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 블루윙즈가 24일 저녁 7시 나고야 미즈호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나고야 그램퍼스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1-2로 패하고 탈락했습니다.
이날 수원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답답했습니다. 경기 내내 부정확한 공격 전개로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이 속출한 것을 비롯해서 의미없는 롱패스와 크로스, 슈팅을 남발하여 팀의 공격 의지를 끌어 올리지 못했죠. 의미없는 횡패스로 상대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안일한 경기 운영을 펼치더니 급기야 문전 앞에서는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공격 기회를 놓쳤습니다. 또한 전반 20분까지는 슈팅 숫자에서 5-0으로 앞서면서 경기를 주도했는데 어느 순간에 실점을 헌납하면서부터 선수들의 체력과 공격 템포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오버페이스했던 것이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더니 수비 옵션들은 전반 22분과 후반 21분 상황에서 상대 공격 옵션을 놓치는 바람에 실점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중원에서는 어느 누구도 팀의 공수 밸런스를 잡아줄 선수도 없었으며 팀의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다독일 수 있는 리더도 없었습니다.(주장 곽희주는 선수들을 이끄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치고는 초라한 경기 내용과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력이 나고야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월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홈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었던것 이외에는 최상의 경기력으로 승리했던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격 전개는 항상 매끄럽지 못했고 롱패스 마저도 부정확하게 향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축구팬들은 이런 것을 뻥축구라고 하죠.) 거기에 수비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었으니 '총체적 부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K리그에서는 한때 꼴찌에 있었고(현재 11위) AFC 챔피언스리그는 이미 16강에서 탈락했으니, 수원팬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은 당연한 겁니다.
수원팬들은 차범근 감독의 전술 부재 및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이유로 '차범근 경질'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 나고야전 패배를 계기로 경질 여론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차범근 감독 경질 여론은 낯설지 않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2004년 수원 2대 사령탑을 맡으면서 지금까지 수원팬들로부터 김호 감독(1996~2003년)과의 비교에 직면했습니다. 팀 전술 운용 및 경기 내용에서 김호 감독에게 밀렸기 때문입니다. 수원 축구의 상징은 김호 감독이 추구하는 아기자기하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었는데(이러한 경기력 때문에 수원을 좋아했던 팬들이 많았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선이 굵은 축구를 지향했지만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실으면서 경기가 재미없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원팬들 입장에서도 차범근 감독 축구보다는 김호 감독 축구를 더 원했던 것이며, 지금도 김호 감독 축구의 향수에 젖어있는 팬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차범근 감독이 수원팬들에게 외면받았던 결정적 이유는 성적 부진이 잦았다는 점입니다. 8시즌 동안 14번의 우승을 이끈 김호 감독과의 비교를 비롯해서 경질 여론이 모락모락 피어나왔던 시기가 2004년 후기리그 초반이었는데, 9월 말 부천(현 제주 유나이티드)전까지 후기리그 4경기를 치르는 동안 10위에 머물면서 수원팬들에게 쓴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차 감독은 남은 후기리그 경기에 올인하면서 후기리그-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했지만, 이듬해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에서 탈락하자 다시 경질론에 시달렸습니다. 10월 23일 서울전에서는 0-3으로 패하여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수원팬들로부터 중하위권까지 떨어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청문회에 끌려가게 됐습니다. 그러더니 2006년 전기리그와 하우젠컵에서도 부진하면서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에게 공개적인 퇴진 압력을 받고 말았습니다. 또한 2006 시즌 중에는 모 방송국의 독일 월드컵 해설위원을 맡으면서, 그랑블루에게 엄청난 질타 공세를 받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수원의 당시 하우젠컵 성적이 꼴찌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차범근 감독은 2006년 연말에 구단과 재계약하면서 그랑블루와 화해하여 경질론을 잠재웠습니다. 2007년과 2008년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그제서야 수원팬들에게 신뢰를 얻었죠. 그러나 문제는 2009년 올해 였습니다. 마토-신영록-조원희-이정수 같은 주력 선수들이 팀을 떠난 이후부터 팀이 삐꺽거리게 됐죠. 그러더니 팀 전력이 걷잡을 수 없는 내림세에 빠지더니, 이번 나고야전과 같은 졸전이 연이어 속출하면서 팬들의 신뢰를 또 잃고 말았습니다. 특히 나고야전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이었기 때문에 수원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 책임에 대한 화살은 차범근 감독에게 향하고 말았죠.
나고야전 패배 이후의 반응도 석연 찮았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나고야전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볼 처리에서 미숙했고 이것이 우리가 패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며 패배 원인을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패배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냐"며 패배 이유를 변명하는 차 감독을 비판했습니다. 수원의 패배는 공격수의 부진을 비롯한 전술적인 패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원의 부진이 차범근 감독 단 한 명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수원은 모기업인 삼성전자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구단 역시 독립 법인화를 선언하면서 예산을 대폭 줄였습니다. 차범근 감독이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하고 대형 선수들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자금 상황이 나쁩니다. 최근 이적시장에서 기존 대형 선수들을 다른 팀에 보내면서도 새로운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수원이 더 이상 '레알 수원'이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울산에서 영입했던 이상호는 이적료가 없는 자유계약(FA) 신분이었기 때문에 데려올 수 있었던 겁니다.
3년전의 수원이라면 이적 시장에서 거금의 돈으로 대형 선수를 영입했을 겁니다. 하우젠컵 12위로 허우적 거리다 후기리그 우승을 거머쥐을 수 있었던 결정적 원동력은 이관우와 백지훈 영입에 30억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차범근 감독이 경질 여론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두 선수 영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수원은 모 기업이 삼성이기 때문에, K리그 팀들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갑부 구단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와전된 이야기 입니다. 2000년대 중반에 반짝했을뿐, 김호 감독 시절에는 다른 부자 팀들보다 많은 지출을 하지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 인건비 투자를 줄이면서 이적시장에서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조차 영입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있습니다. 트레이드 없이는 전력 강화가 힘든 형편에 놓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연말 이관우와 김형일의 트레이드가 무산된 것이 아쉽습니다. 원래는 백지훈+공격수↔김형일 카드였는데, 백지훈 본인이 지방 이적을 꺼리면서 트레이드 대상자가 이관우로 바뀌었죠. 이관우는 2007년 8월 뇌진탕 부상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경기력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팀에 중앙 미드필더 자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팀에 팔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토-이정수가 떠난 공백을 김형일로 메우려고 했는데, 이관우의 높은 몸값과 육아 문제가 얽혀있어서 결국에는 무산됐습니다. 만약 두 선수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면, 수원의 수비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되었을 것이며 알베스를 영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겁니다.
수원 전력의 또 다른 문제는 마토-조원희-신영록의 이적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수원 전력에서 세 선수 모두 대체 불가능한 선수였기 때문이죠. 리웨이펑-알베스-최성환은 마토 만큼의 대인마크 능력을 가지지 못했으며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상대에게 실점을 헌납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조원희 공백은 박현범-송종국-이관우-백지훈 같은 앵커맨들이 메꾸기에는 문제가 있었고 안영학은 빠른 템포 공격 전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북한 대표팀 차출 후유증도 있었지만) 그리고 타겟맨 신영록이 전방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흔들어야 에두의 문전 침투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데, 이제는 에두가 쉐도우 혹은 왼쪽 측면에서 타겟맨으로 올라오면서 배기종-이상호-서동현과의 호흡이 맞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에두의 부진은 태업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총체적 부진을 놓고 보면, 수원에게 필요한 것은 차범근 감독 경질이 아닌 리빌딩입니다. 에두-이정수-조원희-신영록의 이적 공백이 너무 컸기 때문에 차범근 감독의 전술 운용이 힘들어졌고, 결국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어쩌면 차범근 감독 경질보다는 팀 체질 개선이 더 절실하게 됐습니다. 서동현, 백지훈, 이상호 같은 군 문제 해결이 안된 선수들은 상무에 보내고 하태균, 이현진은 팀에 어떠한 공헌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트레이드 카드로 과감히 정리해야 합니다. 관건은 외국인 선수 영입인데,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할 수 없기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을 데려오기 어렵습니다. 이대로라면, 단기간에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기대하기에는 힘들 듯 싶습니다.
사실, 차범근 감독은 무능한 감독이 아닙니다. 2004년과 2008년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 만큼, 팀을 정상 반열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2004년과 2008년 우승과정은 선수층이 좋았을때 거두었던 실적이었습니다. 2004년에는 나드손-마르셀-김대의-최성용-곽희주의 포텐이 폭발했고 2008년에는 에두-마토-신영록-조원희-이운재가 중심을 제대로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수원의 문제점은 중심 선수가 빠지고 나면 전력이 금방 허물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새로운 전술 변화를 통해 위기를 해결해야 하지만, 차범근 감독은 혁신적인 모습에 취약했습니다. 수원의 올 시즌 K리그 최종 성적은 차범근 감독의 능력을 재검증하는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