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치우의 후반 47분 동점골 장면. 서울은 김치우의 골에 힘입어 챔피언결정전 1차전 패배 위기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비겼습니다. (C) 티스토리 뉴스뱅크 F (By. 뉴시스)]
K리그 우승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상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불굴의 투지를 태우며 경기력의 퀄리티를 높였습니다. 두 팀의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뜨거운 공방전은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챔피언결정전 위상의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묘미는 '치우천왕'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골 이었습니다.
넬로 빙가다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이 1일 저녁 7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0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제주 원정에서 2-2로 비겼습니다. 전반 26분 배기종, 후반 6분 산토스에게 실점을 허용하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 13분 데얀의 만회골로 제주를 추격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47분 김치우가 제주 수비진 사이를 가르는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며 패배 위기에 빠졌던 서울을 구했습니다. 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원정 다득점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1~2차전 골 합계가 중요합니다. 김치우의 골이 서울에게 단순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김치우의 동점골은 오는 5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서울의 전망이 유리해진 결정타로 작용합니다. 서울이 홈에서 17연승을 기록중이기 때문입니다. 김치우의 골을 비롯, 0-2로 밀렸던 경기 흐름을 포기하지 않고 2골을 만회한 서울 선수들의 집념이 2차전을 넘어 K리그 우승의 희망을 얻게 됐습니다.
0-2로 밀렸던 서울, 김치우 동점골로 기사회생
서울하면 떠오르는 약점은 '중요한 고비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2007년 K리그 최종전에서 대구에게 0-1로 패하면서 대전의 막판 분전에 밀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2008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 라이벌 수원전에서는 1차전에서 1-1로 비겼으나 2차전에서 1-2로 패하여 준우승에 만족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때 K리그 선두를 내달렸으나 전남과의 최종전에서 1-1로 비겨 3위로 떨어졌고, 또 다시 전남과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으나 승부차기 끝에 패하여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유능한 축구 인재들이 즐비한 K리그의 빅 클럽으로 손꼽혔으나 성적이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2000년 이후 10년 동안 K리그 우승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치우의 제주전 동점골은 서울 축구가 얼마만큼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과거의 서울 같았으면 0-2 열세에 위축되거나, 조급한 공격을 일관하거나, '지난해까지 서울 선수들의 대표적 단점이었던'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펼쳤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제주전에 임했던 서울 선수들은 0-2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제주가 지난달 28일 전북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렀기 때문에 후반전에 체력이 저하 될 것을 알아챘고,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워크 및 드리블 돌파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경기 템포를 탄력적으로 조절했던 것이 데얀-김치우가 제주 골문을 흔드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엉성한 경기력으로는 상대의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력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죠.
김치우는 후반 47분 제주 아크 정면에서 제파로프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리며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자신의 앞쪽에 제주 수비수들이 둘러 쌓였기 때문에 패스 보다는 골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었죠. 제파로프에게 크로스를 받기 이전에는 자신의 앞쪽에 제주 선수들과 간격이 벌어지면서 빈 공간이 저절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틈을 눈치챈 제파로프의 면도칼 같은 크로스 및 넓은 시야는 김치우의 골과 더불어 극찬할 만 합니다. 그리고 김치우는 제파로프에게 볼을 받자마자 박현범의 전진 수비에 아랑곳 않고 과감히 중거리슛을 날렸는데, 볼이 빨랫줄 같은 궤적으로 제주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김치우가 왼발 킥력에 강했던 선수였음을 상기하면 '믿을 수 없는' 골 장면 이었습니다.
[사진=제주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제파로프 (C) 효리사랑]
서울에게 1차전은 어려웠습니다. 지난달 7일 대전전 이후 24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제주전에 임했습니다. 더욱이 제주는 올 시즌 홈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12승5무), 제주도 특유의 강한 바람에 익숙하기 때문에 원정팀 서울 입장에서 1차전이 불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주는 지난달 28일 전북전을 치르면서 실전 감각이 올라온 상태였던 만큼, 서울이 후반 초반까지 0-2로 흔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서울은 제주의 선 수비-후 역습 체제에 말려드는 단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제주가 미드필더진과 포백의 간격을 좁히면서 압박을 강화하는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서울 선수들이 앞쪽으로 쏠리는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오히려 제주의 공략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주의 원톱이었던 김은중이 김동우-김진규로 짜인 서울 센터백 라인을 쉴새없이 흔들고 네코-산토스-배기종의 기동력까지 더해지면서, '제주 진영에 몰렸던' 서울 미드필더들(쉐도우 제파로프 포함)이 수비 전환시 후방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버거움에 놓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배기종-산토스의 골은 제주의 역습 상황에서 벌어진 장면들입니다. 서울 선수들이 수비 상황에서 라인 컨트롤에 실패하면서 두 선수에게 실점을 허용하는 위기에 빠졌죠.
만약 서울이 정상적인 경기 패턴에 임했다면 배기종-산토스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에 두꺼운 수비 조직력을 기반으로 상대 공격 옵션에게 침투 공간을 내주지 않는 '지지않는 축구'를 표방하기 때문에 후반 초반까지 제주에게 2골을 내준 것이 의외였습니다. 특히 배기종의 선제골 상황에서는 골키퍼 김용대의 대응이 부자연스러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시야 확보를 논외 하더라도) 또한 공격에서는 데얀이 여러차례 결정적인 슈팅 상황을 놓쳤습니다. 슈팅 8개(유효 슈팅 5개)를 날렸는데, 대부분의 슈팅들이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후반 13분 만회골을 넣으며 부진을 면했지만 그동안 빼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제주전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데얀도 실전 감각 부족을 이겨내지 못했죠.
그래서 빙가다 감독은 후반 6분 산토스에게 골을 내준 2분 뒤에 이승렬-김동우를 빼고 정조국-김치우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쉐도우였던 제파로프가 하대성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이승렬의 왼쪽 윙어 역할을 김치우가 대신했죠. 정조국의 교체 투입은 서울이 골을 넣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에 제주는 2-0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서울의 공격 옵션들을 압박했습니다. 물론 정조국은 제주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지만, 교체 투입 만으로 제주 선수들이 수비적인 부담을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김치우는 서울의 연계 플레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빙가다 감독의 교체 작전이 서울의 성공적인 분위기 반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제파로프의 왕성한 활동량은 제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제파로프는 두 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동거리(12.406km)를 기록하며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었습니다. 후반 초반까지 쉐도우로서 2선과 최전방을 홥발히 오갔지만, 그 이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중원까지 폭 넓게 커버했습니다. 제주 선수들이 밑선쪽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움직임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날카로운 패싱력을 통해 서울의 연계 플레이를 주도하고 하대성의 꿋꿋한 보조에 힘을 얻으며 제주 진영을 힘껏 공략했습니다. 그래서 제주 미드필더들은 제파로프의 움직임에 말려들며 후반 중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지는 체력적인 버거움에 놓였습니다.
비록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태욱의 드리블 돌파는 제주 수비진을 뒤흔드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최태욱은 오른쪽 측면과 최전방을 활발히 넘나들며 상대 왼쪽 수비 빈 공간을 창출하며 서울 공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서울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던 후반 초반 이전에도 제주 왼쪽 풀백 마철준의 앞 공간을 여유있게 파고들며 경기력의 꾸준함을 더했습니다. 그 위력은 후반전에도 빛을 발하면서 제주 선수들의 체력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런 서울은 후반 13분 데얀, 47분 김치우의 골을 앞세워 2-2 무승부로 1차전을 마쳤습니다. 0-2로 밀렸던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서울 선수들의 응집력이 1차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됐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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