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종예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6/06 UAE전 이겨야 월드컵 본선 진출 보인다 (8)
  2. 2009/06/03 '12명 교체' 대표팀 평가전, 재미없다 (11)
  3. 2009/06/03 'PK실축' 기성용을 욕하는 그대들에게 (4)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7일 새벽 1시 15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6차전 UAE 원정을 치르게 됩니다. 이번 원정 경기는 중동 3연전(UAE-사우디 아라비아-이란)의 첫 시작이기 때문에 경기 과정 및 결과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 반 이다'는 말이 있듯, 중동팀과의 대결에서 우세를 점해야 B조 1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하게 될 것입니다.

3승2무로 B조 1위를 기록중인 대표팀이 이번 UAE 원정 경기만 이긴다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기정 사실이 됩니다. 오늘 오후 5시 평양에서 열릴 북한-이란전이 무승부로 끝나고 한국이 UAE를 꺾으면, 허정무호는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게 됩니다. 만약 북한-이란전에서 어느 한 팀이 승리하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는 오는 10일 사우디와의 홈 경기에서 가려지게 됩니다. 북한-이라크전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UAE를 꺾는게 더 우선입니다.

한국이 UAE를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UAE의 전력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UAE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무5패로 B조 최하위에 머무르며 사실상 남아공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자국 국민들과 언론들이 한국전보다 지난 3일 독일과의 평가전(2-7 UAE 패)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고 하니,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의욕이 없어진 상태죠. 허정무호가 UAE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을 펼친다면 승부처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UAE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죠.

한국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UAE와의 최종예선 2차전 홈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근호가 두 골을 넣었고 박지성과 곽태휘가 한 골씩을 보태서 이겼던 경기죠. 한국은 이 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사우디-이란과의 원정 경기와 북한과의 홈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번 UAE 원정에서도 이긴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이요, 사우디와 이란과의 홈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폭제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물론 UAE 특유의 무더운 기후와 습도 높은 날씨가 허정무호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데다 해외파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기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에서도 이렇다할 약점 없이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펼쳤기 때문에 기후에 대한 적응의 우려를 완전히 떨쳤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대로라면 한국이 UAE를 이길 것임이 분명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큰 UAE 원정 승리 카드로 '양박' 박지성-박주영 라인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오만전에서 각각 왼쪽 윙어, 왼쪽 공격수로서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오른쪽 수비라인을 뚫었습니다. 박지성은 특유의 종횡무진 움직임으로 중앙과 오른쪽 라인까지 활발히 움직이며 팀의 기동력을 살렸고 박주영은 상대 수비망을 단번에 허무는 재치와 기교를 비롯 전반 3분과 22분에 날카로운 프리킥을 날리며 상대 수비진을 위협 했습니다. 박지성이 미드필더 공간에서 휘저으면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공격을 펼치는 득점 루트는 그동안 대표팀 공격의 근간이자 핵심 이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양박과 함께 호흡할 이근호의 활약 여부입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은 서로의 활동 공간과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다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오만전에서는 박주영이 왼쪽을 맡고 이근호가 오른쪽을 맡았는데, 박지성이 왼쪽에서 부지런히 흔들어주고 오른쪽 윙어였던 최태욱이 팀 플레이에서 익숙하지 못한 경기력을 펼치면서 박주영에게만 무게감이 쏠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이 UAE를 꺾으려면 이근호의 골이 '필수'입니다. 이근호는 UAE전에서 두 골을 넣은데다 J리그에서 이와타 팬들에게 '신'으로 꼽힐 만큼 많은 골을 넣었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 중에서 가장 골 감각이 좋습니다. 박주영은 이미 프랑스리그에서 증명된 것 처럼 골잡이보다는 도우미로서의 역할에서 강점을 나타냈던 선수이기 때문에, 이근호가 골잡이로서 맹위를 떨쳐야만 UAE전 승리가 눈앞에 보입니다. 이근호도 박주영 못지않게 저돌적인 성향인데다 이청용 또는 최태욱이 오른쪽 윙어로서 이름값을 다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중원은 '김정우-조원희(기성용)' 조합이 유력합니다. 기성용이 허정무호 중원의 핵으로 활약했음에도 그동안 소속팀 및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발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풀타임 출전 여부는 미지수 입니다. 김정우는 오만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수 양면에 걸쳐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데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박지성과의 호흡 문제도 개선되면서 UAE전 선발 출전이 확실합니다. 조원희는 부진한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는데다 항상 꾸준히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UAE전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포백은 현 시점에서 대표팀의 불안 요소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좌우 풀백을 맡는 이영표와 오범석이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 저하가 UAE전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의문입니다. 두 선수는 오만전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상대팀의 측면 공격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두 선수로서도 UAE전에서 뭔가 보여줘야만 사우디전과 이란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는 절박함을 앞세워 경기에 임할 것입니다.

센터백을 맡을 조용형과 이정수는 UAE 공격수 이스마일 살렘을 조심해야 합니다. 살렘은 지난 3일 독일전에서 중거리슛으로 골을 넣었던 선수이자 지난해 10월 한국전에서도 우리의 골망을 흔들었던 선수입니다. 조용형과 이정수가 살렘을 철저히 견제하면 UAE 원정에서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한국의 승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골키퍼 이운재는 노련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슈퍼 세이브가 기대됩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투르크매니스탄전 이후 지금까지 20경기 연속 무패행진(10승10무)을 기록중입니다. 지지 않는 팀 컬러를 자랑하기 때문에 B조 최하위 UAE전에서 패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입니다. 태극전사들이 UAE전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여 국민들에게 시원스런 골 잔치와 명승부, 축구의 묘미를 안겨줄지 무척 기대됩니다. 남아공행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UAE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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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매치 역대 최소 관중(1만 5012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1월 30일 칠레전 (C) 효리사랑]

언제부턴가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국 스포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상암 6만 관중 시대'도 열었지만 이제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A매치가 열릴때 관중이 꽉차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심지어 월드컵 최종예선 같은 중요한 경기까지 말입니다.

이는 한국 축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 닥친 과도기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 여론의 냉대로 이어졌습니다. 졸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예전보다 두드러지게 발전된게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여론의 공통된 느낌으로는) 나중에는 한국 축구에 대한 실망적인 요소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졸전으로 '축구장에 물 채워라'라는 말이 여론에 유행처럼 떠돌았던 것은 한국 축구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다행히 허정무호가 10~11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선전하여 여론의 호응을 얻었지만 그 여파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팀 평가전은 예전에 비해 열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지금의 월드컵 최종예선보다 관심이 시들해졌지요. 국내에서 열린 역대 A매치 최저 관중 1위(2008년 1월 30일 칠레전, 1만 5012명) 3위(2008년 9월 5일 요르단전, 1만 6357명)가 지난해에 열렸던 평가전 이었죠. 특히 지난해 9월 요르단전 관중은 그해 5월 같은 장소(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전 5만 3000여명 관중과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합니다. 한때는 평가전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물론 올림픽과 청소년 대표팀 경기의 열기도 예전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대표팀 평가전도 영향을 받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과거에는 평가전 자체를 재미있게 즐겨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평가전도 엄연한 국가대항전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가슴 졸이고 경기를 볼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축구에 대한 팬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평가전이 승패와 아무 의미 없는 경기라는 것을 잘 알게 됐습니다. 평가전에서 이긴다고 해서 실리적인 이득을 챙기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저 해당 국가와의 역대 전적에서 승수가 높아질 뿐입니다. 일례로, 대표팀은 지난 2007년 6월말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두었지만 7월 아시안컵 4강에서 이라크에게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평가전에서는 가볍게 이기더니 실전에서 힘을 못쓴것이죠. 평가전 승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죠.

하지만 평가전이 재미없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대표팀의 경기력과 밀접합니다. 요즘에는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치르기 이전에 평가전을 가지다보니까, '평가전은 전력 및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하는 경기'라는 인식이 쌓여가게 되었죠. 그것도 대표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평가전을 치를 때마다 "평가전은 이기는 것보다 전력 점검에 초점을 맞추겠다"와 같은 래퍼토리의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만전에서도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했습니다. 경기 전에는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풀 가동하겠다"고 하더니 경기 후에는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점검했다. 현재 컨디션을 알 수 있었고 6일 경기하는데 윤곽이 잡혔다"며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음을 스스로 알렸습니다. 물론 허 감독의 말은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최근에 치러지는 평가전은 월드컵 최종에선을 대비한 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소집 기간이 예전에 비해 짧아진 대표팀 입장에서는 평가전을 치르며 전력을 키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언론은 한술 더 떠서 '평가전은 승패와 아무 의미없다', '전력 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보도를 줄기차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축구팬들의 반응이 시원찮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평가전에서 전력 및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실전에 비해 몸을 아끼는 경향이 많습니다. 공격 전개 및 패스 타이밍이 실전보다 한 박자 느리고 격렬하게 뛰지 않다보니 재미가 없어진 것이죠. 축구 매니아 관점이 아닌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고, 골이 많이 나오고, 대표팀이 이기는 경기를 원합니다. 물론 평가전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지요.

최근에 평가전이 재미없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선수교체 빈도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후반전에 선수들을 계속 교체하다보니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는 많은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평가전에 골고루 투입시켜야 할 입장이지만 축구팬들 기분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특히 이번 오만전에서는 무려 12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물량 공세를 펼쳤습니다. 25명의 대표팀 엔트리 중에서 11명이 선발로 뛰었고 12명이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었죠. No.3 골키퍼 정성룡과 햄스트링 부상중인 신영록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열외없이 총출동한 것입니다. 잦은 교체로 경기를 보는 맥이 끊어지는데 평가전에 대한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아시아 팀들과 평가전이 잦은 것도 재미를 떨어뜨렸습니다. 한국이 비 아시아권 팀과 마지막으로 A매치를 치른 것이 지난해 1월 30일 칠레전인데 그 이후 1년 5개월 동안 줄곧 아시아 팀들과 싸웠습니다. 특히 최근 7번의 평가전에서는 요르단-우즈베키스탄-카타르-시리아-바레인-이라크-오만과 경기했습니다. 평가전 상대가 축구팬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존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관심이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세계적인 강팀 혹은 중상위권에 속한 팀들과 싸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그 이유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 최종예선 및 지역예선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시아권 팀들과 상대하는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아시아 팀들과 1년 넘게 대결하다보니, 평가전에 대한 색다른 요소가 없어졌습니다. 이러니 팬들이 평가전을 지겨워 할 수 밖에 없죠.

최근에 평가전을 보는 느낌은 마치 연습경기를 보는 듯 합니다. 일반적인 연습경기와의 차이점이라면 일반 경기장에서 방송 중계를 하는 유무의 차이일 것입니다. 대표팀은 이기거나 화끈한 경기보다는 전력 및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언론은 전력 노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평가전에 대한 매리트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평가전이 없어지면 안됩니다. 축구대회 및 경기를 홍보하는 스폰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평가전에 대한 열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무언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By. 효리사랑


잉글랜드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데이비드 베컴은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비신사적인 반칙 행위로 퇴장당했습니다. 이것은 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죠. 유로 2004 8강 포르투갈전 승부차기에서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회자되는 '런던 대공황 슛'으로 팀의 4강 진출을 견인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무대에서 두 번의 결정적인 실수를 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죠.

이 처럼, 선수 본인의 클래스는 뼈아픈 실수를 했다고 해서 바로 퇴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경우에도 2007/08시즌에 페널티킥 실축한 장면이 여럿 있었으니까요. 박지성도 수원공고 3학년 시절 전국 대회 8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친구들의 대학 진학 실패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벼랑 끝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4강 진출시 대학 특기생으로 진학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죠. 그럼에도 두 선수는 실수의 아픔을 털고 꿋꿋이 경기에 임하여 오늘날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냄비근성'의 국내 축구팬들은(혹은 어느 누구든) 한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에서 페널티킥 실축했던 이을용은 당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지도 때문에 '형편없는 선수', '저런 선수 어디서 나타난거야' 등의 갖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경기에서 역전골 기회를 놓쳤던 최용수는 더 심했습니다. 미국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황선홍과 철벽을 이루는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독수리슛'으로 회자되는 그 실수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용수 본인도 미국전 실수에 대한 자책이 마음 속으로 괴로웠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최용수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미국전 실수니까요.

그래서 기성용(20, FC서울)이 염려 스럽습니다. 오만전 페널티킥 실축으로 엄청난 자책감에 빠지지 않을까, 앞으로 오랫동안 슬럼프 후유증을 겪는게 아닐까 참으로 걱정 됩니다. 그리고 선수의 실수가 나오면 별의별 욕과 육두문자 섞인 비방을 날리는 냄비팬들의 희생양이 되는게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수를 걱정하는 마음에 경기 종료 후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역시' 기성용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더군요.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이러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20세의 어린 선수에게 너무 많은걸 바라는거 아냐?'라고 말입니다.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면, 기성용은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페널티킥을 넣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으면 상대 골망을 갈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문제는 페널티킥 실축 이후의 동작 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리바운드된 공의 타점이 오른발에 잘못 맞으면서 슈팅의 궤적이 꽉차게 향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침착하게 처리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20세의 어린 선수 입장에서는 페널티킥 실축 순간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경기 감각이 덜 여물어졌는데 어떻게 침착한 행동을 하겠습니까. 아무리 그가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영건이라고 할지라도 20세의 나이는 숨길 수 없습니다. 물론 20세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면죄부를 주는 것도 지나친 감이 있지만, 후반 막판의 중요한 승부처에서 페널티 키커로 나서는 어린 선수의 마음은 노련한 선수보다 부담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실수에 따른 상처가 다른 누구보다 클 수 밖에 없지요. 만약 냄비팬들이 이를 집요하게 공격하면 기성용의 마음 속 부담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성용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자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오만전 페널티킥 실축만으로 기성용을 욕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오만전은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그에 준하는 빅 매치가 아닌 단순한 친선전에 불과합니다. 친선전은 승패에 대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별 다른 중요성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기성용이 월드컵 최종예선이 아닌 평가전에서 페널티킥 실축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입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잘 풀다가 수능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 보다는 모의고사를 왜 망쳤는지 분석하면서 수능을 대비하는게 더 낫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성용이 지친 상황에서 오만전에 뛰었다는 것입니다. 이날 기성용이 이청용과 더불어 선발 라인업에 빠진 것은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심신이 지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성용은 지난 2월초 부터 시작된 두 번의 햄스트링 부상과 무리한 경기 출전으로 자신의 빼어난 기량을 좀처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AFC 챔피언스리그 감바 오사카 원정에서는 발목이 안좋은 상태에서 경기 출전을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기성용은 그동안 각급 대표팀 차출로 무리한 일정에 시달리며 '혹사'를 거듭하고 있는데 페널티킥까지 실축했으니 선수의 마음이 얼마나 꺼멓게 타들어갈까요. 겉으로는 문제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할지라도 마음 속으로는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20세의 혈기 넘치는 영건들의 단점은 마인드 컨트롤을 차분하게 다스리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오만전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리지 않은 그저 단순한 평가전에 불과합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의미 없는 경기일 뿐입니다. 기성용은 몸이 완전치 않음에도 33도의 무더운 날씨와 67%의 높은 습도와 싸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페널티킥까지 실축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겠습니까. 그런 기성용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 페널티킥 실축에 대한 욕은 해당 선수의 발전은 커녕 해가 되고 맙니다. 비단 기성용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을 냄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우리 축구팬들의 마음도 좀더 따뜻하고 너그럽게 그리고 꾸준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마치 뚝배기처럼 말입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습니다. 기성용이 냄비팬들 앞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앞으로의 A매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야 합니다. 축구팬들이 원하는 골을 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이러한 희망사항은 혹사로 지친 기성용에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저 기성용이 페널티킥 실축을 빨리 털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리 오만전에서 실수를 했더라도 '한국 축구의 희망'이라는 찬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으면 합니다. 시련을 통해 성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수 본인에게 있어 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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