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9, 2010 - Durban, SOUTH AFRICA - epa02210932 Japan's Keisuke Honda before the FIFA World Cup 2010 group E preliminary round match between Netherlands and Japan at the Durban stadium, Durban, South Africa, 19 June 2010.

[사진=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의 원톱을 맡아 2골을 넣은 혼다 케이스케. 하지만 혼다의 원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입니다. 일본의 원톱 자원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C) 티스토리 PicApp]

일본 축구 대표팀을 짊어질 '자케로니 재팬'의 출발은 기대 이상 이었습니다. 출범 첫 경기였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0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고, 12일 한국전에서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으나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한데다 한국전 3연패를 허락하지 않는 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내년 1월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를 조짐입니다. 2000-2004년에 아시아를 제패했던 만큼,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 합니다.

그런 일본 축구의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남아공 월드컵때 보다 경기력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이 향상되었고 그 속에서 과거 일본 축구에 깊게 투영되지 않았던 승리욕을 길렀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까지 패스-점유율 위주의 축구 패턴을 고수했으나 이제는 압박 축구에 눈을 뜨면서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응집력이 강화됐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는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침투를 적극 구사하고 전진패스의 빈도를 늘리면서,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 및 판단력이 영민하게 변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하세베-엔도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있습니다. 두 선수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상대를 찰거머리처럼 압박하면서 포백이 수비 부담을 덜 느끼게 됐습니다. 일본이 툴리우-나카자와 센터백 콤비 없이도 아르헨티나-한국전에서 무실점의 성과를 낸 원인은 하세베-엔도의 수비력이 강하다는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두 선수가 중원을 든든히 버티면서 공격 옵션들이 후방을 의식하지 않고 전방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두 선수는 많은 볼 터치를 통해 쉴새없이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타이밍-세기 모두 흠잡을 것 없으며 때에 따라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공격 연결까지 펼칩니다. 어쩌면 두 선수의 중원 조합은 아시아 최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 가지의 고질적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바로 공격수입니다. 90년대의 미우라-나카야마 세대 이후 대표팀에서 꾸준히 골을 넣거나 위협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던 공격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 조 쇼지-야나기사와-다카하라-스즈키-쿠보 같은 공격수들이 등장했지만 20대 중반 또는 후반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범주에 포함 될 수 있는 오쿠보 요시토는 오카다 체제에서의 성공적인 왼쪽 윙어 전환을 통해 만회한 인상이 짙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공격수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일본의 아르헨티나전과 한국전 행보는 완벽에 가까운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공격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원톱이었던 모리모토 다카유키, 한국전 원톱이었던 마에다 료이치는 상대 수비수들에 의해 정적인 활동 패턴이 읽히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모리모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힘으로 공격 전개를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펼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에다는 한국전에서 철저하게 부진하며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흐름은 몇 개월전의 오카다 체제에서도 비롯됐습니다. 일본의 원톱이었던 오카자기 신지는 지난해 A매치에서만 15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골은 약팀을 상대로 거둔 결과물입니다. 상대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면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약점을 남겼고, 이 같은 패턴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두드러지면서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으로 귀결됐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오카자키를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오른쪽 윙어 혼다를 원톱으로 올리는 포지션 변화를 감행했습니다. 혼다는 덴마크전 무회전 프리킥을 포함해서 2골을 넣으며 일본의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오카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오카자키의 당시 대표팀 부진은 어쩔 수 없었던 결과였습니다. 오카자키는 혼다처럼 전형적인 원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투철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는 타입에 속합니다. 2선과 측면에서의 활동이 많은 선수이며 그 과정에서 다득점을 양산했습니다. 반면 최전방은 후방의 패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움직임이 고정되기 쉬웠습니다. 오카자키에게는 그 역할이 몸에 안맞았던 것이죠.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엄청난 기동력을 발휘한 끝에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그동안 오카자기카 중앙 공격수로 뛰었던 것은 일본 공격수 자원이 취약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일본이 지난 두 번의 A매치에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이유는 2선 미드필더들이 원톱의 단점을 커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오카자키-카가와-혼다가 상대 배후 공간을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부지런히 활동 폭을 넓히며 일본이 경기 흐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오카자키가 결승골까지 성공시키면서 그 빛을 더했습니다. 한국전에서는 오카자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고, 카가와-마쓰이 같은 좌우 윙어들이 침묵을 지켰지만 혼다가 후반 중반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후반 초반까지는 부진했지만 그 이후 조용형의 뒷공간을 노리는 돌파를 적극 시도하며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하지만 마에다의 부진 때문에 결국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경기 흐름은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모리모토-마에다를 능가할 수 있는 원톱은 일본 축구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믿음을 주거나 아니면 오카자키-혼다-카가와 중에 한 명이 원톱을 대신 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센터백 툴리우를 원톱으로 세우기에는 무모한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투톱 전환 가능성은 더욱 비현실적 입니다. 투톱으로 변신하면 일본 미드필더진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고, 공간에 대한 부담이 심해지면서 공수 밸런스 및 조직력이 깨지는 역효과가 벌어집니다. 결국, 일본은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진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원톱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충분한 팀입니다. 하지만 원톱 문제는 우승 행보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의지하기에는 전술적인 유연성, 개인 공격력이 절대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잘 이겨냈지만 아시안컵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축구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자케로니 감독 입장에서도 언젠가 이 부분을 심도있게 고민할지 모릅니다. 과연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 행보가 무난할지, 아니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의해 원톱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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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정환 (C) 부산 아이파크 공식 홈페이지]

'판타지 스타' 안정환(34, 다롄 스더)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를 뛰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졌고, 위치선정도 간혹 매끄럽지 못했고, 공격 과정에서 주위 선수들을 의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세월의 흔적이 아쉽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안정환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시점에 왔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요구하는 것 부터가 잘못 됐습니다. 안정환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기량을 떠나 그의 클래스가 여전히 대표팀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태극 전사의 일원이 됐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거나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하는 슈퍼 조커로서의 클래스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죠. 허정무호가 출범 이후 2년 넘게 슈퍼 조커 발굴에 실패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의 존재감은 당연히 대표팀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정환은 코트디부아르전을 힘들게 치렀습니다. 그동안 발을 맞추지 못했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거나 전술적 움직임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후반 45분을 소화했음에도 경기 종료 후 "오랜만에 뛰어서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힌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럼에도 안정환에게서 희망을 보는 이유는 원톱이라는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최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3차례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스치고 말았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슈퍼 조커로서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으로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지만, 안정환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그를 막는데 적지 않은 체력과 집중력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후반전 절호의 승부처에서는 그런 유형의 공격수를 봉쇄하기 어렵습니다.

안정환은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슈팅 및 패스 기회를 마련하며 후방 공격 옵션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이동국이 그동안 최전방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비롯,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최전방에서 후방 공격 옵션의 패스를 받아내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음을 상기하면(포스트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안정환의 공격 조율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합니다. 이동국보다는 안정환을 통한 공격 전개가 최전방에서 활발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은 결코 부진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안정환은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박지성의 돌파 반경에 힘을 실어주거나 또는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 전진패스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전반전보다 쉬워진 것을 비롯, 한국의 후반전 공격이 전반전보다 역동적인 흐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안정환이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하여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나타내기 어려운 조건이 주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날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안정환을 원톱에 배치한 것은 미드필더들의 공격력과 맥락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안정환은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수 사이의 틈새를 노려 골을 해결짓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성향입니다.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은 전진패스와 스루패스, 대각선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연계 플레이를 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원 포지션이 원톱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였기 때문에 미드필더들과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절호의 골 기회를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반대로 이동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의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지만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크로스와 논스톱 패스 같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방에 찔러주는 패스를 통해 골을 해결짓는 성향입니다.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스타일은 박지성-기성용-이청용과 맥락이 다른만큼,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미드필더들이 있으며 안정환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이동국보다 안정환이 위력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은 미드필더들에게 있었습니다.

원톱의 문제점은 공격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빈도가 많았던 이동국이 대표팀의 원톱을 맡기에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물론 전북의 원톱으로서는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었지만 이것은 미드필더들의 스타일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을 뿐입니다. 반대로 안정환은 상대팀에게 고립되지 않기 위해 직접 측면으로 이동하거나 2선으로 내려와 후속 공격을 이끌어가는 성향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다져진 원톱 경험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공격을 원톱과 스리톱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시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4-2-3-1을 쓰는 AS 모나코의 원톱 공격수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박주영의 공격력을 대표팀에 전술에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박주영 이외에는 원톱에서 검증된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의 투톱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한데다 원톱으로서 고립 될 가능성이 다분한 선수입니다. 이근호-이승렬은 원톱에 맞는 공격수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안정환이 박주영 원톱 체제의 또 다른 대안이 된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은 안정환이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슈퍼 조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경기였습니다. 아울러 '안정환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말해준 경기였습니다. 안정환 원톱 효과가 앞으로 더 크게 빛을 발하는 허정무호라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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