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생 동갑내기인 박주영과 이근호. 얼핏보면 서로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인 것 처럼 보입니다.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빠른 순발력과 지능적인 위치선정, 그리고 상대 골문을 맘껏 흔드는 슈팅 능력까지 장점도 비슷합니다.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 선수가 나란히 투톱으로 뛰던 경기에서는 최전방에서 서로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죠.
세부적으로는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박주영은 유연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팀의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이 다분하지만 이근호는 저돌적인 움직임을 앞세운 전형적인 쌕쌕이입니다. 그래서 박주영은 측면 미드필더로서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자신의 장점을 맘껏 살리지 못했지만 이근호는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공격수 어느 위치에서든 특유의 부지런한 활약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심어줬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대표팀 에이스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박주영은 이미 AS모나코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팀 공격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의 별명이 '축구 천재'에서 '박 선생(박 코치)'으로 바뀐 것이죠. 이근호도 그랬습니다. 지난해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부터 지난 2월 4일 바레인전까지 A매치 6경기에서 6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고 대구FC와 주빌로 이와타에서 거침없는 골 감각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현 시점에서 두 선수의 명암이 엇갈린 키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에이스'였습니다. 지난 3일 오만전과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 나타난 대표팀의 공격은 다름 아닌 박주영 중심 이었습니다. 선발 출전한 선수 중에서 가장 몸놀림이 가벼웠고 컨디션이 가장 물이 올랐습니다. 팀의 공격을 주도하면서 전방으로 치고 들려는 적극적인 의지는 이전의 무기력했던 모습을 완전히 떨치게 했습니다. 반면 이근호는 지난날의 A매치 활약상에 비해 무언가 무게감이 부족 했습니다. 팀의 공격을 주도하기에는 박주영의 존재감에 가려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근호가 그동안 A매치에서 거침없이 골을 터뜨렸을 때에는 박주영이 슈퍼서브 혹은 대표팀 명단에서 없을 때 였습니다. 자신의 투톱 파트너인 정성훈이 최전방에서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면서 상대팀 압박에 대한 부담없이 골을 잘 넣었습니다. 그러던 이근호의 폼은 정성훈의 선발 제외 이후로 떨어지고 맙니다. 그것도 박주영이 선발로 들어온 이후부터 스스로 공격을 해결짓는 역량이 약해졌습니다. 상대의 압박에 잘 밀리는 성향은 아니지만 90분 내내 버티기에는 지구력이 떨어지고 있죠. 그래서 박주영, 미드필더진과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팀 공격을 매끄럽게 풀지 못했습니다.
반면 박주영은 다릅니다. 최근 A매치 2경기(3일 오만전, 7일 UAE전)와 지난해 6월 A매치에서 무기력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AS모나코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전반적인 기량이 늘었습니다. 비록 2000년대 중반에 비해 많은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지만 공격을 이끌어가는 플레이메이킹 능력과 패스 감각, 상대 수비를 한꺼풀씩 벗겨내는 기교는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늘었습니다. 이러한 활약상은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이근호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열어주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위치선정으로 문전에서 기가막힌 골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이근호가 박주영으로부터 받은 패스를 해결짓지 못하는 아쉬운 장면도 있었습니다.
최근 A매치 2경기를 놓고 보면, 허정무호는 '박지성의 팀'이라는 존재감을 잊게 했습니다. 박주영이 왼쪽 공격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처럼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박주영의 플레이메이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굳이 자신이 공격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박주영의 능력을 완전히 믿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004년 아시안컵 이후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던 박지성 보다는 박주영에게 팀 공격에 대한 무게감이 실렸던 것이 사실이죠. 그동안 박지성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한국 대표팀에 있어 박주영의 성장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 박주영은 이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UAE전에서 전반 8분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상대를 순식간에 기선 제압했습니다. 팀의 진정한 에이스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발판의 역할을 제공하는 존재를 말하는 데 박주영이 그 몫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양질의 패스로 상대 중앙 수비의 허를 찌르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니, 그야말로 이근호에게 '에이스의 표본'을 가르친 것입니다.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이근호가 박지성의 뒤를 잇는 에이스였을지는 몰라도 현 시점에서는 박주영이 이근호를 넘어섰습니다. 그 원동력은 유럽에서 꾸준히 단련된 플레이메이킹 능력이죠.
이근호가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박주영에 버금가는 모습을 발휘해야 합니다. 박주영과의 스타일을 닮기보다는 어느 상황에서 팀 공격을 결정짓고 동료에게 패스할지 팀 공격의 흐름을 여유있게 읽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돌파 위주의 경기력으로는 경기의 맥을 놓치기 쉬운데다 나중에는 지구력 및 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좀 더 지능적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근호는 월드컵 최종예선 종료 후 유럽으로 진출하여 자신의 기량 향상을 위한 업그레이드를 꾀해야 합니다. 박주영이 K리그 있을때의 대표팀 활약상과 프랑스리그 진출 이후의 대표팀 모습이 대조를 띄우고 있는 것 처럼, 이근호도 큰 물에서 발전해야 합니다. 박주영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며 무언가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