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보경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한국 입장에서 스페인전은 만족스러운 경기였을지 모릅니다. 스페인의 화려한 공격력을 상대로 84분 동안 무실점 경기를 펼쳤던 수비력이 그동안의 불안함을 해소했기 때문입니다. 선 수비-후 역습 체제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고 철저한 압박이 전제되어야 했습니다. 수비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스페인전에 대한 소득을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축구가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임을 상기하면 스페인전 무득점은 문제 있습니다. 한국이 8년 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열렸던 당시의 세계 최강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는 전반전에만 2골을 넣는 인상 깊은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프랑스전 2골을 통해 '강팀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성취하며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전에서는 공격력에 대한 아쉬움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0-1로 패했습니다.
한국의 스페인전 전술은 선 수비-후 역습 이었습니다. 스페인 점유율 축구의 허를 찌를려면 빠른 공수전환 및 볼 처리를 통한 역습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 수비 진영을 파고들며 동료 선수와 척척맞는 콤비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염기훈과 김재성의 역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염기훈은 공을 끄는 어설픈 드리블 돌파 및 볼 키핑력 부족으로 스페인에게 공격권을 쉽게 허용했고 순발력-공수 전환 속도가 느린 단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김재성은 공을 받을때의 위치선정이 매끄럽지 못해 한국의 공격이 무뎌지고 박주영의 최전방 고립을 키우는 문제점을 범한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존재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염기훈처럼 볼 키핑력이 부족했고, 간결하지 못한 볼 처리가 아쉬웠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부상 공백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오른쪽 허벅지 안쪽 근육 통증으로 스페인전에 결장했기 때문입니다. 허정무호가 4-2-3-1 이라는 플랜B를 두는 이유는 맨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검증되었던 박지성의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를 통한 공격력을 강화하는 차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빠지면서 대표팀에서 공격 구심점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고 백업 멤버 김재성이 그 무게감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주축 선수가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박지성 없는 전술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스페인전은 박지성의 결장이 사전에 예고되었던 경기였기 때문에 다른 공격 옵션들이 분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조커로 출전했던 김남일-안정환이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해 스페인에게 끌려다녔던 경기 운영을 펼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결과론적인 관점이지만, 스페인전에서는 김보경을 투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에게 "드리블, 스피드, 공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받을 정도로 유연한 공격 전개와 빠른 침투를 자랑합니다. 강팀과 상대했던 경험이 적지만, 전반적인 공격력에 있어 군더더기가 적은데다 날카로운 킥력까지 자랑하며 경기를 치를 수록 폼이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허정무호에서는 김보경보다는 염기훈에 대한 공헌도가 컸지만, 지금의 폼을 놓고보면 김보경이 염기훈보다 더 앞설지 모릅니다. 적어도 스피드와 볼 배급에 있어서는 김보경이 더 낫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김보경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페인전은 평가전이기 때문에 김보경이라는 '비밀병기'를 아끼거나 염기훈을 더 믿어보겠다는 의중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염기훈은 최근 평가전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팀 공격력에 안정감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기량을 회복할지는 의문이지만 잦은 부상으로 순발력을 비롯 킥과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예전보다 폼이 저하됐습니다. 김보경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아으로 확실한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임을 상기하면 스페인전 결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아무리 김보경이 투입하더라도 박지성 공백을 확실하게 메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대표팀 선배들의 경기를 통해 기량과 팀 워크를 배우는 막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기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했다면 한국이 경기 종료까지 스페인과 접전을 주고 받는 흐름으로 전개 되었거나 결정적인 공격 기회가 연출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허정무 감독의 선택이 아쉽기 보다는 '조커 부진과 맞물려' 스페인전 공격력 부진에 대한 아쉬움이 짙기 때문입니다.
냉정히 말해, 스페인전에서의 매끄럽지 못했던 공격력이 아르헨티나전에서 그대로 재현되면 단 1골도 넣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인 전력상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열세지만, 월드컵에서 항상 이변이 존재했고 아르헨티나를 넘어야 16강 전망이 밝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아르헨티나를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덤벼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한국과 상대했던 스페인보다 더 강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4-2-3-1 포메이션 및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쓸텐데 드리블 위주의 경기 운영보다는 간결한 볼 처리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출전이 유력한 가운데, 왼쪽 윙어로서 염기훈 또는 김보경이 선발 출전할 것입니다. 두 선수 중에 어느 선수가 왼쪽 측면을 담당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허정무호 행보를 놓고 보면 김보경이 허정무호 공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은 분명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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