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주영 (C) 효리사랑]
한국 축구는 불과 몇달 전까지 공격수 기근에 시달렸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빛낸 황선홍 이후 대표팀에서 꾸준하면서 괄목할 기량을 자랑하는 공격수가 마땅치 못했죠. 그래서 '공격수가 부족하다', '킬러 부재'라는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K리그에서는 2008년까지 외국인 공격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공격수들의 영향력이 주춤했죠. 조광래 감독이 지난해 가을 "국내 공격수들이 데얀(FC서울)을 배워야 한다"고 분발을 원했을 정도로 최전방이 불안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2011년 한국 축구의 화두는 '공격수 풍년' 입니다. 대표팀에서 공격수들이 믿음직스런 활약을 펼쳤고, 2011/12시즌 유럽에서 활약할 한국 공격수들의 개인 퀄리티가 향상 될 것으로 기대되며, K리그에서 우수한 공격수들이 배출되면서 '공격수가 없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덮게 됐습니다. 아직 '공격수 전성시대'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색하지만 적어도 지금 만큼은 실전에서 제 몫을 다하는 공격수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K리그 승부조작으로 시름하는 한국 축구의 어두운 단면 속에서 국내 공격수들의 영향력 강화가 반가우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케 합니다.
한국 축구는 공격수 부족? 이제는 옛말!
한국 축구의 공격수 가치가 달라졌던 배경에는 조광래호에 있습니다.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에서 공격수의 비중이 커졌죠. 지동원이 아시안컵에서 제로톱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며 박주영 부상 공백을 메우는데 성공했고, 대회 4골을 넣으며 공격수로서 부족함이 없는 스탯을 쌓았습니다. 지난달 7일 가나전에서는 선제골을 터뜨리는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죠. 박주영은 3월 25일 온두라스전, 6월 3일 세르비아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1년 6개월 동안 A매치에서 필드 골이 없었던 아쉬움을 만회했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힘을 실어주면서 허정무호에 이어 조광래호에서 붙박이 주전 공격수를 굳혔습니다.
지동원-박주영 맹활약은 대표팀 최전방이 더 이상 취약 포지션이 아님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4-2-3-1과 4-1-4-1의 원톱 역할을 착실히 소화할 선수가 두 명이나 존재합니다. 더욱이 두 선수는 경기 상황에 맞게 골 욕심을 부리거나 이타적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는 변화무쌍한 폼을 나타낸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추구하는 조광래 감독의 전술적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되었죠. 경우에 따라서는 지동원-박주영 투톱 형성도 가능합니다.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는 쓴소리가 가득했던 지난날의 무거운 분위기를 뒤집는데 성공했습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한국 축구가 대표팀에서 활용 가능한 공격수 옵션들이 많아졌습니다. 다음달 10일 A매치 일본 원정에서는 대표팀에 발탁 될 공격수 폭이 넓습니다. 박주영-지동원-정조국 같은 기존 공격수 및 유럽파들을 비롯 이동국-고무열-김신욱-한상운 같은 올 시즌 K리그에서 맹활약 펼쳤거나 잠재된 가능성을 인정받은 공격수들의 발탁 가능성이 예상됩니다. 만약 박주영-지동원-정조국 같은 유럽파들이 2011/12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차출이 힘들 경우 K리그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이동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대표팀 경험 부족이 약점이지만 오히려 이들에게는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K리그에서는 국내 공격수들의 강세가 나타났습니다. '뼈뜨라이커' 김정우가 12골로 득점 1위를 기록중이며, 불과 얼마전까지는 이동국이 득점 순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김정우는 페널티킥이 많은 것이 흠이지만(4골, 이동국-데얀은 기록 없음)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득점 선두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이대로라면 3년 연속 국내 공격수의 득점왕 수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올 시즌 득점 상위권 11명 중에서 6명(김정우-이동국-한상운-양동현-황진성-조동건)이 국내 공격수 입니다. 외국인 선수 이름이 대부분이었던 지난날의 K리그 득점 순위 상위권과 대조적입니다. 이동국이 2009년 득점왕에 등극했던 것을 기점으로 국내 공격수들의 영향력이 강해졌죠.
물론 이동국은 K리그에서 잔뼈가 굵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32세 노장으로서 최근 K리그에서 스타로 자리매김중인 젊은 공격수와는 위상이 다릅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전북의 간판 골잡이로서 K리그 내에서 국내 공격수들의 가치를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데얀-모따-주앙파울로 같은 K리그 특급 외국인 공격수와 견줄만하거나 능가하는 기량을 자랑하는 국내 공격수가 있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K리그 내에서 국내 공격수의 경쟁력 강화 및 또 다른 세대들의 동기 부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자왕의 포효가 반갑습니다. 김정우의 예상치 못한 공격수 전환 성공, 한상운의 능수능란한 기교, 조동건의 업그레이드, 황진성-이승기-이승현-김동찬 같은 미들라이커들의 활약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13일에 막을 내린 K리그 컵대회는 승부조작의 온상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김신욱의 재발견, 양동현 부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김신욱은 컵대회 8경기에서 11골을 넣었으며 4강 경남전에서는 4골을 몰아치며 울산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거듭났습니다. 196cm의 장신 공격수로서 공중볼을 떨궈주는 역할에 능했지만 올 시즌에는 물 오른 득점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공격 무기가 늘어났습니다. 지난 아시안컵 처럼 대표팀 공격 색깔을 다채롭게 키울 수 있는 장신 공격수라는 매리트가 있습니다. 양동현은 울산과의 결승전에서 2골을 넣으며 부활을 알렸죠. 2골 모두 곽태휘를 농락했던 장면 이었습니다. 소속팀 부산의 패배 속에서도 0-3으로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자신의 두 방에 의해 2-3으로 돌려 놓으며 추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그리고 유럽파 공격수들은 올 시즌에 충분한 동기 부여를 안고 있습니다. 이적이 예상되는 박주영은 새로운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을 통해 공격 퀄리티를 높일 것이며, 이미 선덜랜드에 진출한 지동원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조국-손흥민은 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기를 원할 것입니다. 특히 손흥민은 프리시즌 5경기에서 14골을 몰아치며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의 맹활약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지난해 여름 프리시즌 첼시전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초반 결장했던 불행만 없다면 올 시즌 함부르크의 기대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네 명 모두 소속팀에서 입지를 키우는데 주력하면 기량이 향상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의 공격수 퀄리티가 나날이 높아집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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