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태용 성남 감독 (C) 티스토리 뉴스뱅크F (By. 뉴시스)]
성남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의미있는 이유는 팀 안팎에 놓인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던 부자 구단이었고 대형 선수들이 즐비했던 '한국판 레알 마드리드' 였으나 이제 그 타이틀은 그저 옛날의 추억일 뿐입니다. 2년 전 보다 무려 170억원이 줄어든 80억원의 돈으로 2010년 예산을 책정하여 아시아 제패의 마지막 길목에 들어섰습니다. 80억원의 돈은 K리그에서 재정이 열악한 도시민 구단(도민+시민 구단)의 예산과 비슷하거나 적은 규모입니다.
그런 성남의 스쿼드를 보면 스타 플레이어가 부족합니다. 월드컵 스타 정성룡, K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손꼽히는 몰리나, 오랫동안 K리그에서 두각을 떨치며 귀화 및 대표팀 발탁 여부로 주목받는 라돈치치 정도가 많은 주목을 받을 뿐입니다. K리그에 관심이 적은 축구팬들에게는 몰리나 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낯설지 모르겠죠. 그 이외에는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입니다. 전임 감독인 김학범 체제에서 백업 멤버로 뛰었거나, 팀의 철저한 살림꾼이거나, 신예들이 대부분이죠. 그 범주에서 예외라고 볼 수 있는 조병국은 우리들에게 '잊혀진 수비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입니다. 1명이 아닌 11명이 서로 힘을 합치는 단체 스포츠 종목이며, 그 중요성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충분히 각인 됐습니다. 팀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화려함을 고집하는 플레이는 현대 축구에서 외면받고 있으며, 팀을 위해 뛰면서 스스로 희생하는 조직적인 플레이가 대세입니다. 그래서 선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전술을 짜면서 엔트리 구성원의 능력을 골고루 끌어올리는 감독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스쿼드가 열악한 성남이 여전히 K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우' 신태용 감독(40)이 있었습니다.
신태용 감독, 더 이상 '초보 사령탑'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신태용 감독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서로 대조적 이었습니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성남의 K리그와 FA컵 준우승을 이끈것만으로 잘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전술 능력이 미흡하고 감독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FA컵 결승 수원전에서 무리한 잠그기를 시도하는 바람에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헌납하고 승부차기까지 패했던 것이 자신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나마 포스트 시즌에 '무전기 매직'으로 만회했지만 전북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잦은 판정 항의를 일으키며 축구팬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2008년 12월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김상식-김영철 같은 성남의 프랜차이즈들을 방출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기에 이동국-박진섭 같은 베테랑까지 내쳤지만 1999년부터 성남에서 뛰었던(2003~2004년은 광주 상무 소속) 김상식-김영철의 무게감은 다른 누군가와 다릅니다. 더욱이 신태용 감독은 2004년 연말 성남과 재계약 실패로 K리그를 떠났던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 입장에서 김상식-김영철 방출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젊은 선수 위주로 스쿼드를 개편하기 위한 리빌딩 차원에서 김상식-김영철-이동국-박진섭과 작별하고 '미완의 대기' 김동현까지 이적시켰지만, 그 후유증은 초보 사령탑이 짊어지기에는 매우 혹독했습니다. 또한 상무에 입대한 최성국 공백까지 만만치 않았죠.
분명한 것은, 성남의 스쿼드 퀄리티가 지난해보다 떨어집니다. 2005년 울산의 K리그 우승을 이끈 콤비이자 지난해 성남의 중원을 주름잡았던 김정우와 이호가 올 시즌에는 다른 팀에서 뛰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전광진-김철호는 오랫동안 성남의 벤치 멤버로 활약했던 무명 선수들입니다.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봐도 전광진-김철호가 밀립니다. 지난 여름에는 장학영이 군 문제 해결을 위해 팀을 떠나면서 'K리그 신인' 홍철을 대체 자원으로 활용중입니다. 위험지역이라 할 수 있는 디펜스 공간에서 팀의 주축 선수 공백을 신예의 패기로 메우는 것은 모험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홍철은 장학영 같은 전문 풀백 자원이 아닌 미드필더가 원 포지션 입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온갖 어려움을 뒤로하고 성남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성남의 열악한 스쿼드를 '조직력의 힘', '팀을 생각하는 축구'로 해결하며 선수들을 단단히 뭉치게 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많이 뛰고, 적극적으로 공격 및 수비 과정에 참여하는 기동력에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까지 주문하는 축구로 팀 플레이를 강화했죠. 여기에 한 번의 빠른 역습으로 골을 해결짓는 '카운트 어택'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화려한 선수층을 자랑했으나 공격 패턴이 단조로웠던 전임 감독 체제와는 상반된 색깔을 나타내며 전술의 효율성을 키웠습니다.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 구성원을 '강력한 팀'으로 조련한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성남이 라돈치치-몰리나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조건 맞지는 않습니다. 두 선수의 개인 레벨은 성남의 국내 선수들보다 훨씬 우세하고, 팀의 공격 포인트를 짊어지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신태용 감독이 주문하는 팀 플레이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화려한 클래스를 발휘했습니다. 동료들과 서로 패스를 주고받거나 약속된 공간 플레이를 펼치며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었죠. 그 속에서 라돈치치는 지난해보다 기량이 부쩍 성장했고 몰리나는 이타와 이기의 기질을 모두 겸비한 파괴적인 윙어로 거듭났습니다. 또한 '미운 오리'로 낙인 찍혔던 라돈치치는 신태용 감독의 철저한 선수관리에 백기를 들며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됐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성과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남은 스쿼드에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경험 부족'이라는 고비에 주저앉기 쉬우며, 신태용 감독 또한 사령탑으로서의 경험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젊고 유망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굳건히 믿으며 신뢰했고, 그 역량이 그라운드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홍철-조재철-송호영-윤영선-고재성 같은 1~2년차 신예들이 갈수록 일취월장 기량을 뽐내며 그 역량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담대한 기질을 키웠습니다. 이제는 K리그에서의 선전 및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경험하면서 큰 경기에 주늑들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믿었기 때문에 이들이 제 몫을 다한 것이죠.
지난 20일 사우디 클럽 알 샤밥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은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 승리였습니다. 4-4-2 포메이션을 4-3-3으로 변화하고 풀백 자원이었던 김성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며 상대팀 플레이메이커 카마초를 계속 따라다니도록 프리롤 역할을 맡겼습니다. 카마초를 봉쇄하면 알 샤밥의 공격 숨통이 끊어진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차전 사우디 원정에서 장거리 이동 및 기후 변화에 따른 체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해 3-4로 패했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무실점 승리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김성환을 중앙으로 포지션을 이동하여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고, 미드필더 및 공격수들까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던 것이 1-0 승리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신태용 감독과 성남의 가장 큰 고비는 조바한(이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입니다. 라돈치치-전광진이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결장하며 홍철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됩니다. 세 명의 주축 선수를 포기하고 우승에 도전하기 때문에 전력 누수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성남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온갖 어려움을 뒤로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고, 최근 1~2년 동안 주축 선수들과 작별하면서 오히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조직력이 향상됐습니다.
또한 신태용 감독이 자신의 지도력을 발판으로 성남의 결승 진출을 이끈 것은 대형 선수 존재감에 집착하거나, 단기전에 약한 지도자가 아님을 입증합니다. 결승전이 어려운 경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신태용 감독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초보 사령탑에서 벗어나 '명장의 향기'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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