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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병지 (C) 경남FC 공식 홈페이지]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인을 발표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30일 논현동에 위치한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예비 엔트리 발표회에서 30명의 이름을 호명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 엔트리에서 꾸준히 발탁된 선수들이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황재원-김치우 같은 오랜만에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선수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병지(40, 경남) 설기현(31, 포항)은 끝내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대표팀에서 탈락했습니다. 두 선수는 여론에 의해 남아공행 가능성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끝내 예비 엔트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을 추려 다음달 중순 남아공 비행기에 탑승할 최종 엔트리 23인 명단이 결정되는 만큼, 두 선수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없게 됐습니다.

물론 김병지는 월드컵보다 소속팀 경남의 K리그 우승을 간절히 염원했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 골키퍼 논란으로 여론의 김병지 발탁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표팀 발탁 여부로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설기현은 월드컵 출전을 위해 10년 간의 유럽 커리어를 마치고 지난 1월 포항에 입단했으나 연이은 부상 여파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2월 전지훈련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쳤고 3월에는 무릎 연골이 파열되면서 전치 3개월 진단을 받아 대표팀 탈락 가능성이 대두됐습니다.

무엇보다 김병지가 예비 엔트리에서 탈락한 배경은 이운재-김영광-정성룡 3인 골키퍼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의도가 있었습니다. 4년 전 대표팀 감독을 이끌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김병지를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킨 것과 다른 행보죠.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교체 빈도가 적은 특성 때문에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에 김병지를 포함한 4명의 골키퍼를 포함시킬 의미가 없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김병지를 뽑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병지의 경기력을 살펴보기 위해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지난 11일 경남-강원 경기를 관전한 것은, 김병지 발탁 여부 보다는 이운재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 코치는 이운재가 지난 4일 서울전에서 치명적인 실점을 범하면서 언론을 통해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고 그로인해 대표팀 발탁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병지의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김병지는 K리그 9경기 7실점으로 분전하며 여론의 발탁 지지를 얻었지만, 대표팀에서 탈락한 이유는 실력을 떠나 기존 골키퍼를 믿고 가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의도가 작용했습니다.

사실, 김병지를 대표팀에 뽑기에는 김영광-정성룡 중에 한 명을 희생해야 하는 무리수가 따릅니다. 두 명의 젊은 골키퍼는 올 시즌 절정의 폼을 발휘하며 이운재의 No.1 자리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실력으로 보여줬습니다. 이운재가 최근 수원에서 예전보다 떨어진 폼을 보인 것은 분명하나, 그동안 허정무호의 No.1 골키퍼로서 많은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김병지 발탁이 대표팀 골키퍼 논란을 해결할 카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설기현은 불과 얼마전까지 염기훈과 더불어 부상 때문에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희박한 선수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염기훈은 부상 회복이 빨라지면서 지난 27일 AFC 챔피언스리그 아미포스전에서 2골을 넣으며 수원의 6-2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설기현은 지난 29일 팀 훈련에 복귀하면서 그라운드 출격을 대기했지만 자신의 실력을 K리그에서 증명하기에는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포항 복귀 이후 부상에 시달렸던 것이 풀럼에서의 벤치 신세와 맞물려 실전 감각 부족에 의심을 받아 대표팀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염기훈이 부상 이전까지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한 설기현은 허정무호에서의 활약이 좋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 9월 5일 호주전에서 후반 막판에 골을 넣었지만 10월 14일 세네갈전과 11월 19일 세르비아전에서의 무기력한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설기현은 두 경기에서 4-2-3-1의 원톱을 맡았는데 스탠딩 성향 때문인지 2선 미드필더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좀처럼 상대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선 미드필더들이 설기현의 부진에 의해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료 선수들과 횡패스를 주고 받는 아쉬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의 최종 엔트리 발탁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공격수까지 소화 가능한 염기훈이 얼마전 허정무 감독에게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칭찬을 받았다는 점은 설기현의 대표팀 탈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 이었습니다. 최종 엔트리 23인에서 공격수를 4명 뽑을 수 있는 만큼,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이근호(또는 염기훈, 이승렬) 체제로 구축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설기현은 그동안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염원했으나 그 꿈은 결국 무산 되었습니다.


-관련 글-

1. 인테르 10명이 바르사 11명보다 강했던 이유
2. 기성용, 이청용처럼 성공하기 힘든 이유
3. 김병지가 K리그 최고의 선수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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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 FC Barcelona v Inter Milan UEFA Champions League Semi Final Second Leg

[사진=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인터 밀란의 FC 바르셀로나 격파를 공헌한 사뮈엘 에토(하얀색 유니폼). 만약 에토가 바르셀로나에 잔류했다면 인터 밀란전 경기 내용 및 결과는 현실과 달랐을지 모를 일입니다. 에토의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인터 밀란에 잔류했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C) 티스토리 PicApp]

인터 밀란과 FC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지난해 여름 두 팀의 이해관계에 의해 트레이드 된 사뮈엘 에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였습니다. 두 팀의 트레이드는 득과 실이 뚜렷했지만 적어도 4강전 만큼은 인테르의 결승 진출을 이끈 에토의 승리였습니다. 지난 시즌 바르사, 올 시즌 인테르의 일원으로 두 시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을 에토를 보며 바르사 팬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래서 효리사랑은 머릿 속에서 이러한 패러다임의 생각을 했습니다. 'OO가 XX팀에 잔류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명제를 짜낸 것이죠. 이적 및 트레이드가 활발한 현대 축구에서는 '저 선수가 잔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습니다.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기거나 방출시킨것에 따른 전력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패러다임은 해당팀의 시즌 성적까지 좌우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 중에서 12가지 이야기를 언급 하겠습니다. (몇몇 팀은 포스팅의 편의를 위해 줄임말로 표기 하겠습니다.)

1. 사뮈엘 에토(바르사에 잔류했다면?)

에토는 지난 시즌까지 바르사의 간판 골잡이로 이름을 떨쳤고 올 시즌 즐라탄의 트레이드 대상으로 인테르에 입성했습니다. 비록 기복이 심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인테르 현지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바르사와의 4강 1~2차전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공수 양면에 걸친 철저한 팀 플레이로 팀의 결승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만약 바르사에 잔류했다면 여전히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을 것이고 메시-페드로와 함께 다득점 양산에 주력했을지 모릅니다. 끊임없는 공간 창출과 종적인 움직임에 강한 특징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즐라탄과 다른 타입입니다. 인테르에 탈락한 바르사 입장에서는 에토의 존재감이 그리웠습니다.

2.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테르에 잔류했다면?)

즐라탄은 지난 시즌까지 인테르의 간판 골잡이로 뛰었으며 올 시즌 에토의 트레이드 대상으로 바르사에 이적했습니다.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가 있었지만 슈투트가르트와의 16강 1차전 1골 및 아스날과의 8강 1차전 2골을 통해 개선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친정팀 인테르와의 4강 1~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거듭했고 2차전 후반 17분에는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교체되는 쓴맛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부진은 바르사 탈락의 결정적 원인이 됐습니다. 만약 인테르에 잔류했다면 무리뉴 감독의 유럽 제패 꿈은 산산조각 깨졌을 것이며 16강 첼시전에서 패했을지 모릅니다. 인테르는 즐라탄이 뛰었던 지난 세 시즌 동안 16강에서 모두 탈락했습니다.

3. 카를로스 테베즈(맨유에 잔류했다면?)

테베즈는 지난 시즌 맨유에서 프리미어리그 5골에 그쳤으나 올 시즌 맨시티에서는 22골을 작렬했습니다. 맨유의 현 전력에서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는 점, 강팀과의 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던 베르바토프의 부진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상기하면 테베즈의 존재감이 아쉽습니다. 테베즈가 루니와 호흡이 잘 맞는 공격수인데다 저돌적인 움직임을 강점으로 그라운드에 활력을 불어넣는 유형의 선수라는 점은 그를 잡지 못한 맨유에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만약 테베즈가 맨유에 잔류했다면 이러한 문제가 없었겠지만, 맨유가 테베즈를 완전 영입하려면 엄청난 이적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4. 헤라르도 피케(맨유에 잔류했다면?)

피케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전에서 호날두 봉쇄에 성공해 바르사의 2-0 완승을 견인한 센터백입니다. 두 시즌 연속 유럽 제패를 노리던 친정팀 맨유의 저력을 무너뜨린 것이죠. 그러나 피케가 2008년 여름 바르사 이적을 택하지 않고 맨유에 잔류했다면 바르사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트레블 달성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피케가 맨유에서 철저한 벤치 신세였으나 바르사 이적 이후 주축 수비수로 거듭났기 때문이죠. 맨유 입장에서는 피케보다 에반스가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바르사 이적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에반스의 폼이 꾸준히 올라오지 못한 현 시점에서는, 맨유의 피케 이적 판단이 무조건 옳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사진=베슬레이 스네이데르-아르연 로번. 만약 두 선수가 레알에 잔류했다면 인터 밀란과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힘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uefa.com)]

5. 베슬레이 스네이데르-아르연 로번(레알에 잔류했다면?)

스네이데르-로번은 1984년생 동갑내기, 네덜란드 국적, 지난해 여름 레알에서 방출성 이적을 당했던 미드필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각각 인테르-뮌헨 공격의 구심점이자 등번호 10번 선수로서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끈 공통점까지 추가 됐습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칠 장소는 친정팀 레알의 홈 구장인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입니다.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했던 레알의 반응이 미묘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 두 선수가 레알에 잔류했다면, '축구천재' 호날두-카카의 레알 입성이 없었거나 또는 두 명의 축구 천재에게 밀려 벤치를 지켰을 것입니다. 그래서 뮌헨-인테르 이적이 없었을 것이며, 두 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6. 대런 벤트(토트넘에 잔류했다면?)

벤트는 지난 27일 잉글랜드 일간지 <더타임스>로 부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영입 1위에 선정됐습니다.(이청용 16위) 지난해 여름 1000만 파운드(약 171억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에서 선덜랜드로 이적했습니다. 토트넘에서는 들쭉날쭉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두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63경기 18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선덜랜드에서는 프리미어리그 36경기 24골을 기록해 득점 3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뽐내며 최고의 주가를 올렸습니다. 만약 토트넘에 잔류했다면 디포와 환상의 투톱을 형성하여 팀이 빅4 진입을 조기에 확정지었을 것입니다. 반면 올 시즌 10위를 기록중인 선덜랜드는 강등 위협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7. 카카(AC밀란에 잔류했다면?)

카카는 AC밀란의 주장이 되고 싶다며 친정팀에 대한 애착심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망은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재정난에 시달린 AC밀란의 자금 확충을 위해 레알로 이적했죠. '축구황제' 지단에 이은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첫 시즌은 기복이 심한 활약을 펼치며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반면 AC밀란은 카카를 잃으면서 공격의 구심점 공백을 메우지 못한 끝에 세리에A-챔피언스리그에서 기대에 못미친 성적을 거두었고 레오나르두 감독이 경질 위기에 몰렸습니다. 카카가 AC밀란에 잔류했다면 에이스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팀의 성적 향상에 노력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Football - Ivory Coast v South Korea International Friendly  

[사진=이동국이 성남에 잔류했다면 허정무호 합류 및 지난달 3일 A매치 코트디부아르전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요? (C) 티스토리 PicApp]

8. 이동국(성남에 잔류했다면?)

이동국은 2008년 7월 성남에 입단했으나 13경기에서 2골 2도움(페널티킥 1골 포함)에 그쳐 이름값을 잔뜩 구기고 계약 해지 당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전북에서는 K리그 21골로 득점왕 및 정규리그 MVP 수상, 전북의 우승을 이끈 오름세에 힘입어 허정무호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히 성남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전북 우승을 공헌하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만약 성남이 자신을 계약 해지 시키지 않고 끝까지 믿었다면, 이동국은 지난해 전북에서의 영광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2009시즌 전북의 전력이 성남보다 더 좋았기 때문이죠. 아울러 허정무호 발탁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9. 조재진(전북에 잔류했다면?)

전북 공격의 상징은 이동국이지만 그 이전에는 조재진이 있었습니다. 2008년 초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로 소속팀을 찾지 못한끝에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완산벌에 입성했죠. 하지만 조재진은 2008년 5월 5일 수원전까지 9경기 7골 1도움의 가공할 화력을 과시했으나 이후 22경기에서 3골 2도움에 그쳐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만약 감바 오사카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잔류했다면 이동국의 전북 이적 및 2009 시즌 K리그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의 믿음속에 꾸준히 절치부심했다면 지난해 허정무호 발탁 여부로 여론의 주목을 끌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10. 김병지(서울에 잔류했다면?)

김병지가 서울에 잔류했다면, 귀네슈호는 2009시즌 우승의 한을 풀었을지 모르지만 조광래호는 K리그 우승 도전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김병지는 2008시즌 허리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고 귀네슈 감독과의 불화까지 겹쳐 시즌 종료 후 경남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2009시즌 김호준의 불안한 선방으로 김병지 존재감을 이기지 못해 무관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김호준을 제주로 보내고 김용대를 성남에서 데려왔습니다. 반면 경남은 김병지를 영입하면서 뒷문이 튼튼해졌고 그 효과속에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랐습니다. 김병지는 올 시즌 9경기 7실점을 기록해 자신을 내쳤던 서울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실력으로 입증했습니다.

11. 김호의 아이들(수원에 잔류했다면?)

'김호의 아이들'은 김호 감독이 수원에서 애지중지하게 키우던 존재였으나 차범근 감독 부임 이후 벤치신세 및 입지 불안 끝에 팀을 떠났던 선수들을 말합니다. 고종수-김두현-조병국-조성환-이종민-고창현-권집 등이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만약 이들이 친정팀에 잔류했다면 수원의 선수층은 지금과 달리 두꺼웠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들의 결실속에 또 다른 유망주들을 키우며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듣지 않았을 것이죠. 또한 김두현-조병국은 2006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 소속으로 수원에게 우승의 비수를 꽂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독 수원과 경기하면 흥분이 심했던 조성환은 수원팬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히지 않았겠죠. 수원의 인기를 상징하는 '수원=고종수' 공식 성립은 여전했을 것입니다.

12. 쌍용(서울에 잔류했다면?)

'쌍용' 이청용-기성용이 친정팀에 잔류했다면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을지 모릅니다. 서울은 지난해 여름 이청용이 빠지면서 오른쪽 측면 자원이 약해지는 문제점을 겪었기 때문이죠. 쌍용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에스테베즈-하대성을 영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볼턴은 이청용을 영입하지 못해 지금쯤 강등이 확정되었을 것입니다. 볼턴의 프리미어리그 9승 중에 7승이 이청용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경기였기 때문이죠. 기성용은 셀틱에서 벤치 신세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꾸준히 경기 출전을 거듭하며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했을 것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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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Barcelona vs Inter Milan

[사진=조세 무리뉴 인테르 감독이 바르사와의 4강 2차전 경기 도중에 엄지 손가락을 드는 모습 (C) 티스토리 PicApp]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상대가 드디어 가려졌다. 바이에른 뮌헨과 인터 밀란이 유럽의 유수한 강호들을 제치고 결승에 올라 유럽 제패에 도전하게 됐다. 특히 4강 1~2차전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친 탄탄한 조직력과 수준급의 기량을 선보이며 챔피언스리그에 우승할 수 있을만한 자격이 충분함을 입증했다. 그래서 효리사랑은 지난 주 4강 1차전에 이어 이번에는 4강 2차전을 위주로 종합 리뷰를 대화체로 정리했다. 아울러 FC 바르셀로나-인터 밀란-바이에른 뮌헨은 대화체 편의상 바르사-인테르-뮌헨으로 표기한다.

Q.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챔피언스리그 4강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목인데...
A. 너도 그 말을 알고 있구나. 어느 프로야구 감독이 몇년 전에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명언을 했었지. 그런데 그 감독이 결국에는 직접 내려가더라고. 명장에서 평범한 감독으로. 나머지 이야기는 야구팬들이 잘 알겠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을 보면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이 떠오르더라고. 내가 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팀의 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Q. 내려갈 팀이 내려간다면 바르사도 그 중에 하나였겠네.
A. 그렇지. 바르사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고 유럽 최강의 전력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4강 상대가 인테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인테르는 바르사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거든. 역대 챔피언스리그 2연패 팀이 없었음을 상기하면, 바르사에게 인테르전은 힘들고 어려운 고비였어.

Q. 인테르가 바르사보다 더 약하지 않았어? 너의 생각이 좀 의외인데.
A. 내가 4강 시작하기 전에 '인테르가 바르사를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면 악플러들이 가만두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인테르가 바르사와 대등한 접전을 펼칠 것이다'라는 마음 속 생각을 했었는데 이길줄은 몰랐어. 특히 인테르 홈에서 열렸던 4강 1차전 3-1 승리가 그랬지. 바르사에게 경기 초반 골을 헌납하고 3골을 넣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데 그게 인테르의 결승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했지. 원정 2차전에서 극단적인 수비를 펼쳤던 이유가 3-1 리드를 지키기 위함이니까. 피케에게 후반 37분 실점을 헌납했지만 결과적으로 리드를 지키고 결승에 진출했지.

Q. 인테르가 32강 본선에서는 바르사에게 패하지 않았어?
A. 맞아. 32강 본선에서 1무1패로 바르사에게 열세였지. 원정에서는 0-2로 패했어. 하지만 인테르의 행보는 32강 본선과 토너먼트가 서로 대조적이야. 32강에서는 본선 5차전까지 1승3무1패로 부진할 만큼 탈락 위기에 있었거든. 그런데 16강 부터 4강 1차전까지 토너먼트 5경기를 모두 이겼어. 이것은 주축 선수들이 선 수비-후 역습 전술에 몸이 베이면서 경기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과 커버 플레이에 따른 수비 조직력 향상으로 이어졌지. 그래서 압박이 점점 견고해지고 강해지면서 바르사를 제압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어. 경기를 치를수록 폼이 올라온 것이지.

Q. 무엇보다 메시의 부진이 의외였어.
A. 메시가 아스날과의 8강 2차전에서 4골 넣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인테르와의 4강 1~2차전은 부진했지. 1차전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메시 활용에 실패했고, 2차전은 메시의 공격 패턴이 인테르에게 읽혔던 것이 맞아. 메시가 1차전에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는데 오히려 바르사에게 악수로 작용했어. 캄비아소-모따를 더블 볼란치로 놓는 인테르의 중원 압박이 강했거든. 메시는 좁은 공간에서 돌파할 공간을 좀처럼 찾지 못했는데 2차전에서는 키부-사네티의 협력 수비에 걸려들었고. 허정무호가 참고할 필요가 있어.

Football - FC Barcelona v Inter Milan UEFA Champions League Semi Final Second Leg

[사진=인테르와 바르사의 경기 장면 (C) 티스토리 PicApp]

Q. 그런데, 단순히 수비만 잘한다고 해서 결승 진출이 가능한걸까?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종목이잖아.
A. 그건 너의 생각이 모순이지. 수비 위주로 나간다고 해서 공격 의지가 없는건 아니잖아. 인테르가 4강 2차전에서 수비에 치중했지만 1차전을 3-1로 이겼잖아. 물론 1차전에서도 수비력이 탄탄했지만, 선 수비-후 역습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인테르의 공격력은 칭찬을 받아야해.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둔 것은 1차전과 같은 전략이었지만 에토-스네이데르-판데프를 2선 미드필더를 통한 빠른 역습 전개를 통해 상대 좌우 풀백을 흔들어 3골의 발판을 마련했으니까. 2차전에서는 1차전 승리 원동력인 역습이 없었을 뿐이었어. 축구는 점유율보다는 골을 넣는 전략이 더 중요한 경기거든.

Q. 결국 무리뉴 감독의 역습이 과르디올라의 공격 본능을 제압했군.
A. 무리뉴 감독 이전에 인테르 위주의 관점에서 논하고 싶은게 있어. 나는 즐라탄-에토의 맞트레이드, 막스웰을 바르사로 보낸 것, 밀리토-모따-루시우의 영입, 레알 마드리드에서 방출 위기에 놓였던 스네이데르를 받아들인 인터 밀란의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성과가 제대로 적중했다고 생각해.

에토가 바르사 시절 만큼의 화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2선에서 공을 받아 전방으로 치고 나가는 집중력과 근성이 좋거든. 즐라탄이 있었던 인테르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없었는데 에토가 측면에서 그 역할을 하는거야. 에토를 측면 미드필더로 내려 4-2-3-1을 구사한 무리뉴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고 그것이 바르사 격파의 원동력이 됐어. 에토가 1차전에서 상대 좌우 풀백읠 뒷 공간을 파고들며 박스쪽으로 날카로운 볼 배급을 하며 득점의 발판을 열었거든. 2차전에서 막스웰-페드로 봉쇄하는거 보니까 수비 능력까지 출중하더라고. 내가 보는 에토는 먹튀가 아니야.

즐라탄의 공백은 밀리토의 공간 창출로 채웠지. 비록 밀리토가 즐라탄처럼 매력적인 타겟맨은 아니지만 상대 수비의 빈 틈을 노려 골을 넣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체질은 강하거든. 반대로 바르사는 이러한 부분이 약했어. 에토가 빠지고 즐라탄이 들어오니까 공격 마무리가 끊기는거야. 특히 인테르와의 4강에서 그랬지. 에토가 동료 선수와의 끊임없는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며 다득점을 양산했는데, 즐라탄에게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거든. 결국 인테르전에서 즐라탄이 인테르 수비수들에게 봉쇄당하면서 탈락의 빌미를 열어줬지. 즐라탄-에토의 맞트레이드는 서로에게 득과 실이 뚜렷했지만, 인테르의 '근소한' 승리에 무게감이 실리지.

스네이데르는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인 역습 공격의 정점 역할을 하는 선수야. 양발을 통한 다채로운 패스 연결과 넓은 움직임, 안정적인 공수 전개 유지가 뛰어난 선수거든. 인테르가 4강 1차전에서 승리했던 것도 스네이데르를 통한 역습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스네이데르의 역습 본능은 에토-밀리토-판데프와 함께 공존하면서 인테르의 공격 색깔이 완성됐지. 공격적인 성향의 막스웰을 바르사로 보내고 사네티를 왼쪽 풀백으로 쓴 것, 모따의 영입은 수비 밸런스 강화의 측면이 두드러졌지. 결국, 인테르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는 무리뉴 감독의 선 수비-후 역습을 강화하는 의지로 요약되는데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어.

Sports News - April 28, 2010

[사진=리옹과의 4강 2차전 3-0 승리 이후 환호하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C) 티스토리 PicApp]

Q. 아까 인테르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야기 하는 바람에 내가 더 이상 질문할게 없다. 그러면 뮌헨-리옹의 경기로 넘어가 볼까? 뮌헨이 2차전에서 올리치의 해트트릭으로 3-0 승리를 거두었어.
A. 올리치의 골 냄새는 70년대 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간판 골잡이였던 뮐러를 보는 것 같았어. 후방 옵션들이 박스 부근에서 공격을 펼치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달려들어 골을 넣더라. 상대 수비를 유린하는 순간적인 움직임과 위치선정이 아주 좋아. 골 결정력도 좋지만, 골을 넣기 위해 준비하는 자세를 더 칭찬하고 싶어. 그것이 전형적인 골잡이들의 본 모습이니까. 한국 축구에도 그런 유형의 골잡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Q. 경기가 싱겁게 끝나지 않았어?
A. 나도 같은 기분이야. 아까 내가 서두에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을 했잖아. 바르사에 이어 리옹도 그런 꼴이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었거든. 리옹의 현재 전력으로는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고 생각해. 16강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의 천적이기 때문에 그 특징이 빛을 발했고 8강 보르도전은 프랑스리그 클럽끼리의 맞대결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Q. 그렇다고 리옹을 낮게 평가하는거 아냐? 프랑스리그 최강팀에게 감히 그런 평가를!
A. 리옹이 프랑스리그 최강인 것은 예전 이야기잖아. 지난 시즌에 보르도가 우승했고 올 시즌에 마르세유가 유력한데. 그리고 리옹의 올 시즌 리게앙 순위는 5위야.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 리그에서 보게 될 지도 몰라. 프랑스리그 7연패하던 그 리옹이 아니야.

Q. 그걸 내가 착각했네. 그런데 리옹에게 왜 그런 평가를 했어.
A. 그건 네가 경기 싱겁게 끝났다고 하니까 내가 받아친것 뿐이지. 리옹은 뮌헨에게 한 수 혹은 두 수 아래의 경기를 펼치더라고. 공격이 번번이 끊어지는 것을 비롯해 수비 조직력이 불안하더라고. 원톱인 리산드로가 번번이 고립되면서 벤제마의 존재감만 크게 만들어 놓았고, 고부-바스토스로 짜인 측면 옵션의 한 박자 늦은 기동력과 템포 전개, 마쿤-고나론스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슈바인슈타이거의 종적인 움직임을 계속 놓친 것, 로번 봉쇄 실패에 중앙 수비 불안까지 뮌헨을 이길 묘안이 없더라.

Q. 로번이 왼발잡이인데 뮌헨에서 경기하는거 보니까 오른쪽에서 잘하더라. 그 이유가 있어?
A. 로번이 에인트호벤과 첼시에 있을때는 전형적인 왼쪽 윙어로 통했지. 물론 첼시에서는 더프와의 스위칭이 잦았어.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에는 오른쪽 윙어로서 만발의 기량을 보여줬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공격을 전개하면 볼 배급 타이밍이 빨라지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봉쇄하기 쉽지 않아. 그래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유도하는 것이고. 그동안 오른쪽에서는 왼발로 피니시를 해결하려다보니 결정력이 부족했는데 뮌헨에서는 개선이 됐지. 분데스리가에서는 오른발로 골 넣었던 적도 있으니까.

Q. 그렇다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예상해볼까?
A. 창과 방패의 싸움이지. 뮌헨은 로번-올리치-슈바인슈타이거-알틴톱 같은 공격 성향의 선수들을 앞세워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고, 인테르는 선 수비-후 역습을 통해 수비에 중심을 두다가 반격을 노리겠지. 리베리의 결승전 출전 정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아. 알틴톱의 파괴력은 리베리 못지 않거든. 지난 시즌 결승에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전술싸움에서 패했던 것 처럼, 무리뉴-판 할 감독의 선택이 두 팀 우승의 희비를 가르겠지.

그리고 우승팀을 예상하자면 인테르가 될 것 같아. 첼시-바르사를 꺾은 자신감이라면 결승전은 문제 없어.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 시점일 뿐, 결승전 이전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께.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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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Barcelona vs Inter Milan

[사진=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하는 인테르 선수들 (C) 티스토리 PicApp]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의 결승 진출 집념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보다 더 강했습니다. 팀 승리보다 결승 진출을 목표로 했던 수비 위주의 전력이 빛났던 것이죠.

인테르는 29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바르사 원정에서 0-1로 패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쥬세페 메이차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3-1로 승리했기 때문에, 통합 스코어에서 3-2의 리드를 기록하여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전반 28분 티아고 모따의 퇴장, 후반 37분 헤라르도 피케에게 골을 허용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통합 스코어 리드를 지켜 원하는 목표를 달성 했습니다. 이로써, 인테르는 1963/64-1964/65시즌 유로피언컵 우승 이후 4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에 나섰습니다.

Football - FC Barcelona v Inter Milan UEFA Champions League Semi Final Second Leg

[사진=바르사와 인테르의 경기 장면 (C) 티스토리 PicApp]

인테르가 안티 풋볼? 수비가 강했을 뿐!

인테르와 바르사의 경기는 국내에서 '안티 풋볼vs뷰티풀 게임'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였습니다. 인테르가 공격보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팀이라면 바르사는 높은 볼 점유율과 공격적인 경기력을 자랑하는 팀입니다. 특히 4강 2차전에는 바르사가 90분 동안 쉴세없이 공격을 펼쳤다면 인테르는 공격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테르의 축구를 안티 풋볼이라고 비판할 수 있는데, 축구가 결과로 말하는 종목이자 승리가 중요함을 상기하면 비판이 잘못되었습니다.

물론 인테르의 공격은 바르사보다 매력적이지 않은 것 처럼 보입니다. 바르사가 높은 볼 점유율을 앞세워 경기의 흐름을 장악하고 다득점을 연출하는 스타일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테르의 공격력은 지난 4강 1차전에서 바르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을 앞쪽으로 끌어당긴 뒤, 에토-판데프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상대 좌우 풀백 뒷 공간을 파고들고, 원톱 밀리토가 박스 안에서 끊임없이 공간 창출하며 역습의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는 3-1 승리 였습니다. 점유율보다는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 더 중요함을 의미합니다.

안티 풋볼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단어는 요한 크루이프가 90년대 초반 바르사 감독을 맡던 시절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상대팀을 비판하기 위해 꺼낸 말입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지난 시즌 4강 1차전에서 수비에 치중한 첼시를 안티 풋볼이라고 깎아 내렸죠. 하지만 안티 풋볼은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펼치는 지도자들의 독설에 불과했을 뿐,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북한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도 비판 받아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인테르의 안티 풋볼 논란에 대한 반론입니다.

FC Barcelona vs Inter Milan

[사진=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오른손을 치켜들며 환호하는 조세 무리뉴 인테르 감독 (C) 티스토리 PicApp]

인테르의 결승 진출 원동력, 탄탄한 수비

인테르가 4강 2차전에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이유는 상대가 바르사이자 원정경기였기 때문입니다. 바르사와 함께 공격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면 슈투트가르트-아스날처럼 장렬하게 전사했을 것입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을 나타내는 성향이기 때문에 그 특성을 주 전술로 삼았고 결국 결승에 진출하면서 무리뉴 감독의 판단이 옳았습니다. 홈에서 열렸던 4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했기 때문에, 원정 2차전에서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인테르는 수비가 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기반으로 3-1의 리드를 지키는 것이 목표였을 뿐입니다. 승리 이전에 다음 토너먼트 진출이 중요했던 것이죠.

특히 인테르는 사네티-사무엘-루시우-마이콘으로 짜인 유럽 최강의 포백을 구축했습니다. 네 명은 끈끈한 호흡을 앞세운 커버 플레이와 탄탄한 대인마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페드로-즐라탄-메시로 짜인 바르사의 3톱을 철저히 봉쇄했습니다. 인테르의 포백이 강했던 비결에는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있었습니다. 인테르의 미드필더들은 공수 밸런스 조절 및 집중력, 경기 흐름 판단이 좋기 때문에 상대의 강력한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역량이 출중합니다. 그 역량은 바로 템포 였습니다. 상대를 악착같이 견제하면 파울을 범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공간을 허용하여 상대 공격 템포를 늦추는 것이 인테르 미드필더들의 과제였죠.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뻔했습니다. 모따가 전반 10분과 28분에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를 받았고 그것이 누적되어 퇴장 당하면서 인테르가 10명으로 경기를 싸워야했기 때문입니다. 모따는 사비-케이타로 짜인 바르사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공격 물 줄기를 봉쇄하는 홀딩 역할을 맡았는데 이른 시간에 퇴장 조차를 받으면서 무리뉴 감독의 전술 운용이 어려워 졌습니다. 그래서 인테르는 원톱인 밀리토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여 4-5-0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모따의 빈 자리를 스네이데르-밀리토가 함께 채우고 박스 부근에서 압박 작전을 펼치며 실질적으로 9백을 구사했습니다.

인테르는 전반전에 점유율 23-77(%) 패스 47-214(개) 슈팅 0-7(개)를 기록할 만큼 -후반전 포함하면 점유율 25-75(%), 패스 86-371(개), 슈팅 1-15(개)- 다분히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바르사가 즐라탄-발데스를 제외한 9명이 20개 이상의 패스를 기록한 반면, 인테르는 세자르-스네이데르-마이콘을 제외한 8명이 10개 미만의 패스를 날렸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2~3겹의 수비 벽을 구축하여 상대에게 뒷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상대 공격 템포를 늦추기 위해 협력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것입니다. 골보다 실점하지 않는 전략이 더 중요했던 만큼, 공격 옵션을 수비로 내렸기에 모따 퇴장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Football - FC Barcelona v Inter Milan UEFA Champions League Semi Final Second Leg

[사진=결승 진출 실패로 고개를 숙인 리오넬 메시 (C) 티스토리 PicApp]

인테르, 메시-사비 봉쇄에 성공한 이유

인테르의 결승 진출 원동력은 단순히 수비만 한 것이 아니라 상대 공격 스타일을 명확하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바르사는 페드로-메시로 짜인 좌우 윙 포워드들이 측면에서 문전 방향으로 대각선 침투하면서 골을 노리는 스타일을 즐깁니다. 또한 사비라는 공격의 구심점을 통해 경기 흐름을 주도합니다. 최근에는 메시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이 두드러졌습니다. 바르사에게는 강점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바르사를 상대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바르사 격파'의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격언이 있듯, 무리뉴 감독은 바르사의 특징을 명확하게 꿰뚫었던 전술가 였습니다.

그래서 인테르는 페드로-메시의 문전 침투를 봉쇄하기 위해 측면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좌우 윙어인 키부-에토의 활동 반경을 상대팀 측면이 아닌 인테르 진영 박스 옆쪽으로 맡긴 것입니다. 그래서 사네티-마이콘은 키부-에토와 함께 페드로-메시를 협력 견제하여 상대 움직임을 측면쪽으로 가두고 즐라탄의 고립을 유도했습니다. 중원에서는 캄비아소-스네이데르-밀리토가 사비-케이타를 봉쇄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두 선수의 패스 횟수 보다는 패스 템포를 떨어뜨려 바르사의 공격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이들의 의도였죠.

결과는 인테르 작전의 성공 이었습니다. 전반 28분 모따 퇴장, 후반 37분 피케에게 골을 허용하는 위기 상황속에서도 철옹성 수비를 유지한 끝에 통합 스코어 3-2의 리드를 지키며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최근 바르사 공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메시는 사네티-키부에게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고 페드로-즐라탄도 상대의 협력 수비에 막혀 무기력한 공격을 일관했습니다. 여기에 가브리엘 밀리토(인테르 공격수 디에고 밀리토의 친동생)-알베스로 짜인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도 키부-에토의 수비력에 무용지물 이었습니다. 수비수인 키부를 왼쪽 윙어로 기용한 무리뉴 감독의 포지션 전환은 성공적 이었습니다.

바르사의 사비는 무려 112개의 패스를 날리며 104개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92.9%의 순도 높은 패스 정확도를 기록하고도 바르사의 탈락 앞에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인테르가 의도했던 것은 사비의 패스 템포를 늦추는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비는 문전 침투 및 골보다는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성향이기 때문에, 철저히 패스에 치중하도록 유도하며 바르사의 '사비 의존도'를 강화시키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의도였죠.

그래서 인테르 선수들은 사비가 패스하려는 공간을 미리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결국 사비는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와 공을 돌리며 패스 횟수만 높였을 뿐, 그 과정에서 바르사 공격 템포가 느려지면서 인테르의 압박이 힘을 얻었습니다. 인테르의 10명이 바르사의 11명보다 강했던 이유, 그리고 결승 진출의 키워드는 '수비'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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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염기훈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27, 수원)이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에서 2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오는 30일 발표 될 2010 남아공 월드컵 예비엔트리 30인 발탁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아울러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 발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며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습니다.

염기훈은 지난 27일 저녁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암드포스(싱가포르)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해 2골을 넣으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수원 이적 후 첫 경기인데다 빠른 부상 회복 때문에 폼이 완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뒤집으며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그동안 왼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암드포스전에서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허정무 감독의 시선을 어필했습니다.

이에 앞서, 허정무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남아공 월드컵 전광판 제막식에 참석해 염기훈의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식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몸상태를 계속 확인했고 수술 경과가 좋다고 들었다. 팀에 필요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며 염기훈을 예비 엔트리 30인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염기훈이 암드포스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남아공행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사실, 염기훈의 대표팀 합류는 힘들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지난 2월 초 왼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3~4개월 진단을 받은 것, 잦은 부상으로 순발력이 떨어졌다는 허정무 감독의 지적을 받은 것, 신예 김보경의 오름세가 염기훈의 남아공행을 힘들게 하는 3가지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김보경이 허정무호에서의 입지 향상으로 경기력에 자신감이 붙었고 소속팀 J2리그 오이타에서 다득점을 기록하는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남아공행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김보경의 성장은 곧 염기훈의 대표팀 탈락을 의미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동안 염기훈의 몸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며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언급한 것은 그를 남아공에 데려가겠다는 뜻입니다. 아직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염기훈의 최종 엔트리 23인 합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뽑을 의지가 충분합니다. 아무리 부상에 시달리거나 김보경이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왼발 능력이 대표팀에서 가장 날카롭기 때문에, 그 이점이 공격 패턴의 다양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계산입니다.

어쩌면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왼쪽 윙어가 아닌 공격수 자원으로 염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미드필더진에 포함 될 옵션이 풍부한데 비해, 공격수 자원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최종 엔트리 23인에는 공격수 4명이 포함 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은 확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박주영은 대표팀의 No.1 공격수 자원이고 이동국-안정환은 지난달 A매치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공헌한 것을 비롯 K리그와 슈퍼리그에서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폼을 끌어 올렸습니다. 타겟맨과 슈퍼 조커로서의 역할이 뚜렷한 것도 남아공행 가능성이 높은 요인입니다.

문제는 나머지 공격수 한 명입니다.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각광 받았던 이근호는 지난 1년 동안 A매치 12경기 무득점에 시달렸던 소속팀 주빌로 이와타에서 9경기 1골에 그치고 있어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허정무호의 주전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했다는 점에서 남아공행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기력으로는 탈락 가능성이 큽니다. 슬럼프에 빠진 상태에서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하기에는 폼이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물론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에는 포함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의 대안으로 염기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염기훈은 왼쪽 윙어와 동시에 투톱 공격수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 시절 3-4-1-2 포메이션에서 투톱 공격수를 소화했고, 암드포스전에서도 투톱 공격수로 출전해 2골을 넣은 만큼 공격수 자리에 익숙합니다. 염기훈은 이근호처럼 순발력이 빠르지 않지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능숙하고 킥력이 좋기 때문에 절호의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움직임 과정에서 볼 터치가 많기 때문에 팀 공격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허정무호가 4-2-3-1을 구사하면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김보경에게 왼쪽 윙어를 맡길 수 있는데, 경험 부족으로 여의치 않으면 염기훈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염기훈은 그동안 국제 경기 출전 경험이 많은데다 어떠한 상대가 압박을 펼치더라도 주늑들지 않는 배짱이 있습니다. 공격수와 왼쪽 윙어를 번갈아 소화할 수 있는 염기훈의 다재다능한 활용은 허정무 감독의 전술 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염기훈의 최종 엔트리 23인 포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에게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칭찬을 한 것은, 염기훈이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의 K리그 경기에서 분전할 것을 요구하는 동기부여이자 자극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을 철저히 검증하여 그의 경기력을 면밀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음달 1일 광양에서 열릴 전남-수원 경기에서 염기훈의 경기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관전할 예정인데, 과연 염기훈이 허심을 잡으며 남아공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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