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이천수(27)가 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했다. 수원과 임대료 8억원에 1년 계약을 맺어 차붐의 품에 안은 것.
이천수의 원 소속팀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는 29일 구단 홈페이지에 피터 볼츠 기술이사의 발언을 통해 "이천수가 수원에서 좋은 활약 펼치기를 바란다. 수원과 이천수 임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앞으로 수원에서 뛰는 그를 지켜볼 것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이천수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선수다. 한일 월드컵 이전부터 여러가지 튀는 발언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그해 8월에는 "내가 존경하는 국내 선수는 없다"는 자서전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켜 올스타전에서 많은 관중들의 야유를 짊어져야 했다. 특유의 당돌함이 거만함을 비쳐 팬들의 눈총을 받았던 것.
이듬해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로 진출한 이천수는 현지 입단식에서 "데이비드 베컴을 뛰어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스페인에서 실패하고 돌아올 때 사람들은 '역시 이천수'라며 그의 거만함을 비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최근 수원행을 확정지은 지금 역시 분위기는 이와 똑같다. "이천수는 정신 차리지 못했다"는 것이 팬들의 주된 반응.
예전부터 많은 안티팬들의 공격에 시달렸던 이천수는 수원행을 결심하는데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팬들과의 오래된 악연이 그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 준 것.
이천수와 수원팬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천수는 2003년 5월 21일 수원전에서 '삽질 X천수'라는 플랜카드를 내걸며 자신을 야유한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돌발 행동을 했다. 3일 뒤 수원전에서 그랑블루에게 공식 사과했지만 수원팬들의 냉담한 반응은 여전했고 지난해 페예노르트 진출 이전까지 거센 야유를 극복해야 했다.
또한 이천수는 지난해 5월 19일 수원전에서 골을 넣은 뒤 백지훈의 걸게 포즈와 똑같은 골 세리머니를 펼치자 수원팬들의 비난을 사게 됐다. 한 언론사에서 사진으로 찍었던 그 장면이 수원팬들의 불쾌감을 사게 되었던 것.
그랬던 이천수가 자신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수원팬들 앞에서 용비늘이 새겨진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페예노르트에서 실망스런 행보를 이어갔던 그가 수원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것이다. 수원팬들은 '이천수가 수원의 팀 플레이에 녹아들까' '이천수가 돌발행동 할 것 같아 걱정된다'며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의 활약이 수원의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수원에서 뛰었던 안정환(부산)도 이천수와 더불어 수원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1998년 당시 선수단 버스 창밖에서 수원팬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수원팬들의 적이 되었던 것. 당시 '데니스-김주성' 사건으로 수원과 부산의 라이벌이 성립된 상황에 벌어진 일이어서 수원팬들은 안정환이 공을 잡으면 거센 야유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안정환은 지난해 3월 대전전 해트트릭으로 수원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 비록 수원에서 부진한 활약을 펼쳐 2군으로 내려갔고 서울 서포터즈의 노골적인 야유 때문에 경기 도중 관중석으로 난입하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수원팬들은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Ahn 10'이라는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쳐 그가 부활하기를 바랬다.
안정환의 사례처럼 이천수도 수원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될 기회는 분명 있다. 비록 임대 신분으로 수원 유니폼을 입게 되었지만 자신의 이름값을 해내는 활약과 수원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충분히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 이천수는 자신의 가벼운 생각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서 누구보다 한 발짝 더 뛰려는 경기력으로 비난을 무마하며 '선수는 말보다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을 입증시켰다. 그 모습을 수원에서 그대로 이어가면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실력'으로 안티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이다. 수원팬들도 더 이상 이천수에게 '거만한 선수'라며 비아냥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팬들 앞에서 자신에게 집중됐던 비난의 화살을 멋지게 튕겨내야 할 이천수. 수원 유니폼을 입을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