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7일 UAE전에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10일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전과 17일 이란전을 통해 오름세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기는 '아시아의 맹주'를 놓고 벌인 '동양vs중동' 강호들의 대결로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홈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 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안방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이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죠.
그러나 경기 결과는 0-0으로 비긴데다 경기 내용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다는 느낌입니다. 사우디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적극적인 승부를 했지만 전반적인 경기 운영은 이전에 비해 개선된 것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현 전력의 불안 요소가 가중되면서 팀 전력의 최대화를 시키기에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우디전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과제가 제시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0-0 무승부를 통해 허정무호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과 개선사항은 무엇일까요?
허정무호 중원 딜레마, 변화가 필요하다
허정무호의 중원은 김정우가 UAE전 퇴장, 김치우가 스포츠헤르니아(탈장)로 대표팀에서 하차하면서 남은 중앙 미드필더 자원인 조원희와 기성용을 선발로 기용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기 때문에 사우디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사우디 중원이 조원희-기성용의 전방 침투 공간을 애워 쌓으면서 두 선수의 공격력이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1분에 조원희가 기성용에게 횡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미스를 범한 이후부터 두 선수의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더군요.
한국은 전반 40분까지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 공격 빈도에서 각각 27-16-57(%)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우디가 37-31-32(%)를 기록했던 것과 다르게 중앙 공격이 빈약했죠. 후반 20분에는 30-19-51(%)를 기록했는데 사우디의 37-33-30(%)와 비교하면 중앙 공격 빈도가 약했습니다. 이는 기성용 중심의 중원 경기 운용이 통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기성용과 '박주영-이근호' 투톱의 간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면서부터 한국의 중앙 공격이 약해지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 공격으로 쏠리는 단조로움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앵커맨 성격을 띄고 있는 기성용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성용이 활동폭을 자유자재로 넓히지 못하면서 중원의 경기 운용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입니다.
기성용의 경기력이 최대한 살아나려면 그 옆에 조원희가 아닌 김정우가 있어야 합니다. 기성용이 상대팀 압박에 밀리더라도 김정우의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전진패스를 통해 전방 공격수들이 골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원희는 수원 시절부터 전방 패스에 약한 모습을 나타냈던 선수이며 김정우는 기성용의 공격력을 보조하기에는 궃은 역할에서 자신의 공격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취약함을 안고 월드컵 본선에서 4-4-2를 쓰기에는 한국이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앞으로 세계적인 강팀과 그에 준하는 수준급 팀들과 경기를 꾸준히 가질 계획인데, 현 상황으로는 중원에서 약점을 간파 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기성용 중심의 중원 운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중원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 공존, 이번에도 실패했다
허정무호는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박주영-이근호' 투톱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정성훈이 골 부진 및 부상에 시달리면서 조커였던 박주영이 주전으로 올라왔던 것이죠. 하지만 두 선수가 올림픽대표팀 시절을 포함해서 최근 5경기 동안 이렇다할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던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 선수를 대체할만한 공격 자원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병수-양동현-신영록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주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하죠.(신영록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하여 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죠.)
박주영과 이근호는 체격이 크지 않지만 빠른 순발력과 지능적인 위치선정, 그리고 상대 골문을 맘껏 흔드는 슈팅에 능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서로 투톱 공격수를 맡을 때마다 최전방에서 서로 동선이 겹치는 단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대표팀 공격이 박주영쪽으로 중심이 쏠리면서 이근호가 공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예전에 비해 부족해졌습니다. 이근호는 정성훈처럼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등지는 플레이를 즐기는 성향의 공격수와 호흡하는 과정에서 많은 골을 터뜨렸는데, 정성훈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박주영과의 호흡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선수를 보면 잉글랜드 대표팀의 '램퍼드-제라드' 중앙 미드필더 조합을 보는 것 같습니다. 프랭크 램퍼드와 스티븐 제라드는 잉글랜드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들이지만 A매치에서는 좀처럼 위력이 반감 되었습니다. '1+1=2'가 아닌 '1+1=1'이 되면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유로 2004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유로 2008에서는 본선 진출 조차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사례가 '박주영-이근호' 투톱의 문제점을 보는 것과 흡사합니다.
허정무 감독이 후반 27분에 박주영을 빼고 양동현을 교체 투입한 것은, '박주영-이근호' 투톱에 문제점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박주영은 UAE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몸놀림을 보였던 선수였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공격력 향상을 위해 무언가의 변화를 줄 것이라는 의미를 내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박주영-이근호 투톱에 대한 수정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만약 두 선수의 투톱 체제를 계속 운용한다면 사우디전에서 서로 주고 받는 플레이를 활발히 시도하거나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부분 전술 개선을 통해 두 선수의 공존을 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중원 문제까지 더해서' 4-3-3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이근호의 골 감각을 살리기 위해 정성훈-이동국-조재진 같은 문전 플레이를 즐기는 공격수가 필요합니다.
코너킥 11개-프리킥 6개,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세트 피스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말 대표팀 소집 이후 지금까지 세트 피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시간을 할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떠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세트 피스 과정에서 넣은 골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죠. 특히 이번 사우디전에서는 코너킥 11개와 프리킥 6개를 얻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기성용과 이청용을 비롯한 키커들의 슈팅 정확성이 떨어졌으며 이를 살리기 위한 다른 선수들의 전술적인 플레이도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세트 피스는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쉬운 것입니다. 기성용과 이청용, 박주영 같은 키커들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간으로 슈팅을 날린다면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죠. 지난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는 이천수가 자신이 직접 프리킥골을 넣으면서 2-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이란 원정에서는 후반 36분 0-1로 뒤진 상황에서 기성용의 프리킥이 박지성의 헤딩 동점골로 이어졌죠. 그때의 경험을 되살리면 세트 피스를 통해 골을 넣을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이 요구됩니다. 허정무호가 지금까지 꾸준히 세트 피스 훈련 했던것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선수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By. 효리사랑
효리사랑(축구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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