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효리사랑입니다.
저는 지난 23일 저녁에 성남 종합 운동장에서 성남-전남의 정규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했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명하셔서 마음이 우울했는데, 축구장에서 관중들과 함께 경기 보면서 환호하니까 일상에서의 스트레스까지 확 풀리더군요. 토요일 저녁에 맥주 마시고 오징어 다리 뜯어먹으면서(저녁을 못먹었어요...ㅡ.ㅡ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적겠습니다.)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보고, 관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들으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축구장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날 경기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성남이 전남을 3-1로 눌렀습니다. 전반 29분 김진용이 조동건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선제골을 넣더니 10분 뒤에는 조동건이 전남 문전 정면에서 왼발 발리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후반 12분에는 전남 이천수가 아크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이 성남 골문을 빨려들어가 추격의 열쇠를 마련했지만 후반 41분 조동건이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성남은 전남전 승리로 통산 300승을 달성하며 홈팬들에게 값진 승리의 선물을 안겼습니다.
이날 성남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부진했던 라돈치치가 스타팅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입니다. 라돈치치는 그동안 인천에서의 경기력에 익숙했기 때문에 선이 굵은 축구 스타일에 강했습니다. 그런 선수가 공격 옵션들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빠른 기동력을 요구하는 성남의 공격축구와는 거리감이 멀었죠. 모따, 조동건, 김정우 같은 선수들과의 호흡이 전혀 안맞을 정도로 팀 전력의 불안함을 가중시켰는데, 이날은 신태용 감독이 라돈치치를 17인 엔트리 조차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부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상기하면, 라돈치치의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남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는데 조동건을 원톱으로 놓고 모따-한동원-김진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습니다. 더블 볼란치에는 김정우-이호, 포백에 장학영-사샤-전광진-고재성, 골키퍼에 정성룡이 출전했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모따의 왼발 패스와 크로스를 축으로 여러차례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했고 김진용이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쉴세없이 오가며 스위칭에 치중 했습니다. 여기에 김정우-이호 라인이 상대 공격 길목을 차단하면서 중원 공간을 장악하더니, 팀 공격 상황에서 앞쪽으로 전진하는 활동 패턴을 나타내면서 공격 옵션들의 화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성남이 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장악했던 것이 이 때문입니다.
그런 성남에게 고비가 찾아온 것은 전반 21분 이었습니다. 모따가 상대 선수와의 볼 경합 과정에서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죠. 이에 신태용 감독은 김철호를 교체 투입시키고 김정우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리면서 '김진용-김정우-한동원'라인이 조동건을 뒷받침하는 형태를 구축 했습니다. 그러더니 김정우가 중앙에서 공격 옵션들에게 여러차례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골 기회를 열더니 조동건-김진용-한동원이 빠른 순발력을 앞세운 스위칭을 적극 시도하면서 상대 중원을 손쉽게 무너뜨렸습니다. 전반전에 2골을 넣을 수 있었던 시발점 역할을 김정우가 해낸 것이죠.
반면 후반전에는 신태용 감독이 우유부단한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후반전에 이렇다할 전술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안이하게 경기를 풀어갔던 것이죠. 특히 후반 20분에는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던 김진용을 빼고 문대성을 투입하면서부터 중원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상대에게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허용당했습니다. 그 이전이었던 12분 이천수의 골 과정에서는 성남 미드필더들의 전방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골을 내주는 문제점이 있었죠. 공격수들과 중앙 미드필더의 간격이 계속 벌어지다보니 전남이 이를 역이용해서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더군요. 김진용이 빠지면서 신 감독의 전술 운용이 어려워졌습니다. 아직은 감독 경험 미숙의 '티'가 나더군요.
이날 MOM(Man of the match)을 주고 싶은 선수는 2골 1도움의 조동건입니다. 성남의 3골 과정을 모두 공헌했기 때문이죠. 원톱으로서 최전방을 오밀조밀하게 움직이면서 팀의 공격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가는 경기력이 능숙하더군요. 전반 중반 즈음에는 김정우가 최전방에서 고립되자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가 패스 길목까지 만들려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개인 플레이를 일관하는 두두를 왜 방출 시켰는지 알겠더군요. 확실히 라돈치치보다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라돈치치가 계속 부진하면 방출시키거나 트레이드를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계륵이더군요.) 이대로의 오름세를 유지하면 오는 9월 A매치 데이때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진용은 '성남판 박지성'이었습니다. 울산 시절에는 공격에 전념하던 선수였는데(경남 시절에는 부상으로 못나온 경기가 많아서 논외) 성남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공수 양면에 걸쳐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직접 보니까 못하는게 없더군요. 최전방 공격수 출신이니까 골도 잘 넣고 팀 전술의 일환으로 수비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좌우 측면과 중앙을 쏜살같이 움직이더군요. 수비 뒷 공간에서 상대 공격을 커트하고 반칙하는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김진용이 원조 박지성과 다른 점이라면 골을 잘 넣는 선수라는 것이죠. 물론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레벨은 하늘과 땅의 차이지만요.
반면 전남의 패배는 수비 때문이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수비에서 우리의 한계가 드러난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의 신장이 작고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문제다. 수비 실책이 많았다"고 한 것 처럼, 수비수와 미드필더 자원들이 많은 실수를 거듭했었죠. 포백은 여전히 견고하지 못했고 미드필더들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김승현을 제외하면 수비에서 이렇다할 무게감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김진용-조동건에게 내준 실점은 전남 수비수들이 밀착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동건과 매치업을 벌였던 김영철의 수비력이 아쉬웠는데요. 대인마크에서 밀리는데다 상대 공격수의 발을 못쫓아 가더군요. 전반 막판부터는 조동건의 몸을 손으로 거칠게 밀어가면서 겨우 막을 수 있었지만, 성남 시절에 비하면 내림세로 접어드는 느낌이더군요. 김영철의 옆공간에서 커버 플레이에 주력했던 이규로는 어떤 상황에서 몸싸움을 하고 태클을 해야 할지 상황 판단이 느리더군요. 4백에서 센터백으로 활용하려면 경기 감각을 더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전남은 전반 초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유지노)만 두었는데 이것은 박항서 감독의 전술적인 패착입니다. 박 감독이 라돈치치의 선발 출전을 의식해서인지 유지노 한 명만 중원에 포진시켰는데(김정우-라돈치치로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하려는 임무를 맡은 듯) 오히려 라돈치치가 나오지 않으면서 전술적으로 힘들어졌죠. 또한 좌우 윙어로 나왔던 윤석영과 웨슬리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쪽으로 치우치면서 수비 뒷 공간을 열어줬던 것이 포백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니까 패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리고 '주장 완장을 달았던' 이천수는 전남에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슈바와 함께 투톱을 맡았는데,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좀처럼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다보니까 전반 내내 고립 되었습니다. 공을 잡은 장면이 별로 없을 정도로 최전방에 서 있는 시간이 많았죠. 후반전이 되니까 4-4-2의 왼쪽 윙어로 전환하면서 그제서야 공을 여러차례 잡을 수 있었는데, 전남의 선수층을 감안하면 투톱 공격수 보다는 미드필더가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후반 12분 골 장면은 팀의 전술적인 차원에 의한 득점이 아닌 오직 자신이 만들어낸 득점이었습니다. 슈팅 궤적이 성남 수비수와 골키퍼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으니 '역시 이천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이천수가 없었다면 전남의 올 시즌은 힘들었을 겁니다.
지금부터는 현장 이야기들을 올려보겠습니다.
[동영상=경기전 성남 선수들이 소개되는 장면 (C) 효리사랑]
[동영상=전남 서포터즈의 서포팅 장면. 후반전에는 전남 서포터쪽에서 경기를 지켜 봤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후반 41분 조동건의 페널티킥 골 장면 입니다. 골에 흥분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전남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에 경기장 근처 고깃집에 찾아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버스에 전남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는데, 전남 트레이닝복을 입은 몇몇 선수들이 있는 것을 봐선 고깃집에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이날 패배의 아픔을 고기로 달래야만 했습니다. (C) 효리사랑]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