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일 스완지 시티전 1-0 승리는 꾸역꾸역 승점 3점을 챙겼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경기 내용의 허전함 속에서 승리를 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당시에도 이러한 경기들이 많았죠. 흔히 맨유의 경기를 두고 '꾸역꾸역'이라는 키워드가 흔하게 쓰이는 이유입니다. 스완지 시티전에서도 그랬습니다. 90분 동안 상대팀 저항을 견디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단 1골로 승점 3점을 획득했죠. 그럼에도 '꾸역꾸역 모드'는 강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맨유의 경기를 보면서 득점력 감소는 아쉬움에 남습니다. 최근 4경기에서 5골에 그쳤습니다. 4경기 모두 무실점을 달성하며 승리했지만 시즌 초반 5경기(커뮤니티 실드 포함)에서 21골 퍼부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골 생산이 둔화됐습니다. 그때는 맨체스터 시티를 3-2로 제압했고 아스널을 상대로 8번의 골망을 흔드는 괴력을 과시했지만 어디까지 반짝이었죠. 특히 박지성, 웨인 루니, 루이스 나니의 골이 뜸해졌습니다.

맨유의 중앙 문제, 박지성-루니의 발목을 잡았다...나니는 과부하?

박지성은 올 시즌 1골 4도움 기록했습니다. 맨유에서 궂은 역할이 많았던 만큼 공격 포인트가 준수했지만, 지난 8월 28일 아스널전 이후 약 80일 동안 골이 없었습니다. 2010/11시즌 8골을 터뜨렸던 활약상에 비하면 골이 줄어든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에서는 2골을 작렬했고 11월 28일 블랙번전에서는 시즌 5호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수비형 윙어에서 공격형 윙어로 진화하며 자신에게 부족했던 득점 감각을 키웠다면, 올 시즌에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늘어나면서 골 비중이 줄었습니다. 박지성 스스로의 득점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 팀 내 역할 변화가 결정타가 됐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죠.

그런 박지성은 최근 6경기에서 슈팅 3개를 날렸습니다. 골 기회가 적었죠. 과감함 부족을 아쉬워하는 일부 축구팬에게 반론을 제기하면 '과감함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박지성 폭풍 드리블'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할 정도로 박지성이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장면이 많은 편인데, 그 이상의 에너지를 기대하기에는 맨유의 팀 밸런스가 깨집니다. 박지성의 활동량이 버텨주지 못하면 맨유의 미드필더 밸런스는 붕괴됩니다. 지난 6일 선덜랜드전에서는 플래처, 20일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긱스-캐릭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박지성 움직임에 힘입어 활발한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박지성이 근처 공간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면서 볼 배급에 전념할 수 있었죠.

박지성은 스완지 시티전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중앙에서 볼 터치가 많았습니다. 패스 56개를 시도했는데 패스 미스가 4개에 불과했습니다.(패스 정확도 : 92.8%) 평소 왼쪽 윙어로 뛰었을 때 패스 50개를 넘긴 경우가 드물었는데, 긱스-캐릭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면서 잔패스가 많아졌습니다. 긱스와 캐릭은 각각 77개, 94개의 패스를 시도했으며 쉐도우를 맡았던 루니도 62개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스완지 시티전 이전에 4-4-2 중앙 미드필더, 4-1-4-1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 역할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즌 이맘때는 상대 박스쪽을 파고들며 골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면, 올 시즌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치우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어쩔 수 없습니다. 맨유의 중앙이 허약 합니다. 맨유 중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클레버리-애슐리 영이 부상 당하면서 맨유의 공격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두 선수가 건재할때는 상대 수비 속도보다 더 빠른 공격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상대에게 읽히는 공격 패턴이 거듭 됐습니다. 중앙에서 킬러 패스를 뿌려주는 선수의 존재감이 아쉽고, 긱스-캐릭-플래처-안데르손의 올 시즌 활약상은 움직임에서 기복을 탔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최근에 박지성-루니를 중앙 미드필더(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 포함)로 배치한 것과 연관이 깊죠.

그런데 루니도 골 생산이 줄었습니다. 그것도 박지성과 똑같은 사유입니다. 중앙 미드필더 공간에서 지공을 유도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볼 터치가 늘어났지만 오히려 득점력이 지지부진 했습니다. 최근 5경기 연속 골이 없으며, 9월 18일 첼시전 1골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6경기 연속 골이 없습니다. 볼 배급에 주력하면서 골이 부족해진 케이스죠. 2007/08, 2008/09시즌에도 동료 선수의 득점력을 보조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늘었지만 그때도 골 부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금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몇 경기 뛰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논란이 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공격수로 복귀했지만 정확히는 쉐도우였죠. 이날 패스 62개를 기록했으며(57/62개) 동료 공격수로 뛰었던 에르난데스(18/23개)보다 더 많은 수치 였습니다.

반면 나니의 골 부족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최근 9경기 연속 골이 없으며, 공격 포인트까지 포함하면 스탯이 8경기 연속 그대로 입니다. 지난 시즌에 꾸준히 골-도움을 기록하며 맨유 공격의 활력을 키웠지만 올 시즌에는 공격형 윙어 답지 못한 기세를 보였습니다. 자신의 주무기였던 얼리 크로스가 점점 부정확하며,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잦은 패스미스(30/45개, 15개 미스)를 비롯해서 퍼스트 터치 불안으로 볼 관리에 소홀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맨유의 공격력 저하를 키웠습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과부하가 경기력 침체의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슐리 영이 부상 당하고 발렌시아가 부상 후유증에 빠진 상황에서 나니의 공격력 저하는 맨유에게 반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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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이스 나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포르투갈 국적의 윙어 루이스 나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입지 약화는 이미 예고된 시나리오 였습니다. 박지성-안토니오 발렌시아의 부상 복귀로 나니의 활용 빈도가 낮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첼시 원정, 4강 1차전 샬케 원정 선발 제외가 그 이유죠. 첼시 원정 이전이었던 지난 2일 웨스트햄전에서는 후반 42분에 교체 투입했습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에서는 나니가 팀 내에서의 비중이 낮아진 것을 이유로 이적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AC밀란, 인터 밀란이 그 대상입니다.

물론 나니가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난 17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 20일 뉴캐슬전, 23일 에버턴전에 선발 출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맨시티전은 웨인 루니가 징계로 결장했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휴식 차원에서 선발 제외 됐습니다. 뉴캐슬-에버턴전은 박지성이 체력 안배를 이유로 결장했죠.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4강 1차전은 박지성-발렌시아 조합이 측면을 담당했습니다. 나니는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지만 맨유의 어쩔 수 없는 로테이션 멤버였으며, 박지성-발렌시아 복귀의 피해자 였습니다.

'포텐 터진' 나니, 어쩔 수 없는 로테이션 멤버

나니는 2007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프리미어리그 30경기 9골 18도움을 올렸으며 특히 도움 부문에서는 파브레가스(아스널, 14개)를 밀어내고 1위를 기록중입니다. 또한 나니의 존재감은 스탯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팀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이타적인 기질이 제법 성숙해졌고, 측면에서 양질의 볼 배급을 연결하며 공격 옵션들의 골 역량을 키우고 상대 수비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아우라를 자랑했습니다. 윙어로서의 득점력 및 킥력까지 겸비했죠. 올 시즌 맨유 선수중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인물 중에 한 명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나니의 활약상은 2006/07시즌의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보는 듯 합니다. 당시 호날두는 포르투갈 출신 미완의 대기에서 벗어나 맨유의 중심이자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도약했죠. 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이를 증명합니다. 맨유가 '호날두 시프트'로 불리우는 호날두 중심의 공격 전술을 즐겨 구사했던 것도 이때부터 였습니다. 개인기 및 탐욕이 콘셉트였던 호날두를 팀의 주연으로 올리며 공격력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던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프리미어리그 3연패 및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힘입어 꽃을 피웠죠. 호날두의 전례라면, 나니는 현 시점에서 팀의 에이스가 되었어야 할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는 누구도 팀의 중심이 아닙니다. 호날두는 2년전에 떠났고, 지난 시즌 맨유의 득점력을 책임졌던 루니는 올 시즌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의 골 역량을 도와주는 역할로 전환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리그 득점 1위에도 불구하고(약팀 경기에 골이 많은 비효율적인 스탯) 벤치 멤버로 전락했고, 그런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밀어낸 에르난데스도 에이스라고 치켜 세우기에는 어색합니다. 만약 나니가 맨유 공격의 절대적인 존재였다면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4강 1차전에서 선발로 뛰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발렌시아를 중용했죠. 굳이 맨유의 중심을 꼽으라면, 퍼거슨 감독입니다.

맨유는 호날두가 에이스로 군림했던 시절에 비해 선수층이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올 시즌에는 주력 선수들이 줄 부상 및 부진에 시달렸던 어려움이 있었죠. 그럼에도 맨유는 퍼거슨 감독에 의해 철저한 '팀 플레이'로 무장하며 꾸역꾸역 승점을 챙겼습니다. 특정 선수 존재감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단합하여 성과를 쌓아올리는 조직력의 팀으로 변신했습니다. 나니의 경우에는 올 시즌 스탯이 화려했지만 그 기반에는 팀 플레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자신이 밀어준 패스 또는 크로스를 동료 선수가 골로 화답하거나, 또는 동료 선수가 밀어준 골 기회를 마무리짓거나, 연계 플레이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 플레이들이 거의 매 경기에 유기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박지성-발렌시아의 복귀는 퍼거슨 감독이 상대팀에 맞게 '맞춤형 전술'을 활용하는 이득을 안겨줬습니다. 일정한 스쿼드가 아닌, 상대팀 약점을 물고 늘어질 수 있는 변헝적인 스쿼드로 맞설 수 있게 됐죠. 그 일환 중에 하나는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 이었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가 부상 후유증 없이 돌아왔다는 점, 그동안 맨유의 중원이 취약했던 특징이 서로 맞물리며 긱스의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래서 첼시전에서는 선 수비-후 역습이 가능했고, 샬케전에서는 점유율 축구로 상대의 허를 찔렀습니다. 그 중심에는 긱스가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조율했고 박지성-발렌시아가 경기 상황에 맞게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죠. 두 명의 윙어는 공격과 수비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나니는 박지성-발렌시아처럼 수비력이 강한 윙어가 아닙니다. 지난 1년 동안 수비 가담이 부쩍 좋아지면서 협력 수비에 자신감을 얻었지만, 박지성-발렌시아에 비하면 상대 선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거나 볼을 따내는 면모는 아직 숙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첼시전에서는 보싱와-애슐리 콜의 오버래핑을 봉쇄할 적임자가 되지 못했고, 샬케전에서는 상대팀의 강점인 빠른 역습을 차단하기에는 공격적인 성향이 치우치는 콘셉트와의 부조화가 걸림돌 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의해 중용받지 못했습니다.

나니의 공격력은 박지성-발렌시아보다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에버턴전 부진이 퍼거슨 감독에게 안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됐죠. 당시 왼쪽 윙어로 출전했으나 루니-에르난데스에게 압박이 집중된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도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움직임을 취했던 것이 화근입니다. 올 시즌 오른쪽 윙어로 많은 경기에 모습을 내밀었던 감각적인 문제,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체력적인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나니의 또 다른 습관은 왼쪽이 아닌 오른쪽 윙어로서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했습니다. 오른발로 얼리 크로스를 띄우는 타이밍이 오른쪽에서 빠르며 왼쪽에는 박지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오른쪽이 '수비력이 강한' 발렌시아의 자리입니다. 발렌시아도 나니못지 않게 크로스가 뛰어난 윙어입니다.

물론 나니는 베르바토프처럼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샬케 원정 이전까지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습니다. 적어도 베르바토프처럼 '위기의 남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박지성-발렌시아가 휴식을 취하는 경기라면 나니의 선발 출전은 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세 명 모두 로테이션 멤버입니다. 하지만 나니는 호날두가 과거 맨유의 에이스로 성장했던 패턴을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제외되었죠. 앞으로 남은 아스널전-샬케전(2차전)-첼시전은 그동안의 양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박지성-발렌시아 복귀에 의해 팀 내 입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합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맨유가 선수들의 내부 경쟁 가열에 힘입어 시즌 후반에 오름세를 달리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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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성-안토니오 발렌시아-루이스 나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13일 FA컵 8강에서 아스널을 2-0으로 제압하면서 첼시-리버풀전 패배의 분위기를 날렸습니다. '브라질 쌍둥이 형제' 파비우-하파엘이 좌우 윙어로 포진하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변칙 전술이 아스널전 승리의 원동력이 되면서 맨유에게 내제되었던 무기력함을 극복할 수 있었죠. 후반전에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교체 투입하면서 6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또한 박지성, 루이스 나니가 팀 훈련에 참여하면서 복귀가 임박했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복귀는 맨유 측면이 팀 전력의 약점에서 강점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발렌시아가 지난해 9월 15일 레인저스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던 이후, 6개월 동안 세 명의 선수를 로테이션 시스템에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라이언 긱스가 체력 저하 및 두 번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에 꾸준히 공헌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퍼거슨 감독의 측면 운용은 늘 고민거리였죠. 한때 '베베르탕(베베+오베르탕)'이 투입했고, 루니-플래쳐가 측면을 담당했고, 지난 아스널전에서 브라질 쌍둥이 형제가 윙어로 전환했던 때가 있었지만,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복귀의 무게감은 '상상 이상의 결말'을 기대하게 됩니다.

타이밍이 절묘한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복귀

우선, 맨유는 앞으로 치를 모든 경기가 중요합니다. 한 경기 희비에 따라 우승을 판가름할 수 있죠. 가깝게는 오는 16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마르세유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상대팀을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골과 실점을 번갈아가면서 무승부에 그치면 원정 다득점에 의해 16강에서 탈락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2위 아스널과 승점 3점 차이로 앞섰지만, 북런던 팀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기 때문에 선두 수성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FA컵 4강 상대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 입니다. 상대팀 이름 만으로 FA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 박지성-발렌시아-나니의 복귀 시점이 늦어졌다면 경기력이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이 측면 약점을 파고들거나, 또는 루니-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같은 공격수들을 봉쇄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아스널전에서 파비우-하파엘 윙어 전환이 성공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루니-에르난데스 투톱과의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던(전반 28분 파비우 선제골 과정 논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두 선수는 향후 풀백으로 육성되어야 할 유망주들이죠. 그렇다고 긱스-오베르탕-베베를 거의 매 경기마다 믿을수는 없는 일입니다. 박지성-발렌시아-나니의 복귀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재계약을 위해서 열심히 뛰어야 하는 숙명에 있습니다. 계약 기간은 내년 6월까지 였지만, 맨유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으면 재계약 성사를 결정합니다. 박지성이 맨유 롱런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기는 올 시즌 후반기 입니다. 지난해 11~12월 맨유의 선수로 뽑힐 만큼 올 시즌 무르익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경험이 있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선덜랜드전 이후 80여일 동안 아시안컵 출전 및 햄스트링 부상으로 맨유 전력에 참여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팀을 위해서 6시즌 동안 헌신했던 내공은 맨유의 성적 향상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끝내 극복했던 저력이라면 앞날 행보를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4주 회복 기간을 모두 채웠으며 그 사이에 무리하게 투입 되지 않았습니다. 아시안컵 피로 여파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이미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3월 말 A매치 데이를 치르지 않는 것도 플러스입니다. 긱스가 1주일에 두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님을 감안하면, 박지성이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명분이 세워집니다. 실전 감각 및 자신의 장점을 되찾으며 경기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강팀 킬러'로서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은 맨유의 우승을 결정짓는 시즌 후반에 필요한 존재임을 부각시킵니다. 관건은 박지성의 폼이 얼마만큼 올라왔느냐 입니다.

그리고 발렌시아-나니는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복귀를 했습니다. 발렌시아는 발목 부상 당시 '시즌 아웃'이 유력한 분위기였고, 나니도 지난 6일 리버풀전에서 캐러거 태클에 의해 정강이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나니의 회복이 빨라지면서 맨유의 측면 운용이 탄력을 붙게 됐습니다. 특히 발렌시아-나니는 맨유 득점력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49경기 7골 11도움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1골을 터뜨렸습니다. 나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5경기 9골 15도움으로 리그 전체 도움 1위를 올렸습니다. 맨유 공격의 파괴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발렌시아-나니의 존재감은 단순한 공격 포인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의 득점력 및 맨유의 연계 플레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발렌시아는 루니와 호흡이 잘 맞는 만큼, 부활에 성공한 루니의 폼이 꾸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7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진 베르바토프 입장에서도 슬럼프 탈출을 위해 발렌시아 존재감을 반가워 할 수 있죠. 나니는 올 시즌 공격력의 창끝이 날카로워지면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각인 됐습니다. 그런 나니에게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것 자체가 상대팀에게 원치 않는 시나리오죠. 나니가 루니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공격 플레이를 펼치며 맨유의 화력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발렌시아-나니의 복귀가 이른감이 있습니다. 맨유가 마땅히 측면에 기용할 자원이 부족하고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기 때문에, 발렌시아-나니 복귀가 앞당겼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박지성-긱스가 포함되는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발렌시아-나니의 체력을 안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죠. 발렌시아-나니가 무리하게 기용되지 않을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서로 부상 과정이 아찔했던 만큼, 두 선수가 심리적으로 받은 충격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특히 발렌시아는 장기간 뛰지 못했기 때문에 퍼스트 터치 및 전술적인 움직임이 불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발렌시아와 나니는 오른쪽 윙어 경쟁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지성의 복귀 이후 폼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맨유의 올 시즌 득점 주요 패턴 중에 하나가 나니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 였습니다. 나니는 볼 배급 과정에서 왼발보다는 오른발로 띄울 때, 볼끝이 세밀하고 궤적이 정확한 이점이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오른쪽에서의 플레이가 많았기 때문에 왼쪽이 다소 어색할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의 기량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는 나니가 오른쪽에서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왼쪽에서 박지성-긱스가 주로 모습을 내밀었던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죠.

어쨌든, 박지성-발렌시아-나니의 복귀는 맨유 우승의 열쇠로 작용합니다. 또한 맨유가  측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전술적 이득과 직결되죠. 세 선수가 본래의 폼을 되찾는데 개인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맨유의 주축 선수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믿어줬던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의욕도 충만하겠죠. 우승을 향한 맨유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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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이스 나니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바라보는 관점에 의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존재 유무에 따라 경기의 재미가 달랐습니다. 호날두가 올드 트래포드를 휘젓던 시절에는 맨유가 역동적이면서 후끈 몰아치는 반격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떠난 이후에는 속공에서 지공 형태의 공격 패턴이 많아지면서 경기 템포가 느슨해졌죠. 공격의 파괴력 또한 호날두 시절이 지금보다 더 강했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불과 2년 전까지 '호날두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죠. 그만큼 호날두의 영향력은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호날두를 잃으면서 강팀의 클래스가 퇴색된 것은 아닙니다. 맨유는 점진적 세대교체에 의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수없이 발굴하고 육성하면서 팀 전력을 강화하는 컨셉입니다. 90년대 중후반 황금세대의 등장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으며, 그 중에 한 명이었던 베컴과 작별했을 때 호날두가 2~3시즌 만에 완벽하게 대체했죠. 그리고 루이스 나니(24)가 올 시즌 오른쪽 측면에서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Next 호날두'의 기세를 만방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잉글랜드 진출 이래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니, 4년 전 호날두를 보는 듯한 '놀라운 성장'

나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2경기에서 9골 13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던 2007년 여름 이후 가장 많은 골과 도움,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특히 13도움은 올 시즌 리그 도움 순위 1위 입니다.(2위는 아스날 아르샤빈의 11도움) 한때 '개인 욕심이 많은 선수'라는 질타를 받았지만, 도움 기록을 봐도 팀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팀과 약팀 경기에 관계없이, 그리고 시즌 내내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양산하며 맨유의 화력을 키웠습니다. 맨유가 올 시즌 리그 1위를 달리는 원동력 중에 하나로 나니의 성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나니는 12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전반 40분 문전 쇄도 과정에서 긱스의 원터치 패스를 받아 왼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후반 32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던 것이 루니의 바이시클 킥으로 이어져 맨유의 승리가 확정됐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활약상은 대단했습니다. 발군의 개인기 및 볼 컨트롤로 맨시티 선수들을 교란하며 팀의 오른쪽 공격에 물꼬를 텄습니다. 맨시티는 콜라로프를 수비형 윙어로 활용하고 사발레타에게 나니 전담 마크를 맡기는 맞춤형 전술을 구사했지만, 나니는 이에 개의치 않고 '혼자의 힘으로' 상대 집중 견제를 뚫어내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나니의 파괴력이 맨유에게 반가운 이유는 왼쪽에 있던 긱스와 균형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긱스가 몇차례 정교한 볼 배급으로 팀의 공격을 조율했다면 나니는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며 맨유 공격의 과감함을 키웠죠. 때로는 팀 플레이를 통해서 동료 선수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패스를 주고 받는 이타적인 공격을 펼쳤다면 다른 때에는 자신의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뚫었죠. 경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전개하며 맨시티의 왼쪽 밸런스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맨시티가 후반 중반부터 테베스를 왼쪽 윙어로 포진했던 배경은 나니의 공격력을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짙었죠.


[사진=루이스 나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물론 맨시티전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루니였습니다. 나니의 오른쪽 크로스가 루니의 바이시클 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나니도 칭찬받아야 합니다. 루니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빨랫줄 같은 크로스를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은 올 시즌 여러차례 시도했던 장면들입니다. 나니가 올 시즌 도움이 많았던 배경에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위협적 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패스 과정에서 도움을 기록한 경우도 있었지만 크로스를 통해 도움 기록을 양산할 수 있었죠. 크로스의 세기, 날카로움, 정확도 등을 놓고 보면 아마도 리그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니는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습니다. 맨유 입단 초기부터 꾸준한 폼으로 경기에 임했던 경우가 적었습니다. 팀 플레이에 눈을 떴던 2010년 1월 이전까지는 무리한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며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으며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니가 톱클래스 윙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약점을 줄이면서 강점을 키우는 노하우를 익혔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공격 포인트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경기에 몰아치기 보다는 시즌 내내 골과 도움을 차곡차곡 올리며 스탯이 화려해졌죠. '꾸준함'을 자신의 주무기로 키웠죠. 베르바토프-루니-긱스의 올 시즌 폼이 일관되지 못했던 현실을 놓고 보면, 나니의 업그레이드는 맨유의 1위 수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 나니는 몇몇 상황에서는 크로스의 타이밍이 늦어지거나, 볼을 끌거나, 불필요한 실수로 맨유의 공격 템포를 끊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놓고 보면 '꾸준함'이라는 키워드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기가 출중한 선수라도 실수는 꼭 있기 마련입니다. 호날두-메시 같은 축구 천재들의 개인기가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나니는 이들에 비하면 실수 빈도가 높죠. 하지만 나니가 꾸준함에서 칭찬받아야 하는 이유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자세가 뚜렷히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공격 포인트로 말해줬으며 맨유의 주축 선수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수비쪽에서의 움직임이 늘어났습니다. 상대 왼쪽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맨유 미드필더진의 압박 과정에 참여하고 있죠. 그러면서 수비진과 함께 존 디펜스를 형성합니다. 맨유가 수비에 치중할 때는 나니의 활동 반경이 후방쪽에 머물렀죠. 기존에는 공수 양면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위치선정이 매끄럽지 못한 단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경기 흐름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선수 본인이 현지 인터뷰를 통해 맨유에서 수비력을 배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죠.

이러한 나니의 성장을 놓고 보면 4년 전 호날두를 떠올리게 합니다. 호날두가 미완의 대기에서 맨유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시기가 2006/07시즌 이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팀 전술을 호날두 중심으로 맞추면서, 호날두가 그동안 숨겨졌던 공격 포인트 본능을 내뿜었습니다. 결국에는 맨유의 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축구 천재로 발돋움했죠. 수비 가담에 소극적 이었지만 팀 전술이 자신에게 맞춰져 있었던 특징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때를 계기로 공격쪽에서 다양한 장점을 발휘하며 '토탈 패키지'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개인기, 공중볼, 두 발을 활용하는 능력, 무회전 프리킥, 문전 쇄도, 연계 플레이, 슈팅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무결점 윙어' 입니다.

아마도 나니의 완성형은 호날두 같은 '무결점 윙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호날두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성장을 놓고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한때 맨유에서의 부진으로 방출 위기에 휩싸였으나 이제는 팀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옵션으로 무럭무럭 성장한 것에 탄력을 얻으며 불꽃같은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러한 나니의 행보는 퍼거슨 감독의 세대교체가 또 다시 성공했음을 의미하며 맨유가 호날두 없이도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과 직결됩니다.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나니가 호날두처럼 유럽 무대를 호령하는 날이 머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기량에 안주하지 않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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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ven Cottage, Fulham v Manchester United, Premier League 22/08/2010 Park Ji-Sung of Manchester United in action Photo Marc Atkins Fotosports International Photo via Newscom

[사진=박지성 (C) 티스토리 PicApp]

'대한민국의 캡틴'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아스날전 활약상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전반 41분 골문쪽에서 솟구쳐 올라오면서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것을 비롯,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치면서 맨유의 1-0 승리 및 프리미어리그 선두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지난달 7일 울버햄턴전(2골)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결승골을 터뜨렸고 시즌 6호골(리그 4호골)까지 작렬했습니다.

이대로의 흐름이라면, 박지성은 자신의 목표였던 시즌 10골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아직 스케줄의 절반을 소화하지 못했고 FA컵까지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박지성이 골에 도전할 경기들은 여전히 풍부합니다. 내년 1월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잠시 카타르로 떠날 예정이지만(선수 본인이 아시안컵 출전을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10골 고지를 밟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이미 시즌 6호골을 기록하면서 '수비형 윙어'를 넘어 '미들라이커'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죠.

박지성, 나니와 함께 팀 플레이로 호날두 공백 메웠다

박지성은 아스날전 골에 힘입어 맨유 득점 랭킹 공동 3위(18경기 6골)로 도약했습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18경기 12골) 하비에르 에르난데스(19경기 8골)에 이어 루이스 나니(22경기 6골)와 함께 맨유의 대표적인 골게터 중에 한 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죠. 네 명 중에서 최근에 득점력이 무르익은 선수가 박지성 입니다.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꾸준히 6골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베르바토프는 10경기 연속 무득점에 이은 블랙번전 5골, 그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롤러 코스터에 빠졌고 에르난데스는 최근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것이 흠입니다. 나니는 지난달 27일 블랙번전에서 1골을 기록했지만 그 이전에 6경기 연속 골이 없었죠.(다만, 9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득점력 발전이 눈에 띄는 이유는 맨유가 두 가지의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루니-베르바토프 콤비의 부족한 점을 박지성을 비롯한 다른 공격 옵션들이 틈틈이 메웠습니다. 루니는 올 시즌 11경기에 출전했지만 아직까지 필드골이 없었고(페널티킥 2골), 베르바토프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약팀에 강하고, 강팀에 약한' 행보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전 결장도 같은 맥락이죠. '솔샤르의 재림' 에르난데스가 맨유 공격의 뉴페이스로 떠올랐고, 나니가 득점력에서 힘을 실어줬고, '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박지성이 드디어 골에 눈을 떴습니다. 맨유가 루니-베르바토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둘째는 '전 맨유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레알 마드리드) 공백을 박지성-나니의 팀 플레이로 메웠습니다. 맨유가 2008/09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했으나 2009/10시즌 첼시에게 우승을 허용했던 결정적 원인은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여파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카를로스 테베스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과 맞물렸지만, 호날두의 존재는 매우 독보적 이었습니다. 특히 2008/09시즌에는 호날두를 칼링컵까지 포함해서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시킬 정도로 에이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죠. 그래서 2009/10시즌에 호날두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호날두의 대체자로 볼 수 있습니다. 맨유가 호날두와 작별하면서 위건의 오른쪽 윙어로 활약했던 발렌시아를 영입했기 때문이죠. 그런 발렌시아는 2009/10시즌 49경기 7골 1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위건에서의 세 시즌 동안 기록했던 76경기 7골 9도움의 공격 포인트를 넘어서는 파괴력 이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호날두와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그의 대체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클래식 윙어'로서 한정된 공간에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크로스를 띄우는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고질적으로 왼발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읽히기 쉬운 단점이 있죠.

반면, 박지성-나니는 호날두와 더불어 역동적인 성향을 과시하는 윙어입니다. 맨유가 공격을 펼칠 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것을 비롯해서, 빠른 볼 처리에 의한 패스를 날리며 예측불허의 공격을 전개합니다. 세부적 관점에서는 세 선수의 성향이 모두 다르지만, 맨유의 전술적 관점에서는 공격 분위기를 맨유쪽으로 끌어올리는 기질이 다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나니는 맨유의 호날두 공백을 팀 플레이로 메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우선, 나니는 과거에 비해 개인 플레이를 줄이고 동료 선수의 공격력을 뒷받침하는 이타적인 기질을 키우면서 '넥스트 호날두'로 거듭났습니다. 최근에는 폼이 떨어진 아쉬움이 있지만, 순간순간 마다 날카로운 볼 배급으로 강렬한 임펙트를 불어넣는 클래스를 내뿜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공격력이 올 시즌에 이르러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빈 공간 창출을 기반으로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올 시즌에는 빠른 볼 터치에 의한 볼 배급으로 맨유 공격을 주도하는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종패스 및 짧은 패스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면 올 시즌에는 모든 공격 패턴을 자유자재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가는 프리롤 형태의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조급하게 공격을 풀어간다는 지적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맨유가 '박지성 있음에' 우세한 경기 흐름을 가져가는 긍정적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8일 발렌시아전에서 안데르손의 동점골 과정이 대표적이며, 이번 아스날전에서는 박지성이 맨유의 역습을 주도했습니다.

박지성이 올 시즌 6골을 터뜨린 것도 이러한 공격력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패스 및 경기 완급 조절에 의해 맨유의 공격력이 좌우되면서 과감한 경기력을 기르는 돌파구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골 욕심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맨유에서 숨겨졌던 득점 실력을 뽐냈습니다. 특히 아스날전에서는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으면서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마치 골잡이를 보는 것 처럼 골을 낚아채는 기질이 넘쳐 흘렀습니다. 더 이상 골이 부족한 선수가 아님을, 지금의 골 행진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표적 장면 이었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골이 늘어나게 된 배경은 웨인 루니의 부진과 관련이 깊습니다. 루니는 지난 시즌 맨유의 골잡이로서 많은 골을 터뜨렸지만 올 시즌에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우쳤습니다. 부상 후유증-스캔들-진로 문제 등 여러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경기력이 떨어졌죠. 지난 3월 31일 바이에른 뮌헨전 이후 8개월 넘게 필드 골이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지난 시즌처럼 루니에 의존하기 보다는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철저한 팀 플레이를 통해 박지성-나니의 득점력을 끌어 올렸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박날두(박지성+호날두)'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으며 자신의 컨셉을 성공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맨유의 미들라이커로 거듭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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