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성-긱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왼발의 마법사' 라이언 긱스(3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는 한때 은퇴 기로에 있던 노장 이었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부지런한 움직임, 화려한 기교와 날카로운 킥 능력을 자랑하던 전성기 시절과는 다르게 전반적인 기량이 노쇠화 되면서 2007/08시즌에 부진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은퇴설, 선더랜드 이적설에 시달리는 내림세 행보에 빠졌고 맨유 팬포럼인 레드카페에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는 처지에 몰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긱스가 이대로 끝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30대가 꺾인 선수가 부지런한 기동력과 강철 같은 체력이 요구되는 윙어로 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맨유같은 선수층이 두껍고 주전과 백업의 기량차가 크지 않은 팀이라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국내 일부 언론 기사에서는 긱스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과거 맨유의 톱스타로 이름을 떨쳤던 화려함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하지만 긱스는 지난 시즌 멋지게 부활했습니다. 오언 하그리브스가 지난해 9월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더니 '회춘 모드'에 들어간 것이죠. 맨유가 지난 시즌 빌드업의 스피드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패싱력이 뛰어난 선수의 활약상이 요구되었고 그것을 긱스가 충족시킨 것이었습니다. 긱스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유연한 위치선정으로 특유의 양질 패스와 탁월한 볼 센스, 노련한 경기 운영을 맘껏 뽐냈고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쏘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3도움을 기록해 팀의 4-3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킬패스와 날카로운 킥능력을 뽐내며 대런 플래처의 2골과 마이클 오언의 결승골을 엮었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왼쪽 윙어로서 3도움을 기록한 것이었기에 활약상이 값집니다. 한때 왼쪽 윙어로서 노쇠화에 빠졌지만 맨시티전에서는 팀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한 것입니다.

이는 맨유 전술의 차이 때문입니다. 전자 시절의 맨유는 호날두-루니-테베즈-박지성(나니)을 앞세운 무한 스위칭과 빠른 역습 공격을 근간으로 삼았지만 후자격인 지금은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하여 지공 형태의 공격을 펼치고 있습니다. 체력과 스피드보다는 패스와 볼 센스 같은 전반적인 공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퍼거슨 감독의 적극적인 중용을 받는 것이 요즘입니다. 긱스와 스콜스 같은 노장들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맹활약을 펼치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긱스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팀의 부족함(호날두-테베즈 공백)을 채우는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지난 12일 토트넘전에 이어 맨시티전에서도 왼쪽 윙어로 출전한 것은 박지성-나니-발렌시아의 불안함을 해결하기 위한 퍼거슨 감독의 대비책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출전 기회가 적어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나니는 성장이 정체 되었고, 발렌시아는 활동 패턴이 단조로워 상대에게 읽히기 쉬운 경기 운영을 펼쳤기 때문에 긱스가 다시 측면에 포진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맨유 전술의 변화와 맞물려 성공적으로 진행 됐습니다.

CHELSEA V MANCHESER UNITED

[사진=박지성 (C) 티스토리 PicApp]

이러한 긱스의 저력은 박지성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긱스가 회춘했던 원동력은 팀 공격력에 부족했던 부분을 빈 틈 없이 채우며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나니-발렌시아 조합에 가려졌던 박지성이 산소탱크의 저력을 되찾으려면 긱스를 발판삼아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긱스처럼 변화된 공격 전술에 능수능란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박지성에게 절실합니다. 지난 시즌까지의 유일한 약점이 골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공격력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 박지성의 현 주소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주전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려면 지금의 침체된 폼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 시즌 내내 퍼스트 터치 불안, 볼 키핑력 부족, 백패스 남발로 공격력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니-발렌시아보다 많은 중용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 맨시티전에서는 후반 18분 교체되기 전까지 11개의 패스 중에 6개가 부정확했고 3개의 크로스도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배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6분과 9분에는 상대 수비의 틈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슈팅을 날렸으나 골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임펙트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에 남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의 맨시티전 선발 출전이 맨유에게 최악의 카드였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새로운 공격 전술에 능숙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박지성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맨유의 팀 플레이어로서 퍼거슨 감독이 주문하는 수비적인 역할에 몸이 베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안에 공격력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때 은퇴 기로에 있던 긱스도 그랬습니다. 긱스도 회춘 모드에 돌입하기 이전까지의 행보가 불안했고 중원 공격의 핵심으로 도약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보다 입지가 흔들리는 문제점이 있지만 시즌은 길기 때문에 나니-발렌시아를 넘어설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욱이 얼마전에 계약이 2년 연장 되었기 때문에 맨유에서 방출당할 일은 없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여전히 박지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그동안 공격 전술을 수없이 바꾸는 '개혁 성향'이기 때문에 얼마 뒤에 또 한번 전술 변화가 있을 것이며, 박지성이라는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날이 올 것입니다.

박지성에게 있어 지금의 이 시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공격력이 점차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자신감 향상의 발판이 되어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면 팀 내에서의 역할이 다채로워지는 이점을 얻게 됩니다. 긱스를 룰모델로 삼아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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