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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고종수, 최성국, 박주영, 김진규

다섯명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혹사' 입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청소년-올림픽-국가대표 같은 각급 대표팀에 소속팀 경기 일정까지 소화하는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 했습니다.

이들은 영건 시절에 여러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축구를 빛낼 신성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체력 소모와 여론 기대에 대한 중압감을 못 이겨 잦은 부상, 슬럼프 혹은 체력 저하로 고생했습니다. 이들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소리없이 잊혀져간 선수들이나 남모르게 혹사를 숨긴 선수들도 있습니다. 한국 축구에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FC 서울의 '쌍용' 기성용(20) 이청용(21)이 그런 케이스 입니다. 그동안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했고 올해 초에는 충분한 휴식없이 대표팀 동계훈련에 참가하더니,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참가하면서 경기력 저하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두 선수의 부진을 안타까워하는 듯한 늬앙스의 보도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두 선수의 고전은 이미 예견되었던 겁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악순환 구조를 알고 있던 축구팬이라면 두 선수의 올 시즌 부진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2007년부터 서울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더니 청소년-올림픽-국가 대표팀을 돌며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 소속팀 경기를 치르고 그 뒤에는 또 다른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는 악순환 구조입니다. 다른 K리그 선수들처럼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경기력과 체력이 완성되지 않은 선수여서 부진의 덫에 빠지기가 쉬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게된다면 경기력 저하는 물론 부상에 빠지면서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지고 맙니다. 문제는 쌍용이 벌써 그 상태에 도달한 것이죠.

두 선수의 부진 원인은 부상과 피로누적 때문입니다. 특히 기성용이 심각합니다. 기성용은 최근 3개월 동안 두번이나 부상 당했습니다. 지난 2월 1일 시리아전 경기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치더니 지난 9일 전북전에서는 왼쪽 발목 부상으로 경기 도중 교체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햄스트링 부상이 눈에 띱니다. 햄스트링을 다치면 1주~2주 정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한데, 지난해 많은 일정을 소화한데다 동계 기간에 각종 행사 및 조기 대표팀 차출로 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더 많아야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친 몸 상태로 11일 이란 원정에 풀타임 출전했지만, 이것이 부진의 화근이 되어 좀처럼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성용은 지난 20일 감바 오사카 원정 경기에서 발목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채 경기에 뛰었습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서울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던 것이죠. 그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발목이 온전치 않았는데 감바 오사카전에 나왔고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팀 경기 뛰느라, 소속팀 경기도 뛰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올해 20세에 불과한 선수가 말입니다.

이청용은 피로누적 때문입니다. 기성용 못지 않게 대표팀과 소속팀 경기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고 있으니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까지 뛰어야 하니 체력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올해 초 대표팀 동계훈련때는 두번이나 부상 당했습니다. 1월 23일 울산과의 연습 경기에서 오른쪽 부상을 다쳤고 2월 4일 바레인전 경기 도중에는 오른쪽 발목 통증을 참고 뛰었습니다. 그런 몸 상태로 소속팀 일정을 소화해야 했으니 경기력 저하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두 선수는 이번 대표팀 명단에도 어김없이 포함 됐습니다. 오는 6월 A매치 중동 3연전이 그것이죠. 아랍에미리트(UAE) 원정을 비롯해서 홈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전을 치러야 합니다. 두 선수 모두 허정무호에 없어선 안될 주축 선수이기 때문에 중동 3연전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대표팀과 K리그,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다시 국가대표팀에 들어가야 합니다. 경기 활약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21일 대표팀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의 부진에 대해 "선수마다 슬럼프가 있다.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선수다. 여러모로 봤을때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다"고 했습니다. "필요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을 정도니 두 선수의 혹사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수의 몸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불러들이면 그만인 것이 한국 축구의 기형적인 시스템입니다.

또한 허정무 감독은 10년 전 이동국을 각급 대표팀에 무리하게 차출시키면서 축구팬들의 비판을 받던 지도자입니다. 1998년 12월 방콕 아시안 게임 대표팀을 시작으로 올림픽,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까지 이동국을 무리하게 불러들였습니다. 당시의 축구팬들은 "이동국이 그라운드에서 걸어다닌다. 저런 게으른 선수가 어딨나"라고 질타했지만, 이러한 원인은 혹사 때문에 최상의 경기 감각을 되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시발점이 된 방콕 아시안게임은 이미 K리그 시즌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동국은 시즌 중에 월드컵-청소년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더니 나중에는 그라운드에서 힘껏 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성용-이청용이니, 과연 이것이 허 감독의 '소신' 이었나요?

물론 대표팀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이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적절치 못하면 비판을 감수해야 합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그래서 책임이 막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선수가 대표팀 엔트리에 뽑히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기성용은 발목이 안좋은 상태에서, 이청용은 피로누적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일정을 치러야 합니다. 그럼에도 두 선수는 대표팀에 뽑혔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른 대표팀 자원들도 두 선수 못지않게 잘할 수 있습니다. 기성용 자리에는 김정우가 앵커 역할을 하면서 조원희가 홀딩맨으로서 지원사격하면 되는 것이고, 이청용쪽에는 최태욱이 들어가면 됩니다. 만약 박지성이 오른쪽 윙어를 맡는다면 왼쪽에서는 김치우가 포진하면 됩니다. 백업 선수 부족할 것 같으면 또 다른 선수들을 데려오면 되죠.

저는 김진규가 올 시즌 극도의 부진으로 서울팬들에게 질타 받는 모습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국가대표팀에 없어선 안될 수비수였고 2년 전 아시안컵에서는 8강-4강-3,4위전 무실점의 원동력이었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잦은 대표팀 차출로 무리함을 거듭하더니 결국 올 시즌에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어떤 팬은(서울팬은 아니지만) 김진규 부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더군요. 부진의 근본적 원인을 알고 있었다면 쓴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을까요? 나중에는 김진규와 같은 팀 소속인 기성용과 이청용이 서울팬들에게 안좋은 소리 듣는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그보다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유망주 혹사'가 계속 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러한 축구 환경에서는 제2의 제3의 박지성이 많이 배출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기성용과 이청용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동국-고종수-최성국-박주영-김진규의 전례를 밟지 않도록 말입니다. 두 선수의 혹사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두 선수가 장기간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사진=기성용-이청용 (C) FC 서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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