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하면 무엇부터 떠오릅니까?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에 여러가지 반응들을 나타내겠지만, 그 중에서도 'K리그는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부류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쌓인 것, 그리고 유럽축구 열풍과 맞물려 K리그에 대한 외부의 눈초리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K리그가 흥행과 점점 멀어지면서 '위기론'이 팽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효리사랑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경기장에서 만큼은 K리그 위기를 못느끼겠다고 말입니다. K리그의 분위기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장소는 경기장뿐이지, TV브라운관이나 인터넷이 아닙니다. 아무리 경기장 관중석 어딘가 텅 비어 있어도, 관중들이 몰려있는 스탠드에서 만큼은 'K리그=텅 빈 관중'의 편견이 깨지게 됩니다. K리그를 좋아하는 팬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K리그만의 묘미에 흠뻑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경기장 분위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지신 분들에게 지난 12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정규리그 경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홈팀 서울 말입니다. 이날 서울은 인천을 5-1로 대파했습니다. 전반전에만 4골을 몰아치는 파상적인 공격축구로 인천을 제압했습니다. 축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다득점 공격축구'의 진수를 서울이 안방팬들에게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 서울팬들 입장에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5골을 넣은 것 자체 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서울과 인천의 희비가 엇갈린 결정적 키워드는 '패스' 입니다. 패스 연결 과정 하나만을 보더라도, 서울이 인천을 상대로 대량 득점 승리로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패스는 인천을 압도했습니다. '고명진-기성용-김한윤-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이 중심이 되고 좌우 풀백인 김치곤와 이종민이 측면 뒷공간에서 힘을 실어주면서 유기적인 패스 워크를 통해 조금씩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천 수비망을 한꺼풀 벗겨내는 빈 공간을 창출하고 그쪽으로 패스를 밀어넣으면서 여러차례 골 기회를 잡았습니다. 인천이 90분 내내 서울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 이었습니다.
특히 기성용과 고명진의 패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상대 선수가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공을 컨트롤하여 좀처럼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을 지켜내기 보다는, 패스를 받기 이전에 자신이 전방쪽으로 패스를 밀어줘야 할 곳을 미리 판단하여 그쪽 방향으로 패스를 재빠르게 밀어 넣었습니다. 이에 인천 선수들은 두 선수의 패스 방향을 알아차렸음에도 좀처럼 막을 기색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기성용이 전방으로 띄우는 대각선 패스마저 어느 누구도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서울의 공격 템포 과정이 얼마만큼 빠른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서울의 공격은 미드필더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어 여러 차례의 골 기회를 얻었습니다.
서울 미드필더진의 역동적인 모습도 인상적 이었습니다. 김한윤이 중원에서 인천 공격루트를 번번히 차단하는 궃은 역할을 도맡은 사이에, 고명진-기성용-이청용은 풀백, 공격수와 함께 빠른 패스 플레이를 전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고명진은 마치 박지성을 보는 것 처럼 왼쪽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 오가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서울 공격의 기동력을 살렸습니다. 이는 인천 수비망을 뚫을 공간을 찾아 팀의 빠른 패스 연결을 유도하기 위한 전술입니다. 이청용은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활동 반경을 틀면서 인천의 압박 수비를 분산 시키는데 바빴습니다. 그러더니 전방 돌파보다는 동료 선수들과 간격을 좁히면서 패스 플레이에 중점을 맞췄습니다. 여기에 기성용이 중원에서 송곳같은 전진패스를 밀어주는 형태의 공격 패턴이 많았죠.
이러한 서울의 패스 형태는 공격 축구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밖에 없는 밑바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한국 축구는 공격 축구하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것을 우선시하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무조건 뛰어야만 공격에 성공할 수 있는 개념이 있다보니, 효율적으로 공격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제 경기에서 상대 압박을 뚫지 못해 고전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공격 패턴은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모든 공격의 과정은 패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패싱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진들이 전진 배치되어 경기를 쉽게 풀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격은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유럽 축구의 스타일과 똑같습니다. 유럽 축구의 장점을 서울이 흡수한 것입니다.
이날 서울에게 1-5로 대패한 인천의 문제점은 패스였습니다. 물론 3-4-1-2 전환 실패와 허술한 압박 수비도 문제였지만, 결정적으로는 공격 과정에서의 패스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인천은 전반 8분 서울 정조국에게 두번째 골을 내주기 이전까지, 오른쪽 윙백 전재호의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그렸습니다. 모든 패스의 방향과 초점이 전재호에게 쏠리고, 전재호는 측면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중앙으로 공을 올리기에 바빴습니다. 이렇다 보니 서울 선수들이 손쉽게 패스를 차단하여 공격 기회를 얻고 말았던 것이죠. 이에 인천은 전반 8분 이후 4-4-2로 전환하는 전술 다변화를 꾀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부정확하게 내지르는 패스는 여전했습니다. 상대 수비망을 뚫기 위한 창의적인 패스의 부재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매력 요소는 패스 및 다득점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보면, 왜 서울이 K리그의 인기구단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력과 마케팅에서 K리그 구단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외부에서 'K리그는 위기'라는 말을 할지라도, 서울의 행보는 희망적이었으며 다른 구단들이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경기력에 대해서 논했다면, 이제부터는 효리사랑이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낀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사진=경기 전에 매점에서 치킨 한 마리를 12,000원에 구매했습니다. 프로야구 목동 구장의 16,000원(2009년 4월 기준) 보다 4,000원 더 저렴합니다. 치킨 소스가 양념, 머스타드가 함께 들어있었고 티슈도 있었는데 배부르게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먹으면 먹을 수록, 양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치킨과 더불어 콜라 패트병을 구매했는데, 매점 종업원분이 패트병의 뚜껑을 따고 저에게 건넸습니다. 그 이유는 그라운드 물병(패트병 포함) 투척을 막기 위해서인데, 뚜껑이 닫혀있으면 물병이 팽창하기 때문에 맞는 사람이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뚜껑이 없으면 충격이 덜합니다. 저도 관중석에서 날아들어온 물병을 두 번이나 맞았던 경험이 있었고 한 번은 얼굴을 정면으로 맞아 현장에서 즉시 응급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물병 투척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서울 구단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서울 선수들이 입장하는 장면. 서울 팬들이 클래퍼를 들고 선수들을 환호하고 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클래퍼는 접이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응원 도구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클래퍼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의 서포팅 장면 (C) 효리사랑]
[동영상=데안이 서울의 세번째 골을 넣은 이후의 장면입니다. 전광판에 응원 구호가 걸린 것이 인상적입니다. 관중들이 구호를 따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전광판에 있는 볼륨 표시를 통해서 관중들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큰 지를 알 수 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장내 아나운서가 하프타임 막바지에 서울-맨유전을 예고하자, 서울 서포터들이 야유성 나팔소리를 불었습니다. 후반전에는 전광판에서 서울-맨유 관련 그래픽이 뜨자 다시 한번 나팔소리가 들렸습니다. 서울 서포터들이 맨유전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서울 서포터들이 연막탄을 피우며 서포팅 하는 장면.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멋있습니다. (C) 효리사랑]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