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대표적인 약점은 중앙 미드필더 부재 입니다. 박지성, 웨인 루니가 중원에서 뛰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맨유의 허리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두 선수가 다른 포지션에서 활약하면서 맨유의 측면 공격이 허술해졌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골 생산을 도와줄 조력자 없이 경기에 임했습니다. 맨유가 최근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는 4-1-4-1을 활용했지만 원톱만큼은 철저히 실패작입니다. 모든 문제가 중원에서 시작되었고, 1월 이적시장에서 걸출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으면 올 시즌 전망은 뻔합니다.
우선,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 효과는 미미합니다. 선덜랜드전에서는 맨유 미드필더 및 공격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74개)를 기록했지만 14개의 패스 미스가 아쉬웠죠. 볼 배급을 통해서 공격을 주도하는 플레이도 약했습니다. 맨유의 잔패스에 많이 관여했지만 자신의 앞선에서 볼을 받아내고 상대 수비수를 뒤흔드는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었죠. 에르난데스-웰백의 부진을 놓고 보면 루니는 최전방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에르난데스가 상대 수비 견제에서 벗어나려면 근처에 루니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활약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평가가 엇갈립니다. <스카이스포츠>는 선덜랜드전이 끝난 뒤 "깔끔한 볼터치였으나 강력한 임펙트가 아니었다"며 꼬집었습니다. 반면, 지난 6일 효리사랑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박지성이 열심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플래처가 양질의 패스를 공급할 수 있었을까", "움직임을 비롯해서 전체적인 공격 전개가 무난했고 과감히 돌파를 시도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라는 반론을 들었습니다. 중원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 이전에는 동료 선수를 도와주는 조력자에 가까웠다는 뜻이죠. 많은 축구팬들도 박지성 중앙 미드필더 활약상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 시점에서 박지성-루니에게 짜임새 넘치는 호흡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두 선수가 평소에 호흡이 잘 맞았지만 왼쪽 윙어-공격수로 뛰었을때 가능했던 일입니다. 둘 다 중앙 미드필더라는 생소한 포지션에서 뛰면서 세밀한 공격 전개를 바라기에는 무리입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팀 전술과 개인 전술 능력에 이르기까지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포지션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동료 선수와 무난하게 공존해야 합니다. 그런데 박지성과 루니는 중앙에서 많은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 아닙니다. 선덜랜드전에서는 플래처가 합류했지만 오랫동안 결장했던 실전 감각 저하가 아쉽죠. 맨유의 중앙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루니는 적절한 시점에 최전방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중원에서 계속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여름 맨유의 미국투어를 기점으로 중앙 미드필더 기용이 많아졌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근면함과 풍부한 활동량이 뒷받침 됐죠. 흔히 말하는 앵커맨이나 홀딩맨 같은 범주보다는 박스 투 박스에 적합한 스타일입니다. 최근에는 에르난데스 옆공간까지 올라오거나, 좌우 측면까지 넓게 커버하는 프리롤 형태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루니에 비하면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동료 선수가 편하게 움직이도록 빈 공간에서의 활동이 많았죠. 상대 수비가 자신을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을 보면서 라이언 긱스를 떠올립니다. 긱스는 왼쪽 윙어에서 중앙으로 포지션을 바꾼 케이스죠. 측면 미드필더로 활동하기에는 기동력과 체력이 예전같지 않으며,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면서 단련된 볼 배급의 날카로움이 맨유 중원에 필요했습니다. 이미 30대 접어든 박지성도 긱스처럼 중앙 미드필더 출전이 많아졌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완성형이 어떨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재의 폼이라면 긱스보다는 맨유의 박스 투 박스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강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박지성은 긱스와 스콜스처럼 전방쪽으로 단번에 찔러주는 킬러 패스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거나, 양질의 패스를 적시적소에 뿌리는 타입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긱스와 똑같은 포지션 이동을 나타냈지만 두 선수의 스타일 차이점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박지성이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면 긱스는 볼 배급에 비중을 두는 타입이죠. 맨유의 문제점은 중원에서 공격을 풀어 줄 선수의 존재감이 약합니다. 긱스는 경기에 활발히 뛰지 못하고 있으며 스콜스는 은퇴했죠.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라는 이름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운운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박지성은 맨유 중원에 필요한 선수입니다. 박스 투 박스로서의 개성이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맨유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콘셉트를 지닌 중앙 미드필더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안데르손-캐릭-플래처는 정체를 거듭하면서 선수 고유의 장점이 '꾸준히' 묻어나지 못했고, 클레버리는 두 번의 부상이 아쉬우며, 긱스도 경기 출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비추어보면, 박지성이 굳이 긱스의 플레이를 닮을 필요는 없습니다. 긱스의 장점을 습득하며 자신만의 공격력을 살찌우는 것은 좋지만 본인만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축구 선수의 경기력은 하루 이틀만에 달라지지 않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긱스와 스콜스, 스네이더르처럼 패싱력이 뛰어난 유형이 전부가 아닙니다. 패싱력은 기본이지만 선수의 장점이 최대화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이용래가 기성용-구자철-윤빛가람처럼 패싱력이 발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소평가 합니다. 하지만 이용래의 중요성은 지난달 7일 비공인 A매치 폴란드와의 후반전에서 실감했죠. 이용래가 교체 투입하면서 전반전에 무기력했던 한국의 공격이 살아났습니다. 또한 염기훈이 수원에서 골 생산이 많았던 것도 이용래-이상호 같은 활동량에 일가견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공존했던 이점이 있었습니다. 두 선수가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주면서 염기훈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죠. 이용래는 조광래호-수원에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선수입니다.
이용래를 예로 든 것은 박지성의 '긱스화'가 정답이 아님을 쉽게 풀이한 것이죠. 긱스와 똑같은 공격 역량을 갖췄다면 더 좋겠지만, 박지성이 맨유의 중원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움직임입니다. 경기를 풀어주는 지휘자의 면모를 발휘하기에는 중원에서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는 것부터 우선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지션을 옮긴것은 아니지만, 박지성이 지금까지 맨유의 주축 선수로 존재했던 배경은 '움직임'이라는 자신만의 콘셉트가 뚜렷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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