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몇년 동안 유럽 축구를 지배했습니다. 지난 2003년 러시아 석유재벌가인 '조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을 인수한 이후부터 외국 자본들이 하나 둘 씩 유입하면서 우수한 축구 인재들을 거금에 영입했습니다. 여기에 마케팅과 방송 중계권 수익으로 인한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면서, 성적과 흥행 모두 유럽 축구 No.1 고지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의 반격에 밀렸습니다. 레알이 플로렌티노 페레즈 구단주의 머니 파워를 앞세워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인 카카-호날두, 유럽 최고의 영건인 카림 벤제마를 거금에 영입하여 지구촌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 트레블 달성의 주인공이었던 FC 바르셀로나의 아성도 여전히 변함 없습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빅4팀들은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에 모조리 실패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프리미어리그가 레알-바르셀로나 협공을 앞세운 프리메라리가에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알의 선수 영입이 최근에 잠잠한 사이,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이 다시 늘어났습니다.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흥행 메이커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맨유와 맨시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이슈와 스토리 라인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첼시-아스날-리버풀이 이적시장에서 주춤한데다 어떠한 이슈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이, 맨체스터의 두 클럽은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굴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
맨유의 키포인트, 오언-루니
물론 맨유도 이적시장에서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이라는 카드는 특별합니다. 한때 리버풀의 심장으로 불리던 오언이 맨유 최고 스타의 상징인 7번 계보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는 리버풀과 맨유의 라이벌 대립 과정이 격해진 것과 더불어 맨유 7번 계보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맨유 현지팬들이 오언에 대한 냉소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데다, 그를 데려온 퍼거슨 감독도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팬들은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로 뛰었던 선수가 맨유 7번 된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언이 이러한 잡음을 잠재우려면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으로 말해야 합니다. 2004년 레알 이적 이후 주전 경쟁 탈락과 잦은 부상, 그리고 경기력 저하로 지난 5년 간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맨유에서 재기에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자신에게 등번호 7번을 부여할만큼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어 믿음에 부응할지 주목됩니다. 자신의 파트너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웨인 루니라는 점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임엔 틀림 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동안 못다했던 클래스를 얼마만큼 뽐내느냐의 여부입니다.
그리고 루니는 레알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프리미어리그의 최강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입니다. 루니는 호날두와 더불어 맨유 전력의 상징으로 꼽혔던 선수로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재능과 출중한 득점 실력을 모두 겸비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호날두의 득점력을 보조하기 위해 궃은 역할을 도맡았지만 현지 축구 전문가들에게 "기량이 정체됐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맨유 8번' 시절까지 폭발적인 화력을 퍼부었지만 '맨유 10번' 이후부터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면서 개인 공격력이 저하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루니는 호날두가 떠난 이후부터, 맨유 공격을 이끌 에이스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호날두가 떠나면서 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루니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오언이 맨유 유니폼을 입었고 박지성-발렌시아 같은 이타적인 미드필더들이 자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루니 시프트'는 올 시즌에 무르익을 가능성이 큽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10월 22일 < 스카이스포츠 >를 통해 "루니는 호날두와 비슷한 레벨로 성장 중이다. 만약 루니가 그 수준에 올라오면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될 지 모른다"고 칭찬했습니다. 루니의 영광이 올 시즌에 도래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맨시티의 키포인트, 호화 공격진+존 테리
맨시티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레스 베리를 시작으로 호케 산타 크루즈, 카를로스 테베즈에 이어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같은 대형 선수들을 잇따라 영입했습니다. 4명을 영입하는데 7950만 파운드(약 1634억원)의 막대한 거금을 투자했죠. 특히 산타 크루즈와 테베즈, 아데바요르는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공격수들입니다. 여기에 호비뉴와 션 라이트-필립스 같은 기존의 공격 자원까지 가세하면, 맨시티는 '호화 공격진'을 운용하게 됩니다. 다섯 명의 선수들 모두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맨시티가 올 시즌 어떤 화력을 뿜어댈지 기대됩니다.
어쩌면 맨시티 공격진은 빅4를 넘어설지 모릅니다. 맨유는 '루니 시프트'가 있음에도 오언-베르바토프가 얼마만큼 뒷받침할지 미지수이며 첼시는 드록바-아넬카가 꾸준하지 못한데다 '이적생' 유리 지르코프는 득점력이 뛰어난 왼쪽 윙 포워드가 아닙니다. 리버풀은 원톱 토레스의 확실한 백업 혹은 공존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없고 아스날은 아데바요르가 빠지면서 공격진의 무게감이 빠졌습니다. 물론 맨시티도 공격진이 포화된 것이 불안 요소일 수 있지만, 걸출한 공격 자원들을 대거 보유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맨시티의 영입 작업은 아데바요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맨시티가 올 시즌 빅4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비 라인의 불안함을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그 적임자가 바로 존 테리(첼시) 입니다. 첼시는 테리의 맨시티 이적을 불허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테리는 첼시가 진정으로 자신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맨시티는 테리 영입을 위해 거금의 이적료와 주급을 첼시에 여러 차례 제안하며 끈질긴 영입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만약 맨시티가 테리 영입에 성공하면 지난해 호비뉴에 이은 또 한 번의 쇼킹 이적 사례를 남길 것임이 분명합니다. 테리는 첼시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죠.
맨체스터 더비, 퍼거슨vs테베즈 '빅뱅'
올 시즌 맨체스터 더비는 새로운 대립 구도가 나타나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맨유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한 테베즈가 퍼거슨 감독과의 갈등끝에 '맨유 라이벌' 맨시티로 이적했기 때문이죠. 테베즈는 2007/08시즌 맨유의 더블 우승(EPL+CL) 주역으로 활약했으나 지난 시즌 베르바토프의 맨유 이적과 동시에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잦은 교체 출전으로 인한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퍼거슨 감독과의 관계가 묘연해지더니 나중에는 서로간의 갈등으로 '테베즈 맨시티행'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테베즈는 어느 팀에서든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세계 정상급 공격수입니다. 자신의 네임벨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맨유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 선발 고유 권한을 지닌 퍼거슨 감독과 충돌할 수 밖에 없었죠. 반면 퍼거슨 감독은 자신이 신봉하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의 완성도와 스쿼드의 질적 강화를 위해 기량이 특출난 선수들을 경쟁 시키려고 했습니다. 빅 클럽 감독 입장에서 우수한 기량을 지닌 인재들을 여럿 보유하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그 과정에서 테베즈가 희생 당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테베즈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맨시티로 떠났습니다.
그런 테베즈는 지난달 30일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퍼거슨 감독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나를 벤치에 둔 것은 실수한 것이다. 내가 맨유에 오면서 결승에서 팀이 패한 것은 처음이다"고 비판한 뒤 "나의 가족은 내가 맨유에서 얼마만큼 상처를 받았는지 알고 있다"며 퍼거슨 감독을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는 "퍼거슨 감독은 베르바토프가 들어오기 전, 나를 주전 공격수로 쓰기로 말했지만 결국 거짓말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맨유를 상대로 골을 넣는 것이다. 퍼거슨 감독 앞에서 고함을 칠 것이다"며 맨유전 골 세리머니를 기대해달라고 했습니다. 맨체스터 더비는 오는 9월 20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내년 4월 17일 시티 오브 맨체스터에서 열립니다. 퍼거슨 감독과 테베즈의 대립 구도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