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효리사랑입니다.
저는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K리그 축구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일상때문에 바쁘게 지내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서 경기장에 다녀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수도권에서 성남-전남(성남 제1종합) 인천-강원(인천 문학) 경기가 있었는데, 특히 성남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예전에 즐겨찾던 구장인 성남 제1종합 운동장에서 경기가 벌어진다는 것과 이천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꼭 가고 싶었습니다. 더구나, 고 차경복 감독 시절의의 성남 경기를 현장에서 재미있게 즐겨봤기 때문에 모처럼 성남 경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남을 찾았던 진짜 이유는 '감독 신태용'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성남 종합 운동장을 즐겨 찾았을때 '캡틴 신태용'의 존재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화군단 성남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역대 K리그 최고의 레전드로서 성남의 많은 우승을 이끌던 모습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리고 감독을 맡아 팀을 이끄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경기장을 찾았네요. 더욱이 이날은 신태용 감독의 생일이라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그동안 신태용 감독의 자질을 놓고 여론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사령탑 경험이 전무한 39세의 젊은 감독이 성남의 우승을 이끌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많았죠. 무엇보다 신태용 감독은 팀의 체질 계선을 위해 김상식, 김영철, 박진섭 같은 기존 노장 선수들을 정리했습니다. 특히 김상식과 김영철은 성남의 레전드나 다름없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신태용 감독이 너무 한것 아니냐?'는 여론의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정도였죠. 축구팬들이 더욱 기가막혔던 것은 신 감독이 2004시즌 종료 후 구단과의 재계약에 실패하여 호주리그로 떠났던 점입니다. 신 감독이라면 김상식과 김영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는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자원들을 영입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런 행보 때문에, 신 감독에 대한 축구팬들의 시선이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여론의 비판을 받아가면서 팀 전력을 강화했는지는 현장에서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날 성남은 전남을 상대로 전반전에 3골을 몰아넣는 등,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한 끝에 4-1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성남은 4-3-3 포메이션을 구사했는데, 공격형 미드필더 모따가 프리롤 임무를 수행하고 '라돈치치-조동건-어경준'으로 짜인 3톱이 최전방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여유있게 교란했습니다. 그리고 좌우 풀백인 장학영과 고재성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팀 공격의 활기를 띄우면서 4골을 퍼붓는 극단적인 공격을 펼쳤죠.
신태용 감독의 축구는 김학범 체제보다 더 재미있고 화끈해졌습니다. 김학범 전 감독 시절에는 모따와 두두에게 의존하는 뻔한 공격루트와 답답한 경기 운영을 일관하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완전히 자멸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성남은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활발한 스위칭으로 경기장을 폭 넓게 쓰면서 다채로운 공격루트를 그려가게 되었습니다. 특히 조동건은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중앙 수비를 뚫으면서 팀 공격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2005시즌 울산 정규리그 우승 주역인 '김정우-이호' 더블 볼란치 조합이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면서, 4명의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장학영과 고재성이 활발히 공격에 가담하는 다재다능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고재성은 오른쪽 측면에서 자신의 힘으로 직접 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포백에서 풀백들이 골을 넣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면, 고재성의 골 장면은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사샤가 하프라인에서 최전방까지 직접 드리블 돌파로 공을 몰고 가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센터백들도 공격에 가담합니다.
이날 성남이 전남을 상대로 4골을 넣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스리톱과 모따가 최전방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빈 공간을 창출하면서 전남 포백이 금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죠. 이날 전남의 더블 볼란치는 이재성-고차원이 맡았으며, 포백은 박지용-이준기-김진현-유지로가 포진했는데 어느 누구도 무게를 잡아줄 수 있는 선수들이 없었습니다. 이재성과 고차원은 모따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고 이준기와 김진현은 조동건의 민첩한 움직임에 속수무책 이었습니다. 성남으로서는 선수 개개인이 이름값을 해낸 것일 뿐이죠.
성남에게 아쉬운 것은 라돈치치의 부진입니다. 라돈치치는 성남의 득점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데려온 선수인데, 정작 성남에서는 인천 시절의 포스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자신에게 공격이 많이 집중되었지만 성남에서는 최전방을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면서 골을 노리거나 동료 선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줘야 합니다. 마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맨유 이적 초기를 보는 듯 할 정도로(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장신이자 동유럽 출신이죠.) 성남의 색깔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날도 모따, 조동건, 장학영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후반전에 교체되고 말았는데, 성남의 조직력이 물이 오른 상황에서 라돈치치가 부진을 거듭하면 신태용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 운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라돈치치는 성남 공격의 '양날의 칼'이더군요.
그리고 이천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날 이천수는 사타구니 부상 때문에 많은 시간을 뛸 수 없었으며, 경기 감각을 기르기 위한 차원에서 후반 7분에 교체 투입되었습니다. 당시 전남이 1-3으로 밀리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박항서 감독이 이천수 카드로 만회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죠. 그런데 이천수의 위치는 다름아닌 원톱이었습니다. 자신의 뒷 공간을 보조하던 '웨슬리-김명운-김민호'가 경기 내내 성남 수비진을 좀처럼 뚫지 못하면서 이천수가 최전방에 고립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천수가 원톱의 자리에서 진가를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천수는 이 같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이 직접 슈팅 기회를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TV 브라운관으로 경기를 봤다면 '이천수가 슈팅을 너무 놓친다'는 말이 나올지 모르는데,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본 이천수는 팀 공격 전술의 어려움을 커버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골을 넣는 공간을 찾는데 분주했습니다. 워낙 성남 수비진이 자신에게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협적인 슈팅이 부족했지만, 최전방에서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이날 더운 날씨와 부상 부위 때문에 무리하게 뛰지는 않았지만, 슈팅을 날리는 타이밍을 딱 보더라도 '기교가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전남 선수 중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문제는 웨슬리-김명운-김민호인데, 이 선수들은 전반 30분이 넘으면서 부분전술 조차 제대로 맞지 않는 허점을 남겼습니다. 비록 이번 경기가 컵대회라 할지라도, 전남이 안일하게 경기를 풀어간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죠. 이천수의 맹활약을 바라기에는 동료 선수들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천수에 대해서 놀랬던 것은,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벤치로 들어가려고 할때 가까이에 있던 어떤 관중이 "이천수 화이팅"이라는 구호를 크게 외쳤는데 이천수가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더군요. 그리고 이천수가 후반 7분에 교체투입될 때, 관중석 한 켠에서는 "이천수"이름을 연호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이천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몇몇 관중들(주로 젊은 축구팬들)이 스탠드 앞쪽으로 내려가면서 "이천수"를 외쳤는데, 이천수가 손을 또 흔들었지요.
이천수는 자신의 돌출행동 때문에 안티팬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만, 이날 경기에서의 이천수는 악동 이미지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전국구 스타플레이어 였습니다. 이천수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이천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이천수를 응원했던 축구팬들이죠. 그분들의 진심어린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천수가 마음 편히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이천수팬이 아닌 성남팬이셔서, '축구에 대한 마음이 순수하다'는 생각이 저의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러가지 사진들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오후 3시에 열리면서, 선수들이 더위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이날 선수들은 후반전부터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막판부터는 벤치로 달려가 물을 마시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고, 전남의 어떤 선수는 자기 팀 벤치 근처에서 프리킥을 날리기 직전에 코칭스태프로 부터 물병을 얻어 마시자마자 킥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여러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지더군요.
이날 성남의 낮기온은 26도 였습니다. 불과 1~2주전 까지만 하더라도 날씨가 싸늘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온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내일 성남의 낮기온이 28~29도인데, 선수들이 낮 경기를 소화하기에 힘이 부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만, 벌써부터 날씨가 무더워서 선수들의 철저한 몸 관리가 요구될 수 밖에 없었더군요.
선수들도 뜨거운 햇빛속에 그라운드를 뛰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관중들도 더위를 참아가면서 경기를 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경기장 스탠드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따사로운 햇볕 때문에 한동안 그늘을 찾느라 바쁘게 움직였죠. 하지만 경기를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싶다보니, 어쩔 수 없이 햇빝을 맞아가면서 경기를 봤습니다. 후반전부터는 머리가 아플 정도더군요. 이날 하얀색 도트무늬 남방을 입고 경기를 보면서 바람을 피하려고 했는데(저희 동네는 언덕이라 바람이 많아 여름에도 매우 시원합니다.) 오히려 경기장 사정은 저희집과 정반대 였습니다.
그런데 더위를 피하려는 관중들의 모습이 참 재미있더군요. 관중들은 햇빛을 싫어하나 봅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아쉬운 모습들도 있었습니다.
[사진=매점 바로 앞에서 담배피는 어느 축구팬 (C) 효리사랑]
성남 구장은 흡연구역이 지정되어 있음에도 몇몇 흡연자 분들은 매점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시더군요. 흡연구역이 있는 줄 몰랐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문제는 어린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이었습니다. 근처에는 어린 아이들이 탁자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더군요.어떤 흡연자 분은 그 앞에서 담배를 피더니 가래침을 바닥에 뱉고 관중석으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성남 구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5일 아침에 다음 블로거뉴스 피오나님이 올리신 사직구장 흡연자 관련 사진을 보면서 한 가지 놀란것이 있었죠. 어떤 야구팬이 관중석에서 담배를 물고 경기를 보는 장면이 사진에 잡힌 것입니다. 심지어 지난 1월 핸드볼 큰잔치에서는 어떤 관중이 선수들이 몸을 푸는 구역 바로 근처에서 담배를 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4년전인 2005년 3월 1일 K리그 수퍼컵 수원-부산전에서, TV 방송 스태프 중에 한 명이 기자석에서 담배피고 경기를 보더군요. 그 냄새가 취재기자석까지 올라왔었죠. 그 모습이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처럼 현장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보면서 축구에 대한 매력을 다시 한번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K리그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뛰었던 선수들, 그리고 선수들을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관중과 서포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