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차범근 감독의 이미지를 장군으로 컨셉잡은 전광판 모습. 하지만 차범근 감독의 임전무퇴는 발동이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C) 효리사랑]

경기는 이겼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긴 경기 였지만 시원스럽게 이긴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경기 주도권에서 우세를 점했고, 상대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을 완전히 무너뜨렸지만, 문제는 여러차례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상대팀 전술이 약하다는 것을 상기하면, 세트 피스 상황에서 한 골을 넣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수원 축구의 한계입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18일 울산과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8분에 이길훈이 김두현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결승골을 작렬 했습니다. 수원은 이길훈의 골로 리그 9위로 도약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멀어졌습니다. 5~6위 전남과 인천이 이날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인천과의 승점 차이가 6점이 되었기 때문이죠. 앞으로 성남-전북-포항 같은 상위권 팀들과의 일정이 남은 수원의 6강 진출 여부는 힘겨워 보입니다.

수원은 울산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주장인 이운재를 골키퍼로 놓고 김대의-이재성-곽희주-리웨이펑을 포백, 김두현-백지훈-송종국-이상호를 미드필더, 에두-티아고를 투톱에 포진 시켰습니다. 시즌 초반과 중반에 스리백 전환 실패로 수비 불안에 허덕였기 때문에, 이제는 팀의 수비 라인을 포백으로 굳힌 모양새입니다. 울산전을 보면서, 수원이 시즌 초반부터 포백을 썼다면 올 시즌 6강은 충분히 진출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서야 제 모습을 되찾은 수비 라인의 발동이 늦었죠.

이날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이재성과 곽희주가 '염기훈-김신욱'으로 짜인 상대 투톱의 공격 길목을 봉쇄하고 미드필더들이 포백과의 간격을 좁히고 동료 선수들과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상대의 침투 공간을 끊는데 집중 했습니다. 특히 김두현은 김대의와 함께 측면 뒷공간에서 압박 수비를 펼쳐 울산 오른쪽 풀백인 강진욱의 측면 공격을 끊는데 집중했고 오른쪽에 있던 이상호도 수비에 깊숙히 가담했습니다. 두 명의 윙어가 수비에서 힘을 실어주니까 울산의 강점인 측면 공격이 번번이 끊어지더군요.

수원이 측면 수비에 중점을 둔 것은 울산의 전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이 좌우 윙백의 측면 공격을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는데다 중앙 공격은 빌드업과 패스 템포가 느립니다. 그래서 상대 측면의 기동력을 봉쇄하면 승산이 있을거라 판단했는데, 그것이 실전에서 제대로 적중했습니다. 상대를 무조건 마크하기 보다는 침투 공간을 미리 점유하여 길목을 차단하는데 집중하니까 지역 방어의 효율성이 커졌습니다. 그로인해 미드필더진이 경기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이것이 무실점 승리의 큰 발판이 됐습니다.

그리고 리웨이펑을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시킨 것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리웨이펑은 센터백으로서 측면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포지션 전환이 절실히 요구 되었습니다. 특히 수원의 시즌 초반 실점중에 일부가 리웨이펑이 마크를 놓친 상황에서 벌어졌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열심히 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리웨이펑에게는 풀백이 제격 이었습니다. 그래서 리웨이펑은 상대의 측면 공격을 적시적소에 봉쇄했고 경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오버래핑하면서 기동력에 힘을 실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 투입되었던 이상호-이길훈의 주력이 좋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리웨이펑은 평점 8점급의 활약을 펼친 겁니다.

문제는 공격 이었습니다. 수원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죠. 미드필더진이 수비에 비중을 두는 것에 비해 투톱의 위치가 고정 되었습니다. 투톱을 모두 타겟으로 묶어 놓으니까 뒤에서 쉐도우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습니다. 에두가 지난해 신영록의 밑선에서 공격을 풀어갔던 것 처럼, 티아고와 미드필더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전술적인 역할 때문에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최전방으로 넘어가는 공격 전개는 미드필더진의 기동력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공격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에두의 문제보다는 차범근 감독의 전술적인 한계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김두현-이상호(후반전에는 이길훈)를 측면에 포진시킨 것은 두 선수의 재능을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두 선수가 수비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사실 두 선수가 있어야 할 곳은 중앙 이었습니다. 중앙에서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문전으로 파고들어 골을 노리는 성향인데 차범근 감독은 두 선수를 측면으로 고정 시켰습니다.

그래서 두 선수는 측면 공격 과정에서 열심히 뛰기만 했을 뿐 공격수들에게 활발한 패스 연결을 하거나 킬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하는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두현이 에두-티아고 같은 둔한 타입과 호흡이 안맞는 것을 보면, 성남에서 K리그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거듭난 이유를 잘 알겠더군요. 그때는 모따와 최성국, 두두 같은 빠른 주력의 공격수들과 호흡했으니까요. 수원에서는 성남 시절의 포스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재능 있는 선수를 팀 전술에 묶어놓는 차범근 감독의 전술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울산의 문제점을 짚겠습니다. 수비시에는 선수 숫자를 늘리기에 급급하고 공격은 측면 침투 공간을 찾기 위해 공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은 울산의 전술은 전임 감독인 김정남 체제보다 못합니다. 미드필더가 공간 점유에 실패해 수비까지 뚫리는 지금의 전술은 예전보다 퇴보했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중원을 장악하려는 의지,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넣기 위해 부지런히 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호곤 감독이 전술적으로 특별히 승부수를 띄운 것도 없었으니 선수들이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죠. 단연컨데, 울산이 지금의 전술을 내년에도 구사하면 상위권 진입은 힘들겁니다.

-현장 스케치-

[사진=지난 8월 1일 수원vs서울 이후 오랜만에 찾아간 빅버드. 항상 빅버드를 갈때마다 느끼지만, W석 지붕에 있는 날개 모양이 인상적입니다. 수원 블루윙즈의 상징이 바로 날개죠. (C) 효리사랑]

[사진=빅버드 근처에 있는 축구공 모양의 화장실입니다. 얼핏 보면 조형물 같은데, 실제로는 화장실이죠. (C) 효리사랑]

[사진=단풍 나무 색깔이 점점 빨갛게 변하고 있습니다. 빅버드에도 가을이 찾아오네요. (C) 효리사랑]

[사진=수원vs울산 티켓 (C) 효리사랑]

[사진=빅버드 근처에서는 프리킥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5개의 구멍 안에 공을 넣으면 선물을 받는 팬서비스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E석 바깥에서 눈에 띄는 걸개를 봤습니다. 과거 연세대 농구부와 SBS 스타즈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뛰었던 김훈이 수원에서 농구 교실을 하고 있더군요. 김훈의 인기는 연세대에서 뛰었던 농구 대잔치 시절때 장난 아니었죠. 예전에 연세대 농구부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반가운 걸개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빅버드 관중석에 들어갈때, 한 가지 특이한게 있습니다. 다른 구장에서는 입장권의 종이 한 부분을 찢고 들어가는데, 빅버드는 입장권 바코드를 기계로 찍어서 들어갑니다. 정확한 인원 집계를 하기 위함이죠. 일부에서는 "수원 관중은 뻥튀기", "수원 관중 숫자는 조작 되었다(or부풀려졌다)" 등등 이상한 말들을 내뱉는데(심지어 축구 전문가까지도 뻥튀기라고 주장하는 현실) 저로서는 별로 공감하고 싶지 않네요. 수원은 기계로 관중 집계하기 때문이죠.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전 선수 소개때, 수원 선수들과 차범근 감독의 이미지가 장군이라는 컨셉으로 소개 됐습니다. 선수 소개를 센스있게 하더군요. (C) 효리사랑]

[사진='전광석화' 김대의 (C) 효리사랑]

[사진='훈남지훈' 백지훈 (C) 효리사랑]

[사진='동량지재' 김두현 (C) 효리사랑]

[사진='군계일학' 에두 (C) 효리사랑]

[사진=가장 돋보이는 이미지는 '임전무퇴' 차범근 (C) 효리사랑]

[사진=그랑블루는 경기가 시작하면 가장 먼저 옐로 서브마린을 부릅니다. 울산전부터는 N석, W석, E석 관중들과 함께 옐로 서브마린을 부르기로 했는데, 결과는? (C) 효리사랑] 



[동영상=N석에서 먼저 선창하는 목소리는 우렁찼고, W석쪽에서도 호응이 있었는데 '제가 있던' E석에서는 썹팅하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 응원가 따라하는 분들이 제법 많았는데, 팀이 성적 부진에 빠지니까 열기가 시들해졌더군요. (C) 효리사랑]

[사진=김두현 걸개가 인상적이네요. (C) 효리사랑]

[사진=상대팀 선수가 공을 잡으면 나팔부는 어린이의 모습. 나팔을 어느 상황에서 불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더군요. 나팔 응원은 몇년 전부터 했던 방식이죠. (C) 효리사랑]


[사진=햇빛이 E석쪽으로 내리 쬐다보니, 관중들이 구단에서 배포한 종이모자를 쓰고 경기를 관전하고 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E석 1층에서 본 선수들의 모습.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한 가지 옥의 티가 있었다면, 그라운드가 움푹 패인 곳들이 곳곳에 널렸다는 점이죠. 선수들이 태클하거나 킥을 날리기만 하면 흙이 하늘 위로 튀어 오르더군요. 잔디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습니다. 2007년 가을에도 저런 문제가 있었죠. 햇빛이 W석 지붕에 가리면서 잔디가 빛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후반전이 시작되자, 그랑블루의 옐로 서브마린은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며 썹팅의 흥을 띄웁니다. (C) 효리사랑]

[사진=연기가 인상적입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후반 18분 이길훈의 결승골 장면을 직접 찍었습니다. 카메라 촬영하는 저의 눈 앞에서 골이 터지니까 기분이 좋네요. 이길훈의 골 이후, 고 신인기님을 추모하는 투맨(수원 장내 아나운서)의 센스도 멋졌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이길훈이 골을 넣자, 전광판은 수원쪽 숫자를 0에서 1로 바꾸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울산의 수비가 완전히 뚫렸던 후반 중반과 막판. 수원이 여러차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지만 번번이 무산 되었습니다. 특히 이 장면은 수원이 공격 과정에서 4:3으로 숫적 우세를 점했는데, 골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게 아쉽네요. (C) 효리사랑] 




[동영상=결국 수원이 1-0으로 이겼습니다. 관중들은 수원의 승리에 신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E석과 N석을 돌며 박수치고 인사했습니다. 동영상 중간에 울산 선수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찍으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이동하는 타이밍이 너무 느려서 "여기 포기"라고 외치고 카메라 방향을 수원 선수쪽으로 돌렸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 관리하시는 분이 움푹 패인 잔디를 다듬고 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치르려면 잔디 상태가 좋아야 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잉글랜드 최대 규모의 축구장인 웸블리 같은 경우에는 개장 이후 여러차례 잔디를 바꿀 정도로 그라운드가 좋지 못합니다. 아무리 좋은 경기장이 있어도, 잔디 관리하기가 쉽지 않죠.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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