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후반 7분 황재원의 자책골로 실점을 헌납했지만 10분과 25분에 걸쳐 김치우와 이근호가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승리의 미소를 머금은 것이죠. 결과만을 놓고 보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좋은 경기를 펼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여론의 반응은 제 각각 이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두 가지의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던 것이죠. 첫째는 자책골로 팬들의 질타를 받은 황재원을 선발 출전시킨 것인데 조용형이 경고 누적으로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이정수가 허리 염좌로 빠졌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이근호의 기용입니다. 유럽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무적(無籍) 신분으로 전락했던 그였기에 그동안 그의 실전 감각을 놓고 말들이 많았지요.

사실 이근호를 대표팀에 불러들인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자신이 그토록 주장했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허 감독은 그동안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고 이것은 어느 대표팀이든 당연한 것이지만 소속팀이 없는 이근호는 예외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A매치 8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만큼 원칙에서 벗어난 '예외'에 손을 들어준 것이죠. 선수의 소속팀 활약상보다 이름값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로 그동안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허정무 감독이 자신의 원칙을 깨뜨렸던 것은 이근호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아무리 제자가 낯선 유럽땅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지만 '허 감독 입장에서 볼때' 대표팀 전력에 적지 않은 손해를 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소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선수의 기량을 여전히 인정하며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임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죠. 물론 그 책임은 허정무 감독이 짊어져야 하나, 선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지켜왔던 원칙을 깰 필요성이 있었던 겁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은 28일 이라크전과 4월 1일 북한전에서 가려지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것이 이라크전 선발 기용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 되면서 허정무 감독에게 좋지 않은 눈초리가 향하고 말았습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이근호를 왜 기용하느냐?'가 그것이죠. 어느 모 언론사의 축구 기사에서는 '무리한 선택'이라는 수식어까지 등장할 만큼 이근호의 개인훈련 한계를 지적하며 허 감독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늬앙스의 내용을 실었죠.

이근호는 이날 역전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무수히 많은 슈팅 기회를 잡았음에도 번번히 놓치며 축구 전문가 및 많은 축구팬들에게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슈팅 및 문전 쇄도 과정에서 실수하는 장면이 여러번 있었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골 기회를 웬만해선 놓치지 않았던 평소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죠. 만약 이근호와 비슷한 레벨에 있는 다른 공격수가 나섰다면 적어도 1~2골은 더 넣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찌보면 그를 선발로 기용했던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문제가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근호의 실전 감각 부족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축구는 엄연한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웍이 더 중요한 것이며 오랫동안 경기를 뛰지 않았던 이근호의 문제점은 이라크전에서 여실히 드러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더욱이 이라크전은 '북한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단순한 평가전이기 때문에 이근호의 컨디션이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적어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선수 기용이 문제가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근호는 자신의 실전 감각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내가 걱정했던 것은 움직임과 터닝시의 순발력 이었으며 (외부에서) 말이 많았던 경기 감각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문제라면 (필드)골을 넣지 못한 것이다"며 외부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허정무 감독도 경기 종료 후 "그동안 이근호에게 공백이 있었지만 염려 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죠. 아무리 여론에서 선수 기용 및 실전 감각을 문제 삼더라도, 선수를 기용하는 절대적인 권한은 축구 전문가도 팬도 아닌 감독에게 달려 있습니다. 적어도 평가전이라면 감독의 선택은 존중받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감독은 선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또 가장 오랫동안 지켜보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선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론에서 과소평가된 경향이 짙지만, 이근호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믿음'은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허 감독은 후반 25분 정성훈이 시도하려던 페널티킥을 이근호에게 기회를 돌렸습니다. 그동안 유럽 진출 실패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날 많은 슈팅 기회를 놓쳤던 그의 동기부여와 사기를 올리고자 키커를 바꿨던 것이죠. 키커로 예정되었던 정성훈에게 미안한 만큼 감독으로서도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이란 원정까지 대표팀 공격의 중심은 정성훈이 아닌 이근호였기 때문에 키커를 바꿔도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허 감독은 이근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이죠.

이러한 허정무 감독의 선수 기용 논란은, 그동안 허 감독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오랫동안 좋지 않았던 분위기와 밀접합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졸전을 시작으로 각급 대표팀과 전남 사령탑으로서 팬들을 납득할 수 없는 경기를 펼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K리그 최고 명장으로 통하는 차범근 수원 감독은 불과 3년 전까지 '무전술 감독'이라는 이유로 팬들의 퇴진 운동에 시달렸던 지도자였고 '학범슨' 김학범 전 성남 감독 역시 사령탑 초창기였던 2005년 전기리그와 하우젠컵에서 전술 없는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표팀이 지난해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전력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전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 감독은 분명히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이미지가 여론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이근호의 이라크전 기용만을 놓고 보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근호가 허정무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하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페널티킥골을 성공시켰지만 허 감독이 '골 마무리가 아쉬웠다'고 했을 만큼 북한전에서는 이라크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스승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북한은 지난해 허정무호와의 네 번의 평가전에서 단 두 골을 허용할 만큼 밀집수비 효과로 톡톡히 봤던 팀이어서 이근호의 득점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여론의 좋지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이근호를 믿은 허정무 감독의 선택이 북한전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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