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3일 A매치 파라과이전(12일)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파라과이전은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시아 월드컵 최종에선 이후에 갖는 첫번째 A매치입니다. 지난해 1월 30일 칠레전 이후 1년 7개월만에 비 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A매치를 치르기 때문에 어느 선수가 '허심'을 사로잡을지 주목됩니다.
그런 가운데, 여론의 가장 큰 주목을 끄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사자왕' 이동국(30, 전북)의 대표팀 발탁 여부가 이제 얼마뒤에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동국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축구팬들의 관심을 끄는데다 그동안의 축구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민감합니다. 허정무 감독이 지난달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의 경기력을 비판했던 것이 '이동국 논란'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죠.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 전원은 오는 2일 성남 종합 운동장에서 열리는 성남-전북 경기를 관전하여 이동국의 발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동국 발탁, 찬성vs반대'를 놓고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던 여론에서도 허정무 감독 선택에 관심과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동국의 대표팀 합류를 반대하는 여론의 주장도 나름 일리있지만, <효리사랑> 블로그의 입장은 "이동국은 대표팀에 꼭 뽑아야 한다" 입니다.
1. K리그 득점 1위, 그 정도면 대표팀 자격 충분하다
허정무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따라 대표팀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을 대표팀 사령탑 초기 부터 세웠습니다. 그 원칙은 다른 선진 국가 대표팀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타당성이 충분하고 합리적입니다. 그것을 끝까지 고수하기 위해서는 소속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를 대표팀에 등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동국을 대표팀에 뽑아야 하는 이유는 K리그에서 득점 1위를 기록중이기 때문입니다. 정규리그 15경기에서 14골을 넣으며 데얀(서울, 14경기 10골) 김영후(강원, 16경기 8골) 슈바(전남, 15경기 8골)를 월등하게 제쳤습니다. 무엇보다 이동국이 데얀-슈바 같은 외국인 공격수와의 득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눈에 띱니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주름잡았던 정규리그 득점 1위가 이동국이라는 것은 상징성이 큽니다. 데얀과 슈바가 K리그 3~4년차 경력의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동국의 득점 1위는 후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 득점 1위는 국내리그에서 활약중인 공격수 중에서 가장 득점력이 뛰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2. '이동국 논란' 잠재울 수 있는 기회다
특정 선수의 대표팀 발탁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논란이 가중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표팀에 이롭지 못합니다. 대표팀을 향한 외부의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특히 K리그 득점 1위의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는다면 기존 대표팀 선수들, 대표팀 합류를 노리는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이미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따라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하겠다"는 원칙을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라과이전에서는 '이동국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물론 선수 선발 권한은 허정무 감독이 쥐고 있지만, 때로는 대표팀을 둘러싼 불안 요소를 걷기 위해 융통성 있는 선수 선발을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동국이 파라과이전에 선발로 뛸지, 조커로 뛸지, 아니면 결장할지는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에 달린 일이지만 적어도 선발 정도는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동국 논란은 허정무호의 내실 강화를 위해 반드시 잠재워야 합니다.
3. 박주영-이근호 투톱, 자극 시킬 수 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서 박주영-이근호 투톱 체제가 정리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박주영-이근호는 국내 공격수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대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의 확고한 신임을 얻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히 대표팀의 투톱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박주영-이근호 투톱을 남은 기간 동안 계속 밀고 나가기에는 경쟁 체제에 느슨함이 생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개개인의 적절한 경쟁은 팀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거둘 수 있고 선수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경쟁 체제가 필요합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이 폼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팀 내 입지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가 한 명 필요합니다. 그 적임자가 바로 이동국입니다. 이동국은 본프레레호와 아드보카트호의 주전 공격수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이력이 있어, 박주영-이근호 투톱이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대표팀 경기에 임하는 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4. 이동국에게는 강력한 '한 방'이 있다
이동국의 장점 중 하나는 고비때마다 '한 방'을 강력하게 터뜨릴 수 있는 기질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그리고 K리그를 통해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한 방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극적인 순간에 넣었던 골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릴 자질이 충분합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필요합니다. 월드컵 본선은 한 경기 그리고 공격과 수비 장면 하나에 따라 승패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죠. 절호의 순간에 팀의 승리를 이끌 존재가 절실합니다.
문제는 대표팀에서 전형적으로 '한 방'의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박지성 뿐입니다. 박주영은 감각적인 기교와 지능적인 플레이메이킹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가는 이타적인 공격수이며, 이근호는 A매치 5경기 연속 무득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박주영과 함께 뛰면 공격력이 반감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기성용-곽태휘는 골 보다 다른 임무를 도맡기 때문에 한 방을 바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박지성 한 명 만으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 방을 바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동국처럼 골잡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원이 꼭 필요합니다.
5. A매치 흥행의 발판 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동국의 대표팀 합류는 A매치 흥행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A매치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암 6만 관중', 'FC 코리아' 같은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국민들의 열렬한 인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기력 저하가 누적된 것을 비롯 유럽축구가 축구팬들의 높은 인기를 끌면서 A매치의 열기가 시들해졌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평균 관중(37,464명)이 4년 전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평균 관중(59,243명)보다 21,779명 줄어들 정도로 인기가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치를 평가전의 흥행 여부가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 걱정스럽습니다.
만약 이동국이 파라과이전 명단에 포함되면 대표팀을 향한 여론의 관심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 효과'로는 더 이상 A매치 흥행이 어림없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이 출전했던 지난해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장소 : 수원 빅버드)이 좌석 점유율 48%(21,194명)에 그칠 만큼, 이제는 대표팀의 흥행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한때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었던 이동국의 스타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미디어에서 이동국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이동국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대중들의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6. 이동국에게는 월드컵 본선 그 자체가 동기부여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네덜란드전에서 13분 동안 조커로 뛰었던 이후,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슬럼프에 빠져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로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부상 당했기 때문에 선수 본인 그리고 국민들에게 큰 아쉬움을 안겨줬습니다.
그래서 이동국은 지난 7월 1일 FA컵 16강전 서울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K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면 기회가 올 것이다"며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고 싶은 의지를 밝혔습니다. 올 시즌 K리그 득점 1위의 거침없는 활약을 펼친 것도 월드컵 본선이라는 동기부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동국이 지금까지 그라운드에서 쏟았던 경기력은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월드컵 12년의 한'을 품고 있는 이동국의 분발은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허정무호의 '긍정 포인트' 입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