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이적시장의 최고 화두는 단연 카카(AC밀란)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이적 여부 였습니다.
맨시티는 카카 영입을 위해 이적료 1억 파운드(약 2000억원)에 주급 50만 파운드(약 10억원)까지 고려할 만큼 엄청난 머니 파워를 내뿜었습니다. 1억 파운드의 이적료는 지난 2001년 지네딘 지단이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역대 최고액인 7350만 유로(약 1335억원)를 1.5배나 뛰어넘는 것이며 주급 50만 파운드는 현 프리미어리그 주급 1위 존 테리(첼시)가 받는 13만 5000파운드(약 2억 5300만원)의 4배에 가까울 만큼, 카카와 AC밀란이 엄청난 액수를 가질 수도 있었죠.
이에 AC밀란은 맨시티에 카카 접근권을 허용하면서 ´돈에 굴복했다´는 현지 팬들의 빗발친 질타를 받았습니다. 결국 맨시티와의 협상끝에 카카를 잔류시키는데 성공했고 카카 본인도 AC밀란에 오랫동안 남기를 원했던 터여서 그의 프리미어리그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맨시티의 독보적인 1월 이적시장 행보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맨시티의 야심찬 선수 보강 계획이 카카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죠. 맨시티는 이번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1억 파운드를 쏟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미 웨인 브리지 영입에 1200만 파운드(약 240억원) 크레이그 벨라미 영입에 1400만 파운드(약 280억원)의 이적료를 지출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뉴캐슬, 다음 시즌 자유 계약 신분으로 이적 확정)까지 데려오는데 성공했죠. 만약 카카 영입에 성공했다면 이적료만 최소 1억2600만 파운드를 지출했을 것입니다.
맨시티는 이들을 비롯하여 카카, 로케 산타 크루즈(블랙번) 스콧 파커(이상 웨스트햄) 셰이 기븐(뉴캐슬) 니겔 데 용(함부르크) 등에게 정식 영입 제의를 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당시 포츠머스 선수였던 라사나 디아라(레알 마드리드) 영입에 공을 들였을 만큼 이적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비록 맨시티는 카카 영입에 실패했지만 또 다른 대형 선수 영입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17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에서는 "맨시티가 첼시의 상징 존 테리 영입에 4000만 파운드(약 800억원)의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기사에서 말하는 4000만 파운드는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3250만 파운드, 맨시티 호비뉴)를 750만 파운드나 뛰어넘는 금액입니다. 여기에 메시-호날두-토레스-아구에로 같은 걸출한 대형 선수 영입 관심까지 여전히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영입을 위해 1억 파운드 이상의 금액을 지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맨시티는 왜 돈잔치를 벌이는가?
이렇게 맨시티가 이적시장에서 '돈잔치'를 벌이는 이유는 자신의 팀이 유럽 제패하기를 바라는 술레이만 알 파힘 구단주의 야심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알 파힘 구단주는 지난해 9월 2일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맨시티가 모든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UAE(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 투자그룹의 막강한 자금을 통해 특급 선수 대거 영입에 힘입어 유럽 최고의 빅 클럽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죠.
그런 맨시티의 지난 6개월간 이적 시장 행보는 가히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종료 직전 '작은 펠레' 호비뉴를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인 3250만 파운드(약 650억원)에 데려오더니 숀-라이트 필립스, 탈 벤 하임, 조, 파블로 사발레타 등 유럽에서 내놓으라 하는 선수들을 총 5000만 파운드(약 1000억원)에 사들이며 유럽 이적 시장의 '큰 손'으로 거듭난 것이죠. 이번 1월 이적시장에서는 벌써 2600만 파운드를 쏟아 부었고 카카 영입까지 시도했을 만큼 지난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수했던 첼시의 과거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이적 시장 '큰 손' 맨시티가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러나 안팎에서는 맨시티의 이러한 행태에 공개적인 반발을 하고 나섰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앞세워 축구판 기반은 물론 질서까지 흐트러 뜨리고 있기 때문이죠.
'경제학 박사' 출신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지난 15일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카카의 이적료 1억 파운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경제 상황이 어려우면서도 선수들의 몸값이 계속 올라가면 이적 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다"며 맨시티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모하메드 알 파예드 풀럼 구단주도 18일 잉글랜드 라디오 방송 <스포츠 위크>를 통해 "(카카 영입하려는) 맨시티는 정신나간 짓을 하고 있다. 이것은 도박과 같은 행위로서 축구게에 좋지 않은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샐러리캡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선수 인건비에 대한 지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때 이적시장 큰 손으로 불렸던 첼시 조차 '긴축 정책'에 들어갈 정도로 말입니다. EPL 빅4 팀들 중에 현재까지 이번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했던 팀은 맨유에 불과하며 대형 선수가 아닌 유망주 2명 영입(조란 토시치, 아담 랴지치)이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맨시티는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들과 달리 성적 향상을 위해 많은 돈을 앞세우며 리그 축구판이 그동안 유지했던 기반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현지 축구 전문가들 조차 반발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맨시티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이 'EPL에 닥치기 일보 직전인' 인플레이션 현상인데, 맨시티가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면 '맨시티에 비해 재정이 넉넉치 않은' 다른 구단들도 선수 영입에 무리한 지출을 일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디플레이션 정책을 쓰고 있는 것과 현실적인 거리감이 멀게 됩니다. 선수들의 몸값 거품이 맨시티에 의해 점점 오르는 것은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재정이 열악해지는 역효과가 벌어질 수 있으며 재정 열악한 클럽들은 파산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맨시티의 돈잔치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카카 영입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메시-호날두-토레스 등 걸출한 선수 영입을 잔뜩 벼르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맨시티는 1월 이적시장에 이어 다음 이적시장에서도 대형 선수 영입에 돈을 흥정망정 쓸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의 문제라면 맨시티에서 실패한 이적생들이 즐비하다는 점인데요. 맨시티는 2007년 여름 탁신 친나왓 전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이후 많은 이적생들을 데려왔지만 그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벤자니 음 와루와리는 2007/08시즌 전반기에 호날두를 제치고 리그 득점 1위에 올랐지만 맨시티 이적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부진에 빠졌으며 롤란도 비안키(토리노) 에밀 음펜자(플리머스 아가일) 벤 하임, 조는 대표적인 영입 실패 케이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팀 내 입지가 불투명한 수비수 사발레타 조차도 팀 전력에 아무 보탬을 주지 못하고 있죠.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선수 영입에 목을 매는 맨시티의 행보는 결코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맨시티는 한때 국내 남자 배구의 인기를 반감시켰던 삼성화재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11위 있는 맨시티와 당시 독주 행진을 펼치던 삼성화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삼성화재는 다른 팀에 있는 스타급 선수들을 싹쓸이하면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는데 이러한 형태는 지금의 맨시티와 유사합니다. 맨시티에게는 대형 선수 영입 이전에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