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래-오장은 (C) 프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league.com)]
지난 25일 A매치 온두라스전에서 한국의 4-0 승리를 기여했던 이용래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용래에게 어울리는 포메이션은 4-1-4-1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이용래는 김정우와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공수 양면에 걸친 왕성한 움직임 및 능동적인 연계 플레이, 빈틈없는 커버링을 발휘하며 조광래호 기술 축구의 탄력을 더했습니다. 패스 과정에서 시야를 넓히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 2차 볼 배급은 조광래호의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는 이점으로 직결됐습니다. 이용래의 공격력이 온두라스전 승리의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죠.
이용래는 아시안컵 맹활약을 통해 궂은 역할에 강한 선수라는 인상을 축구팬들에게 심어줬습니다. 8강 이란전에서는 14.24km를 누비며 양팀 선수 최다 이동거리를 기록하는 부지런한 몸놀림을 과시했죠. 일각에서 박지성과 견주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용래는 홀딩맨이 아닌 박스 투 박스 입니다. 중원 공간을 마음껏 헤집으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기성용처럼 포어 리베로를 도맡거나, 김정우처럼 홀딩 성향이 뚜렷한 것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용래를 통해 본 수원의 과제는?
서두에 이용래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한 이유는, 이 포스팅의 주인공이 '이용래 소속팀' 수원 입니다. 이용래의 온두라스전 맹활약을 키웠던 4-1-4-1은 윤성효 감독이 숭실대 사령탑 시절에 즐겨 구사했던 포메이션 입니다. 지난해 여름 수원 감독을 맡았던 초반에 활용했던 경험이 있죠. 또한 조광래 감독과 윤성효 감독은 스페인식 축구를 선호하는 지도자로서, 미드필더 중심의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성효 감독은 지난 3월 6일 서울전부터 지금까지 3-4-3을 활용했습니다. 수비 안정이 주 목적 입니다. 마토-황재원의 발이 느리기 때문에 곽희주가 주전 수비수로 참여하면서 3백이 됐죠. 특히 황재원은 상대 공격 옵션에게 순간적으로 뒷 공간을 내주는 단점이 있죠. 마토-황재원의 약점을 고려하면 수원에게는 3백이 더 어울리죠. 곽희주가 시즌 초반에 잔실수가 부쩍 늘어났지만, 마토의 수비 활동폭이 좁아지면서 곽희주가 상대적으로 커버해야 할 공간이 많아졌던 점도 염두해야 합니다. 그런데 곽희주는 마토와 4백의 센터백으로 호흡을 맞췄던 3~4년 전에 비해 전반적인 운동능력이 떨어진 듯한 인상이 짙습니다.
수원이 3백을 쓰는 현 상황에서는 이용래-오장은이 중원에서 공존해야 합니다. 수원이 3-4-1-2를 활용하기에는 염기훈-최성국의 성향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어울리지 않죠.(염기훈은 좁은 공간에서의 볼 키핑 및 연계 플레이가 떨어짐, 최성국은 볼 타이밍이 늦음) 그래서 3-4-3이 현실적인 주 포메이션이 됐습니다. 이용래-오장은 조합의 경우에는 수원이 완승했던 서울전, 상하이전에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상대팀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기 때문에 이용래-오장은의 중원 장악이 수월했던 이점이 작용했죠.
하지만 이용래-오장은 조합의 단점은 서로의 역할이 비슷합니다. 두 선수는 중원 이곳 저곳을 넘나들며 공격 과정 및 압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박스 투 박스 입니다. 과거의 오장은이라면 앵커맨 이었지만 울산에서 수비적인 콘셉트가 짙어지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변했죠. 그래서 서로의 공격력을 맞춰주면서 팀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고 상대 미드필더 조직을 허무는 연계 플레이의 위력이 약합니다. 광주전에서 전반전에 공격의 맥을 풀지 못했던, 포항전 0-2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서로가 볼을 잡으면 앞쪽 또는 측면쪽으로 내주는 패스를 줄기차게 시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죠.
물론 수원의 포항전 패배는 4일전 상하이전에서 거의 대부분의 주전 멤버들이 총출동했던 체력 저하가 결정적 원인입니다. 이용래-오장은은 황진성-신형민-김재성과의 허리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렸죠. 다른 관점에서는, 3-4-3의 약점이 포항전에서 나타났습니다. 3-4-3은 중앙 미드필더들이 공수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허리가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이용래-오장은은 그 특성에 어울리는 선수들이지만 수원의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따른 빠듯한 일정을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도 체력 저하가 역력했죠. 더욱이 두 선수의 연계 플레이가 침체되면서 최성국-하태균(게인리히)-염기훈이 상대 수비수들과의 수적 열세에 밀리면서 수원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용래의 온두라스전 맹활약은 수원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됐습니다. 조광래호가 이용래-기성용-김정우 같은 중원 옵션들을 4-1-4-1을 통해 공존에 성공한 것 처럼, 수원은 이용래-오장은 조합의 공존을 위해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작전을 염두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전략은 두 가지의 불안 요소를 끼고 있습니다. 첫째는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체제라면 4백 전환이 불가피하며 마토-황재원의 느린 발이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둘째는 이용래-오장은의 공격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마땅한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용래-오장은은 공격 성향이 뚜렷한 박스 투 박스이기 때문에 원 볼란치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조원희-강민수가 지난 시즌 종료 후 수원을 떠난 것이 아쉬울지 모릅니다. 조원희는 전임 감독 체제에서 능숙한 홀딩 실력을 뽐냈고 강민수는 윤성효 감독 부임 초기에 4-1-4-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조원희는 윤성효 감독 축구에 적응하기에는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고 강민수는 오범석과의 트레이드 대상자 였습니다. 이상호가 복귀를 앞둔 현 상황에서는, 이용래-오장은이 이상호의 공격력을 뒷받침하는 4-3-3의 더블 볼란치로 기용될 수 있지만 중원에서 똑같이 호흡을 맞추는 현상은 여전하죠. 또한 4-3-3은 윤성효 감독이 수원에서 주로 활용했던 포메이션이 아니었습니다.
수원에게는 지난 시즌의 경남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용래-윤빛가람이 3-4-3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공존을 했기 때문이죠. 이용래가 윤빛가람의 뒷쪽에서 활동 공간을 잡으면서 침투 패스를 띄우거나 왕성한 움직임으로 여러 역할을 착실히 소화하면서, 윤빛가람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이점으로 직결됐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용래가 상대 진영에서 공격 과정에 개입하여 골을 뽑아내기도 했습니다. 윤빛가람이 앵커맨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이었기에 서로의 역할이 분업화 될 수 있었습니다. 수원이 3-4-3을 계속 유지할지 알 수 없지만, 올 시즌 우승을 위해서는 이용래-오장은 조합의 공존이 완성되어야 합니다. 두 선수의 분업화가 필요한 이유죠.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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