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부상은 반갑지 않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축구를 비롯 야구, 농구, 유도 등 모든 스포츠 종목에 걸쳐 운동 선수들의 부상 빈도가 일반인들보다 높다고 볼 수 있는데요.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까지 접을수도 있습니다. 재활 환경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은퇴했던 경우가 많았다고 하죠.

부상의 여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작은 부상이라 할 지라도 곧바로 기량에 영향을 미쳐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선수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2002년 숭실대 김도연과 2003년 카메룬 비비앙 푀의 사례처럼, 축구 경기 도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여 숨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부상은 선수들의 '적'과 같은 존재지만 때로는 '황당한 부상'으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 모으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몇 선수들은 잦은 부상 때문에 팬들로 부터 '유리몸'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죠. 이 글에 언급되는 선수들은 앞으로도 팬들에게 황당한 부상 사례, 유리몸 리스트에 오르내릴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화장품에 발등 맞아 월드컵 못나가고, 리모콘을 발로 줍다 부상당하고...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인 대표팀과 발렌시아의 주전 골키퍼였던 산티아고 카니자레스(은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카니자레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화장실에서 면도를 하던 도중, 실수로 화장품 병을 바닥쪽으로 떨어뜨렸는데 하필이면 깨진 파편이 근육과 힘줄을 관통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 출신인 마틴 팔레르모(보카 주니어스)는 골 세리머니 때문에 한일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었습니다. 어느날 골을 넣은 뒤 광고판을 뛰어넘는 골 세리머니를 시도하려다 왼쪽 다리가 광고판에 걸려 넘어져 부러졌던 것이 화근이 되었고 수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렸을 정도입니다. (12년전 최용수가 A매치 카자흐스탄전 골 세리머니 도중 광고판에 걸리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팔레르모는 1999년 코파 아메리카컵 콜롬비아전 도중 페널티킥을 세번이나 실축했던 선수죠. 

훌리오 아르카(미들즈브러)는 2004년 선더랜드 시절 바닷가에서 헤엄을 치던 도중 해파리에게 가슴 부위를 쏘이며 충격을 받아 3일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에는 스웨덴 주전 골키퍼 안드레아스 이삭손(PSV 에인트호벤)이 동료 선수 슛에 얼굴을 맞고 가벼운 부상을 당해 본선 첫 경기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슛의 강도가 대포알 이상으로 셌던 모양입니다.

리모콘 때문에 부상 당한 선수들도 여럿 있습니다. 리오 퍼디난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카를로 쿠디치니(토트넘) 로비 킨(리버풀)은 TV를 보기 위해 리모콘을 발로 줍다 각각 햄스트링 부상, 발가락 파열, 무릎 인대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퍼디난드는 소파 앞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다 뒤꿈치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던 적이 있죠.

맨유 선수들 중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의 황당 부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호날두는 2007년 2월 릴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교체에 불만을 품고 물병을 발로 차는 도중 발목 부상을 입었으며 루니는 그해 11월 팀 훈련에서 머리로 하는 테니스 경기를 하는 도중에 발이 네트 기둥에 부딪혀 한 달 동안 경기에 출장할 수 없었습니다. 전 맨유 선수였던 루이 사아(에버튼)는 지난해 3월 포츠머스와의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갑작스런 무릎 부상을 입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이 밖에 데이비드 제임스(포츠머스)는 낚시꾼 옆에서 낚싯대를 맞아 어깨 부상을 당했고 르로이 리타(레딩)은 기상 후 기지개를 하던 도중 다리 근육에 심한 통증이 생겨 한달 간 결장했습니다.

K리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99년 K리그 최고의 몸값(10억원)을 받고 포항에 입단했던 루미니아 출신 율리안은 동대문 운동장 그라운드로 입장하던 도중 트랙 옆 하수구에 발이 빠져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조국으로 쓸쓸히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김동진(제니트)은 2001년 안양LG(현 FC서울) 시절 사우나에 들어가다 문에 발이 끼는 부상을 입었던 적이 있었죠.

로시츠키, 사아, 다이어...대표적인 유리몸 선수들

축구팬들에게 '유리몸'으로 자주 언급되는 선수들이 여럿 있지만 특히 토마스 로시츠키(아스날)는 거듭된 부상으로 1년째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월 26일 뉴캐슬과의 FA컵에서 전반 9분 만에 무릎 인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뒤 지금까지 부상과 재활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술이 아닌 재활을 선택하자 오히려 부상 부위가 악화되어 지난해 5월 햄스트링 수술을 받아 유로 2008에 불참하고 말았습니다.
 
2년전 햄스트링 부상만 3번 당했던 로시츠키는 수술 이후에도 햄스트링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복귀 시간이 점점 늦춰지고 말았습니다. 결국에는 올해 1월 복귀 예정이었다가 3월로 늦춰지고 말았죠.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줄부상으로 신음했던 선수여서 14개월 부상 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복귀 시기가 계속 늦어졌던 터라 3월 복귀 마저 오리무중입니다.

사아는 2000년대 초중반 풀럼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지만 2004년 1월 맨유 이적 이후 '유리몸'이라는 오명을 받았습니다. 2004년 9월과 11월, 2005년 2월 거듭된 무릎 부상을 입었고 2007년 1월 이후에는 거듭된 허벅지와 무릎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종종 이탈했었죠. 그해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팀의 공격수 부족으로 후반전에 교체투입되었지만 평소 앓던 무릎 부상이 더 악화되면서 4개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해 10월에도 무릎 부상으로 빠졌고 지난해 3월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무릎 부상을 입는 비운에 시달렸습니다. 최근 에버튼에서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부상 악운을 떨치지 못하고 있죠.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지난달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아는 2002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년 2개월 동안 총 26번의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중 무릎 부상이 11번 있었으며(인대 및 연골 부상 포함), 햄스트링 부상 7번, 종아리 근육 부상 3번으로 고생했고 그 외 등, 발목, 사타구니 부상에 이르기까지 부상을 몸에 달고 다녔습니다. 그것도 풀럼, 맨유, 에버튼에서 꾸준히 부상으로 신음했던 것이였기에 팬들에게 유리몸에서 '쿠크다스 몸'이라는 또 하나의 불명예 별명을 얻고 말았습니다.  

한때 '원더보이'로 주목을 끌었던 마이클 오언(뉴캐슬)은 잦은 부상에 발목 잡혀 예전의 화려했던 위용을 꾸준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2년 11월 종아리 부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사타구니 부상에 이르기까지 6년여에 걸쳐 21번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을 정도죠. 2005년 뉴캐슬로 이적한 이후에는 총 14번의 부상을 당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첫 경기 파라과이전에서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오언은 잦은 부상으로 굴욕까지 당했던 아픔까지 겪었는데요. 한달전 자신의 인터 밀란 이적설이 대두되자, 조세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은 지난 2일 이탈리아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언 영입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많은 부상에 빠져 예전의 기량을 잃었다"고 일축했었죠. 오언의 가슴을 아프게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언 하그리브스(맨유)는 거듭된 무릎 부상에 시달린 유리몸 선수죠. 바이에른 뮌헨 시절 오랜 무릎 통증을 달고 다닌 후유증 때문에 주사를 맞아 가면서 경기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특히 2006년 9월에는 무릎 골절상을 입어 4개월 동안 결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맨유로 이적했던 2007년 여름 아시안 투어에서는 무릎 통증이 재발했고 그해 9월 2일 선더랜드전에서는 골절상으로 고생했었죠. 지난해 7월에는 무릎 부상을 당했고 9월에는 건염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다 2개월 뒤 양쪽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리몸 지존을 꼽자면 단연 키어런 다이어(웨스트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02년 10월 등부상을 시작으로 2007년 9월 다리 골절까지 4년 11개월 동안 총 26번의 부상을 당했죠. 그중 햄스트링 부상이 13번이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에 출장한 것은 2007년 8월 28일 칼링컵 브리스톨 로버스전이며 그동안 많은 부상을 당한 후유증이 컸기 때문에 지난해 여름 재검을 받았음에도 아직까지 경기에 모습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아르연 로번(레알 마드리드)은 2007년 8월 레알 이적 이후 다섯번의 부상을 입었으며 로빈 판 페르시(아스날) 해리 큐얼(갈라타사라이) 레들리 킹, 조너선 우드게이트(이상 토트넘) 등도 대표적인 유리몸 선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양동현(부산)이 K리그에서 잦은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유리몸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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