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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의 4일 광주전 해트트릭 소식을 알린 전북 공식 홈페이지 (C) hyundai-motorsfc.com]

'사자왕' 이동국(30, 전북)은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비판과 비난, 조롱을 당했던 선수로 유명합니다. 19세였던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걸어다닌다', '애송이. 너는 그것 밖에 못하냐?', '니가 무슨 한국 축구 기대주냐? 조기 축구회 아저씨가 너 보다 잘하겠다'와 같은 비난을 시작으로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11년 동안 축구팬들의 원성에 시달렸습니다. 1998년은 '안티팬이 가장 많은' 이천수가 고2였으니, 이동국이 축구팬들로부터 현역 축구 선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욕을 먹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매년마다 욕이 끊이지 않았으니, 선수 본인은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요.

이러한 '이동국 비방'은 전북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동국 관련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뜰 때 마다 몇몇 네티즌들이 악성 댓글을 남기고 있는 요즘이죠. 이동국의 활약 여부를 떠나 'EPL 최악의 공격수', '한국 축구 망신', '퇴물', '골 결정력 제로' 등등 누구나 눈살 찌푸리게 하는 댓글들이 난무하는 중입니다. 일부 팬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근절되어야 함엔 분명하나, 오랫동안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축구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던 이동국이 지난 4일 광주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5월 2일 제주전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정규리그 12경기에서 11골을 넣으며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습니다. 그것도 득점 2위 슈바-김명중-최성국(이상 7골)을 가볍게 제치고 득점 랭킹 맨 꼭대기에 올라있는 것이죠. 여기에 피스컵 코리아 3경기 1골, FA컵 2경기 2골까지 포함하면 이동국은 올 시즌 17경기에서 14골을 넣고 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이동국의 골 폭풍을 띄우는데 열을 올렸지만 온라인 공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동국 논란이 가열되는 역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이동국이 올 시즌 17경기에서 14골로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기준으로 대표팀 선수를 뽑는 성향이어서, 조만간 이동국이 태극 마크를 달을 가능성이 큽니다. K리그에서 독보적인 골 감각을 발휘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는 것이 이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동안 이동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 축구팬들에게는 그가 대표팀에 승선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평소 그를 싫어하던 축구팬들도 악성댓글을 달았겠죠.(지난 5일 다음과 네이버 메인에 뜬 이동국 기사 댓글 숫자를 합하면, 약 1000개 정도 됩니다.)

악성 댓글 내용의 종류는 여러가지 였습니다. 평소 꾸준히 이어졌던 이동국 비난 부터 시작으로해서 이동국 찬양론자에 대한 공격, 이동국은 국가대표팀에 필요없다며 특정 공격수와 비교하는 내용, 그동안 이동국에게 속을 만큼 속았다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동국의 정규리그 득점 1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늬앙스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이동국의 이미지는 여전히 축구팬들에게 좋지 못합니다. 다음과 축구 잡지 <베스트 일레븐>이 지난달 5일부터 15일까지 <남아공 월드컵 D-365, 대표팀 재발탁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이라는 설문 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했던 결과, 이동국은 9.5%(233명/2454명)로 6위에 그쳤습니다. 1위 안정환의 21.7%(533명/2454명) 2위 이천수의 15.2%(374명/2454명) 3위 곽태휘의 14.5%(355명/14.5%)와 비교하면 득표율이 적습니다. 이동국이 거침없이 골을 몰아치고 있는 최근에 설문 조사를 했다면 득표율이 올랐을 것이지만, 설문 조사를 실시했던 한달 전에도 그의 정규리그 득점 순위는 1위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동국이 그동안 실패 많았던 축구 인생을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론의 비난 중심에 서게 된 것입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을 시작으로 2007년 아시안컵까지 각급 대표팀에서 축구팬들에게 온갖 비판과 비난을 받았고,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시절에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최악의 공격수'로 혹평받으면서 국내 여론으로부터 '한국 축구를 망신 시켰다'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아시안컵 음주파문과 지난해 후반기 성남에서의 기대 이하 활약으로 방출되면서 대중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전북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14골을 넣었고 정규리그에서는 득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죠. 17경기에서의 활약이라면 결코 '반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K리그 선수 중에서 가장 탁월한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동국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이동국에게 속았는데 그것을 믿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17경기 14골과 정규리그 득점 1위는 폄하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이동국이라는 이유 만으로 기록이 평가 절하된다면 이것은 잘못된 현상입니다.

이동국의 맹활약은 반가운 일입니다. 한때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맹위를 떨치던 선수가 미들즈브러와 성남 시절의 부진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부진 탈출에 성공하면 팬들의 박수를 받는데, 이동국은 왜 비난 받아야 하나요?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물론 이동국이 11년 동안 여론의 안좋은 소리를 들었던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언제까지 비난과 비방으로 그를 괴롭힐 수는 없습니다. 선수 본인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K리그 입장에서도 이동국의 정규리그 득점 1위는 남다릅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 동안 국내 선수가 득점왕에 올랐던것은 단 두 번(2003년 김도훈, 2006년 우성용)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외국인 킬러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동국이 득점 1위에 오른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며 과소평가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동국을 '국내용'이라고 비방합니다. 국내 무대에서 잘했을 뿐 국제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죠. 최근 K리그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국내용'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쩌면 그는 은퇴하는 그날까지, 지도자 혹은 제2의 인생을 보내는 훗날에도 대표적인 국내용 선수로 이름이 전해질 것입니다. 신태용과 김현석이 지금도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국내용 선수로 이름이 전해지는 것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지난 5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나이 서른이다. (올드보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아직 그런 이야기를 듣기에는 젊다. 지금이 축구 선수로서 피크라고 생각한다"라며 현 시점이 자신의 경기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라고 말했습니다. 축구 선수 인생이 몇년 안으로 끝날 것임엔 분명하지만,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적 기회는 아직 더 남아있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폼을 꾸준히 유지하면 대표팀에 포함될 것이고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용'을 비롯해서 '형편없는 공격수' 등의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동국이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허정무 감독 눈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대표팀 발탁 이후에 기대 이하 경기력을 펼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올 시즌 기록만큼은 분명히 칭찬 받아야 합니다. 대표팀 발탁 논란 여부를 떠나 K리그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며 부정적인 편견으로 흔들 이유도 없습니다. 이동국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를 비방하거나 욕하는 것이 참으로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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