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디에 드록바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블루스' 첼시는 지난 16일 블랙번전 2-0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4위에 복귀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리그 9경기에서 1승에 그쳤지만 블랙번전에서 간만에 승리를 챙기면서 끝없는 내림세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블랙번전에서 31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2골에 그쳤던 공격력 불안을 놓고 보더라도 정상적인 경기력을 되찾는데 실패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즌 초반 리그 독주 체제를 달렸으나 최근 4~5위를 반복하는 첼시의 행보는 문제 있습니다.
첼시의 오름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적시장 실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1월 이적시장 기간의 3분의 2가 끝난 시점에서 어느 누구도 파란색 유니폼을 입히지 못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토트넘과 각각 에딘 제코, 스티븐 피에나르 영입전에서 패했을 뿐만 아니라, 벤피카의 반대로 다비드 루이스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리 케이힐(볼턴) 로멜루 루카쿠(안더레흐트) 영입 작업도 최근에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습니다. 이적시장을 통해 성적 향상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 움직임이 더딥니다.
또한 프랭크 램퍼드가 장딴지 부상을 당하면서 첼시 미드필더 운영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램퍼드의 부상이 가벼운지, 얼마만큼 결장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첼시와 잉글랜드 대표팀을 오가며 수많은 경기를 뛰었던 부상 후유증 때문에, 무리한 경기 출전이 조심스럽습니다. 문제는 램퍼드 이외에는 허리에서 창의적이고 예측 불허의 볼 배급을 과시할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조 콜-데쿠-발라크 같은 노장들을 지난해 여름에 물갈이했던 여파가 큽니다. 긴축 재정에 따른 주급 삭감 정책 및 노령화에 빠진 스쿼드를 정리하기 위해서 작별했지만, 세 선수와 성향이 비슷한 유형의 대체 자원이 부족했던 것이 첼시의 패착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첼시의 부진이 디디에 드록바의 폼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드록바는 지난해 11월 초 말라리아 감염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걷잡을 수 없이 경기력이 나빠졌습니다. 11월 3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전까지 10경기 6골 6도움을 기록했으나(챔피언스리그 포함) 그 이후 지금까지 14경기 3골 4도움에 그쳐 페이스가 꺾였습니다. 또한 첼시는 10월까지 리그 10경기 8승1무1패(27골, 3실점)를 달렸으나 그 이후 리그 12경기에서 3승5무5패(11골, 16실점)의 부진에 빠집니다. 센터백을 맡는 테리-알렉스의 부상 여파, 마이클 에시엔 징계, 레이 윌킨스 전 수석코치의 경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기력이 나빠졌습니다.
특히 득점력 저하는 첼시가 이겨야 할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출신 윙어' 말루다-아넬카 부진도 없지 않았지만, 드록바가 골을 해결짓지 못하면서 팀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침체 국면에 빠졌습니다. 그렇다고 드록바가 슈팅에 소극적으로 바뀐 것도 아닙니다. 지난 6경기에서 33개의 슈팅을 날리며 6개의 유효 슈팅, 1골을 기록했습니다. 기록을 놓고 봐도 골 결정력의 '영점'을 못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슈팅 기회를 놓쳤거나,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슈팅을 날렸던 것이 흠입니다. 지난해 12월 12일 토트넘전에서는 페널티킥까지 실축했습니다. 킥의 정확성이 떨어졌죠
드록바의 가장 큰 문제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닙니다.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말라리아 감염 후유증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최상의 컨디션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동안 첼시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것, 남아공 월드컵 직전이었던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것, 팔 부상을 딛고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강행하는 악전고투, 그 이후 사타구니 수술을 받으며 몸을 회복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팀의 엷은 선수층 때문에 무리하게 출전을 감행하고 있으며 말라리아 감염까지 겹쳤습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부상 및 컨디션 저하, 혹사 앞에서는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기 힘듭니다.
특히 드록바의 올해 나이는 33세 입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 시기를 맞이했죠. 나이가 많을 수록 부상 회복이 길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슬럼프가 계속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출전 기회는 더 많을 것입니다. 첼시가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금까지 정황상으로는 드록바 대체자를 1월에 보강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변수가 작용할 수 있겠지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소극적인 로테이션 정책 때문에 다니엘 스터리지가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죠. 첼시는 5위 추락을 면해야 하는 입장이고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도전하기 때문에 드록바의 힘이 더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드록바는 침체를 이겨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첼시의 에이스로서 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자신의 숙명입니다. 첼시의 이적시장 행보가 순탄치 않은 현실에서는 드록바를 비롯한 기존 선수들이 분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말루다-아넬카의 폼이 정상적이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드록바의 거침없는 골 생산이 첼시에게 필요합니다. 특히 드록바는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교체되었던 2008/09시즌 후반기에 포스트 플레이-순발력-위치 선정이 살아나면서 다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부상 후유증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전반기 행보를 이겨냈죠. 그 자신감은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9골)에 오르며 첼시의 우승을 이끈 결정타로 이어졌습니다.
드록바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2009년 2월 첼시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만나면서 붙박이 주전을 확보하며 경기력 향상의 발판을 얻었던 것이 그 예 입니다. 그렇다고 안첼로티 감독을 경질하자는 논리는 아니지만, 꾸준한 선발 출전을 보장받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어느 한 경기에서의 골 폭풍에 힘입어 시즌 후반기를 질주할 수 있는 포스가 절실합니다. 공격수는 경기 당일 바이오리듬에 의해 활약상이 엇갈리며 심리적인 요소까지 중요합니다. 자신의 경기력에 따라 첼시의 시즌 순위가 좌우할 수 있음을 드록바가 인지해야 합니다. 드록바의 부활이 첼시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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