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브라질 우승을 이끌지 못한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a2011.com)]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는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 유럽 축구 휴식기의 갈증을 풀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유럽 축구를 주름잡거나 향후 남미 축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칠 선수들이 국가의 이름을 걸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수준 높은 축구를 펼칠 것으로 보였습니다. 남미는 유럽과 더불어 세계 축구를 빛냈던 한 축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진행중인 2011 코파 아메리카는 예상 밖의 결과를 속출했습니다.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 브라질이 8강에서 각각 우루과이, 파라과이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남미 제패에 실패했습니다. 코파 아메리카가 남미 10개국과 초청국 2개국(멕시코, 코스타리카)이 모여서 격돌하는 대회임을 상기하면, 아르헨티나-브라질의 8강 동반 탈락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두 국가 입장에서는 8강 탈락 자체가 굴욕적입니다. 우루과이-페루-파라과이-베네수엘라가 4강에 진출했지만 아르헨티나-브라질 축구를 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를 떨어뜨리게 합니다.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브라질의 8강 탈락은 '닮은 꼴' 이었습니다. 예선 2경기까지 저조한 경기력을 일관하며 무승부를 기록했고, 예선 3차전에서 나란히 승리하여 8강 무대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8강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습니다. 우루과이-파라과이의 수비 축구 및 상대 골키퍼들의 잇따른 슈퍼 세이브에 덜미를 잡히면서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더니 끝내 승부차기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테베스 실축이 아쉬웠고, 브라질은 남미 강호 답지 않게 1번 부터 4번 키커까지 4연속 실축하는 악몽에 빠졌습니다.

아르헨티나-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 필요했던 팀들 입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8강에서 탈락하면서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브라질은 젊은 선수 위주로 스쿼드를 바꾸면서 자국에서 개최되는 2014년 월드컵 우승을 위한 장기적인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코파 아메리카에서 나타났던 성과를 보면 전임 감독 시절과 다를 바 없거나 전력이 퇴보했습니다. 선수들이 유럽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감안해도 4강 진출팀 선수들 중에서 유럽 리거들이 꽤 있습니다. 또한 아르헨티나-브라질은 남미 강호라는 자존심이 있었습니다.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특히 공격력이 문제입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끼리의 호흡이 맞지 않아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연계 플레이가 속출하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 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패스를 주고 받는 선수 끼리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개인 플레이에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메시의 이타적인 역량이 많아지면서 그의 골 역량을 감소시키는 문제점을 가져왔죠. 예선 1~2차전에서 좌우 윙 포워드를 맡았던 테베스-라베찌가 드리블 돌파를 일관하며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지 못했고 바네가의 경기 조율도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8강 우루과이전에서는 전반 38분 페레스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으나 그 이전까지 폼이 올랐던 이과인이 후반전부터 빅토리노-루가노에게 발이 묶이면서 후방 공격이 박스쪽에서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브라질은 파투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파투는 예선 3차전 에콰도르전에서 네이마르와 함께 2골을 넣으며 브라질의 4-2 승리를 이끌었지만 대회 전체적 활약상은 '브라질 공격수'라는 기대치에 어긋났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브라질 공격수는 과거의 펠레-호마리우-호나우두 같은 특출난 골 결정력으로 독보적인 공격을 펼치는 제왕을 말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은 2000년대 후반부터 호나우두 클래스에 필적할 킬러를 배출하지 못했고, 2008년 1월 AC밀란 데뷔와 함께 '축구 신동'으로 각광 받았던 파투는 그동안 기량이 정체된 것이 사실입니다. 파투와 더불어 네이마르-간수 같은 신예들도 경험 부족에 발목 잡히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볼 배급의 능숙함이 부족했습니다.

당초 코파 아메리카는 '메시vs네이마르'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 브라질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네이마르의 코파 아메리카 활약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모았죠. 하지만 메시-네이마르는 이름값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메시는 경기 내용에서는 패스 위주의 공격력으로 동료 선수들을 돕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집중하면서 골을 터뜨릴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 포스를 기대하기에는 아르헨티나에 사비-이니에스타급 선수가 없었습니다. 네이마르는 기본적인 공격 센스가 발달되었던 인상을 남겼지만 브라질 공격을 주도하기에는 아직 기량이 덜 여물었습니다. 역설적으로는 '19세' 네이마르에게 기대는 브라질 대표팀의 선수 클래스가 발달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아르헨티나-브라질은 악몽같은 코파 아메리카를 끝내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체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비롯한 기존 공격 옵션들의 융화가 필요하며 브라질은 젊은 선수들의 분발이 절실합니다. 브라질 월드컵이 남미에서 열리는 세계 무대라는 점에서 아르헨티나-브라질의 선전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 8강 동반 탈락 굴욕을 겪었던 두 대표팀이 3년 뒤 월드컵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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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르헨티나전에서 여러차례 결정적인 선방으로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을 이끈 페르난도 무슬레라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던 우루과이가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전반전에 1명이 퇴장 당하는 어려움을 딛고 120분 혈투 및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는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

우루과이는 17일 오전 7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타페에 소재한 데 엘레판테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 코파 아메리카 8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압했습니다. 연장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5분 디에고 페레스가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17분에는 곤살로 이과인에게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전반 38분 페레스 퇴장으로 험난한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후반 41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퇴장 당했죠. 승부차기에서는 세번째 키커 카를로스 테베스 슈팅이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고, 5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켰던 우루과이가 4강에 진출했습니다.

전반전, 페레즈-이과인의 장군 멍군...아르헨티나 경기력 우세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로메로가 골키퍼, 사네티-밀리토-부르디소-사발레타가 수비수, 마스체라노-메시-가고가 미드필더, 디 마리아-이과인-아궤로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예선 3차전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우루과이전에서도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렸습니다. 우루과이는 4-4-2로 맞섰습니다. 무슬레라가 골키퍼, 카세레스-빅토리노-루가노-M.페레이라(막시 페레이라)가 수비수, A.페레이라-아데발로-페레스-곤잘레스가 미드필더, 수아레스-포를란이 투톱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때에 따라 포를란이 2선으로 내려오고 수아레스가 선봉에 위치하는 공격 형태를 나타났죠.

경기 초반은 예상치 못한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아닌 우루과이가 기선을 제압했죠. 우루과이의 페레스가 전반 5분 선제골을 작렬하며 1-0으로 앞섰습니다. 포를란의 왼쪽 프리킥에 이은 카세레스의 헤딩 슈팅을 아르헨티나 골키퍼 로메로가 선방했으나 볼이 앞으로 흘렀고, 근처에 있던 페레스가 오른발 밀어넣기 골을 넣었습니다. 그 이후 우루과이는 3선을 올리면서 포어 체킹의 세기를 높이고 공격시에는 상대 진영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저돌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팀 플레이 및 수비력이 취약점인 아르헨티나의 후방을 두드리며 상대의 공격을 경직시키고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반 17분 이과인이 동점골을 넣으며 1-1로 따라 붙었습니다. 메시가 오른쪽 측면에서 카세레스를 제치고 왼발 크로스를 올린 것을 이과인이 반대쪽 문전에서 쇄도하여 헤딩 동점골을 성공했습니다. 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과인의 집념이 대단했지만, 메시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면서 공격 전개의 효율성을 높인 바티스타 감독의 작전이 코스타리카전 부터 적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시는 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2명을 제친 뒤 A.페레이라에게 백태클을 당했습니다. A.페레이라는 경고를 받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는 메시가 우루과이 미드필더들과 경합하면서 공간을 파고드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메시를 거칠게 막아야 했죠. 전반 25분과 26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 됐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0-1 이후 경기 분위기를 이른 시간에 뒤집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우루과이의 초반 공세 이후 후방 옵션들이 볼을 돌리고 라인을 윗쪽으로 올리면서 점유율을 되찾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전방으로의 볼 배급 속도를 높이고 아궤로가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쇄도하며 상대 수비를 허물었습니다. 얼마 뒤에는 이과인이 동점골을 넣었죠. 기선 제압에 성공했던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의 능숙한 경기 운영을 예상치 못한듯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메시에게 골을 내줄때는 카세레스와 근처 동료 선수와의 협력 수비가 느슨했었죠. 그래서 우루과이는 선 수비-후 역습으로 전술을 바꿨지만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아르헨티나 파상공세를 막는데 치중하면서 공격 참여 인원이 부족했습니다. 전반 38분에는 페레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우루과이는 전반전 경기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아르헨티나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내던지며 수비를 하는 선수들이 즐비했고, 세트 피스때는 포를란의 킥력 및 선수들의 골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습이 문제였습니다. A.페레이라-아데발로-페레스-곤잘레스로 짜인 미드필더들이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는 흐름에서는 포를란이 전방 패스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경합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콘셉트가 애매해졌고 타겟맨이었던 수아레스가 볼을 터치할 기회가 적었죠. 카바니가 부상 당하지 않았다면 스리톱으로 경기에 나섰을지 모를 일입니다. 전반 38분 페레스 퇴장은 우루과이의 후반전 경기 내용이 어려워질 조짐을 보이게 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분발했던 아르헨티나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예상됐습니다.

[사진=전반 5분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38분 퇴장 당했던 디에고 페레스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1명 부족했던 우루과이의 끈질긴 저력,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 승리

아르헨티나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점유율에서 우세를 점했습니다.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가 상대 허리쪽에서 빈 공간을 찾을 때 빠른 타이밍의 원터치 패스로 공격을 풀어갔습니다. 디 마리아는 후반 초반에 두 번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흔들었죠. 우루과이가 좌우 윙어였던 A.페레이라-곤잘레스를 아데발로와 함께 스리 볼란치로 활용하면서 측면 공간이 비었고, 그 틈을 사네티가 앞선으로 파고 들었고 사발레타가 하프라인에 올라가 지공에 참여하며 아르헨티나의 측면 공격이 줄기차게 진행 됐습니다. 특히 사네티는 수비시 빠르게 후방으로 가담하며 우루과이의 역습을 끊는 농익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가 포를란-수아레스 봉쇄에 여유를 느끼게 됐죠.

그런데 우루과이의 골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우루과이는 전반전에 동점골을 넣었던 이과인을 향한 협력 수비를 강화하고 메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침투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A.페레이라가 중원에서 전투적인 수비력을 발휘하며 아레발로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우루과이 수비가 흔들리지 않았죠. 사네티 오버래핑을 허용하는 흐름이 오히려 이과인-메시 견제에 유리했던 요인이 됐습니다. 또한 후반전에는 카세레스가 아궤로 발을 묶으면서 왼쪽 수비가 튼튼해졌죠. 역습 시에는 포를란-수아레스가 밑선으로 자주 내려오고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며 골을 넣으려 했습니다. 후반 20분까지는 페레스 퇴장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죠.

아르헨티나는 이과인 부진이 아쉽습니다. 전반전에는 동료 선수가 올려주는 패스를 최전방에서 받아내는데 주력한 끝에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도 의욕적이었죠. 그런데 후반전에는 빅토리노-루가노에게 봉쇄 당하면서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죠.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미드필더 및 사네티-디 마리아의 활발한 공격 전개 속에서도 박스쪽에서 확실한 피니시를 찍지 못했습니다. 이과인이 상대 수비에게 둘러 쌓이면서 볼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화근 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27분 디 마리아를 빼고 파스토레를 교체 투입 했습니다. 아궤로-파스토레-메시가 동료 선수와 함께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스위칭을 시도하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혼란시키려 했습니다.

후반 30분 이후에는 아르헨티나가 우루과이와의 주력 싸움에서 앞섰습니다. 1명이 적었던 우루과이가 후반 30분까지는 잘 버텼지만 그 이후부터 체력이 떨어지면서 미드필더 뒷 공간이 여러 차례 뚫리고 역습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파스토레 투입으로 총공세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가 계속 되었죠. 후반 32분에는 이과인이 박스 오른쪽에서 메시의 패스를 받아 터닝 슈팅을 날렸던 것이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무슬레라는 후반 30분 이후 3번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실점을 막아냈죠. 아르헨티나는 후반 38분 아궤로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테베스를 교체 투입하는 공세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3분 뒤 마스체라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두 팀의 인원 숫자가 동률이 되었고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연장전이 되자 테베스를 미드필더로 내리는 4-3-2로 전환했습니다. 테베스는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거나 동료 선수들과 함께 볼을 돌렸습니다. 때에 따라 상대 진영까지 넘나드는 넓은 활동량을 과시했죠.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무슬레라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무슬레라는 메시가 시도했던 연장 전반 13분과 연장 후반 11분 슈팅을 막아내며 실점 위기에 빠졌던 우루과이를 구했습니다. 두 팀은 상대 공격을 끊으면 재빨리 반격을 시도하며 골을 넣으려 했으나 끝내 무득점에 그치면서 승부차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승부차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먼저 선축했습니다. 첫번째 키커였던 메시가 첫 골을 넣었고 우루과이의 포를란도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두번째 키커로 나섰던 부르디소-수아레스는 골을 성공시켰고, 아르헨티나의 세번째 키커로 등장했던 테베스의 오른발 슈팅이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그 이후 스코티(우루과이)-파스토레(아르헨티나)-가르가노(우루과이)가 차례로 골을 넣으며 우루과이가 4-3으로 앞섰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다섯번째 키커로 나왔던 이과인의 슈팅도 크로스바를 강타한 끝에 골이 되었으나, 우루과이의 마지막 키커 카세레스가 오른쪽 골문 구석을 노린 슈팅이 적중했습니다. 우루과이가 승부차기 끝에 5-4로 아르헨티나를 제압하여 4강에 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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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콜롬비아전에서 0-0으로 비긴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메인(ca2001.com)]

'축구는 팀 스포츠'라는 표현은 진부합니다. 많은 축구팬들은 수많은 경기들을 보면서 팀으로 하나되어 뭉치는 케이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를 지켜봤죠. 아무리 개인 역량이 출중하더라도 팀으로 단합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팀을 형성하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에도 축구에서 팀이 중요한 것은 불변합니다. 축구 전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팀의 밸런스가 중요시되었고 상대팀 공략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죠. 축구에서 팀이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가 자국에서 개최된 2011 코파 아메리카에서 졸전을 거듭했습니다. 지난 2일 A조 볼리비아전 1-1 무승부에 이어 7일 콜롬비아전에서는 0-0으로 득점없이 비겼으며 2경기 모두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습니다. 12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회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탈락할지 모릅니다.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최고의 국가 대표팀을 가리는 메이져 대회라는 점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졌습니다. 콜롬비아전이 끝난 뒤에는 아르헨티나 관중들이 선수들에게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아르헨티나, 개인은 강하지만 팀이 약하다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로메로가 골키퍼, 사네티-밀리토-부르디소-사발레타가 수비수, 캄비아소-마스체라노가 더블 볼란치, 바네다가 공격형 미드필더, 테베스-메시-라베찌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5일 전 볼리비아전과 비교하면 사발레타가 로요 대신에 선발 출전했고 사네티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미드필더진이 역삼각형에서 정삼각형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이전 경기 문제점을 극복할 변화가 없었습니다. 바티스타 감독이 테베스-메시-라베찌 조합을 2경기 연속 가동된 것은 볼리비아전 문제점이었던 공격력 불안을 해소하려는 마음을 의심하게 됩니다.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는 뜻이죠.

테베스-메시-라베찌 조합은 사실상 공존에 실패했습니다. 테베스-라베찌가 무리한 드리블 돌파를 거듭하면서 메시가 최전방에서 골을 해결짓는 기회가 줄었습니다. 메시는 최전방에서 2선으로 내려오면서 정교한 패싱력에 역점을 두며 이타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그 이상의 공격력이 없었죠. 주변 공격 옵션들은 서로 공격을 해결하느라 바빴고, 공격 전개 과정에서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아 상대에게 패스가 차단되기 일쑤였습니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라도 팀이 도와주지 못하면 힘을 못씁니다. 문제는 볼리비아전에 이어 콜롬비아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바티스타 감독은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스리톱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어야 했지만 끝내 부진을 방관하고 말았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전에서 9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콜롬비아가 간헐적으로 역습을 시도했지만 경기 전체적 흐름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우세였죠. 하지만 슈팅 숫자에서는 아르헨티나가 7-9(유효 슈팅 6-5, 개)로 밀렸습니다. 테베스-메시-라베찌 조합이 실패였음을 상징하는 꼴입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면서 파괴력을 키울 공격 옵션이 마땅치 않아 상대팀보다 슈팅이 적었던 것이죠. 테베스-라베찌는 측면을 맴돌았고 메시는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박스 바깥에서의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특히 공격 과정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꾸준하지 못했고, 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의 약속된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무수하게 공격이 끊어졌습니다. 개인은 강하지만 팀이 약했던 오합지졸 공격력이 아르헨티나의 현 주소 였습니다.

[사진=카를로스 테베스-리오넬 메시-에세키엘 라베찌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a2011.com)]

코파 아메리카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전에서 지공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끝내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상대보다 더 많은 패스를 시도했으나 끝내 수비 조직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수비진에서 볼을 돌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상대가 밀집 수비를 형성하는 타이밍을 벌어줬고, 공격진에서는 2대1 패스 및 대각선 패스 또는 원터치 패스의 활발함 보다는 지나치게 종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종패스 및 드리블 돌파가 주를 이루며 공격 템포를 높였지만 그 흐름이 일관되면서 상대 수비에게 번번이 차단 당했죠. 여기에 공격 옵션들이 부조화에 빠지면서 수준 높은 팀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바네가의 경기 조율이 미진했습니다. 발렌시아의 플레이메이커이자 아르헨티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지배하는 임펙트가 있어야 하는데 동료 선수들이 개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면서 빛이 바랬습니다. 주변 선수들이 종방향 공격 전개를 고집하면서 유기적인 공격을 기대하기가 어려웠죠. 물론 바네가는 잔패스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패스 정확도가 제법 높았습니다. 하지만 패스의 영양가가 떨어집니다. 옆쪽과 뒷쪽으로 내주는 패스들이 많아지면서 상대 수비 공간을 허무는 공격 전개가 소극적이었죠. 특히 킬러 패스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가 콜롬비아 수비진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후반전에는 가고-아궤로-이과인을 교체 투입하면서 화력 보강에 나섰습니다. 테베스-이과인-아궤로가 스리톱을 맡고 가고-메시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마스체라노가 홀딩을 담당하는 공격 변화를 노렸죠. 하지만 테베스-아궤로가 측면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이과인이 최전방에서 고립되었고, 가고는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고, 메시는 동료들의 부진속에서 점점 지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볼리비아전에서 동점골을 넣으며 위기의 아르헨티나를 구했던 아궤로도 팀의 무기력한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서로 어긋나는 공격을 펼치면서 끝내 득점없이 비겼죠.

또한 전반 25분에는 실점 위기에 몰렸습니다. 밀리토가 부르디소의 오른쪽 횡패스를 받아 골키퍼 로메로에게 백패스를 연결한 것이 콜롬비아 왼쪽 윙어 라모스에게 차단 당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다이로 모레노가 볼을 터치하여 슈팅한 것이 골대 바깥을 스치고 말았죠. 박스쪽에서 침착히 대응했다면 아르헨티나는 실점을 허용했을 것입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한국전에서 이청용에게 골을 내줬던 상황과 흡사합니다. 수비수들이 볼을 돌리는 경우가 잦았지만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상대 공격 옵션에게 볼을 빼앗기고 말았죠. 공격력에 이어 수비력까지 불안했던 아르헨티나 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12일 코스타리카전에 나섭니다. 이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8강 진출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코스타리카에 앞서지만 지난 두 경기 양상을 놓고 보면 승리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선수들의 응집력이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지만, 서로 공격을 해결하거나 지나치게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개인 클래스는 남미 상위권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팀 클래스를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죠. 볼리비아-콜롬비아전에서의 무기력함을 극복할지 다음 경기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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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르헨티나의 볼리비아전 1-1 무승부를 발표한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C) ca2011.com]

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지만 그 팀이 항상 이길 수는 없습니다. 축구는 개인보다는 팀이 강해야 하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라도 팀과 융화하지 못하거나 또는 팀이 도와주지 못하면 무용지물 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그 예 입니다.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가 개막전에서 졸전을 펼쳤습니다. 2일 오전 9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 시립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1 코파 아메리카 A조 1차전에서 볼리비아에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3분 에디발로 로하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31분에는 세르히오 아궤로가 동점골을 넣으며 패배를 모면했습니다. 경기 내용까지 불안했던 아르헨티나는 7일 콜롬비아전, 12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승리해야 8강 진출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공격력이 저조했던 이유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로메로가 골키퍼, 로요-부르디소-밀리토-사네티가 수비수, 마스체라노가 수비형 미드필더, 바네가-캄비아소가 공격형 미드필더, 라베찌-메시-테베스가 스리톱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라베찌-테베스는 전반 15분 이후에는 자리를 바꾸며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볼리비아는 4-4-2를 활용했습니다. 아리아스가 골키퍼, 구티에레스-리베로-알바레스-랄데스가 수비수, 캄포스-로블레스-플로레스-바카가 미드필더, 로하스-모레노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코파 아메리카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슈팅 15-6(유효 슈팅 7-6, 개) 파울 13-24(개)가 말하는 것 처럼 많은 공격을 시도했고, 볼리비아는 수비 축구를 지향하며 아르헨티나 공격을 파울로 끊는데 주력했습니다. 창과 방패의 전형적인 대결이었죠.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전에서 파괴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려면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볼리비아는 엄연히 남미 약체이지만 아르헨티나에 한 발 물러나면서 경기를 펼칠 것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후반 31분 아궤로가 동점골을 넣기 전까지 무기력한 공격력을 일관했습니다. 공격진을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팀워크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내며 볼리비아 밀집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격 옵션끼리의 호흡이 안맞거나, 부정확한 볼 배급을 일관하거나, 지나치게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측면에 의존하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과 다를 바 없었죠. 감독은 마라도나에서 바티스타로 바뀌었지만 볼리비아전 한 경기를 놓고 보면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었습니다.


[사진=리오넬 메시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a2011.com)]

마라도나 감독의 문제점은 메시가 소유한 축구 재능을 팀 전술에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메시는 4-2-3-1 또는 4-3-1-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5경기 30개 슈팅을 날리고도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스스로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팀원들이 도와주지 못하면서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포스를 발휘하지 못했죠. 경기력 회복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상대적으로 골이 부족했습니다. 바티스타 체제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볼리비아전에서는 바르사 포메이션처럼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하는 4-3-3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지만 경기 내용에서 평균 이상 활약했을 뿐입니다.

아르헨티나와 바르사의 차이는 사비-이니에스타의 존재감 유무 입니다. 바르사는 사비-이니에스타가 창의적인 패싱력과 무수한 활동량으로 경기를 조율하면서 메시 골 역량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정착됐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사비-이니에스타 기능을 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최전방 공격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2선으로 내려가면서 볼을 터치하는 경향이 강했죠. 마스체라노-캄비아소는 사비-이니에스타와 달리 중원에서 터프한 수비력을 발휘하는 홀딩맨입니다. 바네가는 발렌시아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중이지만 상대 압박에 취약한 약점이 있습니다. 마스체라노 같은 홀딩맨이 있어야 공격적인 장점을 내뿜을 수 있지만 끝내 볼리비아전에서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죠. 그래서 메시가 2선에 가담하는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볼을 잡을때 이후의 공격 전개의 세밀함이 떨어졌습니다. 가령, 메시가 A라는 선수에게 패스하면 B선수와 C선수가 A선수 근처로 접근하거나 상대 수비 사이를 비집으면서 침투 패스 경로를 찾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B-C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서로 개인 플레이에 의존하면서 공격의 짜임새가 떨어졌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나 맨체스터 시티의 실바 같은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공격 옵션이 없었죠. 그 과정에서 테베스-라베찌 사이의 호흡이 안맞으면서 서로의 측면 돌파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나마 전반 32분에는 캄비아소가 박스 안쪽으로 침투해서 리바운드 슈팅을 날렸지만 골망을 가르지 못했죠.

아르헨티나는 후반 시작과 함께 캄비아소를 빼고 디 마리아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메시가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갔고 디 마리아-테베스-라베찌가 스리톱을 형성했죠. 홀딩맨 1명을 줄이고 공격 옵션을 보강하면서 메시의 이타적인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바티스타 감독의 복안입니다. 메시는 슈팅보다는 패스를 내주는 플레이에 집중하며 공격수들을 보조했죠. 경우에 따라서는 바네가-마스체라노와 동일 선상에서 뛰었죠. 하지만 메시는 '골에 강한' 공격수입니다. 바르사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던 것은 천부적인 골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바티스타 감독은 자신의 전술로 메시의 파괴력을 축소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볼리비아와의 후반전은 메시가 전형적인 미드필더 성향으로 변하게 됩니다.

결국, 메시의 공격력은 볼리비아 수비진에게 읽혔습니다. 메시가 볼을 공급하는 형태임을 볼리비아가 알아채면서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강화했죠. 전반 중반부터 시도했던 포어 체킹은 여전히 변함 없었습니다. 특히 후반 17분에는 메시가 중원에서 테베스 쪽으로 긴 스루패스를 날렸으나 상대 수비에게 차단 당했습니다. 상대 수비가 메시의 공격 패턴을 읽었다는 뜻이죠. 공격 옵션끼리의 부조화는 여전히 변함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후반 25분 라베찌를 빼고 아궤로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만약 바티스타 감독이 아궤로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아르헨티나는 개막전 패배라는 뜻밖의 충격을 당했을 것입니다. 아궤로는 프리롤 임무를 부여받으며 최전방과 오른쪽 측면을 활발히 질주했습니다. 왼쪽에서는 디 마리아의 침투가 변함 없었죠. 전반전부터 수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볼리비아가 후반 중반부터 주력이 떨어지면서, 아궤로-디 마리아의 침투를 앞세운 아르헨티나 공격력이 회복됐습니다. 그 결과 후반 31분 디 마리아의 왼쪽 크로스를 부르디소가 박스 왼쪽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받았던 볼을 아궤로가 강력한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꽂았습니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는 '메시 효과'를 이루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치면서 개막전 졸전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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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의 아르헨티나전 1-0 승리를 메인에 실은 FIFA 공식 홈페이지 (C) fifa.com]

오는 12일 한국과 라이벌 대결을 펼칠 일본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0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단순한 운에 의해 이긴것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경기력 업그레이드에 의한 '당연한 결과' 였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일본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강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자케로니 재팬'의 부흥을 예고했습니다.

일본은 8일 저녁 8시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8분 하세베 마코토가 기습적으로 날렸던 중거리슛이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가 선방했지만, 오카자키 신지가 문전 쇄도 후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세컨슛을 날리며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풀타임을 소화한 리오넬 메시를 주축으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경기 내내 골운이 따르지 않은데다 패스미스까지 속출한 끝에 일본에 패했습니다. A매치에서 아시아 팀을 상대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로써, 일본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 치러진 A매치 3경기(파라과이-과테말라-아르헨티나)를 모두 이겼습니다. 오는 12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조광래호와 맞붙어 올해 한국전 2연패를 복수하겠다는 각오입니다. 한국은 지난 2월과 5월 일본 원정에서 각각 3-1, 2-0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번에는 '아르헨티나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일본과 상대한다는 점에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됐습니다.

일본 축구의 업그레이드 비결은 '조직력 강화'

일본과 아르헨티나의 평가전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세 가지 였습니다. 첫째는 일본이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 한국전에서 4-1 대승을 거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서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와 대결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한국이 오는 12일 일본과 대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광래 감독이 일본의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방문했고 국내 축구팬들도 이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자케로니 감독을 영입한 일본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단순 이상의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우선, 일본은 아르헨티나전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가와시마가 골키퍼, 쿠리하라-나가토모-콘노-우치다가 포백, 엔도-하세베가 수비형 미드필더, 카가와가 공격형 미드필더, 오카자키-모리모토-혼다가 스리톱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후반전에는 4-2-3-1을 실험하면서 3의 자리를 오카자키-혼다-카가와 라인으로 변형했고, 19분에 모리모토를 빼고 마에다를 원톱으로 올렸습니다. 지난해 J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마에다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상대 배후 공간에서 볼을 터치하여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평가전을 치른 일본과 아르헨티나의 행보는 서로 대조적 이었습니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소집훈련에 돌입하면서 자케로니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아르헨티나전을 위해 만전을 기했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수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시차 적응 및 장시간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메시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그동안 유럽 축구에서 수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남아공 월드컵 출전에 따른 휴식 부족까지 시달렸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전에서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웠습니다. 월드컵에서 한국을 4-1로 꺾었고, 지난달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4-1로 이겼던 팀이 맞는지 의심 될 정도로 컨디션 부터 좋지 못했습니다.

Japan's Shinji Okazaki (2nd L) scores a goal during their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against Argentina in Saitama, north of Tokyo October 8, 2010.  REUTERS/Issei Kato (JAPAN - Tags: SPORT SOCCER)

[사진=전반 18분 오카자키의 결승골 이후, 두 팔을 벌려 환호하는 엔도(7번)-모리모토(19번)의 뒷 모습에서 일본 축구의 달라진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하지만 일본의 승리를 아르헨티나가 그저 못했다고 보기에는 무리입니다. 아무리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몸 상태가 안좋더라도 객관적인 전력 및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일본이 열세입니다. 그럼에도 축구는 팀 스포츠입니다. 개인보다는 팀이 중시되는 것이 축구의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조직력 강화'가 있었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서로 하나 된 호흡을 과시하며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조직적인 축구가 경기 내내 유기적인 흐름을 더했습니다.

일본의 아르헨티나전 승리는 철저한 조직력에 의한 승리였습니다.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가 서로 폭을 좁히면서 패스 플레이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고 지역 방어를 강화하는 '콤팩트 사커'를 펼쳤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임 감독인 오카다 체제에서 지구력를 강화하는 훈련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강력한 체력과 부지런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공격 패턴을 줄기차게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강력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르헨티나를 거세게 몰아 붙였습니다.

그런 일본이 경기 초반부터 거침없이 공격을 몰아친 것은 아르헨티나의 컨디션 약점을 노리겠다는 심산 이었습니다. 초반에 경기 흐름에서 확실하게 우세를 점하는 기선 제압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일본의 의도였죠. 그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공격진에 있던 오카자키-모리모토-카가와-혼다가 서로 포지션을 이동하며 상대 배후 공간을 파고들고, 엔도-하세베-우치다가 2선에서 전진적인 움직임을 취하여 공격 옵션들의 활동 부담을 덜며 아르헨티나의 공격 의지를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반 18분 하세베의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 몸에 맞고 오카자키의 세컨슛에 이은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아르헨티나전 승리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이후 일본은 수비를 강화하면서 상대에 실점하지 않는 타이트한 경기 운영을 과시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중원에서 점유율을 회복한 것에 개의치 않고 상대 스리톱의 발을 꽁꽁 묶었죠.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간격을 좁히면서 이중, 삼중으로 상대 공격 옵션을 애워쌓았습니다. 그래서 D. 밀리토(디에고 밀리토)는 나가토모-콘노에게 일방적으로 봉쇄당하면서 전반 32분 조기교체되는 굴욕을 당했고, 그라운드를 왕성하게 누비는 테베스의 기동력은 일본의 끈질긴 커버 플레이에 의해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나마 메시가 인상적인 돌파와 감각적인 발재간을 뽐냈지만 일본의 '질식 수비'를 뚫기에는 혼자서 역부족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1-0 이후 공격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이후에는 카가와 중심의 공격 패턴으로 상대 배후 공간을 노렸습니다. 오카자키-모리모토-혼다가 최전방에서 활발한 기동력을 과시하면서 상대 수비를 뒤흔들며 카가와가 매끄럽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흐름을 조성했습니다. 그런 카가와는 전반 38분 문전 중앙에서 공을 몰면서 데미첼리스를 직접 뚫는 개인기를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하며 동료 선수들의 공격 침투를 도왔습니다. 그 결과는 아르헨티나 중원이 뚫리고 수비라인이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일본이 추가골 기회까지 노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된 카가와의 공격력은 명불허전 이었습니다. 후반 6분 오카자키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를 문전 중앙에서 논스톱 오른발 슛이 노골이 되었지만, 상대 견제에 아랑곳않고 흔들림없이 빠른 타이밍에 의한 슈팅을 날린 장면은 그의 공격력에서 과감함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또한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며 상대 수비의 빈 공간쪽을 노리는 공격을 펼치면서 일본의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자신이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일본 공격 옵션들끼리 활발히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었죠. 특히 혼다는 카가와와 간격을 좁히면서 직선 및 곡선 형태의 패스를 연결하며 자신의 약점이었던 공격 적극성 부족을 만회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아울러, 일본은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계기로 축구 스타일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축구는 그동안 패스와 점유율을 강화하는 아기자기한 축구를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피지컬 부족 때문에 상대의 강한 압박을 받으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는 탄탄한 경기 운영으로 재미를 봤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공격 과정에서도 조직력에 눈을 뜨면서 경기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의 기존 장점이었던 기술력에 조직력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생겼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정신력까지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자케로니 감독의 지도력까지 더해지면 내년 1월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듭날지 모릅니다.

-일본vs아르헨티나, 출전선수 명단-

일본(4-3-3) : 가와시마(후반 39분 이시카와)/쿠리하라-나가토모-콘노-우치다/엔도(후반 22분 아베)-카가와(후반 31분 나카무라)-하세베/오카자키(후반 22분 세키구치)-모리모토(후반 19분 마에다)-혼다

아르헨티나(4-3-3) : 로메로/에인세-G. 밀리토-데미첼리스-부르디소(후반 34분 라베찌)/캄비아소(전반 44분 볼라티, 후반 40분 디 마리아)-달레산드로(후반 15분 파스토레)-마스체라노/테베스-D. 밀리토(전반 32분 이과인)-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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