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스쿼드의 구상은 긱스가 나니로 대체되는 것이다. 맨유는 나니의 영입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감독은 2007년 11월 11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을 통해 그해 여름 1400만 파운드(약 280억원)의 이적료로 레드 데블스(맨유 애칭)의 일원이 됐던 루이스 나니(23)가 라이언 긱스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10월 11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나니는 맨유에서 적응을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 맨유에서의 미래가 밝다"고 밝혀 그가 맨유에서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위기의'나니, 벼랑끝으로 몰리다
그러나 나니의 현주소는 퍼거슨 감독의 기대와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나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장 3회에 그쳤으며 대부분의 선발 경기 출장 횟수가 칼링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 경기에 집중될 만큼 '약팀 전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습니다. 비중높은 경기에서는 박지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밀려 선발 출장에서 밀린데다 지난 12일 첼시전에서는 18인 출장 선수 명단에서 조차 제외되었습니다.
나니는 최근 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무리한 슈팅 난사와 공 끌기, 빠른 템포 조절 미숙이라는 자신의 고질적인 단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으며 들쭉날쭉한 경기력은 그대로입니다. 지난 8일 더비 카운티전과 15일 위건전에서는 잦은 패스 미스로 팀 공격에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했죠. 더구나, 박지성-호날두 보다 활동폭이 넓지 않아 '움직임 많은 공격 옵션을 선호하는'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니의 부진을 상징하듯, 맨유는 윙어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워크퍼밋 발급 후 1월초 영입된 조란 토시치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요. 맨유는 긱스 대체자 영입을 위해 2007년 5월말 나니 영입에 성공했지만 불과 1년 6개월 만에 또 다른 왼쪽 측면 미드필더를 데려왔습니다.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에 따른 영입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로 긱스는 복싱데이를 기점으로 왼쪽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노장 투혼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이는 나니가 토시치 영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의미죠.
맨유는 토시치에 그치지 않고 위건의 오른쪽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스타>는 19일 "맨유는 올해 여름 발렌시아 영입을 추진중이며 1500만 파운드(약 300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할 예정이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제자인 스티브 브루스 위건 감독과 발렌시아 이적건을 논의했다"는 소식을 실었는데요. 발렌시아는 지난해 봄에도 맨유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던 선수인데 위건의 '에이스'로 명성 떨치고 있죠. 만약 발렌시아가 올해 여름 맨유에 입성할 경우 나니는 다른 팀으로 이적할 공산이 커보입니다.(한가지 첨언하자면, 발렌시아가 맨유에 입성할 경우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나니, '먹튀' 그림자가 씌워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맨유에서 찬밥 신세를 받고 있는 나니에게는 자신에게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높은 계약금이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먹튀'가 바로 그것이죠. 아직 20대가 꺾이지 않은 나니에게 '먹튀'라고 부르는 것이 어쩌면 가혹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적료가 거금이었던 겁니다.
맨유가 나니 영입을 위해 '나니 전 소속팀' 스포르팅 리스본에 지출했던 이적료는 1400만 파운드입니다. 2007년 여름 유럽 이적시장 최다 이적료 12위를 기록할 만큼 유망주에 투자한 액수가 엄청났습니다. 현재 첼시에서 먹튀로 비아냥 받는 플로랑 말루다보다 50만 파운드 더 높은 액수죠.
나니의 이적료가 높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2년 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영입 경쟁 때문이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7월 9일 맨체스터 지역 언론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맨유는 나니를 호날두처럼 오랫동안 지켜봤다. 원래 1년 더 지켜보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어서 바로 영입했다"고 밝혔으며 전 뮌헨 선수였던 오언 하그리브스도 2007년 8월 6일 유럽 축구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뮌헨이 나니를 거의 영입할 뻔했다"며 영입 비화를 털어 놓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맨유는 뮌헨이 나니를 데려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2007년 5월말에 영입 확정지었습니다. 나니가 다른 팀에 이적할 것을 우려해 스포르팅 리스본에 거금의 이적료를 지출했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죠. 맨유가 나니를 데려오는 것 까지는 성공적이었지만 문제는 나니의 성장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입니다. 올해 나이로 23세인 그에게 이제는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1984년생의 페르난도 토레스는 23세의 나이에 잉글랜드땅을 밟아 시즌 초반부터 리버풀의 특급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으니까요.(물론 두 선수 포지션은 다르지만 나니가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님을 말하고자 토레스를 덧붙였습니다.)
결국 나니는 1400만 파운드라는 자신의 이적료 때문에 먹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높은 이적료를 기록하고도 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을 펼쳤다는 관점 하나만을 놓고 보면 먹튀가 맞습니다.
먹튀? 유망주?...둘 다 아니라면 '미완의 대기'
그런데 나니를 완전한 먹튀로 보기에는 2% 어색함이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2007/08시즌 맨유의 더블 우승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헌을 했기 때문이죠. 나니는 자신의 맨유 첫 시즌 4골 11도움을 기록했는데 도움 숫자는 팀 내에서 웨인 루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펼쳤음에도 컨디션 좋은 몇몇 경기에서 '크레이지 모드'급 활약을 펼쳐 공격 포인트가 많았으니까요.
이러한 활약 때문에 나니는 그동안 먹튀라는 꼬리표에서 면죄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올 시즌 활약상이 좋지 않아 '박지성 맹활약-토시치 등장'과 맞물려 향후 맨유에서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맨유가 나니 영입을 위해 투자했던 1400만 파운드는 결과적으로 이익보다 '손실'쪽으로 기울어지는 중이죠. 여기에 발렌시아까지 들어온다면 나니는 더욱 난처한 입지에 처하고 맙니다.
어쩌면 나니는 대기만성형의 선수일 수도 있습니다. 큰 그릇이 늦게 만들어져 능력이 천천히 발휘되는 스타일을 가리켜 대기만성형, 즉 '미완의 대기'가 그것이죠. 퍼거슨 감독이 나니를 '긱스 후계자'로 키우려는 의지가 2007/08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계속되었다면 토시치를 영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토시치 영입은 물론 발렌시아에까지 관심을 나타내면서 나니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떨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니에 대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죠. 호날두는 맨유 입단 초기 '혼자우도'라는 비아냥을 받을 만큼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펼쳤음에도 매 시즌마다 발전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지만 나니는 정반대의 행보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결국 나니의 운명은 적어도 올 시즌 후반기에 어느 정도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By. 효리사랑






