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 이근호(24)의 차기 행선지는 결국 네덜란드 빌렘Ⅱ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이근호는 지난 시즌 종료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스페인, 잉글랜드, 벨기에, 프랑스 팀들과 협상을 했지만 번번이 좌절된 뒤 K리그 타팀(성남, 전북) 이적 작업 마저 지지부진 했습니다. 대구에 잔류할 수 있었지만 선수 본인이 유럽행을 간절히 원하면서 빌렘Ⅱ의 입단 테스트에 응하여 2일 출국했습니다.
우선, 입단 테스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근호의 계약이 성사될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올림픽대표 시절 사령탑이었던 핌 베어벡 현 호주 대표팀 감독이 빌렘Ⅱ에 영입 추천을 했기 때문에 입단 테스트 자격으로 네덜란드에 가게 된 것이죠. K리그 선수 등록 마감이 2일 부로 끝났기 때문에 만약 빌렘Ⅱ 입단이 좌절된다면 무적 신분이라는 엄청난 타격이 돌아갈 것입니다. 대구에 잔류할 수 있었음에도 유럽 진출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한 이근호의 선택에 어떤 결과가 맺어질지 주목됩니다.
어쩌면 이근호의 빌렘Ⅱ 진출은 '무모한 도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빌렘Ⅱ는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13위(7승4무14패, 승점 25점)에 속했는데 강등권에 속한 16위 로다 JC(5승6무14패, 승점 21점)와의 승점 차이가 4점에 불과합니다. 아직 9경기가 남은 만큼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해 1월 에레데비지에로 진출했던 일본 올림픽대표팀 출신 선수인 혼다 케이스케(VVV펜로)의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혼다는 당시 13위였던 펜로에 진출했지만 팀이 시즌 후반 극심한 부진으로 강등되는 바람에 현재 2부리그에서 활약중입니다.
네덜란드 리그는 상위권과 하위권 클럽의 격차가 큽니다. 빌렘Ⅱ는 그동안 중위권과 하위권 사이를 오갔지만 팀 수준이 K리그보다 높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K리그 팀들의 경기력이 '단골 꼴지' 광주를 제외하면 서로 상향 평준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근호가 빌렘Ⅱ에 적합한 선수인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네덜란드 리그가 클럽끼리의 수준 격차 때문에 많은 골이 속출하고 있으며 다니엘 알베스(미들즈브러) 디르크 카윗(리버풀) 마테아 케즈만(파리 생제르망, 전 첼시-AT 마드리드) 같은 선수들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빅 리그에서는 네덜란드 리그 시절 만큼의 득점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죠.
그럼에도 이근호가 빌렘Ⅱ에 입단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의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K리그 선수 등록이 마감되었을 뿐더러 다른 유럽 팀들을 알아 보더라도 시간 소모가 불가피합니다. 현재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4월에 유럽 팀에 입단한다면 선수의 개인 기량에 적지 않은 손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만큼 이근호로서는 빌렘Ⅱ 입단 테스트에서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빌렘Ⅱ가 이근호를 원하는 이유는 다른 팀들에 비해 득점력이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28골을 기록중인 빌렘Ⅱ는 데 그라프샤프(17위, 16골) ADO 덴 하그(15위, 25골) SC 헤라클레스(12위, 27골)에 이어 최소 득점 4위에 올라있습니다. 강등권에서 벗어나려면 공격력 강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난 시즌 K리그 국내 공격수 득점 1위이자 최근 A매치 7경기에서 6골을 넣은 이근호에게 영입 눈독을 들이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8일 헤라클레스전을 시작으로 14경기에서 1승1무11패로 극도의 부진에 빠진데다 프랑크 데무제와 메메트 아크귄이 부진 및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걸출한 공격수의 영입이 불가피합니다. FA 신분인 이근호의 영입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이유죠.
어떤 분들은 입단 테스트가 굴욕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입단 테스트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다 몇몇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팀의 입단 테스트 제의에 난색을 표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리 빌렘Ⅱ가 K리그 수준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가진 팀인지 의문이더라도 엄연히 유럽팀입니다. 송종국이 2006년 10월 스포츠 2.0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구단에선 아시아 선수를 잘 모른다. 큰 대회를 통해 어떻게 알게 되더라도 위험 부담이 있어 거액을 투자하려는 구단이 없다"고 말했던 것 처럼 유럽팀의 시각에서 보면 이근호는 검증이 안된 선수입니다. 아무리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할지라도 아직 단 4경기만 치렀을 뿐이죠. 더욱이 이영표는 2003년 PSV 에인트호벤 입단 당시 6개월 임대+3년 계약 자격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이근호는 유럽에서 뛸 자격이 충분한 선수입니다. 배운다는 자세로 입단 테스트를 겸허히 수용하고 현실에 눈높이를 맞췄기 때문이죠. 국내에 잔류했다면 많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빌렘Ⅱ로 가면 많은 연봉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대구 시절에 받았던 대우보다 더 열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돈보다는 앞으로의 미래를 염두하며 모험을 감수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근호는 빌렘Ⅱ가 유럽팀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 아닙니다. 네덜란드 리그는 선수 장사로 많은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수 영입 및 이적이 활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근호가 빌렘Ⅱ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에인트호벤이나 페예노르트 같은 리그 상위권팀에 이적하거나 독일이나 프랑스리그 같은 다른 유럽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빌렘Ⅱ는 유럽에서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일 뿐 이근호로서도 오랫동안 남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수 본인으로서도 네덜란드 중하위권에 오랫동안 남는 것보다는 K리그에 있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이근호가 빌렘Ⅱ하면 여러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네덜란드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근래들어 한국인 선수들이 활발하게 진출한 해외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프랑스 르샹피오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일본 J리그(J2리그) 뿐입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유소년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한국인 선수가 성공한 사례가 없었으며 러시아를 거쳐 다른 유럽 리그에 진출한 선수도 없었습니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도 송종국은 뚜렷한 성공을 거둔 선수라고 보기가 어렵고 김남일과 이천수는 철저하게 실패한 선수들입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 리그는 팀들끼리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상위 클럽이 아니면 주전급 선수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K리그의 정상급 공격수라면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기회가 쉽겠죠. 상위 클럽에서 뛰는 것도 좋겠지만 그 이전에는 출전 보장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쩌면 빌렘Ⅱ 입단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근호가 성공하면 또 다른 한국인 선수들이 네덜란드에 둥지를 틀 수 있는 것이며 선수 이적이 활발한 이점을 노려 다른 유럽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근호의 빌렘Ⅱ 입단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빌렘Ⅱ와의 입단 테스트를 앞둔 이근호는 결국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입단 테스트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실패하면 무적 신분인 만큼 입단 성공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빌렘Ⅱ 입단은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라며 더 나은 유럽 팀으로 이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