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디에 드록바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한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위로 추락했던 첼시의 2위 도약은 예상치 못했던 일 입니다. 그동안 2위를 고수했던 아스널의 걷잡을 수 없는 침체가 첼시의 순위 향상으로 귀결되었지만, 시즌 중반까지 슬럼프로 고전했던 첼시의 오름세는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어렵지만, 리그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제치고 역전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디디에 드록바(33)가 있습니다. 시즌 후반부터 최전방에서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회복하면서 첼시 공격을 지탱했습니다. 한때는 말라리아 감염 후유증에 시달리며 전체적인 폼이 좋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무거운 기세를 떨치고 공간을 활발히 움직이고 연계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다. 지난 16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는 동점골을 넣으며 첼시의 3-1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 20일 버밍엄전에서는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이 또 다시 3-1로 웃을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7일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유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투입하여 탈락 위기에 몰렸던 첼시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최전방 및 2선을 가리지 않고 주변에서 연결되는 볼을 따내며 2차 패스를 시도하거나 슈팅을 날리며 맨유 진영을 위협했죠. 그 결실은 후반 32분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1분도 되지 않아 박지성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첼시가 탈락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드록바를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았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용병술 실패를 아쉬워 했습니다.
이러한 드록바의 폼은 현지 언론에서 제기하는 방출 위기에 몰린 선수가 맞는지 의문스럽게 합니다. 지금의 활약상에서는 무기력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했던 클래스를 발휘하고 있는 최근입니다. 역설적으로는 드록바가 각성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첼시에서 뛰기 위해 온 힘을 다하며 '쫄깃한 활약'을 펼쳤죠. 이제는 말라리아 감염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시즌 중반보다 컨디션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드록바가 다음 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때는 30대 중반이 되면서 1~2시즌 전에 비해 운동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체력적인 리스크는 불가피합니다. 페르난도 토레스의 존재감과 맞물리면 첼시 방출설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토트넘 이적설까지 제기하는 실정입니다. 아무리 본래의 폼을 되찾았지만 롱런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죠.
그럼에도 드록바 방출은 첼시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토레스의 실패를 대비하는 보험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지금까지는 드록바-토레스 투톱이 실패했으며 다음 시즌에도 공존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토레스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며 골 기회를 노리는 패턴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공격 지원이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팀원들과의 손발이 안맞았죠. '먹튀'로 치닫는 슬럼프의 여파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면 첼시의 행보에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가 드록바라는 확실한 공격 자원을 버려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드록바는 조커로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지난 7일 맨유전 활약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선발 출전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힘을 소모하며 첼시 공격의 활기를 띄우고 상대 수비를 지치게 할 수 있는 특징이 있죠. 토레스가 해결하지 못하면 드록바에게 기대를 걸을 수 있는 것이 첼시의 다음 시즌 무기입니다. 물론 첼시가 그 무기를 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토레스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첼시에게 가장 필요한 선수는 최전방과 2선 사이에서 킬러 패스를 공급하며 경기를 지배하는 성향의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리버풀로 치면 토레스의 공격적 재능을 도와줬던 스티븐 제라드 같은 유형입니다. 프랭크 램퍼드는 왼쪽 인사이드 지역을 넓게 움직이며 패스를 벌려주는 성향의 선수로서 그 역할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2008/09시즌 초반 다이아몬드 체제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으나 기대 이상의 폼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그 예 입니다. 첼시는 토레스의 골 역량을 보조할 적임자가 필요하며 현재까지 루카 모드리치(토트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첼시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모드리치 영입에 실패하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클래스를 지닌 선수를 데려오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모드리치의 경우에는 토트넘이 다른 팀으로 유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옵션입니다. 결국에는 드록바가 첼시 공격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진에 빠진 선수(토레스)를 다음 시즌 팀 전술의 중심으로 활용하기가 어색한 이유도 있겠지만, 새로운 공격 옵션을 영입하더라도 그 선수가 첼시에 무난히 적응할지는 의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첼시로 이적했던 공격수 및 미드필더 중에는 먹튀 논란에 빠진 인물들이 여럿 입니다. 드록바 만큼 검증된 첼시 공격수는 팀 내에서 없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거취 또한 변수입니다. 만약 새로운 감독이 안첼로티 감독을 대신하여 첼시 사령탑을 맡으면 스쿼드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물론 첼시 감독직은 선수 영입 권한이 없지만, 그 감독의 입김에 맞는 선수의 영입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라파엘 베니테즈 전 리버풀 감독이 첼시 지휘봉을 잡지 않는다면 드록바를 중용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토레스보다는 드록바가 더 믿을 수 있는 자원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잔류하면 드록바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럼에도 현지 언론에서는 드록바의 첼시 방출을 제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록바는 첼시에 잔류해야 할 선수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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