쳤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많은 후배 선수들이 메시를 봉쇄하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메시와의 경합에서 우세를 보였습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한국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하며 미드필더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흔히 이영표의 강점은 오버래핑 과정에서 특유의 헛다리 짚기로 상대방을 교란하는 공격 장면으로 꼽힙니다. 몇년 전에 어느 TV 뉴스에서 이영표의 헛다리 짚기를 '축구황제' 호나우두와 비교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일품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영표 강점을 누군가가 물어보면 '끈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 진영으로 넘어오는 상대팀 공격 옵션을 봉쇄하기 위해 끈질기게 따라붙어 세밀한 커팅으로 저지하기 때문이죠. 상대와의 볼 다툼에서 패하면 곧 실점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달라붙어야 합니다. 장신 공격수 하리스테아스, 발재간의 달인 메시와 맞서면서 주눅들지 않는 마인드는 얼마만큼 끈기 넘치는 선수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영표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 출전이 간절했던 선수였습니다. 2008/0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었으나 십자인대 부상으로 장기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데데가 시즌 후반에 복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벤치를 지키고 말았습니다. 토트넘 시절에 증명된 것 처럼 유럽 빅 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했지만 후안 데 라모스 감독과의 잘못된 만남, 도르트문트에서 빅 스타 대접을 받았던 데데의 복귀는 이영표 입장에서 불운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롱런을 포기하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힐랄로 이적하면서 월드컵 맹활약을 위한 실전 감각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그 성과가 16강 진출의 뜨거운 눈물로 이어졌습니다.

이영표는 한국 나이로 34세 선수로서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 들었습니다. 은퇴를 바라보는 시기지만 지금의 기량을 놓고 보면 웬만한 후배 선수보다 더 잘합니다. 이영표 만큼 감각적이고, 창의적이며, 재치 넘치고, 악착같은 수비력을 자랑하면서 세밀함이 넘치는 풀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축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남아공 월드컵이 이영표가 축구 선수로서 보내는 마지막 월드컵입니다. 한국 축구의 한이었던 원정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고, 오는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기를 원하는 이영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물이 최고였어요"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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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 January 09, 2008

[사진=토트넘 시절의 이영표 (C) 티스토리 PicApp]

유럽리거의 맏형이었던 '초롱이' 이영표(32)가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알 힐랄로 전격 이적했습니다. 유럽이라는 네임벨류보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출전 의지와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100만 유로(약 17억원) 연봉의 실리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사우디 땅을 밟게 된 것입니다.

이영표가 유럽에 재진출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우디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유럽 상위리그에 진출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설기현은 알 힐랄에서 풀럼의 임대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유럽 재도전을 할 수 있었지만 이영표는 완전 이적 형식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30대의 나이와 맞물려' 잉글랜드-독일 같은 상위 리그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물론 유럽 중소리그 진출은 가능하겠지만, 사우디보다 더 좋은 리그에서 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사우디 알 힐랄에서의 활약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왜 이영표의 성실함이 최고인가?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영표가 2003년 1월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유럽리거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지난날의 활약 만큼은 후한 칭찬을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과 잉글랜드의 토트넘 홋스퍼, 독일의 도르트문트 같은 유럽의 명문 클럽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리그 시절에는 리그 최우수 왼쪽 풀백과 유럽 정상급 풀백으로 호평받으며 한국 축구의 저력을 유럽에 심어줬습니다.

그 원동력이 바로 성실함입니다. 이영표가 유럽 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실한 활약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에인트호벤에서 단기간에 주전으로 자리잡아 세 시즌 동안 팀 전력의 중심으로 활약했던 것을 비롯해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에게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자신의 위치를 든든하게 버텼습니다. 성실한 선수는 감독이 사랑한다는 축구의 진리가 상징하듯, 그는 거스 히딩크(에인트호벤)-마틴 욜(토트넘)-위르겐 클롭(도르트문트)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자신의 성실함을 인정 받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영표가 도르트문트에 잔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데데의 부상 공백을 메꾸기 위한 카드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데데는 최근 10년간 분데스리가에서 빼어난 기량으로 독일 축구의 평정한 브라질 출신 수비수였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영표가 넘기 힘든 벽이었습니다. 도르트문트의 1년 연장 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사우디 알 힐랄에 이적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이영표가 도르트문트에서 시즌 중반까지 1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클롭 감독으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독일 축구잡지 <키커>에서도 이영표가 팀 내 하위권 평점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는 도르트문트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 A매치 사우디 원정에서 대표팀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도르트문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토트넘 시절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이영표가 2005/06시즌 부터 땀 흘리며 노력했던 팀 공헌도는 토트넘의 끝없는 왼쪽 풀백 영입 속에 희생된 것과 마찬가지였죠. 토트넘은 2004년 에릭 에드만에 이어 이영표(2005년)-야수 에코토(2006년)-베일(2007년)을 영입해 최고 수준의 왼쪽 풀백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07/08시즌 도중에는 후안 데 라모스 감독의 리빌딩 작업이 들어가면서, 이영표는 토트넘을 위해 쏟았던 노고와 헌신을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토사구팽 당했습니다. 지난해 8월까지 토트넘으로부터 배번 조차 받지 못했던 찬밥 신세였기 때문이죠. 그런 토트넘은 2008/09시즌 초반 꼴찌로 추락 및 라모스 감독 경질로 인과응보의 댓가를 치르고 말았습니다.

이영표는 2007/08시즌 UEFA컵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발에 맞아 기절하며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토트넘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1월까지 1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빡빡하기로 악명높은 박싱 데이 기간까지 모두 소화했습니다. 그 중 한 경기였던 2007년 12월 10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상대 선수의 강력한 백태클을 당했음에도 불구 경기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만약 그가 성실하지 않았던 선수라면 이 같은 저력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유럽에 진출했던 한국인 축구 선수들은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이영표처럼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유럽 3개 리그에서 경기력을 인정받은 선수는 이영표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이영표가 도르트문트에서 데데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해서, 사우디에 진출한다고 해서 커리어에 악영향이 끼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이영표는 유럽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 받았으며 방출설 및 이적설, 경쟁자 등장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왜소한 체격(176cm/66kg)의 동양인 선수가 유럽에서 이렇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이영표의 성실함은 이미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에게, 향후 유럽 진출을 꿈꾸는 국내 축구 인재들이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이제는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유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실력 이외에 성실함이라는 플러스 알파 요소가 필수 입니다. 동양인 선수가 유럽 땅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성실함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이영표는 사우디 알 힐라로 떠났지만, 6년 6개월 동안 유럽 3개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키워드인 성실함 만큼은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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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영표의 이적 발표를 알린 알 힐랄 공식 홈페이지 (C) alhilal.com]

'초롱이' 이영표(32)가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를 떠나 사우디 아라비아의 명문 클럽인 알 힐랄로 전격 이적했습니다.

이영표의 소속사인 (주)지쎈은 11일, 이영표의 알 힐랄 입단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이영표는 도르트문트와 1년 계약 연장을 구두로 합의했으나 연장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 10일 국내에서 메디컬 체크를 받은 후 다음 날 오전 알 힐랄과 계약서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이영표는 알 힐랄과 1년의 계약 기간을 맺었으며 세부 조건은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알 힐랄 구단에서도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영표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사미 알자베르 알 힐랄 구단주는 "이영표와 1년 계약에 합의했고 계약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에릭 감독의 선수 구상 중 90%가 이루어졌다. 코칭스태프의 선수 구상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며 이영표 영입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영표 사우디 이적, 아쉽지만 환영한다

이러한 이영표의 이적에 국내 축구팬들은 아쉬운 감정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영표가 사우디에 갈 줄이야', '예상밖의 이적이다', '이영표도 이제 끝났다', '안타깝다'와 같은 생각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게재하고 있는 것이죠.

우선, 이영표의 알 힐랄 이적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2003년 1월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네덜란드-잉글랜드-독일에서 오랫동안 유럽에서 뛰었기 때문입니다. 소속팀의 네임벨류도 대단했습니다.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과 잉글랜드의 토트넘 홋스퍼, 독일의 도르트문트는 유럽의 명문 클럽이거나 인지도가 높은 팀들입니다. 특히 에인트호벤에서는 박지성과 함께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국내 축구팬들의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보다 더 자랑스러웠던 것은 유럽 3개 구단의 소속팀에서 전력의 중심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왜소한 체격(176cm/66kg)의 왜소한 체격 속에서도 강철같은 체력과 지능적인 경기력, 그리고 항상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제 몫을 다했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1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는 막강 체력을 과시하여 팀의 주역으로 거듭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데데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도르트문트의 방편 대상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데데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리그 막판에는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이영표가 사우디 알 힐랄 이적을 결정짓기 이전까지는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이라는 네임벨류에 만족할지 아니면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낮은 위치로 내려갈지, 그리고 자신의 종교(기독교)가 사우디라는 이슬람권 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마음 속 생각이 많았을 것입니다. 결국 사우디 이적을 택했지만 그 선택은 참으로 현실적이고 실리적이었습니다. 그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되돌이켜 보면, 알 힐랄 이적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영표가 알 힐랄에 이적한 결정적 배경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붙박이 주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까지 꾸준한 경기 감각을 쌓으며 자신의 강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토트넘과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막판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대표팀에서는 경기력 저하라는 한계를 이기지 못해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백업이었던 김동진의 대표팀 내 전력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진은 러시아 제니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모습을 내밀며 자신의 경기력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이영표로서도 꾸준한 경기 출전 없이는 월드컵 본선을 향한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위치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때 풀럼에서 갈 길을 잃었던 설기현이 알 힐랄에서의 단기 임대기간 동안 26경기에서 1골 6도움의 성적을 올리며 풀럼 재도전에 나선 사례는 이영표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알 힐랄에서의 맹활약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장밋빛과 유럽 재진출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 요소도 스스로 확신했을 것입니다.

이영표가 알 힐랄 이적을 결정지은 두 번째 이유는 오일머니 입니다. 이영표의 연봉은 100만 유로(약 17억원)로 알려졌으며 어떠한 세금도 물지 않습니다. 올해 나이 32세로서 은퇴 시기가 얼마 안남은데다 은퇴 이후에는 선교 활동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현역 선수로서도 많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사우디 이적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년 전 AS로마 이적 거부 당시에는 대표팀에서의 위치가 확고했고 유럽리그에서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내면서 몸값을 올릴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위치를 되돌아봤던 것입니다.

유럽 커리어가 끝났다고 해서, 도르트문트에서 데데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해서, 사우디로 간다고 해서 이영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색안경을 벗는다면, 이영표의 사우디 알 힐랄 이적 결심은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현명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영표는 알 힐랄 측에서 전력적인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주전 경쟁은 문제 없을 것이며 100만 유로의 돈을 받게 됩니다. 이제는 자신의 알 힐랄 이적에 대한 팬들의 걱정거리를 해소시킬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이영표의 사우디 드림이 기대됩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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