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대표적인 약점은 중앙 미드필더 부재 입니다. 박지성, 웨인 루니가 중원에서 뛰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맨유의 허리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두 선수가 다른 포지션에서 활약하면서 맨유의 측면 공격이 허술해졌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골 생산을 도와줄 조력자 없이 경기에 임했습니다. 맨유가 최근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는 4-1-4-1을 활용했지만 원톱만큼은 철저히 실패작입니다. 모든 문제가 중원에서 시작되었고, 1월 이적시장에서 걸출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으면 올 시즌 전망은 뻔합니다.

우선,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 효과는 미미합니다. 선덜랜드전에서는 맨유 미드필더 및 공격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74개)를 기록했지만 14개의 패스 미스가 아쉬웠죠. 볼 배급을 통해서 공격을 주도하는 플레이도 약했습니다. 맨유의 잔패스에 많이 관여했지만 자신의 앞선에서 볼을 받아내고 상대 수비수를 뒤흔드는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었죠. 에르난데스-웰백의 부진을 놓고 보면 루니는 최전방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에르난데스가 상대 수비 견제에서 벗어나려면 근처에 루니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활약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평가가 엇갈립니다. <스카이스포츠>는 선덜랜드전이 끝난 뒤 "깔끔한 볼터치였으나 강력한 임펙트가 아니었다"며 꼬집었습니다. 반면, 지난 6일 효리사랑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박지성이 열심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플래처가 양질의 패스를 공급할 수 있었을까", "움직임을 비롯해서 전체적인 공격 전개가 무난했고 과감히 돌파를 시도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라는 반론을 들었습니다. 중원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 이전에는 동료 선수를 도와주는 조력자에 가까웠다는 뜻이죠. 많은 축구팬들도 박지성 중앙 미드필더 활약상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 시점에서 박지성-루니에게 짜임새 넘치는 호흡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두 선수가 평소에 호흡이 잘 맞았지만 왼쪽 윙어-공격수로 뛰었을때 가능했던 일입니다. 둘 다 중앙 미드필더라는 생소한 포지션에서 뛰면서 세밀한 공격 전개를 바라기에는 무리입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팀 전술과 개인 전술 능력에 이르기까지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포지션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동료 선수와 무난하게 공존해야 합니다. 그런데 박지성과 루니는 중앙에서 많은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 아닙니다. 선덜랜드전에서는 플래처가 합류했지만 오랫동안 결장했던 실전 감각 저하가 아쉽죠. 맨유의 중앙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루니는 적절한 시점에 최전방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중원에서 계속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여름 맨유의 미국투어를 기점으로 중앙 미드필더 기용이 많아졌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근면함과 풍부한 활동량이 뒷받침 됐죠. 흔히 말하는 앵커맨이나 홀딩맨 같은 범주보다는 박스 투 박스에 적합한 스타일입니다. 최근에는 에르난데스 옆공간까지 올라오거나, 좌우 측면까지 넓게 커버하는 프리롤 형태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루니에 비하면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동료 선수가 편하게 움직이도록 빈 공간에서의 활동이 많았죠. 상대 수비가 자신을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을 보면서 라이언 긱스를 떠올립니다. 긱스는 왼쪽 윙어에서 중앙으로 포지션을 바꾼 케이스죠. 측면 미드필더로 활동하기에는 기동력과 체력이 예전같지 않으며,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면서 단련된 볼 배급의 날카로움이 맨유 중원에 필요했습니다. 이미 30대 접어든 박지성도 긱스처럼 중앙 미드필더 출전이 많아졌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완성형이 어떨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재의 폼이라면 긱스보다는 맨유의 박스 투 박스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강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박지성은 긱스와 스콜스처럼 전방쪽으로 단번에 찔러주는 킬러 패스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거나, 양질의 패스를 적시적소에 뿌리는 타입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긱스와 똑같은 포지션 이동을 나타냈지만 두 선수의 스타일 차이점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박지성이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면 긱스는 볼 배급에 비중을 두는 타입이죠. 맨유의 문제점은 중원에서 공격을 풀어 줄 선수의 존재감이 약합니다. 긱스는 경기에 활발히 뛰지 못하고 있으며 스콜스는 은퇴했죠.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라는 이름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운운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박지성은 맨유 중원에 필요한 선수입니다. 박스 투 박스로서의 개성이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맨유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콘셉트를 지닌 중앙 미드필더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안데르손-캐릭-플래처는 정체를 거듭하면서 선수 고유의 장점이 '꾸준히' 묻어나지 못했고, 클레버리는 두 번의 부상이 아쉬우며, 긱스도 경기 출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비추어보면, 박지성이 굳이 긱스의 플레이를 닮을 필요는 없습니다. 긱스의 장점을 습득하며 자신만의 공격력을 살찌우는 것은 좋지만 본인만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축구 선수의 경기력은 하루 이틀만에 달라지지 않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긱스와 스콜스, 스네이더르처럼 패싱력이 뛰어난 유형이 전부가 아닙니다. 패싱력은 기본이지만 선수의 장점이 최대화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이용래가 기성용-구자철-윤빛가람처럼 패싱력이 발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소평가 합니다. 하지만 이용래의 중요성은 지난달 7일 비공인 A매치 폴란드와의 후반전에서 실감했죠. 이용래가 교체 투입하면서 전반전에 무기력했던 한국의 공격이 살아났습니다. 또한 염기훈이 수원에서 골 생산이 많았던 것도 이용래-이상호 같은 활동량에 일가견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공존했던 이점이 있었습니다. 두 선수가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주면서 염기훈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죠. 이용래는 조광래호-수원에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선수입니다.

이용래를 예로 든 것은 박지성의 '긱스화'가 정답이 아님을 쉽게 풀이한 것이죠. 긱스와 똑같은 공격 역량을 갖췄다면 더 좋겠지만, 박지성이 맨유의 중원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움직임입니다. 경기를 풀어주는 지휘자의 면모를 발휘하기에는 중원에서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는 것부터 우선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지션을 옮긴것은 아니지만, 박지성이 지금까지 맨유의 주축 선수로 존재했던 배경은 '움직임'이라는 자신만의 콘셉트가 뚜렷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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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언 긱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20일 5부리그 클로리 타운과의 FA컵 16강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안데르손이 무릎 인대 및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미드필더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현 상황에서는 안데르손의 부상이 경기력 유지의 타격으로 작용합니다. 오는 24일 마르세유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세 명의 미드필더 없이 경기에 나섭니다.

물론 맨유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마르세유전을 포함한 원정 4연전(마르세유-위건-첼시-리버풀 원정)을 앞두면서, 빠듯한 경기 일정에 직면한 현실에서는 박지성-발렌시아-안데르손의 부상 공백이 존재합니다. 그것도 3개 대회(EPL+CL+FA컵)를 병행하고 있죠. 기존 미드필더들의 체력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체력 문제까지 포함하면 시즌 후반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미드필더진의 과부하가 우려됩니다.

원정 4연전 앞둔 맨유의 불안 요소, MF 체력 저하

가장 걱정되는 인물은 '38세' 긱스입니다. 긱스는 유연한 경기 조절 및 세밀한 볼 전개로 박지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메우면서 맨유의 전력 약화를 막아내는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최근 3개월 동안 치렀던 18경기 중에서 15경기에 출전했으며 그 중에 11경기를 선발로 뛰었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차출된 이후 11경기 중에 10경기를 뛰었고, 그 중에 8경기에서 선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회춘 모드'를 발휘했던 2009/10시즌 초반에도 1주일에 1경기씩 출전하는 체력 안배가 있었지만, 이제는 박지성이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출전 부담이 많아졌습니다.

긱스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음했습니다. 햄스트링은 무리한 경기 출전에 따른 피로 누적에 의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지성-안데르손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것도 같은 배경이죠. 그런 긱스의 경기 출전이 앞으로도 잦아지면 맨유 입장에서 햄스트링 부상 재발을 또 걱정해야 합니다. 긱스의 나이를 고려하면 무리한 출전은 팀 전력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긱스의 백업 자원인 '베베르탕(베베+오베르탕)' 듀오가 기량을 의심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맨유는 박지성-발렌시아가 돌아오기 전까지 긱스의 활용 빈도를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긱스는 안데르손이 부상당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전환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맨유가 원정 4연전 중에 마르세유-첼시-리버풀전에서 4-2-3-1 또는 4-3-3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며 중앙 미드필더들의 선발 출전 폭이 넓어집니다.(박지성 공백이 아쉬운 또 하나의 이유) 스콜스-플래쳐-캐릭 같은 기존 중앙 미드필더들이 그동안 많이 뛰었으며 지금까지 로테이션으로 기용됐습니다.(스콜스는 37세임을 감안해야 함) 깁슨-오셰이를 활용하기에는 경기력이 불안정하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어느 시점에서 긱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들은 종횡 간격으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엄청난 이동거리를 필요로 합니다. 긱스가 그 패턴에 적응할지 의문입니다.

만약 긱스가 중앙에서 활동하면 루니가 왼쪽 측면에서 뛰게 됩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전념했던 시기에 긱스와 함께 왼쪽을 담당했던 선수가 루니였죠. 4-2-3-1 또는 4-3-3 체제에서는 루니-베르바토프가 최전방에서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둘 중에 한 명은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 합니다. 베르바토프가 맨유의 타겟맨을 굳힌 현 시점에서는 루니가 2선 또는 측면에서 이타적인 역할에 주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루니는 지난해 12월 29일 버밍엄전에서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았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긱스의 체력 부담이 축적될 수 밖에 없는 흐름이죠.
 
또 한 명의 우려되는 선수는 스콜스입니다. 올 시즌 초반에 칼날같은 패싱력으로 맨유 중원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중반부터는 허리에서의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커버 플레이에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상대 공격 길목을 틀어막는데 장애물이 되었죠.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처럼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후반기에 무난한 활약을 펼칠지 의문입니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진이 허약해진 현 시점에서는 스콜스도 긱스처럼 '나이에 비해' 경기 출전 빈도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맨유는 지난해 여름 또는 올해 1월에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했어야 합니다. 플래쳐 이외에는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콜스는 체력 저하, 캐릭-안데르손은 경기력 부진(그나마 안데르손은 몇몇 경기에서 폼이 올라왔지만), 깁슨은 실력 부족이라는 약점에 직면했죠. 구단의 막대한 재정난에 따른 대형 선수 영입의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기 어렵지만, 지난 1월에 아담(블랙풀)을 영입했다면 스콜스 체력 문제를 극복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 베베 영입에 740만 파운드(약 135억원)를 투자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죠. 그 결과는 미드필더진의 허약함으로 이어졌죠.

긱스-스콜스 뿐만은 아닙니다. 플래쳐-캐릭-나니 같은 또 다른 미드필더 자원들도 과부하에 시달릴 우려가 있습니다. 이제는 우승을 위해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심리적, 육체적으로 지치기 쉽습니다. 맨유 미드필더진이 몇몇 선수들의 부상으로 예년과 달리 스쿼드가 얇았던 올 시즌에는 기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되고 말았죠. 최악의 상황이라면 부상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맨유의 타겟맨을 맡았던 루니가 지난해 3월말 발목 부상 및 잦은 경기 출전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슬럼프에 빠졌던 교훈을 맨유가 떠올려야 합니다.

맨유는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줄이는 전략으로 시즌 후반기를 보낼지 모릅니다. 포백을 전진배치하면서 미드필더들과 공격진의 후방 부담을 줄이고, 스위칭이나 드리블 돌파 같은 체력을 요구하는 공격 패턴 보다는 자기 자리에서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리는 형태의 공격 전술로 변화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상반기에 활용했던 '점유율 축구' 말입니다. 긱스-스콜스 같은 노장들이 점유율 축구에 힘입어 묵직한 내공을 발휘했죠. 맨유가 여전히 두 노장의 회춘을 필요로 하는 현실에서는 전술 변경이 현실적 답안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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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 Manchester United v Tottenham Hotspur Barclays Premier League

[사진=토트넘전에서 페널티킥으로 2골 넣은 라이언 긱스. 박문성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세월의 물리적인 힘을 거부한 사나이'라고 말한 것 처럼, 긱스의 클래스는 강했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다크호스 토트넘을 물리치고 프리미어리그 선두 탈환에 성공했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력 부진으로 '우울한 4월'을 보냈으나 우승 길목에서 다시 강팀의 위용을 되찾았고 자신들의 목표를 저지하려던 토트넘에게 '수준의 차이'를 가르쳤습니다.

맨유는 24일 오후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토트넘전에서 3-1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3분 라이언 긱스가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 25분 레들리 킹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36분 루이스 나니의 결승골로 승리를 굳혔습니다. 41분에는 긱스가 또 다시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맨유 승리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승점 79(25승4무7패)를 기록해 오는 26일 오전 0시 스토크 시티전을 앞둔 첼시(승점 77)를 승점 2 차이로 제치고 리그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맨유vs토트넘, 집중력과 절박함이 서로 대조적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는 '1위 탈환vs4위 수성'의 대결 구도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맨유는 토트넘을 이기면 리그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고, 토트넘이 맨유를 제압하면 리그 4위 자리를 지키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목표에 대한 집중력과 절박함이 강한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개인 역량이 출중하더라도 심리적인 압박감을 다스리지 못하고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하면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력에서는 집중력과 절박함이 서로 대조적 이었습니다.

만약 맨유가 집중력이 약한 팀 이었다면 후반 막판에 2골을 몰아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후반 25분 킹에게 동점골을 헌납한 이후의 상황이 고비였기 때문이죠. 맨유는 실점 이후 긱스-스콜스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힘입어 나니-베르바토프-마케다를 전방에 깊숙히 배치하여 공격적인 경기 흐름을 유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니를 통한 오른쪽 측면 돌파로 상대 수비의 뒷 공간을 공략하는 작업을 활발히 펼치면서 토트넘의 기세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상대 수비수를 제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전방쪽으로 질주하려는 나니의 집중력은 경이적이었고 후반 36분 토트넘 골키퍼 고메즈와의 1대1 상황에서 절묘한 로빙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맨유는 뚜렷히 부진한 선수가 없었을 만큼 선수들이 열의를 다해 뛰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평점 6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죠. 그동안 경기력이 주춤했던 베르바토프-하파엘은 이날 경기에서 아쉬운 실수를 범했지만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공간을 넓게 커버하고, 협력 플레이에 주력하는 모습에서는 부진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을 따내기 위해 상대 선수보다 한 발 더 움직이면서 저돌적인 몸싸움을 펼치거나, 수시로 상대 수비 뒷 공간 침투에 주력했던 그들에게 '절박함'이 보였습니다.

에브라에게도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후반 2분 갑자기 구토를 하면서 오셰이와 교체 될 수 있었던 만큼 토트넘전에서 힘든 고비를 넘겼어야 했습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활발히 질주하면서 순간적인 활동량이 많아지다보니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고 말았죠.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할 수 있었지만 에브라는 끝까지 경기 출전을 강행하며 상대 박스 안쪽까지 활발히 움직였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14분 야수-에코토로 부터 페널티킥을 얻으며 긱스의 선제골을 역어냈습니다.

반면 토트넘은 몇몇 선수의 무기력한 경기력이 문제였습니다. 중요한 고비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죠. 디포-파블류첸코 투톱은 경기 내내 비디치-에반스로 짜인 맨유의 센터백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오른쪽 윙어 자원인 벤틀리의 영향력은 미비했습니다. 팔라시오스는 평소와 달리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거나 모드리치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베일의 공격력은 맨유의 포백을 뚫기에는 힘이 부쳤고 야수-에코토는 에브라에게 불필요한 파울을 범해 팀의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와 디포-파블류첸코 투톱의 경기력을 비교하면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맨유가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할 수 있는 루니의 존재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베르바토프가 후방에서 밀어준 패스를 받기 위해 공간 이곳 저곳을 움직이며 안간힘을 쏟은 모습에서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근래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볼 트래핑이 수준급이었던 만큼 공격력이 개선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디포-파블류첸코는 최전방에서의 연계 플레이 및 적극성 부족으로 토트넘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끝에 후반전 도중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두 팀 감독들의 작전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토트넘의 래드납 감독은 후반 20분 레넌을 투입하면서 베일-구드욘센-파블류첸코-레넌의 공격 라인을 맨유 박스 안쪽으로 접근시켰고, 팔라시오스를 풀백으로 놓는 모험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맨유에게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토트넘의 좌우 윙어와 풀백의 공간이 벌어지면서 긱스-나니의 위치를 토트넘의 박스 안쪽으로 끌어 올리고 베르바토프가 두 선수와 간격을 좁히면서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그래서 팔라시오스와 야수-에코토가 뒷 공간을 허용하는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토트넘의 수비 부담이 커졌고, 맨유는 상대 수비의 약점을 공략한 끝에 후반 36분과 41분에 골을 작렬했습니다.

그리고 맨유에는 긱스-스콜스 같은 노장들의 무게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37세의 긱스는 후반 13분과 41분에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전반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종적인 움직임을 앞세운 돌파로 팔라시오스의 뒷 공간을 뚫으며 베르바토프와의 유기적인 공격을 유도했고, 후반전에는 페널티킥 상황에서 두 번의 예리한 슈팅을 날리며 '노장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36세의 스콜스는 54개의 패스 중에 48개를 성공할 만큼 대부분의 패스가 정확했고, 패스 위주의 경기 운영으로 팀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세밀한 태클을 앞세워 상대 공격의 예봉을 끊었습니다.

두 노장은 그동안 체력적인 문제에 시달리며 후반전이 되면 집중력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풀타임 출전한 것을 비롯 경기 내내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유지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습니다. 토트넘전이 맨유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경기이자 후배 선수들을 독려해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 정신적인 무장이 불가피했고 실전에서 팀 전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습니다. 토트넘이 몇몇 선수들의 적극성 부족 및 불안한 수비에 시달리며 힘든 경기 운영을 펼쳤던 것과 비교하면 맨유의 경기력이 단연 우세였습니다. 아스날과 첼시를 꺾고 맨유 원정에 나선 토트넘의 저력은 대단했지만, 오히려 맨유는 토트넘에게 '수준의 차이'를 가르치며 강팀의 진정한 본색을 보여줬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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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 Manchester City v Manchester United Barclays Premier League

[사진=맨시티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스콜스 (C) 티스토리 PicApp]

노련미에서 경기 희비가 엇갈렸던 경기였습니다. 두 팀 모두 경기 막판까지 서로 물고 늘리는 경기를 펼쳤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 것은 한 팀에게는 강점 요소, 다른 한 팀에게는 약점 요소라 할 수 있는 노련미가 승부를 좌우했기 때문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36세 미드필더 폴 스콜스의 결승골로 승리했습니다. 맨유는 17일 오후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맨시티 원정에서 후반 47분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에 이은 스콜스의 헤딩골로 맨시티의 골망을 갈랐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승점 76을 기록해 토트넘에게 1-2로 제압당한 첼시(승점 77)와의 격차를 승점 1로 좁혀 프리미어리그 역전 우승의 희망을 지폈습니다.

긱스-스콜스-네빌의 살신성인이 맨시티전 승리 원동력

우선, 맨유는 올 시즌 맨시티와의 4경기 중에 3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그 3경기에서 이긴 과정이 서로 똑같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상황에서 쐐기골을 넣었으며 노장 선수가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9월 20일 맨시티전에서 후반 49분 벨라미에게 동점골을 허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오언이 긱스의 전방 킬 패스를 받아 4-3으로 승리했습니다. 지난 1월 24일 맨시티와의 칼링컵 4강 2차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통합 스코어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섰으나 루니가 긱스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시켜 맨유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콜스가 후반 47분 헤딩골을 넣으며 또 다시 맨시티에게 좌절을 안겼습니다. 긱스-스콜스가 맨시티와의 3경기에서 팀 승리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런 맨유에게 있어 이번 맨시티전은 중요합니다. 지난 11일 블랙번전 0-0 무승부로 첼시와 승점 4 차이로 벌어졌기 때문에 맨시티전에서 승점 3을 얻지 못하면 리그 우승이 사실상 좌절 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가용할 수 있는 최정예 전력으로 맨시티전을 준비했는데 '의외의 선택'을 내렸습니다.(박지성은 컨디션 저하, 퍼디난드는 부상으로 결장) 긱스(37)-스콜스(36)-네빌(35) 같은 30대 중후반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한 것입니다. 긱스 자리에 나니, 스콜스 자리에 캐릭, 네빌 자리에 오셰이 같은 젊은 선수들이 포진할 수 있었는데 퍼거슨 감독은 노장을 통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Sports News - April 17, 2010

[사진=맨시티전 종료 후 서로 입을 맞추는 네빌과 스콜스 (C) 티스토리 PicApp]

긱스-스콜스-네빌은 지난 블랙번전에서 평균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베르바토프-마케다 투톱처럼 극심하게 부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기에는 이들이 역부족 이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전은 지역 라이벌전이자 최근에 서로 물고 늘리는 혈전을 펼쳤습니다. 젊은 선수 위주로 스쿼드를 꾸리기에는 자칫 맨시티가 주도하는 맹공격을 비롯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단점이 있기 때문에, 실력이 출중한 노장 선수가 팀 전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긱스-스콜스-네빌이 경기에 나선 것입니다.

물론 긱스-스콜스-네빌은 기동력에서 젊은 선수들보다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긱스는 나니-발렌시아-박지성에 보다 기동력이 약하며, 스콜스는 최근 경기에서 체력 저하에 시달리며 팀 전력을 어렵게 했고, 네빌은 고질적으로 빠른 타입의 상대 윙어에 취약한 편입니다. 그런데 맨시티전에서는 이 같은 단점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세 명의 노장 모두 젊은 선수 못지 않게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살신성인으로 맨유의 경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맨유가 점유율 56-44(%), 슈팅 15-9(유효 슈팅 4-3, 개)로 맨시티를 앞섰던 것은 노장들의 활약이 중요한 결정타 역할을 한 것입니다.

긱스는 맨시티전에서 왼쪽 윙 포워드와 중앙 미드필더를 번갈아 갔습니다. 왼쪽 윙 포워드로 뛸 때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한 압박 과정에 참여했으며 공격시에는 상대 박스쪽으로 전진하고 동료 선수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팀 공격의 유기성을 키웠습니다. 후반 중반에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한 이후에는 스콜스-플래처와의 하나 된 호흡으로 배리-데 용-비에라와의 허리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고 그들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패스를 노렸는데 그 작업이 경기 막판까지 반복되면서 에브라 크로스-스콜스 헤딩슛에 의해 맨시티의 수비가 흔들리는 토대가 됐습니다.

스콜스는 전형적인 앵커맨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플래처-깁슨 사이의 가운데 미드필더를 맡아 팀의 공격을 조율한 것이죠. 맨유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52개)를 시도했고 48개를 정확하게 연결하며 팀 공격의 효율성을 키웠습니다. 최근 경기에서는 후반전이 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활동 폭이 좁아지는 단점이 노출되었는데 맨시티전에서는 경기 내내 팀의 압박 및 패스 연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혼신의 힘으로 경기를 뛰었습니다. 이 같은 활약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경기 종료 직전 상대 박스 안으로 전진하여 헤딩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네빌은 상대 왼쪽 윙어이자 빠른 드리블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벨라미 봉쇄에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빠른 타입의 윙어에 취약한 단점을 드러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벨라미를 악착같이 따라 붙으며 상대를 괴롭혔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일상속의 용어를 떠올리게 하듯, 벨라미의 거친 특성을 이용하여 손과 어깨를 이용한 거친 수비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끈질기게 따라 붙었습니다. 여기에 맨시티 공격이 벨라미에 의존하는 악수를 두면서, 네빌의 벨라미 봉쇄 작전이 팀 승리의 밑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벨라미가 왼쪽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10개의 패스를 모두 부정확하게 연결한 것은 네빌의 수비를 이기지 못해 공격 활로를 잃었던 경기 내용을 여실히 반영했습니다.

물론 맨시티에는 34세 노장인 기븐-비에라가 있고 배리-투레-벨라미 같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긱스-스콜스-네빌처럼 맨유에서 약 20년 동안 뛰었던 선수들이 아닙니다. 기븐은 골키퍼, 비에라는 철저한 벤치 멤버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낮으며, 배리-투레-벨라미의 노련함은 긱스-스콜스-네빌에 비해 무게감이 약합니다. 그리고 맨시티라는 팀은 잦은 선수 영입 때문에 조직력이 약점 요소로 부각되기 쉬운 단점이 있는데 팀으로서 노련미를 강점 요소로 승화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맨유전에서 벨라미-아데바요르-테베즈-존슨이 서로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쳤는데, 맨유의 철저한 수비 조직력 앞에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반면 맨유는 조직력이 강한 팀입니다. 박지성이 2년 전 일본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유창한 일본어로 인터뷰한 동영상 장면) 맨유의 강점 원인을 "맨유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모두가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만이 아닌 모두가 팀을 위해 싸우기 때문이다"고 답변했던 장면처럼, 철저한 팀 플레이를 중심으로 경기 합니다. 긱스-스콜스-네빌 같은 선수들이 오래전부터 팀 전력의 뼈대를 잡으면서 그라운드의 리더 노릇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세 선수가 여전히 팀 전력에 필요한 상황이며 얼마전 스콜스와 계약 연장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결국 맨시티전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맨유에게 있고 맨시티에 없는 '노련미'가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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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Giggs Manchester United 2008/09


[사진=라이언 긱스 (C) 티스토리 PicApp]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하는 팀 입니다. 하지만 맨유의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약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으로 인한 파괴력 부족, 카를로스 테베즈 이적에 따른 전방 압박 부족, 캐릭-박지성의 주춤한 행보, 비디치-퍼디난드의 균열,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를 비롯한 수비 자원들의 잦은 부상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고민에 빠드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0-1로 패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떠오르고 말았습니다. 올 시즌 미드필더진의 구심점으로 활약했던 라이언 긱스 위주의 전술이 상대팀에 발목을 잡힌 것이죠. 맨유는 이날 라이언 긱스를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워 긱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것은 긱스의 공격 역량을 최대화시켜 웨인 루니의 득점을 끌어 올리고 박지성-발렌시아가 측면에서 긱스를 보조하는 것이 맨유의 의도였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긱스쪽에 쏠리는 패스 전개를 적극적으로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부터 입니다. 긱스는 아스톤 빌라의 '다우닝-페트로프' 중앙 미드필더 조합에 막혀 이렇다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루니에게 연결하려던 패스 타이밍이 다우닝-페트로프의 길목 차단 앞에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공격 템포가 끊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긱스의 부진은 루니가 미드필더진으로 내려와 평소보다 많은 움직임을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루니는 골보다 공격 전개에 초점을 모았고 그로인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며 후반 중반에 왼쪽 윙어로서 활동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긱스가 부진했던 이유는 아스톤 빌라가 맨유의 전술을 미리 읽었기 때문입니다. 긱스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경기 위주로 모습을 내밀었고 맨유의 공격 연결 고리로서 견고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상대팀이 이를 막아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틴 오닐 아스톤 빌라 감독이 퍼거슨 감독의 전술을 간파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긱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아스톤 빌라의 수비력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중앙은 측면보다 압박의 세기가 두껍기 때문에 수비 밸런스를 튼튼히 구축하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톤 빌라는 다우닝-페트로프 조합을 앞세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쳐 긱스를 막는데 초점을 모았고 그 결과는 성공적 이었습니다. 이에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긱스를 빼고 마이클 오언을 투입해 4-4-2로 전환하여 긱스를 중앙으로 이동시킨 패착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이 전반 중반 긱스의 자리였던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으나 볼 키핑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것도 긱스의 부진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상대팀이 더블 볼란치와 포백 사이의 중앙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압박에 노력을 한 것이죠. 올 시즌 들어 볼 관리에 약점을 드러냈던 박지성의 중앙 경기력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은 예견된 수순 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측면에서 활발한 기동력을 보여줬던 박지성의 폼은 후반 17분 교체되기까지 기복이 있었습니다. 결국, 긱스의 부진은 박지성의 포지션 전환이라는 악수로 이어져 맨유가 패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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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언 긱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문제는 이 경기가 시즌 중반에 긱스를 중앙으로 선발 출전시킨 첫 번째 경기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1~2달 전부터 긱스의 중앙 전환을 미리 예고했기 때문에 언젠가 포지션 전환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아스톤 빌라전 패배는 맨유에게 치명타가 됐습니다. 대런 플래처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긱스가 공격의 구심점을 맡아야 하는 당초의 계획이 아스톤 빌라전에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죠.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한 플래처의 공백을 메운 안데르손의 폼은 기복이 심했고 긱스까지 무너지면서 맨유 공격 옵션들은 골을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퍼거슨 감독의 시즌 중반 계획은 긱스를 중앙으로 배치시키고 박지성이 긱스의 몫을 대신하는 시나리오였을지 모릅니다. '박지성-긱스-발렌시아' 조합으로 원톱 공격수(루니 또는 베르바토프)의 골을 돕는다는 것이 그것이죠. 특히 박지성은 시즌 초반에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를 쉬었고 당분간 A매치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기를 소화할 필요가 있었죠. 또한 지난 시즌 긱스를 대신해서 주전 윙어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퍼거슨 감독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시켜 또 한 번 믿었습니다.

그러나 긱스의 부진은 앞으로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에게 '맨유 격파'를 위한 기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긱스가 중앙으로 전환하면 압박의 강도를 높여 맨유의 공격 연결고리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수비력이 안좋은 팀들은 긱스를 봉쇄하는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아스톤 빌라처럼 중원과 포백과의 밸런스가 단단하고 쉴세없이 압박을 펼치는 팀들이라면 긱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맨유는 4-2-3-1이 아닌 4-4-2를 구사해야하며 긱스를 왼쪽으로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긱스가 왼쪽에 배치되는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벤치를 지켜야 합니다.

물론 긱스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뛸 수 있습니다. 공수 밸런스를 조절하고 공격 옵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활발히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는 긱스의 공격적인 역량을 맨유의 공격 구심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측면으로 배치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중앙은 수비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최대한 공격쪽으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긱스와 맨유에게 유리합니다. 그래서 긱스는 4-4-2에서 왼쪽을 맡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긱스는 측면 포진시 왕성한 기동력과 강철같은 체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경기씩 선발 출전하여 체력을 안배했습니다. 공격 구심점인 긱스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맨유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는 긱스의 몫을 대신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긱스의 폼이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떨어질 경우 맨유의 공격 전술은 거의 매 경기마다 문제점이 속출할 것입니다. 긱스의 나이도 내년이면 37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믿고 기대기 힘듭니다.

맨유는 아스톤 빌라전을 통해 긱스 위주의 전술이 상대팀에 통하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후반 시작과 함께 4-4-2로 전환했습니다. 긱스에 대한 불안 요소를 해결하려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베르바토프가 4-4-2의 쉐도우 스트라이커 또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긱스의 몫을 대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베르바토프의 폼은 늘 꾸준하지 못했고 상대의 거센 압박을 받으면 여지 없이 무너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아스톤 빌라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도 같은 상황이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하려면 긱스의 공격력이 시즌 끝까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대 수비 조직력의 강약에 따라 긱스의 활용 방안을 달리할 수 있는 유연함이 맨유에게 요구됩니다. 하지만 긱스의 경기력이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지 못하면 앞으로 맨유의 행보가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긱스의 부진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실패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맨유가 인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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