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난 8일 A매치 루마니아전에서 은퇴식을 치렀던 호나우두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fifa.com)]

지난 8일 A매치 루마니아전을 끝으로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던 '축구 황제' 호나우두(35). 지난 2월 은퇴를 선언한 뒤 4개월 만에 브라질 축구협회가 마련했던 자신의 고별 경기 였습니다. 전반 30분 교체 투입하여 17분 동안 활약하며 축구 황제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나우두의 은퇴는 지구촌 축구팬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저는 호나우두를 1996/97시즌 FC 바르셀로나에서 뛸때부터 알게 됐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 집에서 숙제나 공부를 하던중에 심심할 때 TV에서 방영했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시청했습니다. TV에서는 호나우두가 출전했던 바르셀로나 경기를 많이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는 루이스 피구(바르셀로나 팬들의 주적)의 이름이 TV에서 루이스 피고로 불렸던 시절이었죠. 그때부터 유럽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호나우두가 펑펑 골을 넣는 모습을 보면서 유럽 축구에 친숙함을 느꼈습니다. 14~15년이 지난 지금도 호나우두를 향한 추억은 정말 각별했습니다. FIFA 축구 게임 시리즈에서 주로 호나우두 소속팀을 선택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 이후의 호나우두 커리어는 많은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AC밀란, 그리고 브라질 대표팀을 통해서 말입니다. 지난 2009년에는 브라질 코린티안스에서 활약하면서 한때 무시 못할 스탯을 쌓으며 남아공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전망됐습니다. 끝내 둥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 황제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바라고 있었죠. 그런 호나우두는 2000년대 초반에는 부상으로 힘겨워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득점왕(8골)에 오르고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지금도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15골)로 이름을 남기고 있죠.

혹자는 호나우두를 발만 빠른 공격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그 스피드를 완벽한 골 장면으로 만들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일시적이 아닌 '주기적'으로 말입니다. 스피드 뿐만 아니라 상대 진영에서 제대로 된 골 기회를 잡으면 어떤 형태로든 골을 넣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적어도 골을 넣겠다는 욕구는 제가 그때봤던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원기왕성 했습니다. 공격수의 본분은 골이지 그 이상의 존재가 개입되는 것은 곤란합니다. 저를 비롯한 다수의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호나우두는 '골을 잘 넣는 공격수' 였습니다. 발만 빠른 공격수는 지구촌에 매우 많습니다.

그렇다고 호나우두를 미화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느 존재든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때 강렬했던 임펙트를 떠올리는 것은 기본이죠. 물론 호나우두는 잘한 경기가 있을 것이고 안될 때도 있었을 겁니다. 프로야구의 '타격 7관왕' 이대호도 안타 못치는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속에서는 시즌 별 활약을 세세히 떠올리기 힘들 것입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피곤하죠. 결국에는 호나우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골을 몰아쳤던, 꾸준히 골을 터뜨렸던, 적어도 골에 있어서는 지구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활약상 말입니다. 축구를 최소 10년 넘게 좋아했던 분들 중에 대부분은 그런 마음을 느낄거라 생각 됩니다.

[사진=안정환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개인적 생각이지만, 호나우두의 루마니아전 은퇴 소식을 들으면서 안정환(35, 다롄 스더)을 머릿속에 떠올렸습니다. 안정환과 호나우두는 1976년생 동갑이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각 한국 축구, 세계 축구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활약상까지 말입니다. 호나우두가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던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제 안정환을 축구 선수로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고 느꼈습니다. 안정환이 얼마전 TV 인터뷰를 통해 은퇴를 염두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죠. 2년 전에 은퇴를 생각했다는 멘트와 함께 말입니다.

제가 호나우두의 바르셀로나 시절 활약에 이끌려 유럽 축구를 좋아했다면, 1990년대 후반에는 안정환을 통해서 K리그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물론 안정환만 바라봤던 것은 아닙니다. 수원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고종수, 천안의 슈퍼스타 신태용, 안양에서 우직한 모습을 보여줬던 최용수, 전북판 원투펀치 김도훈-박성배, 울산 자갈치 김현석 등 수많은 K리그 스타들을 보면서 르네상스 열기를 실감했습니다. 특히 수원과 부산의 경기때는 관중석 스탠드가 파란색(수원-부산을 상징하는 색깔. 당시 부산은 로얄즈 시절) 빛깔 이었습니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두 팀의 대결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고종수와 안정환의 맞대결을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1999년 6월 12일 코리아컵 멕시코전. 한국 입장에서는 멕시코전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년 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1승 상대'로 설정했으나 끝내 1-3으로 패했죠. 그때를 설욕하기 위해서 가용할 수 있는 최정예 멤버를 활용했고 안정환이 왼쪽 윙 포워드로 기용됐습니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음에도 기뻤던 이유는 안정환이 멕시코 수비진을 농락했기 때문입니다. 왼쪽 측면에서의 민첩한 움직임과 빼어난 개인기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며 한국 공격을 주도하는 농익은 활약을 펼쳤죠. 특히 그의 '블랑코 개인기(멕시코 블랑코가 프랑스 월드컵 한국전에서 두 명의 수비진 사이를 파고들때 두 발로 볼을 잡고 점프)'가 멕시코전에서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블랑코 개인기로 한국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멕시코를 상대로 말입니다.

안정환의 블랑코 개인기는 충격적 이었습니다. 한국이 프랑스 월드컵에서 탈락하면서 여론이 시끄러울 때, '우리나라는 블랑코처럼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없다'는 사람들의 말이 많았습니다. 고종수와 윤정환 같은 개인기가 출중한 선수들이 존재했던 한국 축구였지만 문제는 대표팀에서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안정환은 블랑코 개인기로 '한국 선수도 개인기를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는 개인기는 K리그에서도 계속 되었죠. 저는 그때 '우리나라 선수의 발재간이 이렇게 화려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007년 한국을 방한했던 티에리 앙리가 안정환의 테크닉을 치켜 세웠던 것은 진심이었다고 봅니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한국인 선수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축구 황제 호나우두가 평정했던 리그 말입니다. 하지만 안정환이 전성기 때 스페인 진출이 이루어졌다면 그때는 어땠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때는 안정환의 개인기가 한국에서 범접할 수 없는 포스였죠. 1990년대 후반 저의 마음을 뜨겁게 사로잡았던 호나우두와 안정환을 잊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있었지만, 특히 두 명의 화려한 아우라는 축구가 예술적인 스포츠임을 저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런 호나우두는 얼마전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안정환은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월드컵 영웅이자 A매치 71경기를 뛰었던 안정환이 언젠가 대표팀에서 화려하게 은퇴식을 치르는 날을 기대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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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안정환 (C)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조광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오는 11일 A매치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할 25명의 '조광래호 1기'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치열한 신인왕 다툼을 펼치는 지동원(전남) 윤빛가람(경남)을 발탁했으며,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끈 홍정호(제주) 김영권(FC 도쿄) 김보경(오이타) 김민우(사간 토스)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서 제외되었던 곽태휘(전남) 황재원(수원) 이근호(감바 오사카)도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대표팀 명단에 이동국(전북) 안정환(다롄 스더)의 이름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두 선수는 전임 감독 체제였던 허정무호에서 대표팀 발탁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던 노장 공격수들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 2경기에 조커로 출전했으나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고 안정환은 단 1분도 뛰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두 선수는 나이가 많은 30대 노장들입니다.(이동국 31세, 안정환 34세) 조광래 감독이 영건 발탁을 통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한 세대교체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세대교체의 희생양'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어쩌면, 이동국과 안정환은 앞으로 대표팀에서 못보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운재처럼 나이지리아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르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조광래호 1기 명단에 이름을 내밀지 못한 것은 지도자가 추구하는 철학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발표 기자회견에서 "내가 생각하는 축구를 운영하려면 좀 더 마음이 움직이고 스피드를 가진 공격수가 필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와 거리가 있다는 점도 (대표팀) 탈락 이유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동국과 안정환은 조 감독이 원하는 '빠른 축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기술적이고 빠른 축구를 선호하며 안양-경남 사령탑으로서 영건들을 집중 육성했던 것 처럼 젊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깊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고질적으로 움직임이 취약하며 안정환은 예전보다 스피드가 느려졌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실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며 나이가 많습니다.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대표팀 사령탑에 뽑힌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옵션들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동국과 안정환은 그 기준에 적합하지 못했죠.

이동국 같은 경우에는 다시 대표팀에 발탁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31세인데다 K리그에서 꾸준히 골을 넣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표팀 자원들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죠. 2000년 아시안컵 득점왕 출신이기 때문에 2011년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칠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동국의 움직임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부터 올해 남아공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끊임없이 지적된 문제점입니다. 컨디션이 좋았던 시기에는 2선과 최전방을 활발히 넘나들었지만 그것이 꾸준하지 못했고 다른 경쟁 자원보다 부족했습니다.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조광래 감독을 흡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안정환은 전반적으로 전성기 시절보다 기량 저하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조광래 감독을 흡족시키지 못합니다. 젊은 나이의 테크니션형 공격 옵션들이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대표팀에 뽑히게 될지 의문입니다. 90분을 충분히 뛸 수 있는 체력도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허정무호의 슈퍼조커로서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본선에서 벤치만 지켰다는 점에서 대표팀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조광래 감독이 19세 영건 지동원을 대표팀에 포함시킨 것은 앞으로 젊은 선수 위주로 공격수를 뽑겠다는 의지를 표현합니다. 지동원은 전남의 4-2-3-1에서 좌우 윙어 및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원톱 슈바와의 공존 때문에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을 뿐 실제 포지션은 타겟맨입니다. 경험 많은 선수 못지 않은 능숙한 경기 운영 및 박스 안에서 골을 넣는 본능이 뛰어난 선수로서 대표팀에서 성장을 거듭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동원으로서는 조광래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대형 공격수로 착실히 성장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지동원의 합류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아약스) 손흥민(함부르크)가 언젠가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칩니다. 지동원-석현준-손흥민은 10대 후반의 공격수로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영건 공격수들이며 이들에게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한국 축구가 2002년 황선홍과 작별한 이후 이렇다할 대형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했거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불안했던 행보를 거듭했음을 상기하면 지동원-석현준-손흥민에게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그 결정체는 대표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광래 감독은 K리그에서 활약중인 지동원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면서 석현준-손흥민의 대표팀 차출을 언젠가 실행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이들이 대표팀에서 입지를 키우려면 기존 공격수들이 희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화살은 결국 이동국과 안정환에게 타겟이 됐습니다. 그동안 10년 넘게 대표팀과 정이 들었던 이동국과 안정환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의 동맥 경화를 위해서는 두 선수의 제외가 마냥 아쉽지 않습니다. 조광래호가 거침없이 성장하려면 이동국-안정환의 존재감을 지울 수 있는 젊은 공격수가 반드시 등장해야 합니다. 그것이 조광래 감독의 과제이자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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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정환-이동국 (C)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판타지스타' 안정환(34, 다롄 스더) '사자왕' 이동국(31, 전북)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작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두 선수는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들이 아니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무게감을 놓고 보면 월드컵에서 특유의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릴 것 같았던 포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정환은 월드컵 본선에서 끝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동국은 아르헨티나전과 우루과이전에 교체 투입했으나 끝내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물론 안정환과 이동국의 선발 제외는 당연했습니다. 안정환은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한데다 지난달 일본 원정에서 허리에 담이 걸린 여파 때문에 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부진했고 끝내 월드컵 본선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도중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팀 내에서의 입지가 축소 됐습니다. 그리스전까지 몸을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염기훈에게 주전 자리를 내줘야 했죠.

두 선수는 30대 초반으로서 이번 남아공 월드컵이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월드컵 이었습니다. 안정환은 2002-2006년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국민들에게 축구의 감동을 선사하고, 이동국은 12년의 월드컵 한을 특유의 강력한 한 방으로 풀겠다는 마음속 각오를 세웠을 것입니다. 그동안 안정환-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에 대한 여론의 논란이 가열되었던 만큼, 두 선수는 2002년의 황선홍 처럼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었을 겁니다. 끝내 그 꿈이 이루어지지 못해 두 선수의 월드컵 작별이 안타깝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합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대표팀 선수 선발의 기준은 명성보다는 현재의 실력이 전제조건이죠. 전성기가 지났던 안정환, 월드컵 맹활약을 믿기에는 신뢰감이 부족했던 이동국 보다는 젊은 자원들의 등용이 바람직했을지 모르며 두 선수에 대한 여론의 논란이 뜨거웠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논란은 결국 논란진행형으로 끝맺음을 맺고 말았습니다. 두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선수의 월드컵 작별이 아쉽습니다.

PORT ELIZABETH, June 27, 2010 Ahn Jung-Hwan (L) of South Korea consoles teammate Cha Du-Ri after the 2010 World Cup round of 16 soccer match against Uruguay at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on June 26, 2010. Uruguay won 2-1 and qualifies for the round of 8.

[사진=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로 눈물을 흘리며 좌절했던 차두리를 안으며 위로했던 안정환. 비록 월드컵 무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동료 선수를 응원하는 당신은 최고였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안정환과 이동국은 불과 10년 전까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공격 듀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고종수-김은중과 함께 K리그의 르네상스 돌풍을 일으키며 전국구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나면서 한국의 축구 열풍을 선도했습니다. 대표팀에서의 잦은 경기 출전으로 점차 경험을 쌓아가면서 앞으로의 촉망받는 미래를 보장받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안정환은 2002년 페루자 방출, 2006년 무적 선수 전락, 2007년 수원 2군 추락 및 관중석 난입 등과 같은 시련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행보가 운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클럽팀에서 몸담았다면 어쩌면 지금도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이어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무엇보다 독일 월드컵 이후 무적 선수로 전락하면서 순발력과 활동폭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골 감각까지 떨어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지금에서야 중국 슈퍼리그 다롄에 잘 정착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져니맨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다롄은 한때 잘나갔던 중국의 하위권 클럽입니다.

더 운이 없었던 선수는 이동국 이었습니다. 1998년 부터 각급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는 무릎 혹사를 거듭했고, 2001년 무릎 부상을 숨기고 독일에 진출했을 정도로 아픈 폼을 이끌고 그라운드를 뛰었지만 결국 무리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 했습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 끝에 본프레레-아드보카트호의 에이스로 떠오르며 독일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벼르고 있었으나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로 많은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2008년에는 미들즈브러-성남을 떠나면서 1년에 두 번이나 방출되는 불운을 겪었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의 시간이 많았지만, 그저 이동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부 축구팬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은 그동안 불운했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원했을 것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주위의 기대와 달리 순탄치 않았던 세월을 보냈지만, 황선홍처럼 월드컵에서 강렬한 포스를 남겨 국민적인 박수를 받고 아름답게 대표팀과 작별하는 시나리오를 그렸을지 모릅니다. 그 시나리오가 결국 진행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남아공 월드컵 선전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던 두 선수의 분투는 끝내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June 26, 2010 - Port Elizabeth, South Africa - epa02224243 South Korea's Lee Dong Gook attempts to score against Uruguay goalkeeper Fernando Muslera during the FIFA World Cup 2010 Round of 16 match between Uruguay and South Korea at the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26 June 2010. Uruguay won 2-1 and advanced to the quarter final.

[사진=이동국에게 아쉬웠던 우루과이전 후반 막판 슈팅. 12년 동안 월드컵에서의 1골을 바래왔지만 결국 아쉽게 월드컵과 작별하게 됐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분명한 것은, 안정환과 이동국은 허정무호에 필요했던 선수였으며 허정무 감독이 원했던 선수들 이었습니다. 안정환은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요원했던 슈퍼조커로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 2003년 일본 원정,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 같은 굵직한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한국에게 귀중한 결과를 안긴데다 월드컵 본선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후반전 교체 투입으로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어 줄 옵션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허정무호가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의 조커로서 인상 깊은 공격력을 펼쳤던 안정환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이동국은 대표팀의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 이전까지 꾸준히 골을 터뜨렸던 선수였습니다. 박주영은 잦은 부상 및 시즌 후반 8경기 연속 무득점 침체에 시달렸고, 염기훈도 잦은 부상 여파로 순발력 및 패스와 킥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승렬은 전형적인 골잡이가 아니며 안정환은 다롄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2선 플레이에 주력했기 때문에 골에 대한 요구에서 자유로웠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무리한 출전을 비롯 최전방과 2선을 활발하게 드나들면서 경기력 개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햄스트링 부상 이었습니다. 끝내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서 그동안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을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동국은 아르헨티나-우루과이전에 교체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지금까지 대표팀의 조커로서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었던 경험이 부족했으며 미들즈브러에서 실패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조커는 빠른 순발력과 유기적인 공격 조율을 앞세워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것과 동시에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과감함이 요구됩니다. 전형적으로 골을 노리는 이동국의 컨셉은 조커와 맞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우루과이전 경기 막판에 결정적 슈팅 상황을 놓치면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일부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월드컵과 작별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선수 본인의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아쉬움에 남는 순간으로 기억될지 모릅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안정환과 이동국이 선수로 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두 선수 모두 체력적인 이유 때문에 나이가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의 월드컵 작별이 아쉽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 축구는 대형 공격수를 집중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월드컵 무대를 떠나게 된 안정환과 이동국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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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11) -- PORT ELIZABETH, June 11, 2010 (Xinhua) -- Ahn Jung-hwan of South Korea attends a training session at the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on June 11, 2010, ahead of the 2010 Football World Cup. (Xinhua/Liao Yujie)(wll.

[사진=안정환 (C) 티스토리 PicApp]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공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는 안정환(34, 다롄 스더) 입니다. 안정환은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요원했던 슈퍼 조커로서 두각을 떨칠 것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그리스-아르헨티나전에서 출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후반 중반 1-2로 뒤진 상황에서 출전하는 듯 했으나 끝내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안정환의 남아공행은 몇 개월 전까지 불투명 했습니다. 허정무호의 초기 멤버로 활약했으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데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존 공격자원들 중에서 안정환 만큼의 기술과 골 결정력, 조커로서의 강력한 임펙트를 지닌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후반전에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없었던 것이 기존 허정무호의 약점이었고 결국 안정환이 대표팀에 다시 승선했습니다.

안정환은 지난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조커로 투입해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슈팅 및 패스 기회를 마련하며 대표팀 공격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래서 동료 선수들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유도하는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하지만 코트디부아르전을 계기로 후반전에 팀 공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임펙트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허정무호의 철저한 슈퍼 조커로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안정환은 월드컵 직전에 치렀던 벨라루스-스페인전에서 부진했습니다. 일본 원정에서 허리에 담이 걸린 여파도 있었지만 두 경기에서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허정무호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원인이 되면서 그리스-아르헨티나전에 결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경기 흐름을 비춰볼 때 안정환의 부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기본적인 패싱 게임이 되지 않았고 특히 스페인전에서는 한국이 점유율에서 밀렸기 때문에 공격수가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안정환의 부진은 본인도 어쩔 수 없었던 결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안정환의 부진이 매끄럽지 못했던 이유는 과거의 스타일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성기 시절의 안정환은 미드필더진으로 활발히 내려오면서 동료 공격 옵션과 거리를 좁혀 정확한 패스를 통한 공격을 전개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안정환은 체력 저하 때문에 움직임이 무뎌지면서 활동 반경이 좁아졌습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부단히 뛰려는 의지가 확고했지만 벨라루스-스페인전에서는 상대 수비진을 위협할 수 있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전성기가 지났음을 각인시키는 순간 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허정무호는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면서 조커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동국은 1년 동안 평가전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으나 월드컵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염기훈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아르헨티나전에서 교체 투입했습니다.(나이지리아전에서 박주영-염기훈 투톱 출격 유력) 근래에 눈부신 성장을 했던 이승렬, 미드필더진에서 패스 게임을 유도할 수 있는 김보경-김재성도 허정무호의 조커로서 유용한 자원들 입니다.(공격 옵션은 아니지만, 김남일은 월드컵 본선에서 2경기 연속 교체 출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무게감은 안정환과 다릅니다. 안정환은 한국 축구 역대 월드컵 본선 최다 득점자(3골, 박지성과 동률)로서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은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조커로 출전하여 한국에게 귀중한 결과를 안겨주는 골을 넣었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주눅이 들지 않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월드컵 뿐만 아니라 2003년 일본 원정 결승골을 비롯한 몇몇 A매치에서 조커로 투입해 골을 넣거나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던 경험이 있어 '슈퍼 조커'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100611) -- PORT ELIZABETH, June 11, 2010 (Xinhua) -- Ahn Jung-hwan of South Korea attends a training session at the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on June 11, 2010, ahead of the 2010 Football World Cup. (Xinhua/Liao Yujie)(wll.

[사진=안정환 (C) 티스토리 PicApp]

문제는 허정무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공간을 활용한 공격이 유기적이지 못합니다. 동료 선수에게 정직하게 이어주는 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진행하면서 상대 수비에게 읽히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죠. 그리스전에서는 공격 옵션들이 빠른 문전 침투를 통해 느린 발의 상대 수비를 간파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공격 패턴이 상대에게 읽히면서 공격이 번번이 끊어지는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패스를 받는 선수가 상대 수비수 사이의 빈 공간쪽으로 교묘하게 들어가면서 후방의 패스를 유도하거나, 트라이앵글을 형성해서 원터치-투터치 패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물론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의 개인 능력은 모두 훌륭합니다. 4명의 선수는 거의 2년 동안 허정무호에서 함께 발을 맞추면서 조직력도 나름 키웠습니다. 문제는 월드컵 본선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조직력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입니다. 상대 압박을 간파할 수 있는 유기적인 패스 전개가 되지 않으면 안정환이나 이동국 같은 공격수들이 골을 해결지을 수 있는 기회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드필더진의 패스 게임이 떨어지면 상대 수비에게 차단당할 가능성이 많으며 이것은 곧 공격수의 고립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안정환이 출전해도 미드필더진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슈퍼 조커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이지리아전은 미드필더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패스를 주거나 받아내는 움직임의 능동성을 키우며 킬패스를 노려야 합니다. 나이지리아의 수비는 아르헨티나-그리스 공격의 킬패스에 약한 단점을 드러냈고 좌우 풀백들이 뒷 공간을 허용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미드필더진이 얼마만큼 공격 기회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격수의 골 여부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몇 차례 골 기회를 날렸고 염기훈은 전형적으로 골을 잘 넣는 공격수가 아닙니다. 두 선수가 골을 결정짓지 못하면 안정환이 슈퍼 조커로서의 존재감을 더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나이지리아전에서 패스 게임의 문제점이 그대로 재현되면 안정환의 필요성이 적어집니다. 안정환이라는 슈퍼 조커를 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안정환 보다는 패스 게임의 질을 키우는 자원이 더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안정환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이유는 한국의 미드필더진이 상대 중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격수는 골을 넣는 포지션이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미드필더진의 효율적인 볼 배급과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단합된 조직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결국, 안정환의 나이지리아전 맹활약 여부는 미드필더진이 얼마만큼 지원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전성기가 지난 안정환은 스스로의 힘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역량이 떨어졌지만 현란한 기술과 지능적인 플레이가 다른 공격 옵션들을 압도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뒷받침이 요구됩니다. 과연 허정무 감독이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부의 판세를 결정지을 조커로서 누구를 기용할지, 그 중에 한 명이 안정환이 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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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정환 (C) 부산 아이파크 공식 홈페이지(busanipark.com)]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승전보를 전하며 월드컵 본선 맹활약의 분위기를 고조시킬 계획입니다.

한국은 24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라이벌 일본과 평가전을 치릅니다. 지난 2월 14일 동아시아대회 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한 기세를 몰아 일본전 A매치 2연승에 도전합니다. 이번 일본전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라이벌전 패배로 팀 사기가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라이벌전이지만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축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면 승리하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일본전에서 승리하려면 공격수들의 골 역량이 중요합니다. 공격수는 골을 넣는 것이 기본 목표이고 최전방 포지션을 맡기 때문입니다. 일본전에서는 이동국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하기 때문에, 박주영-안정환-이승렬-염기훈-이근호 같은 공격수들을 가용할 수 있습니다.(박주영은 일본전 출격 예고 되었음) 이승렬과 염기훈은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 출전했던 만큼, 박주영-이근호 투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예상되며 안정환을 슈퍼 조커로 활용할 전망입니다.

그 중에서 안정환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정환은 지금까지 일본전에서 4경기 2골을 기록했으며, 허정무호 예비 엔트리 26인 선수 중에서 최다골(2골)을 기록한 골잡이입니다. 2000년 12월 20일 일본 원정에서 전반 14분 오른쪽 박스 바깥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제끼고 오른발 로빙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2003년 5월 31일 일본 원정에서는 일본과 0-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이을용이 왼쪽 크로스를 날릴 때 문전으로 쇄도하여 왼발로 가볍게 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2003년 5월 일본 원정에서 안정환의 결승골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안겨줬던 장면 이었습니다. 한국은 그해 4월 16일 일본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 47분 일본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던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정환의 결승골은 한달 전 패배를 복수하는 통쾌한 장면으로 회자됐습니다. 또한 역대 A매치 일본전을 빛낸 '일본킬러'로 불리게 됐습니다.

한국은 1954년 3월 7일 일본과 첫 A매치를 치른 이후 71경기 동안 수많은 일본킬러를 배출했습니다. 특히 일본킬러로 불렸던 선수들의 공통점은 한국 축구 역사의 획을 그은 스타들입니다. 50년대 최정민(6골), 60년대 정순천(3골) 정강지(3골, 1970년 포함), 70년대 차범근(6골) 박이천(4골), 80년대 박성화(3골) 허정무(3골, 1977년 포함), 90년대 황선홍(5골, 1988년 포함)이 있었고 2000년대에 안정환이 있었습니다.

물론 안정환의 일본전 2골은 과소평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일본 킬러에 비하면 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대 일본과의 A매치 8경기에서 3골에 그쳤으며 2골이 안정환의 몫이었습니다.(지난 2월 14일 일본전 3-1 승리 부터는 2010년대) 그리고 2골 모두 일본 원정에서 작렬했기 때문에 값어치가 큽니다.

더욱이 안정환은 일본 J리그 시절 소속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많은 골을 넣었던 이력이 있습니다. 2002년 9월 부터 2003년까지 시미즈 S 펄스에서 38경기 동안 14골을 넣었고 2004년 초 요코하마 F 마라노스로 이적해 2005년 여름까지 34경기에서 16골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무대에서 많은 골을 생산했기 때문에 일본 킬러가 맞습니다. 아울러, 일본 축구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데다 자신의 매치업 상대가 요코하마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나카자와 유지라는 점에서 이번 일본전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안정환과 상대할 나카자와는 일본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지만 올해들어 스피드가 눈에 띄게 저하되면서 노쇠화가 두드러 졌습니다. 특히 지난 2월 14일 한국전에서는 이동국-이승렬-김보경의 문전 침투에 의해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을 범하면서 일본의 1-3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느린 발의 약점을 이겨내지 못해 한국 공격수들에게 약점이 잡혀 무너졌죠.

그래서 한국은 이번에도 나카자와의 느린 발을 공략할 것이며, 박주영-이근호 같은 기동력이 뛰어난 공격 옵션들이 일본 수비진을 흔들며 후반 중반에 안정환을 교체 투입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전술은 2003년 5월 일본 원정 승리의 토대가 됐습니다. 최용수가 4-3-3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시켜 일본 수비 사이쪽으로 침투하여 흔드는 임무를 맡아 상대 수비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더니, 안정환이 후반 중반에 투입하면서 영민한 움직임을 과시했고 후반 41분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무엇보다 안정환은 슈퍼 조커로서의 경쟁력이 충만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지켜내는 안정적인 볼 키핑과 현련한 드리블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드는 성향입니다.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슈팅을 날리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조커로 출전해 골을 넣은 값진 경험이 있고,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조커로써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기세를 일본전에서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일본전에서 한국의 승전보를 전하는 골을 넣으며 '일본 킬러'의 저력을 과시할지 그의 발끝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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