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입지전적이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온갖 고난을 이기며 성공하고 출세한 인물을 가르키는 사자성어입니다. 성공한 축구 선수들은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성장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유형의 선수도 있습니다. 그 선수들이 바로 입지전적의 선수들이죠.
그 선수들이 바로 박건하(매탄고 감독)와 진순진(하얼빈) 입니다. 두 선수는 실업팀 선수였으나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도약했고 더 나아가 국가 대표팀에서 뛰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건하는 자신의 경희대 2년 후배였던 조진호(제주 코치)에 가려 K리그가 아닌 실업팀 이랜드를 택했고 진순진은 상지대를 졸업한 뒤 할렐루야에 몸을 틀었으나 팀이 IMF에 주저앉아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특히 진순진은 2001년 교통사고로 1년 넘게 재활을 거듭하더니 안양(현 FC서울)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되는 시련의 쓴맛을 봤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온갖 악재를 딛고 K리그를 빛내는 스타로 우뚝 섰습니다.
만약 이들이 밑바닥에서 주저 앉았다면 유명 선수로 성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저를 비롯한 축구팬들에게 존재감이 없는 무명으로 남았겠죠. 하지만 성공은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할지라도 꾸준히 기량을 연마하고, 최고가 되겠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땀방울 흘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는 능력이 입증된 자에게 문이 활짝 열린 곳이기 때문에 천부적인 재능 이전에 노력이 중요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박건하와 진순진의 성공은 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일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20대 중반에 아마추어 무대에서 뛰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록 프로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 갈고 닦은 골 생산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K리그 진출을 넘봤고 끝내 성공했습니다. 지금으로치면 88만원 세대가 알바와 비정규직에서 벗어나 정규직에서 자리를 잡은것에 비유할 수 있죠. 우석훈 교수(다음 뷰 레디앙님)가 저술한 베스트 셀러 <88만원 세대>에 의하면 지금의 20대는 상위 5%가 단단한 직장을 가지고 나머지는 인구의 80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규직이 귀한 자리인 것 처럼, 아마추어 선수가 K리그에서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괴물 골잡이'로 불리는 김영후(강원)의 성공 스토리는 88만원 세대들이 주목해야 할 대상입니다. 김영후도 박건하와 진순진처럼 아마추어에서 뛰다 K리그에 입성하여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죠. 김영후는 숭실대 시절 대학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4학년 1학기때 부진에 빠져 2005년 12월 K리그 드래프트에서 K리그 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업팀인 울산현대 미포조선(내셔널리그 소속)에 입단하여 절치부심했고 올해 K리그 신생팀인 강원 FC에 입성해 정규리그 득점 2위(13골)의 성적으로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김영후는 2006년 부터 3년 동안 내셔널리그 62경기에서 59골 넣은 괴물 골잡이 입니다. 2006년 내셔널리그 신인상과 득점왕, 2007년 MVP, 2008년 득점왕을 수상하며 K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고 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올해 K리그에 입성하여 신인왕, 득점왕, 10-10클럽(10골 10도움 클럽), 국가대표를 넘보고 있습니다. 올 시즌 13골 7도움을 기록해 일찌감치 신인왕을 예약했고 15골의 이동국(전북)을 2골차로 추격해 득점왕을 넘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3도움만 추가하면 K리그 신인 선수 최초로 10-10 클럽을 달성하며 이러한 맹활약은 국가대표팀 발탁의 명분이 실리게 됩니다.
그런 김영후는 불과 4년전까지 K리그 팀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88만원 세대로 치면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정규직 입사 시험에서 번번이 낙제한 것이죠. 하지만 김영후는 내셔널리그에서 실력을 키우며 축구 선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잃지 않았습니다. 88만원 세대라면 알바 및 비정규직에 몸을 담으며 대기업 정규직 진출을 위해 경력을 쌓거나 혹은 영어 및 취업 공부에 매진하며 대기업 정규직 진출 성공을 목표로 했을 것입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김영후도 한때는 지금의 88만원 세대와 똑같은 위치에 있던 겁니다.
사실, 김영후가 K리그에서도 괴물같은 득점 실력을 뽐낼거라 생각했던 축구팬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년간 내셔널리그를 거쳐 K리그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죠. 대학생 선수와 내셔널리그 선수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내셔널리그 선수들이 K리그 적응에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셔널리그를 평정했던 김영후가 K리그의 템포에 적응할지, 강원의 중심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영후는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거침없는 골 감각을 과시하며 K리그의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88만원 세대도 마찬가지 입니다. 88만원 세대는 사회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둘 기회가 적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선입견입니다. 거듭되는 경제 위기와 취업 대란, 그리고 약육강식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사회에서 대기업 정규직처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분야에 취업하는 것은 명문대생도 어려워하는 현실이 됐습니다. 취업했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기 위해 온갖 피나는 노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 과정은 마치 김영후의 성공 과정을 보는 듯 합니다.
김영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4년 전 K리그 진출 실패를 전화위복으로 극복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비록 K리그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다시 일어나 K리그 진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실력을 다졌던 것이 내셔널리그에 이어 K리그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취업 전선에서 주저 앉은 88만원 세대로서는 김영후의 성공을 통해 '언젠가 나도 김영후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자신이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위기 속에서 꿋꿋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흔히 축구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사회에서 겪고 있는 모든 일들과 사고방식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영후의 성공 스토리는 88만원 세대가 본보기를 삼기에 충분합니다. 취업 실패 및 그로 인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들이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