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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천수 (C) 효리사랑]

'풍운아' 이천수(28, 전남)의 사우디 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알 나스르가 페예노르트에게 이적료 70만 유로(약 12억 5천만원)를 제시하면서 이적에 합의한데 이어 이천수에게 연봉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전남도 이천수의 이적 의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천수 본인이 팀에 대한 마음이 떠난데다 이적 의지가 굳건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풀어주었다는 것이 전남측의 반응입니다.

이러한 이천수의 이적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이천수-이천수 에이전트-전남-페예노르트 사이에서 붉어진 여러가지 문제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천수 이적 파동'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로서는 몇 가지 사실만 확인되었을 뿐, 아직 명확하게 결론 내려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천수와 그의 에이전트는 도덕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이천수 측은 지난 23일 페예노르트가 이천수의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봉 9억원 이상을 지불하는 팀이 나타나면 이천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는 옵션이 걸렸다고 주장했죠. 페예노르트가 전남에게 2월부터 6월1일까지 우선협상권을 주었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전남측은 이를 몰랐다고 함) 결국 페예노르트가 이적 협상권을 행사하여 사우디로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박항서 전남 감독은 이천수가 이적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이천수 본인이 전남 입단 당시 '내가 원치 않으면 이적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린 것이죠. 하지만 이천수 본인이 박항서 감독과 전남을 통해 팀을 떠나고 싶다고 밝히면서 일이 더 커졌습니다.

매스컴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천수가 사우디로 이적하려는 이유는 개인적인 빚을 갚기 위한 의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천수는 전남에서 2억 5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이 돈으로는 빚을 갚기 어렵기 때문에 사우디 이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박항서 감독과 전남 구단에 이적을 요청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울산 시절 약 10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을 비롯해서 두 번의 유럽 진출, 그리고 스폰서 계약까지 많은 부를 누렸던 이천수에게 빚이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실타래처럼 꼬인 이천수의 이적 파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성급한 여론에서는 '이천수는 현대판 노예'라고 지칭했지만 선수 본인이 사우디 이적을 원하면서 노예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이천수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 이득입니다. 전남에게 위약금 약 3억 7천만원을 물더라도 알 나스르로 부터 연봉 약 12억원을 받기 때문에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덕적인 문제에서 만큼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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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천수가 지난 5월 17일 울산전에서 박항서 감독과 끌어 안고 있는 장면 (C) 전남 드래곤즈 공식 홈페이지(dragons.co.kr)]

이번 이천수 이적 파동을 통해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박항서 감독입니다. 수원에서 임의탈퇴 신분으로 전락했던 이천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주었던 사람이 박항서 감독이었기 때문이죠. 이천수는 선수 생명이 마감될 위기에 있었지만 박항서 감독이 있었기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던 겁니다. 만약 박항서 감독이 없었다면 지금쯤 이천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박항서 감독의 전남은 지난해 성적 부진에 시달렸던 팀입니다. 그래서 박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전남과의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재계약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 코치와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천수의 존재는 자신이 원하는 공격 축구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실제로, 전남이 올 시즌 정규리그 5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천수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의 이천수 영입 과정은 어려웠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도 구단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허정무 체제 시절 부터 구단 예산 거품빼기에 주력했던 전남으로서는 고액 연봉자 출신이었던 이천수에게 많은 돈을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단을 빠듯하게 운영하는 전남 입장에서 이천수를 영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였죠. 또한 이천수가 그동안 잦은 부상과 구설수로 도마위에 올랐던 것도 전남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부상에 따른 전력 이탈 우려를 비롯 팀 이미지에 먹칠할 수 있는 위험한 선수로 여겼던 것이 전남의 내면 심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박항서 감독은 구단에게 "이천수가 필요하다"고 간곡히 요청했고, 끝내 구단이 허락하면서 이천수는 임의탈퇴 신분에서 벗어나 광양에 입성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는 K리그 개막전에서 감자 세리머니로 물의를 빚어 6경기 출전 정지 및 600만원의 벌금, 그리고 페어플레이 기수 징계를 받았습니다. 박항서 감독에게는 6경기 동안의 전술 운용이 어려워졌을 뿐더러 구단으로부터 선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으로 자체 징계를 받아 벌금 100만원을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박항서 감독과 이천수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박 감독은 이천수가 감자 세리머니를 하던 날 호되게 꾸짖었을 뿐, 그 이후에는 페어플레이 기수 징계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애제자를 위로하며 마음 속의 불안을 걷어내려고 했습니다. 지난 4월 수원전에서는 복귀전을 치렀던 이천수가 골을 넣자 자신에게 달려와 서로 포옹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구단 버스에서 이천수의 핸드폰에 팀의 4-1 승리를 이끈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돈둑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이 이천수에게 애정 보였던 것은 결국 헛수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페예노르트가 이천수의 이적을 추진하자, 이천수 본인도 팀을 떠나고 싶다고 이적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남은 후반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할 전남 전력에 커다란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 박항서 감독의 팀 내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만약 전남이 이천수 공백으로 성적이 떨어지면,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될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 경남과 전남 감독으로서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냈던 박항서 감독에게는 이천수 이적 파동이 커다란 상처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천수에게 알 나스르 이적에 대한 거부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박항서 감독에게 팀을 떠나겠다고 요청했던 것이죠. 박항서 감독 입장에서는 이천수의 이적 움직임에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선수 생명 중단 위기로 벼랑끝에 있던 애제자를 구하며 지금까지 믿고 키웠더니, 결국 선수는 스승을 져버리고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이천수의 배신은 박항서 감독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이천수를 현대판 노예라고 할지라도, 이천수 이적 파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 아닌 박항서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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